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의 경험, 생리대가 필요한 소녀들에게 전해집니다
[사회문제를 보면 일자리가 생긴다-③]
여성용품 쇼핑몰로 저소득층 소녀돕는다
‘이지앤모어’ 안지혜 대표
여자라면 한 달에 한 번, ‘그 날’의 불편함을 겪는다.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월경일 때문에, 그리고 각종 통증과 불쾌한 냄새 때문에. 저소득층 소녀들은 생리대 가격 때문에, 매월 재정적 부담까지 느낀다. 이지앤모어는 ‘모든 여성’에게 ‘편리한 월경 라이프’를 제공해주는 것을 모토로 하는 소셜벤처로, 각자의 월경 라이프에 맞는 생리대를 맞춤형으로 주문하는 전문 쇼핑몰을 운영한다.
“직장 생활이 바쁘다보니, 생리대를 미리 사놓지 않았어요. 갑자기 월경이 시작되면, 급하게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것이 일쑤였죠. 그런데 남편이 아이디어를 줬어요.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싸던데 왜 비싸게 사느냐’고 하더라고요.”
◇나만의 맞춤형 생리대 주문 가능해…1+1 기부 상품도 제작
이지앤모어의 안지혜(31·사진) 대표는 본인의 경험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타깃은 2030대 직장 여성들. 아이템은 ‘각자의 월경 라이프에 맞는 생리대를 맞춤형으로 주문하는 전문 쇼핑몰’이다. 생리량에 따라 대형·중형·오버나이트 중 사이즈를 선택 및 추가 구성해 한 달의 패키지를 구매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제조사의 생리대, 면 생리대, 생리컵 등 다양한 월경용품들을 쇼핑몰에 소개하고 있다.
창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던 그녀는 생리대를 구매할 돈이 없어 대체품을 사용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회용 생리대를 5~6시간 동안 교체하지 못하거나, 사용 방법조차 모르는 소녀들이 많았던 것. 이에 안 대표는 비즈니스에 사회적 가치를 덧입힌 상품을 만들었다. 각자의 월경 라이프에 맞는 생리 용품 ‘모어박스’ 한 세트가 판매될 때마다, 저소득층 소녀들에게 생리대 1팩이 기부되는 시스템이다. 저소득층 소녀 1명에게 2개월 분의 생리대를 지원하는 기부형 상품 ‘이지박스’도 출시했다.
“지난해 4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생리대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소녀들의 이야기를 풀어냈어요. 이지앤모어의 비즈니스 방식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하는 ‘테스트 보드’이기도 했죠. 펀딩을 론칭한지 3일 후, SNS에서 ‘깔창 생리대’가 이슈화되면서 갑작스레 이지앤모어가 큰 관심을 받았어요. ‘공익적인 가치를 가진 비즈니스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펀딩 직후 하루 평균 매출이 300만원이 넘을 정도로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홈페이지 방문자 수도 급격하게 늘었다. 한 달간 진행된 크라우드펀딩에는 177명이 참여해, 목표 금액(273만원)의 233%를 초과 달성했다.
이지앤모어는 매출 속에 사회공헌이 결합된 비즈니스 구조다. 사업이 성장하면서 사회공헌도 확대되고 있다. 현재 이지박스는 부스러기사랑나눔회, 대전광역시 대덕구 주민센터, 부산광역시 사하구 주민센터, 밀알복지재단 등 파트너 단체를 통해 총 425명의 저소득층 소녀들에게 매월 생리대를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 저소득층 소녀들에게 기부한 ‘이지박스(2개월분의 생리대)’만 3695박스에 달한다. 생리대 기부 과정에서 올바른 생리대 사용법 및 성교육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최대 강점…좋은 뜻에 동참하는 제조사 늘어
전쟁터와 같은 인터넷 쇼핑몰 사업. 그럼에도 이지앤모어는 ‘모어박스’ 한 세트가 판매될 때마다 저소득층 소녀들에게 생리대 1팩이 기부되는 ‘원포원 시스템’을 위해 유통 마진을 일부 포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중의 인기를 올리며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안 대표는 ‘가격경쟁력’을 꼽았다. “좋은 취지에 공감하는 제조 업체들 덕분에 온라인 최저가와 경쟁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이지앤모어의 뜻에 동참하는 제조사, 생리대 브랜드가 갈수록 늘고 있다. 각자의 이윤을 조금씩 양보해 이지앤모어에서 판매되는 생리대 가격 단가를 확 낮춘 것. 현재 보통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릴리안 초흡수 중형 사이즈 1팩(16개입) 가격은 최저 2600원에서 최대 6300원 수준. 반면 이지앤모어 쇼핑몰에서는 27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저소득층 소녀들을 위한 기부에 동참하도록 가격 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주)깨끗한나라의 릴리안 브랜드 대리점을 시작으로 릴리안, 순수한면, 예지미인, 내츄럴코튼, 나트라케어, 좋은느낌 등 생리대 대표 브랜드들도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이지앤모어의 생리대 기부 시스템을 포인트 적립 방식으로 바꿨다. 산부인과 진료, 위생팬티 및 속옷 지원 등 생리대 외에 건강한 여성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전에는 모어박스를 1세트를 구매하면 생리대 1팩이 기부됐지만, 변경된 시스템에 따르면 300~1400 포인트가 적립된다. 이 포인트는 개인이 사용할 수 없고, 오로지 저소득층 소녀들을 위한 지원 활동에 사용된다.
올해로 창업 2년차인 이지앤모어는 ‘여성들에게 편리한 월경 라이프를 제공해주자’는 미션을 더욱 충실하게 풀어나갈 계획이다. 이지앤모어 쇼핑몰에서는 브랜드 종류에 따른 차별이 없다. A사의 생리대 패키지를 구매하더라도, B사의 샘플 생리대를 같이 제공한다.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가장 잘 맞는 생리대를 구매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월경컵수다회’ 등 대안 월경 용품에 대해 관심이 있는 소비자들을 모아 다양한 제품군을 직접 보고 경험담을 공유할 수 있는 이벤트도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지금은 시범 운영 중인 ‘정기 배송 서비스(각자 월경 주기에 맞춘 생리대 패키지를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것)’도 강화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이지앤모어가 매출을 올려야하는 이유는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저희 회사가 매달 돕고 있는 400여명의 아이들이 경제 생활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도와야 합니다. 생리대는 매달 사용하는 필수품이잖아요. 모든 여성들이 편리하고도, 긍정적인 월경 라이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달려나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