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국 정부에 협력한 이유로 탈레반에 신변의 위협을 받아온 아프가니스탄인 390명 전원이 무사히 한국땅을 밟았다.
27일 오후 1시7분 아프가니스탄인 13명을 태운 군 수송기(C-130J)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로써 전날 공중급유수송기(KC-330)를 타고 입국한 377명까지 포함해 정부가 계획한 390명 전원이 무사 입국하면서 이송 작전 ‘미라클’은 완료됐다. 당초 정부는 총 391명을 이송한다고 발표했지만, 파키스탄에서 신원 확인 중에 이송 명단에 없는 1명을 다시 카불공항으로 데려가 미군에 인계했다.
이번에 입국한 아프간인들은 지난 수년간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지방재건팀 등에서 의사와 간호사, 정보기술(IT) 전문가, 통역, 강사 등으로 일한 인력과 그들의 가족이다.
전날 입국한 아프간인들은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입소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입소자들은 총 76가구 377명으로 남성 194명(51%)과 여성 183명(49%)이다. 미성년자는 231명으로 약 61%를 차지했고, 만 6세 이하의 아동은 총 110명이다. 이들은 26일 김포에 있는 임시 숙소에 머물며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 377명 중 360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고, 17명은 보류 판정을 받아 진천에서 추가적인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군 수송기 탑승 공간 부족으로 파키스탄에서 하루 대기했던 13명도 코로나19 검사를 마치면 진천으로 이동하게 된다.
인재개발원에는 법무부 직원, 방역 인력 등 총 59명의 ‘생활시설운영팀’이 상주한다. 또 잠복기와 무증상 확진자 등을 선별하기 위해 격리된 동안에도 두 번의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들에게 장기 체류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브리핑을 열어 “아프간에서 우리 정부와 함께 활동했던 현지인 조력자들과 이들의 가족에게 단계별로 국내 체류 지위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현재 입국한 아프간인들에게 단기방문(C-3) 비자를 발급했고, 이후 진천에 머무는 동안 장기체류가 허용되는 체류자격(F-1)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진천에서의 임시생활 단계가 지나면 취업 등의 활동이 가능하도록 자유로운 거주(F-2) 비자를 발급해 자립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박범계 장관은 “신원검증도 미리 관계기관을 통해 철저하게 실시했고, 이후로도 거듭해 나갈 계획”이라며 “체계적인 사회통합 교육을 통해 빠른 시간 내에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