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국내 첫 시청각중복장애인 지원기관 개소…”한국의 설리번 되겠다”

시청각중복장애인 손창환(오른쪽)씨가 촉수화로 의사소통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우리나라 최초의 시청각중복장애인 전문 지원기관이 문을 열었다.

밀알복지재단은 17일 서울 강남구 밀알아트센터에서 ‘헬렌켈러센터’ 개소식을 열었다. 센터명은 청각과 시각을 모두 잃고도 가정교사 앤 설리번의 도움으로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장애인·여성 인권 보호를 위한 활동에 헌신한 헬렌 켈러(1880~1968)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날 개소식에는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과 시청각중복장애인 손창환씨를 비롯해 100여 명이 참석했다. 밀알복지재단은 “헬렌켈러센터를 통해 우리나라에 약 1만명 정도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시청각중복장애인을 위한 교육·연구·자활·상담 등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지난 2017년 발표한 ‘시청각중복장애인의 욕구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1개월 동안 한 차례도 외출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시청각중복장애인 비율은 전체 장애인과 비교해 3배나 높았다. ‘의무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비율도 전체의 33%에 달했으며, 70%는 ‘혼자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시청각중복장애인은 오직 촉감에 의지해 살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법적 지원이나 보호 제도는 거의 없어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헬렌켈러센터는 우선 사회에서 고립된 채 살아가는 시청각장애인을 발굴해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촉각수어나 촉점어 등 시청각장애인 특성에 맞는 언어 교육을 시행하고, 활동보조인과 통역사를 파견하기로 했다. 또 상담서비스를 제공해 시청각장애인·가족이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시청각중복장애인 관련 연구도 본격화한다. 외국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 실정에 맞는 지원 방법을 찾고, 시청각장애인과 가족의 욕구를 조사·분석해 실질적인 지원 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시청각장애인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과 권리 보호와 관련한 교재도 출간할 계획이다.

일명 ‘헬렌켈러법’이라고 불리는 ‘시청각장애인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지난 2월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헬렌켈러법’은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정보접근성 강화 ▲의사소통 지원 ▲활동지원사·시청각통역사 양성 및 지원 ▲중앙시청각장애인지원센터 설치·운영 등을 골자로 한다. 센터는 시청각장애인과 전문가 등 15명으로 구성된 ‘헬렌켈러 운영위원회’를 운영하고 공청회·세미나 등을 개최해 헬렌켈러법 제정의 필요성을 홍보할 예정이다.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은 “밀알복지재단은 헬렌켈러센터 개소를 시작으로 관련 법 제정을 촉구하는 활동은 물론 대국민 인식개선운동 등을 전개해 시청각장애인들의 인권 보장과 사회통합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훈 더나은미래 기자 jangp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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