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2000명의 청소년, 롤 모델 멘토 만나 삶을 바꾸다

현대자동차그룹 ‘H-점프스쿨 대학생 교육봉사단’

 

지난 3년간 도움만 받던 청소년 멘티였는데, 이제 제가 ‘멘토’가 됐어요.

우즈베키스탄인 천나자(22)양은 2008년 한국에 왔다. 중학교 1학년이었지만, 한국말이 서툰 그녀는 초등학교 5학년 과정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했다. 나자양은 다문화 가정과 북한이탈주민 청소년이 모인 지역센터에서 공부하며 낯선 한국 생활에 적응해갔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든든한 멘토가 생겼다. 2013년, ‘H-점프스쿨 대학생 교육봉사단’에서 멘토 선생님을 보내준 것. 나자양은 언니, 오빠 같은 멘토 선생님과 일주일에 8시간씩 영어와 수학, 역사 과목을 공부했다. 그 결과, 그녀는 멘토가 재학 중인 한국외대에 합격해 새내기 대학생이 됐다. 이제 그녀는 H-점프스쿨의 대학생 멘토로서, 또 다른 다문화 청소년들의 ‘롤 모델’이 되려 한다.

나자양이 참가한 프로그램은 현대자동차그룹의 ‘H-점프스쿨 대학생 교육봉사단(이하 H-점프스쿨)’이다. H-점프스쿨은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청소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현대차가 올해로 5년째 진행해온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현대차는 사단법인 점프, 서울장학재단을 비롯해 경북대, 부산대와의 ‘민관학’ 협력으로 2013년부터 대학생 교육봉사단 550명을 배출해왔다. 전국에서 멘토링 혜택을 받은 청소년만 120여개 센터 2000여명에 달한다. 그 결과, 올해 봉사단 창단 5년 만에 최초의 ‘청소년 멘티 출신 멘토’까지 등장했다.

지난 23일,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발대식을 가진 5기 ‘H-점프스쿨 대학생 교육봉사단’. ⓒ현대자동차그룹
 
 

◇1년 320시간 교육 봉사…청소년-대학생-사회인 함께 성장

 
“1년간 만나게 될 많은 아이들에게 ‘장학샘(장학생+선생님)’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H-점프스쿨 5기 발대식’ 현장. 13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200명의 대학생 멘토들이 남색 유니폼을 갖춰 입고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서울·경기, 대구, 부산 지역에서 선발된 5기 봉사단은 앞으로 1년간, 일주일에 8시간 이상 각 지역 학습센터 청소년들에게 학습, 정서지원 멘토링을 실시하게 된다. 특히 서울, 대구 지역만 운영했던 지난 기수와 달리 올해는 부산 지역까지 확장해 총 800명의 저소득, 다문화 가정 청소년이 혜택을 받게 됐다.

H-점프스쿨은 시간당 2.5만원에 달하는 청소년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교육·사회적 격차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대학생들의 취업·진로 교육비, 지역아동센터가 교육비에 쓰는 비용 절감 효과까지 더하면 그동안 창출한 사회적 가치만 약 455억원으로 추산된다. 현대차 사회문화팀 최봉규 대리는 “교육 격차가 사회적 격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단법인 점프와 손잡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멘토로 참여하는 봉사단원들은 1년에 최소 320시간을 교육봉사에 헌신한다. 그 대신 사회인(임직원) 멘토들의 멘토링 혜택과 250만원의 장학금, 선발을 거쳐 해외 탐방의 기회도 얻는다. 단순 봉사가 아닌, 청소년 멘티와 대학생 멘토, 사회인 멘토가 세 축이 돼 함께 하는 ‘나눔의 선순환’ 구조다. 5기 봉사단원인 최민영(21·부산대 중어중문학)양은 “청소년에게는 멘토가 되어주고, 동시에 사회인 멘토의 멘토링과 장학금도 받는 순환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 좋아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화진(22·연세대 영어영문학)양도 “타 기업 교육봉사단 활동도 해봤지만, H-점프스쿨에서는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없는 사회인 멘토를 만나고 경험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했다.

미국 LA 현지로 해외탐방을 떠난 H-점프스쿨 대학생 교육봉사단 4기 학생들 ⓒ현대자동차그룹

 

◇단순 봉사 넘어 ‘나눔의 선순환’으로


H-점프스쿨의 목표는 학생들의 성적을 높이는 데 있지 않습니다. 청소년들이 자신감을 갖고, 어린 나이에 마음의 상처나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최봉규 대리)

H-점프스쿨의 가장 큰 차별점은 ‘지속성’이다. 단순 교육형이 아닌, 장기간 교감하고 소통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가깝다. 은초롱 사단법인 점프 운영총괄팀장은 “보통 다른 센터에 자원봉사자가 가면 아이들이 ‘어차피 선생님도 떠날 거잖아요’라고 한다더라”면서 “단기간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형태로 서로 오랫동안 지켜봐 주는 교육 지원을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4기 수료생 대표 한경제(22·고려대 국어국문학)양은 “같이 하는 동료 멘토들도 모두 봉사, 교육이라는 취지에 공감한 이들 위주로 모여 좋았다”며 “아이들이 공부 의지가 적고 상처나 우울감이 커서 다독이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그래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는 데 시간을 더 썼다”고 말했다.

덕분에 교육 봉사가 끝나도 ‘나눔의 선순환’은 이어진다. 수료한 멘토들이 취업 후 사회인 멘토로 지원하는가 하면, ‘가치 있는 일에 써달라’며 회사에서 받은 인센티브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 2016년에는 16명의 대학생 멘토들이 자발적으로 ‘기부 마라톤 프로젝트’를 진행해 200만원을 모금, 센터 청소년들에게 운동화 40켤레를 선물했다. 이날 발대식 행사와 함께 수료식을 가진 4기 대학생 멘토 125명은 받은 장학금을 십시일반 모아 청소년 멘티들을 위한 ‘푸른샘 장학금’을 조성해 전달했다.

은초롱 팀장은 “봉사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친구들도 ‘체인지메이커’가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며 “수료 후에도 자발적으로 길거리 고양이를 지키는 ‘해피캣’ 캠페인부터, 실제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해 개발협력 모델로 발전시킨 학생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은 팀장은 “봉사단이 ‘정말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보니 수료 후에도 취업 후 사회인 멘토에 지원하거나 응원, 기부 등으로 힘을 보태는 수료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민관학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강력한 파트너십’도 H-점프스쿨의 차별점이다. 최봉규 대리는 “단순히 재원으로 하는 사회공헌 차원이 아닌,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일에 관심이 있는 기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며 “진정성을 가지고 임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청소년들을 실제 변화시키는 데까지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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