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방] 아름다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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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음 만난 날, 난 우리의 끝을 생각했어.’

대중가요 가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요즘 기업 사회공헌 분야에서 이런 종류의 파트너십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10년 이상 꾸준히 사회공헌 업무를 해온 기업 담당자들을 만나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영원한 파트너는 없다. 우리는 끝을 생각하고 시작한다.” 끝이라는 말이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 반대입니다.

수많은 국내 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다양한 형태의 사회공헌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빈곤과 분쟁으로 고통받는 해외 저개발국 주민들을 돕기도 하고, 쇠락한 국내 중소도시와 마을을 살리는 지역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인데요. 사업 기간이 종료돼 기업이 빠져나가면 그동안 쏟아부었던 모든 게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사태가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개발국에서는 기껏 지어놓은 건물이나 시설이 관리가 안 돼 폐허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무한정 도울 수는 없는 일. 그래서 기업들이 생각한 게 ‘아름다운 이별’입니다. 기업과의 협업이 끝난 뒤 파트너가 완전히 ‘자립’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철저하게 이별을 준비하자는 것입니다.

이달 초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바가모요 지역의 푸가요시 마을에서 뜻깊은 ‘이별식’이 열렸습니다. 기아자동차와 굿네이버스가 5년 전 건립해 운영해오던 푸가요시 중등학교에 대한 소유권과 운영권을 지역사회에 완전히 넘기는 이양식(移讓式) 행사였습니다. 저개발국에 건물을 지을 때 보통 준공식이나 완공식은 해도 이양식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에서는 이양식이 준공식이나 완공식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단순히 운영권을 넘기는 자리가 아니라, 파트너의 ‘진정한 자립’을 축하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사업 담당자들은 이날을 위해 최소 1년간 치밀하게 준비했습니다. 외부의 도움 없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주민들을 교육하고, 운영 노하우를 전수했습니다. 이양식을 했다고 완전히 끝난 건 아닙니다. 이후 5년간 모니터링을 하며 지역사회에 사업이 잘 안착하는지 지켜볼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나의 기업이 사회공헌 파트너를 만나 협업하는 과정을 ‘연애’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유의할 점이 있다면 ‘헤어질 걸 알고 시작하는 연애’라는 것이죠. ‘어떻게 잘 헤어질 것인가.’ 사회공헌 담당자들의 묵직하고 따뜻한 고민입니다.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장 blindlett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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