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Your Eyes
[실명예방캠페인 ‘오픈 유어 아이즈’ (Open Your Eyes)] ④앞이 환해졌어요… 저도 의사가 될래요

영양실조·모래 등으로 해마다 15만명 실명 시골 가지뿔 지역에 안과 클리닉 세우고 MLOP 훈련센터 개원 수만명 실명 예방 방글라데시 다카공항의 출입구를 벗어나자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감쌌다. 몇 걸음 떼지 않았는데, 얼굴 위로 굵은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수도 다카에서 북서쪽으로 30㎞ 떨어진 가지뿔로 가는 길. 비좁은 2차선 도로 위로 몸체가 울퉁불퉁하게 찌그러진 차들이 뒤엉켜 있었다. 버스 앞문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부서져 덜렁거렸고, 깨진 창문에는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위태롭게 붙어있었다. 아이를 업은 여인들,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들이 지나가는 차량에 달라붙어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구걸하는 거예요.” 임영심 하트하트재단 프로젝트 매니저가 안타까운 얼굴로 창밖을 바라봤다. “방글라데시는 상위 5%가 부를 독차지할 정도로 빈부 격차가 심한 나라예요. 빈곤층 사람들은 동전 한 닢 얻기 위해 도로로 나와 구걸합니다. 위험천만한 일이죠. 방글라데시에는 교통체계가 없어서 사고가 비일비재합니다. 자동차의 찌그러진 상처만큼, 깨진 창문의 수만큼 많은 이가 목숨을 잃고 크게 다쳤습니다.” ◇안질환 치료할 전문인력 훈련센터 개원 시내를 벗어나 두 시간을 더 달렸다. 빈민들이 모여 사는 가지뿔 지역에 들어서자 집집마다 수북이 쌓아둔 쓰레기 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임영심 매니저는 “쓰레기를 모아뒀다가 고무·철 등을 골라내 팔면 가족의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이마저도 구하기 어려운 가정에선 아이들을 길거리에 버리곤 한다”고 말했다. 돌볼 사람 없이 버려진 아이들은 더 쉽게 질병에 노출된다. 특히 방글라데시는 해마다 15만명이 실명하는 나라다(한국 실명률 0.02%보다 25배나 높은 수치다). 뜨거운 햇볕과 모래

[실명예방캠페인 ‘오픈 유어 아이즈’ (Open Your Eyes)] ③국내 저시력 사업

흐릿한 세상 ‘사랑의 빛’ 절실 저시력 인구 5만7000명 독서확대기 보급 수 7년간 고작 2310대 전문교사 턱없이 부족해 “지도방법 터득할 길 없어” “작은 글씨는 아예 안 보이고 물건 형체는 흐릿하게 보여요. 사람을 구분할 때는 입고 있는 옷 색깔과 헤어 스타일로 판단하죠. 그래서 친구가 새 옷을 입고 오거나 머리를 자르면 못 알아보곤 해요.” 태어날 때부터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 눈이 빛에 약한 탓에, 낮에 마음껏 시내를 활보하지도 못한다. 가장 답답한 건 공부를 할 때다. 눈앞에 책을 바짝 붙여도 한 문단을 읽는 데 한참 걸린다. 저시력으로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임미진(21·경북 경산시)씨는 “다른 친구들이 1시간이면 공부할 분량에 꼬박 하루가 걸리니까 아무리 열심히 해도 대학 진학이 불가능할 것 같아 많이 울었다”고 했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돋보기를 신청해서 사용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저시력은 물체가 기울어져 보이거나, 주먹만 한 크기의 구멍을 통해서만 시야가 확보되는 등 사람마다 그 증상이 매우 다양하다. 단순히 물체를 확대하는 돋보기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 휴대용 독서확대기 역시 정부로부터 비용의 80%를 보조받아 사용해봤지만, 휴대폰 크기만 한 화면에 글자가 3개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아 오히려 더 불편했다. 컴퓨터 화면의 내용을 음성으로 바꿔주는 보조기기도 기억에 한계가 있어 꾸준히 사용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탁상용 독서확대기는 책 한 권의 3분의 2가 다 들어가고, 글자 크기와 바탕 색깔까지 모두 조절할 수 있어서 저시력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기기이지만, 가격이 300만~400만원대로 비싸기 때문에 지원하는 정부나 기업이

