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멸종위기종인 검은코뿔소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성과연계채권(SIB·Social Impact Bond)이 내년 상반기 출시된다. SIB는 민간의 투자로 빈민 구제, 환경 보호, 공공 보건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을 수행하고 성과에 따라 정부의 공적자금으로 투자금과 수익금을 상환하는 금융상품이다. 야생동물 보전을 목적으로 SIB가 발행되는 것은 전 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 CNBC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동물학회(ZSL)는 내년 초 5000만 달러(약 590억원) 규모의 ‘코뿔소 임팩트 채권(RIB·Rhino Impact Bond)’을 발행한다. RIB는 5년 만기 상품으로 목표 달성 정도에 따라 투자자에게 수익금일 차등 지급하는 ‘성과 기반 지불(Outcome-based payment)’ 모델을 차용했다. 만기 시점을 기준으로 5년 전과 비교해 검은코뿔소 개체 수를 10% 늘리는 것이 목표다. 목표를 달성할 경우 투자자들은 수익을 챙기게 되지만, 개체 수 증가가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경우엔 수익률이 낮아지거나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구조다.
RIB는 영국왕립재단(The Royal Foundation)과 세계자연기금(WWF)을 비롯한 7개 야생동물보호단체가 연합한 야생동물연합(UfW·United for Wildlife)이 주도하는 국제 프로젝트다. UfW는 RIB의 투자금을 남아프리카·케냐의 5개 지역에 사는 검은코뿔소 보존·증식 사업에 쓸 계획이다. 1970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 6만5000마리가 살았던 검은코뿔소가 무분별한 밀렵으로 현재 5500마리 수준으로 급감한데 따른 조치다.
ZSL은 투자자들이 UfW의 검은코뿔소 보존활동을 감시하고 독려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기 시점이 되면 영국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목표 달성 정도에 따른 원금과 수익금을 상환할 예정이다. ZSL 관계자는 “동물보호단체들이 더 많은 야생동물을 지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돈의 가치를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IB는 2010년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지난달까지 25개 국가에서 132개가 발행됐다. 총 발행 금액은 4억3100만 달러(약 5090억원)다. 민간 투자로 정부의 예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민·관이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사업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정부와 민간이 나눠서 부담하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장지훈 더나은미래 기자 jangpro@chosun.com]–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