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벤처 투자와 육성, 한 기업 아닌 생태계 키운다는 마음으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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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아시아임팩트나이츠 릴레이 인터뷰] ②잉그리드 칼스타드 카타풀트 오션(Katapult Ocean) COO

지난 21~22일 제주 서귀포시 히든클리프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임팩트나이츠’ 참석차 방한한 잉그리드 칼스타드 카타풀트 오션 COO. ⓒ허재성 객원기자

해양 강국 노르웨이에서 최근 몇 년 사이 해양 관련 소셜벤처가 두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해양 분야 소셜벤처 투자·육성 기관인 ‘카타풀트 오션(Katapult Ocean)’이 내놓은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해양 분야 스타트업이 많은 나라로, 유럽 해양 분야 스타트업의 25%가 노르웨이 기업이다. 카타풀트 오션은 지난해 4월 설립됐지만, 이미 20여곳의 소셜벤처에 투자할만큼 규모를 키우고 있다. 또 촘촘하고 효과적인 육성 프로그램으로 짧은 기간에 임팩트투자 업계에서 주목 받는 ‘루키’로 떠올랐다. 지난달 21일 아시아임팩트나이츠 포럼에 참석한 잉그리드 칼스타드 카타풀드 오션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슬로서 3개월간 집중 트레이닝…모든 자원 동원해 소셜벤처 역량 극대화

―카타풀트 오션을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해양 분야 소셜벤처를 키우기 위해 투자·육성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엑셀러레이터다. 오슬로에 본사가 있고, 지금까지 24곳의 소셜벤처에 크고 작은 투자를 진행했다. 조만간 12곳에 신규 투자 유치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해상 운송, 해양 생태계 보호, 수산업 등 해양 관련 분야 소셜벤처에만 투자한다.”

―특별히 해양 분야만을 전문으로 한 이유는?

“유럽 전역에서 스타트업 흐름이 거세긴 하지만, 전문 육성 기관이 전 분야에 걸쳐 있는 건 아니다. 노르웨이는 해양 산업이 크게 발달한 나라다. 그래서 스타트업 중에서도 해양 분야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많고, 해양 산업에 투자하려는 의지가 있는 기업인이나 자산가도 많다. 바다를 중시하는 국민 정서 덕에 해양 환경을 보호하면서 기업 활동을 하는 소셜벤처의 가치가 인정받기도 좋은 환경이다.”

―다른 엑셀러레이터와의 차별점은?

“우리가 가장 중시하는 건 생태계 육성이다. 운송이나 생태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바다를 보호하는 기업활동을 하는 소셜벤처끼리 손을 잡는다면 기업의 성장뿐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의 잠재력도 커진다.”

―육성 프로그램도 차별화했다는 평가가 많다.

“일단 투자처로 선정되면 무조건 팀의 핵심 인력이 오슬로에 와야한다. 각 투자처에서 온 인력들은 함께 3개월간 훈련을 받는다. 한 마디로 우리가 가진 모든 네트워크와 자원을 활용해 이들의 성장을 돕는다. 예상 소비자나 분야 전문가를 만나 기술과 마케팅 등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고 후속 투자자와의 만남도 주선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런 네트워킹도 이뤄진다. 쉽지 않은 미션들이 주어지지만, 소셜벤처들의 만족도는 무척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네트워킹을 만들고 활용 가능한 자원을 찾는 일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겠다.

“그렇다. 엔젤이나 상업 투자자 등 다양한 영역의 투자자 확보부터 해양 분야 기술 개발 연구 지원금을 가진 대학이나 정부 관계자와도 협력할 방법을 찾는다.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을 함께할 수 있는 연구기관도 발굴한다. 해양 문제 해결이라는 큰 우산 아래에서 손잡을 수 있는 모든 재원을 적극적으로 연결하고, 이들과 소셜벤처를 엮어내는 게 우리의 중요한 미션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투자를 받은 소셜벤처뿐 아니라 전체 생태계가 커 나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체 해양 관련 스타트업이나 소셜벤처 현황에 대한 보고서도 내놓고 있다.”

―돈 버는 일이라기보단 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하하. 아주 중요한 지적이다. 소셜벤처는 물론 육성 기관도 돈을 벌어야 한다. 네트워크를 만들고 기업들을 오슬로로 초빙해 트레이닝을 제공하는 데 예산이 많이 든다. 다행히 노르웨이에는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자체를 지원하는 여러 자금이 있고, 그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우리의 투자자들은 육성이나 보고서 제작에 드는 비용도 넓은 의미에서 소셜벤처 대상 투자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제대로 투자하고, 이들이 성장하면 결국 큰 수익으로 돌아온다는 생각이다. 소셜벤처를 뽑아놓고, 성과를 못내면 결국 자원 낭비 아니겠나? 우리들은 투자자에게 지속가능한 수익을 보장할테니, 길게 보고 함께하자고 설득한다.”

