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웹에서 성 착취 일어나지 않도록… 개발자·청소년에 ‘가이드라인’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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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디지털 성 착취 방지 웹사이트 ‘깨톡’ 만든 여성 개발자들

채팅 앱·웹 다수, 실명·성인 인증 無
신고 기능마저 형식적… 실효성 없어

IT 기업, 안전망 구축은 ‘의지 문제’
성 착취 방지 기능 도입 법제화 필요

‘n번방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폭력 방지 활동을 해온 사람들이 있다. IT 개발자, IT 서비스 기획자, 데이터 전문가 등 여성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위민두아이티(Women Do IT)’ 팀이다. 이들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예방 활동 단체인 ‘십대여성인권센터’와 공조해 웹사이트와 앱(app)을 모니터링하고 개선 권고안을 만드는 활동을 한다. 2018년 12월 자원봉사 형태로 모임을 구성한 뒤 매월 모니터링을 진행했고, 올해 1월 그간의 활동을 바탕으로 디지털 성 착취 방지 가이드라인을 정리한 웹사이트 ‘깨톡’을 내놨다. 지난 7일 위민두아이티 활동가 ‘됴’ ‘현승’ ‘갱’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이의 요청으로 사진과 실명은 공개하지 않는다.

여성 청소년 성 착취 문제, 여성 개발자가 해결한다

위민두아이티 팀원들은 모두 생업이 따로 있다. 됴는 “팀원 대부분이 직장에 이 활동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어서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효율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늘 메신저를 켜놓고 팀원끼리 소통하고 ‘행아웃’ 등 화상 통화를 통해 간편하게 회의를 하는 식이다. 갱은 “각자 담당하는 웹사이트나 앱에 접속한 채로 지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자원봉사가 아니라 ‘돈을 안 받는 두 번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위민두아이티가 시작된 계기는 지난 2018년 11월 개발자인 갱이 십대여성인권센터와 함께 연 ‘여성 개발자들은 온라인 청소년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워크숍이다. 당시 30여명이 참석했는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모임을 이어가던 사람들이 “함께 설루션을 찾아보자”며 만든 게 위민두아이티다. 갱은 “해법을 제대로 내놓기 위해선 개발자뿐 아니라 서비스 기획자도, 데이터 전문가, 피해 청소년 상황과 법 제도를 아는 활동가도 필요하니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승은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상황을 듣고 나니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앱과 웹사이트를 통한 아동·청소년 성 착취가 계속해서 발생하니 단체 측에서 해당 IT 기업들에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대요. 그런데 기업들에선 ‘활동가들이 IT에 대해 뭘 아느냐’는 식으로 무시하기만 한 거죠. 그래서 개발자들이 객관적으로 ‘정말 성 착취 방지가 기술적으로 힘든 건지 따져 보자’고 더 불타오른 거예요.”

모니터링을 통해 파악한 온라인 세상은 놀라울 정도로 허술했다. 됴는 “채팅이 가능한 앱과 웹사이트 대부분이 실명·성인 인증 기능이 없어서 청소년들이 아무런 안전 장치 없이 유입되는데도, 성범죄 방지 대책을 제대로 마련해 놓은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신고 기능이 형식적이라는 것이다. “‘접수됐다’는 답변 이후에 감감무소식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조치가 돼 봐야 가해자가 정지를 당하는 정돈데 아이디를 새로 만들면 되니까 아무 의미도 없죠. 앱상에 신고 버튼이 보이는 ‘아자르’ 같은 앱은 신고를 하면 되레 ‘허위 신고일 경우 신고자가 처벌받는다’는 회신이 와요. 청소년은 겁먹을 수밖에 없죠.” 이들은 “모든 앱과 웹사이트에 성범죄 방지 기능이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됴는 “‘저희 서비스엔 신고 기능이 있습니다’가 아니라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막고 있습니다’가 성립하는 기능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기준을 충족하는 서비스가 없어서 ‘깨톡’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어디에나 있는 n번방 “다 바꿔낼 것”

