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얼마 전 기획재정부의 ‘2019 세법개정안’이 발표됐다. 개정안에는 ‘공익법인의 공익성 및 투명성 제고’라는 주제로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여러 정책이 포함됐다. 가장 큰 구조적 변화는 지정기부금단체 지정 및 사후관리를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는 것이다. 기존에 주무 관청에 하던 지정기부금 신청과 의무 이행 보고를 국세청(소재지 관할 세무서)에 하고, 국세청은 사후 관리의 주체로서 단체에 기부금 모금·지출 세부 내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공익법인의 공시가 국세청 홈택스에서 이뤄지는 등 다수 자료가 국세청에 모이는 점을 고려할 때 국세청으로 지정기부금 신청 및 관리를 일원화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다. 문제는 위와 같은 제도 변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단체에 대한 각종 중복 행정은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참에 불필요한 중복 행정을 없애고 실질적인 감독이 가능한 곳으로 진정한 의미의 일원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
비영리법인은 설립에서부터 기본재산 처분, 정관 변경 등 단체 운영 전반에 대해 주무 관청의 감독을 받는다. 주무 관청은 매년 사업 계획 및 결과 보고, 예·결산 보고를 받아 단체를 관리·감독한다. 시민들이 모여 만든 결사체의 운영을 주무 관청이 감독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그나마 근거는 세제 혜택에 대한 국가의 관리 책무인데, 지정기부금단체 추천 및 관리 권한마저 국세청으로 이관된다면 이와 별도로 주무 관청이 비영리법인의 예·결산을 관리할 실익이 없다. 개정안과 같이 변화하는 경우 지정기부금단체는 국세청이 관리하고, 세제 혜택을 받지 않는 비영리법인, 특히 일반 사단법인은 회원들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큰 행정 비효율은 기부금품 모집 등록에 따른 등록청의 감독이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이하 ‘기부금품법’)에 따라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는 자는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하고, 모집 및 사용 등에 대한 등록청의 감독을 받는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세청이 기부금단체에 대한 지정 및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이와 별도로 다른 부처에 기부금품 모집을 등록하고, 모집 및 사용에 대한 감독을 따로 받아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부처 간 요구하는 서식이 다르고, 규제 내용도 상호 충돌한다. 예를 들어 기부금품법에서의 모집비용과 공익법인 국세청 공시에서 모금비용은 그 해석이 전혀 다르다. 공익법인 회계기준에서는 인건비가 모금비용 외에 사업수행비용에도 포함되지만, 기부금품 등록청은 대체로 인건비는 모두 모집비용에 포함하도록 한다. 위와 같은 차이와 비효율적 중복 체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행정 부담과 법 위반 위험은 모두 단체의 몫이다. 국세청의 관리를 받게 되는 지정기부금단체들을 기부금품 모집 등록 대상에서 제외하고, 기부금품법은 거리 모금 등 모금 방법에 대한 관리와 지정기부금단체 외의 단체나 개인들의 모금을 관리하는 체계로 개정돼야 할 것이다.
복잡하게 얽힌 여러 규제와 감독 체계에 대한 개선 없이 국세청의 감독만 강화할 경우, 풀뿌리 소규모 단체들은 운영비 부담으로 생존이 어렵다. 투명성과 공익성도 중요하지만, 비효율적 행정 체계로 인한 단체의 부담에도 귀 기울여 주기를, 자유로운 활동을 기반으로 보다 많은 시민들의 단체 결성과 참여가 확대되는 방안에도 힘을 쏟기를 바란다.
공동기획 |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재단법인 동천
–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