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지하철 시위 참여자들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을 예고했다. 전장연 측은 이에 굴하지 않고 의사가 관철될 때까지 시위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발을 묶어서 의사를 관철하고자 하는 상황들에 대해 엄격한 법을 집행해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며 “참가자들을 사법처리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전장연 측 관계자 1명을 조사했고 11명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전장연 관계자들은 20일 오전 7시 40분쯤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했다. 오전 8시경엔 삼각지역에서 사다리를 목 부근에 가로로 끼우고 전동차 출입문을 막는 방식으로 시위를 이어갔다. 지하철 운행이 10여 분 이상 지연되자 경찰은 처음으로 경찰 병력을 투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약 20분 뒤 보안관과 경찰관들이 출입구에 걸린 사다리를 활동가 목에서 빼내는 등 조치를 취했다. 전장연 측에서 이동하겠다고 하며 상황은 일단락됐으나, 이 과정에서 한 장애인 활동가가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경찰의 사법처리 방침에도 전장연은 시위 일정을 변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공권력만 가지고 법과 원칙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는 저는 공포정치를 하시려고 하는 건지 (의문이 든다)”라며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의 권리가 법과 원칙에 따라서 지켜지지 않는 이 문제도 꼭 좀 살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21년 동안 장애인 권리를 외쳤고 그때마다 다 사법처리도 받았다”며 “기획재정부가 책임 있게 이 (장애인 권리 보장) 예산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까지 저희는 계속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전장연 측 관계자도 21일 더나은미래와의 통화에서 “기획재정부와 접촉될 때까지 시위를 지속할 것”이라며 “다음 주 월요일(27일) 오전 7시 반 혜화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장연은 지난 13일 기획재정부에 장애인 권리 보장 예산 반영을 촉구하면서 52일 만에 다시 시위를 시작했다. 작년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 시작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는 지난 20일 30차를 맞았다.
강나윤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nanasi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