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싱크탱크 CGD 보고서 발표
UN 중심 관료적 의사결정 지적
지역 사회에 전달된 사례 미미
UN 중심의 관료적 의사결정이 코로나19 대응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기부금이 UN 기구에 쏠리면서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CGD(Center for Global Development·세계개발센터)’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UN 중심의 의사결정 관행이 사업 효과성을 떨어뜨리는 개발협력 분야의 고질적 문제가 코로나19 대응 국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제사회에 약 2조9975억원(약 25억달러)에 달하는 돈을 내놨지만, 정작 이 돈이 최전선에서 감염병과 싸우는 사람들에게 제때 전해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식의 지연이 감염병 대응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했다.
CGD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이 지난달 15일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기부금이 UN에 묶여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체 기부금의 74%에 해당하는 약 2조1582억원(약 18억달러)이 유니세프, 국제보건기구 등 UN 기구로 들어갔다. 그외 비영리단체(NGO)로 간 돈은 전체 기부금의 3%인 약 875억2700만원(약 7300만달러)이고, 그중에서도 지역 기반 소규모 단체에 직접 간 돈은 0.07%에 불과한 약 12억740만원(약 100만7000달러)이다.
CGD는 ▲감염병 대응 지연 ▲중계 비용 확대 ▲재정 투명성 악화 등 세 가지를 들어 이 같은 관행을 비판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지 반년이 돼 가는데, 아직도 UN에 기부된 돈이 지역사회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했다. UN 기구는 돈이 특정 기관이나 정부에 전달된 경우 이를 공개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해당 자료가 공개된 바가 없다. 중계 비용이 커진다는 점도 문제다. UN에 지급된 돈은 NGO로 전달돼 다시 지역NGO로 들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운영비가 나간다는 것이다. 투명성 문제도 제기됐다. 전달 체계가 길어질수록 수혜자나 재난 현장 상황에 대한 상세한 보고가 누락되기 쉽기 때문이다. 거대 NGO나 지자체 네트워크로 지급된 코로나19 성금 1414억8200만원(약 1억1800만달러) 중 대부분의 기부금이 누구에게 쓰였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다.
이들은 기부금 쏠림 현상이 기부 편리성을 좇는 기부자들의 관습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중국 등 주요 10국이 전체 기부금의 69%를 냈는데 이 가운데 약 65%가 UN 기구로 들어갔다. CGD는 기부자들에게 ▲UN에 기부할 땐 가급적 현장 기관에 직접 지원해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할 것 ▲단체에 전권을 넘기기보다 코로나19 대응 기금에 기부할 것 ▲NGO단체 간 연합체를 지원할 것 등을 제안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