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SK그룹 최태원 회장發 ‘사회성과 인센티브(Social Progress Credit)’ 프로젝트의 골자다. 최태원 회장은 2014년 옥중에서 펴낸 책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에서 사회성과 인센티브(이하 SPC) 개념을 처음 제안했고, 이듬해 SK그룹 차원에서 아이디어가 현실화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회적기업이 1년간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2회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 행사가 개최됐다. 지난 20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행사에는 SPC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101곳의 사회적기업가들이 모두 참여해 진풍경을 이뤘다. ☞사회성과 인센티브 1주년 기사 읽기
제2회 SPC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회적기업은 총 93개로, 지난해(44곳)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사회 성과 인센티브 추진단(공동단장 오광성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박태규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이들이 만들어낸 사회적 가치는 201억 원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은 사회성과 201억 원의 24% 수준인 48억 원을 인센티브로 지급했다.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어떻게 계량화할 수 있을까. 왜 SK는 사회성과인센티브 프로젝트를 시도했을까. 최태원 회장은 행사 토크콘서트에 패널로 직접 나서, SK가 ‘사회성과 인센티브’ 프로젝트에 주목하는 이유와 그간의 고민들을 풀어냈다. 토크쇼에서 눈길을 끈 최태원 회장의 발언을 정리해봤다.
어느새부터 세상에는 기업이란 형태가 존재했다. 경제활동이 상당히 중요하게 삶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경쟁을 통해 좀 이긴 기업이 다른 기업을 밀어내거나 인수하는 등의 형태가 자리잡았다. 경쟁의 척도에서 잘 적응한 기업과 아닌 기업이 나눠졌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역사가 짧았는데 빨리 성장하다 보니, 소화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많이 야기됐다. 이것을 해결할 방법이 현재 기업 내부에서는 잘 안 보인다. 기업이 단지 돈을 버는 도구로만 전락하는 것이 상당한 문제다. 기업이 좀 더 다른 방법으로 평가받을 방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목적화할 요인도, 인센티브도 부족하다.
나는 사회적기업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형태의 기업을 봤다.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것이 먼저인 기업이다. 그렇다고 영리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주어진 자본을 최대한 활용해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24시간 고민하고 진화하는 기업가들이다. 사회적기업이 만드는 사회적 가치는 재무적 가치와 전혀 다른 형태다. 마치 신이 인간에게 준 능력이나 재주가 다르듯, 기업을 평가하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
키 큰 사람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좋은 세상이 아니다. 공감 능력이 좋은 기업,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기업 등 이들이 존중돼야 사회가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나도 영리기업을 경영하지만, 재무적 가치로만 평가받는 것은 불만족스럽다. 종합적으로 평가받고 싶다.
우리는 사회적기업의 가능성을 보고, 이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돈으로 계량화했다. 일단은 사회에서 그동안 별로 평가받지 못한 가치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진짜 이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인지는 스스로에게도 질문하지만, 정답은 없다. 하지만, 기업 가치를 평가하기 시작한 것도 얼마 안 됐다. 20~30년 전만해도 기업을 사고판다는 개념이 잘 다가오지 않았다. 사회가 좀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면서 사회적기업을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사회는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보다 발생시키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다. 그러면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의 크기가 커지고, 발생하는 속도가 빨라질 테니 ‘풍요 속의 빈곤’이 될 것이다.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문제 푸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부가 사회문제를 푼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도 한몫 거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부족하다. 이러다보니 사회적기업이라는 전문 영역이 나오게 됐다. 내가 얼만큼 문제를 해결했는지 평가를 받고 움직인다면, 문제를 푸는 속도가 더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절대로 평가는 절대적이지 않다. 주관성이 들어가겠지만, 사회가 합의를 해서 필요하다면 평가 방법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평가만으로 끝나면 의미가 부족했다. 착한 일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했다. 이 일을 만약 정부가 했다면 세금을 더 걷어갔지 않았겠나. 사회적기업이 (착한 일을) 했다면 마이너스 택스(tax)를 주는 것이 적당하지 않을까. 이런 과감한 개념에 의해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보고, 인센티브를 경제적 가치(돈)로 지급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아직도 문제는 남아있다. 과연 얼마를 줘야하나, 그렇게 인센티브를 줬을 때 속도가 얼마만큼 달라질까. 아직 실험 단계지만, 이 일이 맞다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아닐까.
한편, SK는 지난달 24일 ‘사회적 책임’을 담은 기업 정관을 변경했다. 기업이 영리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가치까지 고려해야한다는 점을 목적화한 것. 수정된 정관에는 ‘회사는 이해관계자간 행복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하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현재와 미래의 행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회사는 경제 발전에 기여함을 물론,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 등의 내용이 추가했다.
이날 행사에서 최태원 회장은 정관 변경과 관련 “지금 시대는 나 혼자 이익을 추구한다는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입장을 밝혔다. 기업이 주주와 고객, 사회와 나눌 수 있는 공유 가치를 만들어내야한다는 것. 구체적으로는 “SK가 가지고 있는 자산, 대규모 인프라 등을 사회적 기업과 공유하면서 동반 성장할 것”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