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시청각중복장애인 전문 지원기관이 문을 열었다.
밀알복지재단은 17일 서울 강남구 밀알아트센터에서 ‘헬렌켈러센터’ 개소식을 열었다. 센터명은 청각과 시각을 모두 잃고도 가정교사 앤 설리번의 도움으로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장애인·여성 인권 보호를 위한 활동에 헌신한 헬렌 켈러(1880~1968)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날 개소식에는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과 시청각중복장애인 손창환씨를 비롯해 100여 명이 참석했다. 밀알복지재단은 “헬렌켈러센터를 통해 우리나라에 약 1만명 정도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시청각중복장애인을 위한 교육·연구·자활·상담 등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지난 2017년 발표한 ‘시청각중복장애인의 욕구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1개월 동안 한 차례도 외출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시청각중복장애인 비율은 전체 장애인과 비교해 3배나 높았다. ‘의무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비율도 전체의 33%에 달했으며, 70%는 ‘혼자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시청각중복장애인은 오직 촉감에 의지해 살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법적 지원이나 보호 제도는 거의 없어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헬렌켈러센터는 우선 사회에서 고립된 채 살아가는 시청각장애인을 발굴해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촉각수어나 촉점어 등 시청각장애인 특성에 맞는 언어 교육을 시행하고, 활동보조인과 통역사를 파견하기로 했다. 또 상담서비스를 제공해 시청각장애인·가족이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시청각중복장애인 관련 연구도 본격화한다. 외국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 실정에 맞는 지원 방법을 찾고, 시청각장애인과 가족의 욕구를 조사·분석해 실질적인 지원 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시청각장애인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과 권리 보호와 관련한 교재도 출간할 계획이다.
일명 ‘헬렌켈러법’이라고 불리는 ‘시청각장애인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지난 2월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헬렌켈러법’은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정보접근성 강화 ▲의사소통 지원 ▲활동지원사·시청각통역사 양성 및 지원 ▲중앙시청각장애인지원센터 설치·운영 등을 골자로 한다. 센터는 시청각장애인과 전문가 등 15명으로 구성된 ‘헬렌켈러 운영위원회’를 운영하고 공청회·세미나 등을 개최해 헬렌켈러법 제정의 필요성을 홍보할 예정이다.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은 “밀알복지재단은 헬렌켈러센터 개소를 시작으로 관련 법 제정을 촉구하는 활동은 물론 대국민 인식개선운동 등을 전개해 시청각장애인들의 인권 보장과 사회통합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훈 더나은미래 기자 jangp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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