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인해 미국에서 크리스마스트리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가디언은 22일(현지 시각) “올여름 폭염으로 미국 오리건주의 성탄 트리 생산량이 급격히 줄었다”고 보도했다.
오리건주는 미국 최대의 성탄 트리 품종 생산지다. 11월 중순부터 크리스마스까지는 1년 중 트리가 가장 많이 팔리는 성수기지만, 올해는 트리 부족으로 일부 판매업자들이 일주일도 되지 않아 장사를 접어야 했다. 오리건주에서 트리 재배 농장을 운영하는 래리 라이어슨은 올해만 나무 4500그루를 잃었다. 결국 재고 부족으로 사흘만 장을 열었다. 그는 “이맘때가 되면 많은 사람이 오리건주에 성탄 트리를 구매하러 오지만, 남아 있는 트리 농장은 몇 안 된다”며 “건강하게 자라던 나무들이 시들고, 색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트리 공급이 적다 보니 가격도 상승했다. 오리건주 크리스마스트리재배업자협회는 트리 가격이 지난해보다 최대 10%, 플라스틱 트리는 25%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트리 부족 현상의 원인으로는 기후위기가 꼽힌다. 미국 국립크리스마스트리협회는 올해 여름 북미를 달군 폭염으로 북서부에서 생산되는 성탄 트리의 10%가 변색하거나 고사했다고 최근 밝혔다. 묘목은 더 심한 손해를 입었다. 묘목의 약 70%가 폭염으로 인해 죽은 것으로 추산된다. 오리건주 퍼로 농장 소유주인 데이나 퍼로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6월 건기 중에 섭씨 37.8도 넘는 폭염이 닥쳐 갓 심은 묘목이 집단 고사했다”고 전했다. 이어 “성탄 트리는 노동집약적인 작물”이라며 “묘목뿐 아니라 트리를 키우는 데 들어간 노동력, 시간 등 자본을 몽땅 날렸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극단적인 기후변화가 올해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성탄 트리 재배업자들도 혹서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거나, 온도가 비교적 낮은 북쪽 지역으로 농장을 옮기는 등 대처에 나섰다. 오리건주 성탄트리재배업자협회는 “현재 소비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도 그 피해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