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법] ‘비영리 회계투명성’이라는 뜨거운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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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문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최근 비영리단체의 회계투명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의기억연대는 쉼터의 운영과 윤미향 대표의 개인 명의 모금 등으로, 나눔의 집은 후원금 사용을 둘러싼 내부제보 등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보도된 내용 중 최소한 회계투명성과 관계된 의혹은 기재누락 내지 오기재로 인한 결과로 해명된 부분이 있다. 물론, 회계나 공시 관련 개별 단체의 역량부족은 비판을 받아야 할 지점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발생 원인을 그렇게 단편적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비영리단체의 투명성 논란이 거듭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아직도 많은 수의 비영리단체들이 각 단체의 미션을 위한 사업이나 운동에만 신경을 기울이는 나머지 회계나 운영의 책무성, 투명성에 관해서는 부차적인 업무로 취급하는 탓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사실상 강제하는 열악한 재정상태도 문제다.

모든 비영리단체는 자신의 설립목적을 위해 수행하는 활동에 관해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이해관계자란 현재의 기부자들뿐만 아니라 비영리단체가 투신하는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진 시민, 나아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인 정부도 포함된다.

회계는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다. 비영리단체는 이해관계자들이 단체 활동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회계정보를 충실하게 작성해 공시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활동가들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인건비를 겨우 지급하는 대부분의 비영리단체의 경우 회계 투명성을 위해 큰 비용을 투입할 경제적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회계사 등 전문가에게 의뢰하기는커녕, 회계만 담당하는 전임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조직도 많지 않다. 사회적 경제조직이나 소상공인의 경우 쉽게 접할 수 있는 전문가 컨설팅 지원정책 또한 비영리 영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중간지원기관 등을 중심으로 간헐적인 교육만 시행될 뿐이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기부자들,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도덕적 책무성의 준수만 강요하는 방식은 적절한 해결책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는 공시를 둘러싼 제도적 문제다. 세법상 공익법인 등으로 분류되는 비영리단체는 2018년부터 공익법인 회계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그런데 비영리단체가 의무공시하는 수많은 자료 중 공익법인 회계기준이 직접 적용되는 데이터는 매년 4월에 공시하는 재무제표뿐이다.

그 외 재무제표만큼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음에도 작성기준은 1페이지 분량에 불과해 작성할 때마다 혼란을 빚는 서식도 많다. 기부금품의 수입 및 지출명세서 등의 공시 서식, 검토기준이나 책임범위가 모호한 외부전문가의 세무확인 관련 서식, 공시는 되지 않으나 기재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출연재산 등에 관한 보고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자료들은 모두 재무제표와는 별도로 비영리단체에 공시·작성의무가 있음에도, 내용이 중복되고 기재방법이 명확하지 않아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많다. 예컨대 이번 정의기억연대 사태 초기에 가장 큰 오해의 대상이 되었던 술집에 3300만원을 지출했다는 논란도 오히려 서식이 개정되기 전 작성기준을 충실히 따랐던 결과였다. 회계정보는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맥락을 모른다면 도리어 오해만 가중시킬 수 있다. 그러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작성기준을 구체화하고 체계화해야 한다. 회계기준과 같은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작성해야 하는 서류를 양적으로만 늘리는 식으로 규제를 강화해서는 투명성이 확보되지는 않는다.

이번 회계 투명성 논란은 단기적으로는 비영리단체의 위기로 작용하겠지만, 향후의 대처에 따라 비영리단체 이해관계자들이 각성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소규모 비영리단체에 너무 가혹한 도덕적 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법적·회계적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이러한 과업이 보다 체계적으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비영리단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이를 지원하며, 동시에 관련 자원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총괄할 수 있는 정부조직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직으로서 공익위원회, 시민사회청 등의 도입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최근에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시민사회발전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시민사회 발전과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이 제정되기도 했다. 앞으로 이를 단초로 삼아 시민사회의 활성화와 투명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정부조직이 필요할 것인지, 필요하다면 어떠한 기능과 역할을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민사회 전체의 고민과 숙의가 필요할 것이다.

공동기획 |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재단법인 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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