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모든 사람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김동찬 ‘만인의 꿈’ 대표 인터뷰

만인의 꿈에서 함께 생활하며 꿈을 찾는 청년(만꿈인)들의 모습. /만인의 꿈 제공
만인의 꿈에서 함께 생활하며 꿈을 찾는 청년(만꿈인)들의 모습. /만인의 꿈 제공

지난해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발표한 ‘전국 20대 사회인식’ 조사 결과는, 꿈을 잃은 우리나라 청년들의 현실을 반영한다. ‘청년’의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5.5%는 ‘취업난’ ‘스펙’ 등 취업 관련 단어를 꼽았다. ‘열정’ ‘청춘’ 등 청년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담은 긍정적 단어는 15.5%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72.5%)은 “삶의 무게가 무겁다”고 응답했다.

모두가 꿈 대신 취업을 이야기 하는 지금, 여전히 꿈을 꾸는 청년이 있다. 김동찬 ‘만인의 꿈(Man in Dream)’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만인의 꿈은 청년들이 자신의 꿈을 이룰 때 까지 주거와 교육을 지원하는 ‘창직인큐베이팅’ 회사다.

◇게스트하우스 아르바이트에서 사장까지…‘꿈을 찾아 나선 청년’

 

“같이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 친구들은 생존 때문에 하고 싶은 공부도 못하고 있는데, 대학원 친구들은 별 생각 없이 공부만 죽어라 하고 있는 거예요. 상황은 달랐지만, 두 쪽 모두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힘들어 보였어요.”

제대 후 대학원에 진학한 김대표는 혈혈단신으로 신촌에 발을 들였다.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게스트하우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그는 2년 동안 많은 청년 동료를 만났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을 책임지기 위해, 생업전선에 뛰어든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대학원에는 다니는 동기들에게는 동기가 부족했다. 어디로 나가야 할지도 모른 채 올라탄 교육의 쳇바퀴를 부지런히 돌리고 있는 이들이 다수였다. 이들의 간극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가 마음속에 간직했던 의문은 2년 후, 김대표가 창업을 하는 과정에서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했다.

“당시 일하던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의 신임을 얻어 지분을 조금 넘겨받았어요. 그동안 모아둔 돈을 밑천으로 청년들의 꿈을 찾아주는 스터디카페 ‘신촌대학교’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처럼 성공하지는 못했어요. 청년들에게는 ‘꿈을 꿀 여력’ 자체가 없더라고요. 그 다음 스텝으로 만든 게 ‘드림인턴’ 시스템이에요. 3개월 동안 청년들과 게스트하우스에서 24시간 함께 살며 숙식과 당장의 생활비를 해결해주면서 그들이 자신의 꿈을 구체화 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 위한 프로젝트였죠.”

드림인턴 1기에서 8명, 2기에서 10명의 청년들을 만났다. 3개월간 이들은 잠시 세상의 고단함과 떨어져 자신의 꿈을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인턴이 끝나고 사회로 돌아간 청년들은 다시 차가운 벽에 부딪혔다. 고작 3개월의 시간이 줄 수 있었던 것은 ‘달콤한 꿈’이었을 뿐, 현실을 바꿀 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4월 기간제한이 없는 창직프로그램 ‘만인의 꿈’을 시작했다. 함께 생활하는 ‘만꿈인’을 모집했고 이번엔 기한을 정해두지 않았다. 현재 14명의 만꿈인이 게스트하우스에 살며 게스트하우스 관리, 카페 관리, 인근 매장 도움 등 간단한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고 있다. 일자리 중개는 만인의 꿈에서 해 준다. 주거와 수입이 해결된 청년들은 나머지 시간을 온전히 ‘꿈’에 투자한다. 꿈을 좇는데 필요한 기회비용을 최소화 시켜주는 셈. 주해연(24, 서울 서대문구)씨 역시 만인의 꿈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진로변경의 기회를 얻었다. 만인의 꿈은 치위생학을 전공했지만, 목수가 되고 싶었던 주씨에게 목공작업에 필요한 공간과 기계를 지원했다.

이처럼 만인의 꿈에서는 걸어온 길과 완전히 다른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안정적인 주거와 생계비용이 보장돼있다는 것은 가장 큰 이점 중 하나이지만, 무엇보다도 ‘실패’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가능한 도전이다. 김대표는 “청년에게 실패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며,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실패 없는 결과’가 아니라 ‘실패를 딛고 일어설 힘’”이라고 말했다.

◇ 지속가능한 만인의 꿈을 위해

청년들의 꿈을 지원하려면 만인의 꿈도 지속가능해야 한다. 김대표는 만인의 꿈에 안정성을 가하기 위해 여러 투자자들을 만났다. 하지만 대답은 한결 같았다. 청년들의 꿈만 믿고 투자를 할 수는 없다는 것. 벤처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 필요했고, 김대표는 초기 투자비용이 크지 않으면서, 빠르게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매대사업’을 기획했다. 매대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창업지망생에게는 가장 빨리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창구가 됐고, 투자자들에게는 보다 높은 이자율을 담보할 수 있는 투자처가 됐다. 김 대표는 “은퇴 후를 고민하는 중장년층이 청년 창업가에게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생존 그 이상의 가치를 위해 창업합니다. 꿈을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열정도 남다르고요. 요즘 중장년층들이 은퇴 후에 자영업을 많이 고민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면 이들의 자본을 청년 창업가에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만인의 꿈_청세담_청년창업_취업_생태계

만인의 꿈은 ‘자립의 3단계’를 꿈꾸고 있다. 1단계는 꿈이 있는 청년들이 기꺼이 도움을 받는 단계다. 2단계에서는 여러 사람의 도움을 통해 일어 선 청년이 자신의 꿈을 이루며 홀로 설 수 있게 된다. 마지막 3단계는 그렇게 일어선 청년이 다시 첫 번째 단계의 청년들을 세워주는 것이다. 아직은 1, 2단계에 머물러있지만, 머지않아 다가올 3단계를 꿈꾸며 만인의 꿈은 오늘도 청년들과 만난다.

“청년들이 성장해서 더 많은 청년을 보살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선한 영향을 받는 이들이 계속해서 생겨난다면, 만인(萬人)이 꿈을 누리는 사회가 만들어 질 수 있지 않을까요?”

정한솔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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