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맡고 촉감 즐기는… 新장애인 여행 소셜벤처 ‘어뮤즈트래블’ 오서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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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얀마 ‘사이클론’ 쓰나미 현장 경험 후 장애인 어려움 눈떠
장애인 700명 만나며 ‘스리센스 투어’ 개발… 한 해 20여 곳 여행지 발굴

 

지난 17일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11개국이 출전하는 제10회 ‘아시아 소셜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한국 대표로 출전, 사회적 가치뿐 아니라 사업성까지 인정받고 돌아온 기업이 있다. 그 주인공은 여행사 ‘어뮤즈트래블(amuse travel)’. 일반 여행이 아니라, 장애인에게 특화된 여행상품을 제공하는 회사다. 대기업의 기획·관리까지 맡아 하며 잘나가던 샐러리맨 오서연(36) 대표가 이 도전의 주인공이다.

“수년간 국내외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2008년, 미얀마에 1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쓰나미 ‘사이클론’ 현장에서 봉사한 경험이 첫 시작이었죠. 당시 이재민들의 거처가 쓰레기장 근처로 옮겨져 후천적 장애인들이 급증하게 됐다더군요. 이분들이 마음에 걸려 휴가 때마다 미안마를 찾다보니, 자연스레 국내 어려운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도 생겼죠.”

어뮤즈트래블 오서연 대표 ⓒ어뮤즈트래블

하지만 장애인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던 지인이 “장애인 여행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했을 땐, 결정하기까지 반년이 걸렸다. 장애인 700명을 직접 만나보고, 10번 넘게 장애인들과 함께 놀이동산부터 바다여행까지 장·단거리 여행을 다녀왔다. 과거 회사에서 사업 가능성을 판단하던 ‘직업병’이 발동한 것이다. 그 결과, 도전에 자신감이 붙었다. 

“국내에만 250만명의 장애인이 있고, 일본에는 1500만명, 미국에는 4000만명이 있어요. 해외 장애인이 1년 동안 여행에 쓰는 돈이 평균 180만원이라고 해요. 이미 미국과 유럽 장애인들은 동남아 여행까지 즐깁니다. 국내 장애인들도 만나보니 정말 여행을 가고 싶어 했죠. 하지만 기존 장애인 여행들이 일반 관광 상품에 약간의 이동권만 확보해 내놓는 수준에 그쳐 불만이 많더라고요.”

새로운 여행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해결 실마리를 찾은 건 우연히 한 중도 시각장애인의 하소연을 들어주면서였다.

“그분이 ‘향기만 좋아도 되는데’, ‘누가 맛깔나게 설명만 해줘도 앞이 보였을 때의 추억이 떠올라 재미날 텐데’ 하시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죠. 비장애인인 저에게도 매력적으로 들렸죠(웃음).”

 

◇반년간 700명의 장애인 만나 시장 파악…국내 물론 해외 장애인들도 여행 신청 이어져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잘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에게 맞는 여행상품은 뭘까.’ 어뮤즈트래블은 이를 ‘스리센스 투어(Three Sense Tour, 청각·후각·촉각 등 감각을 이용한 여행)’라고 부른다. 일반 관광객이 천지암 코스를 방문해 폭포를 구경하는 여행을 즐긴다면, 시각장애인들은 폭포 소리를 즐기고, 주변 바위를 만져보고, 천지암의 향기를 맡는 여행을 하는 것이다. 오 대표는 그동안 향이 좋거나 맛이 독특한 특산품이 나는 지역, 장애인에 관한 이야기가 얽힌 곳 등을 찾아 1년간 20여개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특별한 여행을 소개하기 위해 점자 팸플릿 외에 조향사와 직접 여행지에 가 향을 맡고 ‘지역별 향수’까지 만들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 “눈을 감고 이 향을 좀 맡아보세요.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나죠? ‘제주 삼양검은모래해변’의 향입니다. 다른 향에선 깊고 진한 나무 냄새가 나는데, 이건 ‘전주 공기마을 편백나무숲’ 향이고요.”

사업 개시 첫해인 지난해, 어뮤즈트래블은 약 1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미국 최대 시각장애인 기관에서도 어뮤즈트래블의 ‘스리센스 투어’를 경험하기 위해 오는 4월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오 대표는 “기존 여행객의 90%가 다른 여행 상품을 문의해올 정도로 만족도가 높고, 장애인 당사자뿐 아니라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이 느끼는 감동도 크다”고 말했다.

“최근 첫 월급으로 장애를 가진 아버지에게 여행 선물을 했던 한 따님을 잊을 수가 없어요. 무기력했던 아버지가 여행 후 ‘살맛 난다’며 매일 같이 웃으시는 모습을 본다고 우는데, 그간의 아픔이 느껴져 함께 울컥했죠.”

 

◇장애인·비장애인 스스럼없는 여행 공유 플랫폼 이룰 것…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 개선 시급해

 

어뮤즈트래블은 오는 3월부터 세계 최대 공유 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 모델을 새롭게 재구성해 장애인 여행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관광지에 거주하는 비장애인들이 여행 가이드로 나서고 장애인 여행객이 이를 선택해 이용하는 것이다. 오 대표는 “장애 유형과 정도가 개인별로 달라 장애인 여행은 표준화되기 어렵다”며 “장애인에 대해 관심과 이해도가 높은 비장애 현지인들이 각기 다른 여행 상품을 제안하고 장애인 여행객들과 연결되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1호 가이드’로 핀란드에 거주하는 전직 간호사이자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한국인이 등록을 마쳤다. 어뮤즈트래블 직원들 모두 장애인 활동보조 자격증을 갖춘 데다 수화도 가능해 에어비앤비 근무자들처럼 직접 호스트로 활동하며 사업을 보완, 성장시켜 나갈 예정이다.

“장애인들이 자연스레 여행을 다니는 문화를 만드는 건 결국 돈이나 제도가 아닌,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입니다.”

오 대표는 “핀란드의 낡은 버스는 휠체어를 올리고 내리는 리프트 시설이 허름해도 승객들이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함께 탈 수 있게 돕는다”며 “반면 대한민국은 최신식 장애인 엘레베이터가 있어도 비장애인들이 타거나 그 앞에서 문을 막고 장사하는 등 인식이 그에 미치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현재 어뮤즈트래블에서 비장애인들이 일반 패키지 관광 상품을 구매할 때 수익의 일부를 장애인 관련 단체에 기부하는 것도 “기부 자체가 목적이기보다, 시민들이 장애인에 대해 관심 갖는 ‘첫 단추’가 돼 직접 후원까지 이르길 바라는 마음”에서란다.

우리나라 10명 중 1명이 장애인인데, 현재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어뮤즈트래블이 이들도 어디든 다니고 즐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도록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참여하는 ‘여행 사랑방’ 역할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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