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4일
반지하 버섯 농장, 동사무소 마을 공방… 버려진 빈집 빌려 고치니 ‘생산적 공간’으로 재탄생
반지하 버섯 농장, 동사무소 마을 공방… 버려진 빈집 빌려 고치니 ‘생산적 공간’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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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지역을 살린다] ②인천 ‘빈집은행’

미추홀구 방치된 빈집
무상 임차, 수리해 쓰고 일정 기간 후 주인에 반환
집수리 기술 가르쳐 취업 연계… 빈집·청년 연결해 지역 재생

지난 5월 문을 연 인천 미추홀구의 ‘마을공방 빈집은행’ 앞에서 최환(맨 오른쪽) 빈집은행 대표가 마을공방 빈집은행에 입주한 청년 창업가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인천=이경호 C영상미디어 기자

인천 미추홀구에 새로운 명물이 탄생했다. 이름하여 ‘인천 송이향 표고버섯’. 미추홀구 곳곳에 방치돼 있던 ‘반지하 공간’을 활용해 재배하는 버섯이다. 반지하는 햇빛이 잘 들지 않고 습기가 많아 버섯 재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췄다. 여기에 방수·단열 공사를 하고 환풍시설과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나니 반지하 셋방이 번듯한 ‘도시형 버섯 농장’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미추홀구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버섯 농장이 16곳 있다.

반지하 공간에서 버섯을 재배해보자는 아이디어는 ‘빈집은행’ 청년들에게서 나왔다. 빈집은행은 16년째 미추홀구에 살고 있는 최환(35) 빈집은행 대표가 2014년 지역 청년 5명과 함께 시작한 프로젝트다. 미추홀구의 버려진 빈집을 일정 기간 무상으로 빌려쓰는 대신 깨끗이 수리해 집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최 대표는 “미추홀구 일대는 1980년대만 해도 인천의 주요 상권이었지만 인천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빠르게 쇠락해 빈집이 많아졌다”며 “‘우리에게 주면 깨끗하게 고쳐서 잘 쓸 수 있을 텐데’ 하며 아쉬워하다가 집주인들을 설득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빈집은행 멤버들은 빈집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알아낸 집주인 주소로 무작정 찾아가 ‘빈집을 3년 또는 5년 동안 무상으로 빌려주면 깨끗하게 고쳐서 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어렵사리 빈집 10채를 확보했지만 수리할 기술이 없었다. 멤버들은 주택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집 수리 기술을 배워 손수 빈집들을 고쳐나갔다. 3개월 동안 3채를 고쳐 빈집은행 멤버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했다. 당장 월세 부담이 없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찾아왔다. 버려진 공간을 살려냈다는 보람과 내 손으로 무엇인가 해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최 대표는 “빈집이 청년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면서 “빈집은행 프로젝트로 더 많은 청년을 미추홀구에 불러모아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2016년 미추홀구와 함께 시작한 청년 대상 ‘집수리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은 빈집은행을 더 많은 청년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수강생들은 빈집은행 멤버들과 함께 직접 빈집을 수리하면서 집수리의 A부터 Z까지 몸으로 배운다. 지난 3년 동안 매년 한 차례씩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는데 매번 수강 인원 20명의 세 배를 넘는 지원자가 몰린다.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나서 건축·인테리어·가구 제작 등 관련 업계에 취업한 청년도 있고, 미추홀구에 정착한 청년도 있다.

빈집은행의 활동이 자리를 잡자 발품을 팔며 집주인을 설득하지 않아도 ‘빈집을 고쳐서 써달라’는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습하고 어두워 주거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반지하 공간인 게 문제였다. 빈집은행 청년들은 반지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도시형 농장’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아무도 찾지 않아 쓸모없어진 반지하 공간을 생산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빈집은행이 버려진 반지하 공간을 고쳐 만든 표고버섯 농장. ⓒ인천= 이경호 C영상미디어 기자

첫 시험 품목이었던 상추는 반지하 환경에 적합하지 않아 실패했다. 이어 도전한 미꾸라지 양식은 저렴한 중국산 미꾸라지 공세에 밀려 접어야 했다. 이번에도 안 되면 포기하자는 심정으로 도전한 표고버섯 재배가 희망을 안겨줬다. 반지하에서도 잘 자라는 데다, 유통 수수료를 줄이면 대형할인점과의 가격 경쟁에서도 승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반지하 공간 16곳을 버섯 농장으로 고쳐 운영을 희망하는 지역 주민에게 모두 분양했다. 최 대표는 “버섯 사업이 잘되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버려진 반지하 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5월에는 미추홀구로부터 비어 있던 용현1·4동 동사무소 건물을 임대받아 ‘마을공방 빈집은행’을 열었다. 지하에는 청년 스타트업 10곳이 입주해있고, 1층에는 재봉틀, 3D프린터, 목재 재단·가공기계, 레이저 커터 등을 갖춘 메이커스페이스가 들어서 있다. 2층은 공유 사무공간으로 꾸며 더 많은 사람이 빈집은행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최 대표는 “6월 마지막 주말에는 이곳에서 100여 명이 참여한 도시재생 해커톤을 진행했다”며 “마을공방 빈집은행 공간이 도시재생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교류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빈집은행의 최근 관심사는 ‘대학 동아리방’이다. 인하대, 인하공업전문대, 인천대, 인천재능대, 청운대 등 미추홀구 인근에 있는 대학교 동아리들이 빈집을 동아리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빈집은행은 대학생들에게 빈집과 집 수리 교육, 소정의 재료비를 지원하고 집 수리 공사는 학생들이 직접 맡는다. 이런 식으로 동아리 20곳을 미추홀구에 유치해 함께 축제를 여는 등 다양한 지역 기반 활동을 벌일 생각이다. 최 대표는 “청년은 지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지역은 청년들 덕에 활기를 되찾으며 상생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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