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을로 출근한다
지방 인구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일부 지방 마을에는 사람이 줄며 활기도 사라지고 있다. 경남 하동의 공정여행사 ‘놀루와’가 지방 소멸을 극복하는 해결책을 책으로 내놨다. 저자는 지방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하나씩 소개한다. 매월 보름 섬진강 백사장에서 야경을 즐기는 프로그램 ‘섬진강 달마중’을 비롯해 매년 1월에 열리는 ‘논두렁 축구 대회’도 있다. 프로그램에는 주민들도 참여해 수익을 공유한다. 마을을 살리는 공정여행에 관심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
조문환 지음, 놀루와, 1만6000원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
코로나19는 일상 풍경을 바꿨다. 배달 음식과 택배 주문량이 증가해 일회용품이 늘어났다. 배달 노동자들은 밤낮없이 일회용품들을 날랐다. 감염을 막기 위한 코호트 격리 조치는 장애인 시설을 감옥으로 만들었다. 노숙인들에게 주던 도움은 끊겼다. 이 모든 게 우리가 사는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코로나19가 삶을 위협했지만, 모두가 똑같은 크기로 받은 건 아니었다. 인권운동가, 문화인류학자, 배달노동자, 장애인권운동가, 환경운동가 등이 모여 코로나19로 인해 심화된 장애, 환경, 노숙인, 인종주의, 돌봄 문제들을 다뤘다. 코로나19로 드러난 혐오와 차별 문제들을 직면할 때다.
미류 외 9인 지음, 창비, 1만5000원
모든 여성은 같은 투쟁을 하지 않는다
‘#연대는백인여성을위한것이다(#solidarityisforwhitewomen).’ 2013년 미국 페미니즘 연대에 일침을 놓는 트윗이 올라왔다. 페미니즘 운동에서 유색인과 트랜스젠더 등 소수 여성이 배제됐다는 뜻이었다. 저자는 “백인 여성이 고위직 유리천장을 논할 때, 흑인 여성은 고용불안을 겪었다”며 “모든 여성을 담지 못한 페미니즘이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후드 페미니즘’이 시작됐다. 책의 원제이기도 하다. 후드 페미니즘은 ‘주류’ 페미니즘에서 소외된 여성들의 운동이다. 그들의 문제에는 총기 폭력, 젠트리피케이션, 식량 불안, 의료, 교육, 주거 등 기본적인 생존권이 엮여 있다. 백인 여성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저자는 미국 페미니즘 운동의 허점을 지적하며 “모두가 같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미키 켄들 지음, 이민경 옮김, 서해문집, 1만8000원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
지구가 위험하다. 기후위기는 수많은 기후 난민을 낳았다. 서아프리카 사헬지역 주민 20만명은 사막 확장으로 인해 살던 곳을 떠나야 했다. 남태평양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매년 5mm씩 잠기고 있다. 이대로 2050년이 오면 국토가 사라진다. 투발루 국민 1만명 나라를 잃을 위기다. 난민이 된 이들은 미국 등 안정적인 나라를 찾아 떠난다. 이 맥락에서 트럼프가 등장한다.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와 멕시코 국경 장벽은 무관하지 않다. 기후위기로 디딜 곳이 사라지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질 것이다. 지금까지의 지구는 인간의 터전이었다. 저자는 “이제 지구는 인간을 밀어내는 주체가 됐다”고 말한다.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고민해야 하는 ‘신기후체제’가 도래한 것이다. 우리끼리 정치하며 싸울 때가 아니다. 지구를 향해 정치할 시간이다.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은 정치를 통해 찾을 수 있다.
브뤼노 라투르 지음, 박범순 옮김, 이음, 1만8000원
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동화 피터팬 속 악당인 ‘후크선장’은 한쪽 팔을 잃고 ‘후크’를 팔에 낀 ‘중증 장애인’이다. 동화 속에서는 피터팬을 괴롭히는 악랄한 인물로 묘사된다. 장애인 후크선장은 어쩌다 악당이 됐을까. 반면 동화의 주인공들은 어째선지 장애가 없다. 악당들은 후크 선장처럼 장애가 있다. 얼굴에 큰 흉터가 있거나 지팡이를 짚기도 한다. 이들은 ‘해치울’ 대상이다. 이런 관점으로 본 동화는 아름답지 않다. 고전 동화부터 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까지 장애인을 ‘적’으로 묘사하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도 해피엔딩이 있다. 저자는 새드 엔딩을 만드는 건 장애가 아니라 바로 세상의 편견이라고 강조한다.
어맨다 레덕 지음, 김소정 옮김, 을유문화사, 1만6000원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