성 착취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모니터링을 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확인한 건 ‘수많은 n번방’이었다. “10대 여성으로 프로필을 설정하고 어떤 메시지가 오는지 들여다보면 금방 메시지가 와요. 성인인 걸 밝히면서도 ‘만나자’는 사람, 나체 사진을 보내달라는 사람…. 랜덤 채팅은 상황이 더 심각하죠. 대표적 예로 ‘아자르’는 영상 랜덤 채팅 앱인데, 연결되자마자 성기를 들이대는 사람, 신음 소리를 내거나 욕을 하는 사람이 셀 수 없을 지경이에요.” 더 황당한 건 가해자들의 반응이다. 갱은 “‘신고하겠다’고 말했더니 ‘음란 채팅 하는 X이라고 주변에 다 뿌린다’고 협박이 돌아왔다”며 “나는 성인이니 괜찮았지만 청소년들은 얼마나 무섭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1년 반이 넘도록 머리를 모아 지난 2월 드디어 ‘깨톡’을 공개했다. 깨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성 착취가 일어나지 않도록 서비스 개발자들이 고려해야 할 점을 담은 ‘For 서비스 개발자’ 메뉴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성 착취 피해를 보는 일을 방지하고 피해가 발생한 경우 신고할 방법을 담은 ‘For 청소년’ 메뉴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서비스 개발자 대상 가이드라인이다. 됴는 “팀원들과 십대여성인권센터 내부 전문가들과 함께 온라인상에서 성 착취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유형을 정리하고, 이를 어떤 기능을 만들면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도 가장 간편하게 방지할 수 있는지 고려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진·영상 공유 ▲전화·메시지 발송 ▲랜덤 사용자의 대화 요청 ▲정보 열람 기능을 제한하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갱은 “직업 개발자로서 확실히 말하는데 이 정도 기능 도입이 어렵다는 건 기업이 성 착취 방지에 조금도 비용을 쓰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청소년과의 성적 대화를 원하는 성인 유입을 수익 모델로 삼고 있다고도 의심하고 있다. 현승은 “다운로드 수가 많아지면 같은 앱 이름에 알파벳 하나만 더 붙여 새로 출시해 다운로드 수를 분산하는 식으로 심의를 피하는 채팅 앱도 많다”고 말했다. 다운로드 수 100만 건이 넘는 앱은 더 강한 심의를 받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메시지 수신 건당 몇백 원씩 돈을 받는 ‘채팅몬’ 같은 앱이에요. 용돈이 궁한 청소년이 계속 유입되고, 이걸 아는 성인이 몰려와 선정적인 메시지를 보내죠.”

이들은 “깨톡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현승은 “계속해서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며 IT 기업과 청소년들에게 깨톡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여성 청소년들에게 ‘불쾌한 일이 발생하면 도움을 받으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례가 접수되면 바로 십대여성인권센터와 연계해 도움을 받게 됩니다. IT 기업들에도 깨톡 가이드라인을 반영하라고 요구할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개발자들이 직접 검토했으니, 더 이상 ‘활동가들이 기술을 몰라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빈정거림은 통하지 않는다고요.”

정부의 법제도 개선 의지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됴는 “개별 기업을 규제하는 방식보다는 어떤 플랫폼을 통해서도 성인이 미성년자를 꼬여낼 수 없도록 하고, 채팅 서비스가 있는 모든 IT 기업에 기본적인 성 착취 방지 기능을 도입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 청소년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어요. ‘너희 잘못이 아니야.’ 그저 대화를 나누려고 들어갔던 채팅방에서 피해를 봤다는 사실 자체로 자신을 탓하는 아이가 많아요. 문제는 그걸 이용하는 어른과 IT 기업이죠. 또 청소년 성 착취를 수익 모델로 보거나, 혹은 방지 기술 도입을 ‘비용’으로 보면서 방관하는 IT 기업들엔 분명 언젠가 그 무책임함이 기업의 가장 큰 리스크로 돌아올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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