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자녀의 학습격차가 9년 사이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최근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를 분석한 ‘OECD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PISA는 OECD가 비회원국까지 포함해 3년마다 시행하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다. 의무교육이 종료되는 시점인 만 15세(중학교 3학년)의 성취도를 점검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2009년과 2018년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와 싱가포르·에스토니아·일본·핀란드 등 5개국 학생의 읽기·수학·과학 과목 학업성취도를 비교했다.
우리나라 학생은 전 과목에서 성적이 떨어졌다. 읽기 평균은 24점 하락해 5개국 중 가장 많이 떨어졌다. 수학과 과학도 각각 19점, 18점 하락해 핀란드(각 -32, -31점)에 이어 두 번째로 하락폭이 컸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학업 성취도도 크게 떨어졌다. 읽기 영역에서 차이가 가장 두드러졌다. ESCS 하위 10% 집단의 2018년 점수는 2009년에 비해 32점, 상위 10%는 26점 하락했다. 과학에서는 하위 10%가 26점, 상위 10%가 17점 낮아졌다. 수학의 경우 하위 10%는 21점, 상위 10%는 20점 하락해 비교적 차이가 적었다.
9년 사이 상위 10%와 하위 10%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상·하위 두 집단의 수학 점수 차이는 111점으로,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읽기와 과학 점수 차는 각 96점으로 싱가포르·핀란드 다음이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경제력·직업·학력 등 세부 항목으로 나눠서 분석한 결과 직업 지위에 따른 격차가 상대적으로 컸다. 특히 수학, 과학보다 읽기 영역에서 더 컸다. 국제사회경제적직업지위지수(ISEI)로 분류했을 때 상위 10%와 하위 10%의 점수 차이는 2009년 67점에서 2018년 77점으로 확대됐다. 하위 10%의 점수가 27점 하락하는 동안 상위 10%는 16점 떨어졌기 때문이다. 학력, 경제력에 따른 낙폭 차이는 크지 않았다.
연구진은 “비슷한 성취 수준을 보이던 국가들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학생의 전반적인 성취도가 9년 사이 크게 떨어졌다”며 “기초학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학교 학생들 사이의 격차도 커지고 있다”며 “학교 내 학생 간 성취도 차이를 줄이고, 다양한 성취수준을 지닌 학생을 균형 있게 성장시키기 위한 맞춤형 교육이 시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