국내 연구진이 에너지 사용 없이 자동차나 건물 표면을 냉각시킬 수 있는 친환경 소재를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은 김용석·박찬일 박사와 박초연 학생연구원, 중앙대학교 유영재 교수,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UCI)의 이재호 교수 공동 연구팀이 친환경 수동 복사냉각 소재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수동 복사냉각은 햇빛의 95% 이상을 반사하고 열방출을 극대화해 직사광 아래에서도 물체의 표면 온도를 낮추는 기술이다. 기존의 수동 복사냉각 소재는 태양광 반사를 위해 알루미늄(Al) 혹은 은(Ag) 기판 위에 열 방출을 위한 구조체를 적용했다. 이는 비싸고 충격에 약할 뿐 아니라, 공정이 복잡하고 대면적화가 어려웠다. 이로 인해 실제 건물에 응용하기 까다로우며, 분해와 재활용이 불가능해 사용 후 환경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에 화학연과 중앙대 공동 연구팀이 설계한 신소재는 별도의 반사층 기판 없이 생분해성 고분자인 폴리락타이드(PLA) 내에 계층적 기공구조를 갖는다. 구멍이 많은 다공성 물질에서 마이크로 크기의 기공 안에 나노 크기의 기공이 계층적으로 형성된 구조다. 이 신소재는 기공구조 제어를 통해 PLA 필름의 태양광 반사율 특성을 조절하며, 열복사가 우수해 낮에도 복사냉각 효과가 뛰어나다.
연구팀이 개발된 복사냉각용 필름을 옥외에서 테스트한 결과, 여름철 직사광 아래에서도 주변 온도보다 9도가량 냉각됐다. 상용 화이트 페인트보다 우수한 냉각 효과를 보인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에서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서울 기준 약 100㎡의 면적을 가진 건물에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연간 최대 8.6%의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는 수치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PLA 필름은 생분해성이다. 평가 결과 시료의 크기가 점차 줄어들며 12일 차에는 최종적으로 분해됨이 확인됐다. 화학연 관계자는 “향후 상용 페인트를 대체할 경우 건축 폐기물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여름철에 냉각이 중요한 건물, 자동차, 태양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효율적인 열관리에 기여하고 폐기물도 생성하지 않아 친환경 냉각소재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기술 분야 국제 학술지 ‘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 5월호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은 “소재와 에너지소자 분야 관련 기업과 적극 협업하겠다”며 “이번 기술 개발로 에너지 절감과 효율적인 열관리를 위한 핵심기술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나윤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nanasi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