카타풀트 오션의 대표 투자·육성 프로그램은 집단 육성을 의미하는 ‘엑셀러레이터 코호트’다. 특정 시기마다 10~12개 정도의 소셜 벤처를 모집해 한꺼번에 선발해 이들이 함께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사업 모델을 발전시킨다. 아시아임팩트 나이츠 포럼 사흘 후인 지난달 25일에도 ‘2019년 하반기 엑셀러레이터 코호트 프로그램’ 참가팀 12곳이 추가로 공개됐다. 해양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포장재를 개발하는 영국의 ‘오세아니움(Oceanium)’, 수산업 이익을 공평하게 나누는 유통 기술울 개발하는 케냐의 ‘라이노테크포임팩트(Raino Tech4impact)’ 등이 이름을 올렸다.

“기술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 ‘어떤 사회적 가치  만드는가’에 주목하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니 기술 기반 소셜벤처가 많은데.

“기술 기반 소셜벤처에 주목하는 건 사실이다. 스케일업하기 쉽고, 해양 환경오염 문제 해소와 같은 사회적가치를 크게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해서 투자를 하진 않는다. 중요한 건 ‘소셜벤처가 기술로 사회적가치를 만들 준비가 됐느냐’다. 해결하려는 문제가 일어나는 업계, 지역사회 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기술이 실제 쓰일 수 있는지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한 기술이거나, 기술 기반의 기업이 아니어도 사업 구조가 명확하고 사회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면 투자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면?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우선 기술이 뛰어나면서 사업지를 정확히 분석한 경우다. 올해 투자한 ‘아틀란스페이스’라는 회사가 있는데, 불법 어획을 감시하는 인공지능 탑재 드론을 개발한 소셜벤처다. 이들은 개발도상국의 불법어획 문제에 대해 꾸준히 연구를 진행해왔다. 현지 상황에 대한 이해가 기술과 제품에도 반영되더라. 물론 결과도 좋았다. 다른 하나는 기술 자체는 아주 새롭지 않지만 해결하려는 사회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 효과가 뛰어난 경우다. ‘레모라’라는 소셜벤처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레모라는 코스타리카 작은 마을의 어업 생산성을 늘리는 일을 한다. 효율적으로 물고기를 잡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중심이지만, 수익을 마을 전체에 잘 분배되도록 지역사회 기반의 연구를 치밀하게 진행했다. 어업 생산성 향상 기술을 가진 회사는 많은데, 이 기업은 현장 분석 측면에서 탁월했다.”

―그 외에도 인상깊은 투자처가 있나?

“한국 독자들이 노르웨이에 방문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탄소제로 크루즈를 만든 소셜벤처 ‘브림 익스플로러’를 소개하고 싶다. 탄소배출이 없는 무소음 선박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이 선박으로 노르웨이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탄소배출 문제뿐 아니라 소음을 없애 고래와 같은 바다 생물들의 스트레스를 없애는데도 신경을 썼다.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오로라나 고래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거다.”

―투자처 선정도 쉽지 않겠다.

“노르웨이 기반 투자사지만 전 세계 모든 소셜벤처에 열려 있다. 투자 유치를 원하는 소셜벤처는 셀수없이 많다. 서류 검토 과정에서 한 엑셀러레이터 코호트당 120곳을 우선 선발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전문 심사팀이 만든 질문지를 보내 보다 구체적으로 비즈니스 모델, 팀원 정보 등을 제공받는다. 이후 15분간의 짧은 인터뷰를 진행해 약 30개 팀를 남긴다. 최종 물망에 오른 팀들과는 1시간가량의 최종 면접을 진행한다. 모든 인터뷰는 비디오로 녹화되고, 내부 심사역과 우리와 함께 일하는 해양 운송, 수산업 등 분야 전문가 심사위원들과 논의해 최종 결정한다.”

―선발 과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자신들이 뛰어들고자 하는 시장과 만들어내고자 하는 사회적가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비전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팀원의 학력, 성별, 국적 등은 차별적인 요소가 투자 선정 과정에 들어가지 않도록 아주 조심한다. 우리가 투자한 소셜벤처 중에 여성이 대표인 기업이 25% 정도 된다. 일반적으로 해양 분야 스타트업의 여성 CEO가 10%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높은 수치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카타풀트 오션 창립자도 여성인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나?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로 해두겠다. 실력과 진정성 외엔 어떤 것도 고려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특별히 젠더 기반 투자를 진행하지는 않지만, 투자 분야에 여전히 남자 심사역들이 많고 의도치 않게 여성 기업가에겐 불이익이 돌아가기도 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심사받으면 투자 유치 성공률이 2배 이상 올라간다는 연구도 있다. 여성 의사결정권자가 많은 우리와 일할 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

―마지막 질문이다. 카타풀트 오션의 역할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초기 소셜벤처와 생태계의 위험을 떠안는 ‘리스크 캐피털’이다. 생태계 육성과 소셜벤처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는 이 한 단어로 설명된다.”

 

[제주=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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