[하트하트 수술캠프 현장 르포] “눈에 이상 있는 분 모두 모이세요” 지팡이·아이 손 잡고 3시간 걸어와

탄자니아 음트와라 시내에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음티니코 디스펜서리'(마을 보건소)는 마치 시골 마을의 버스 대합실을 연상시켰다. 보건소 양철지붕 아래에 70명이 넘는 사람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지난 4월 11일 하트하트재단은 이곳에서 ‘트라코마 수술캠프’를 열었다. “눈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모이라”는 마을 리더들의 공지에 음티니코 마을뿐 아니라 먼 이웃 마을에서까지 환자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모두 지팡이를 들었거나, 아이 손을 꼭 잡고 주춤주춤 걸었다. 보건소 벽 흙기둥에 몸을 기댄 사다치(45)씨도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는 “두 눈이 희미하게 보여서 일하는 데 너무 괴로웠다”며 “마을 사람들이 (수술캠프)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찾아왔다”고 했다. 반가운 얼굴도 있었다. 트라코마로 실명된 부모 때문에 가장(家長)역할을 하던 라시디군이 부모와 함께 캠프를 찾았다. 라시디는 “행복하다. 엄마가 수술 잘 받고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음티니코 마을 이장인 모하메디(62)씨는 “오전 10시에 캠프가 열리는데 8시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며 “걸어서 3시간 이상 걸리는 마을에서 온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의료진 4명이 참여한 캠프는 시력 검사와 개별 진료, 수술 등으로 진행됐다. 10m가 훌쩍 넘는 거대한 망고나무 아래, 손으로 그려 붙인 시력검사표를 통해 시력 검사가 이뤄졌다. 시력 검사 결과를 들고 개별 진료소로 향하던 아샤(45)씨는 “눈 안쪽이 아파서 시력 검사표도 잘 보이지 않더라”고 했다. 아샤씨는 보건소로까지 50m가량을 아이의 부축을 받아 걸었다. 보건소 내부는 무척 진지했다. 진료실 의자에 앉은 사무에(42)씨 “내 눈에 정말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눈도 잘 보이지

[실명예방캠페인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 ②탄자니아 트라코마 예방사업

[더불어 함께 하트하트 재단] 위생교육·치료사업·예쁜 화장실 벽화까지… 환경 바뀌자 위생에 눈뜬 아이들 상황 열악 불구, 국제 NGO 활동은 전무… 예방 교재 8000부 공급 초교 화장실 10곳 신축 등 한 지역 5년간 프로젝트 질환·위생 인식 바뀌고, 발병률도 낮춰… 올해 수술캠프 통해 1500건 수술 계획 중 “음판고 와 큐온도슈와 은고니와 와 트라코마!(트라코마를 퇴치할 수 있는 방법!)” 하트하트재단 최수종 친선대사의 우렁찬 외침이 고요했던 시골 학교에 퍼진다. 곧이어 100여명 학생이 한목소리로 외친다. “얼굴을 잘 씻자!” “주위환경을 깨끗이 하자!” 4월 10일 오후 3시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음트와라주(州) 남벨레케탈라초등학교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이 학교는 지난해 하트하트재단에서 진행한 트라코마 예방사업으로 깨끗한 화장실을 선물 받은 곳이다. 이날은 아이들과 함께 이 화장실 벽면에 트라코마 퇴치법이 담긴 벽화를 그리고, 더불어 위생교육까지 이뤄졌다. 20시간의 긴 비행 끝에 마침내 탄자니아 아이들을 만난 최수종 대사는 “어디에서 살고 있든 아이들의 꿈은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며 “그 꿈의 바른 안내자 역할을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세이라(15·초6)양은 “손과 얼굴을 깨끗이 씻어야 하고, 눈에 이상이 있으면 바로 의사 선생님께 가서 보여줘야 한다는 걸 배웠다”며 “화장실이 생겼을 때도 너무 기뻤는데, 예쁜 그림을 그리니 더 좋아요”라고 했다. ◇트라코마, 실명 일으키는 무서운 전염병 ‘트라코마(Trachoma)’는 전염성 각결막염의 일종으로 심각한 시력 장애와 함께 실명을 일으키는 무서운 병이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이 병은 전 세계에 흔하디흔한 질병이었다. 선진국에선 1950년대 이후 자취를 감췄고, 현재

백내장·녹내장…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몰라 실명예방·기초보건 위생교육

캄보디아 씨엠립 초교 7곳서 아웃리치(현장 상담·교육) 실시 탁자 앞에 기다랗게 줄을 선 아이들. 차례대로 입을 벌려 비타민 알약을 삼켰다. 한 손에는 쌀 포대를, 다른 한 손에는 빵·사탕·연필이 든 비닐봉투를 든 채.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하트하트재단과 (주)구리청과는 지난 3월 21일부터 사흘 동안 캄보디아 씨엠립(Siemreap)주 쏘니쿰 지역 초등학교 7곳에서 아웃리치(outreach·현장 상담 및 교육)를 실시했다. 이번에 이뤄진 프로그램은 실명예방과 위생교육으로, 총 2997명의 아이들이 건강한 눈을 유지하는 방법을 배워갔다. 14살 르은뻿은 지난해부터 한쪽 눈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쇠로 만들어진 총알이 눈 속에 박혀 상처를 냈던 것이다. 병원까지 거리가 멀고, 교통비도 없어 한참 후에나 치료를 받았다. 이물질은 제거했지만, 사후 치료를 받지 않아 후발백내장으로 한쪽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5년 전부터 학교도 그만뒀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 공부를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심각한 상태인 줄 몰랐어요. 아프단 말도 별로 안 했고, 학교도 그냥 가기 싫다고 말했거든요.” 르은뻿의 엄마가 눈시울을 붉혔다. 캄보디아에서는 자녀가 백내장, 녹내장 등의 증세를 보여도, 이것이 심각한 안질환인지, 치료가 필요한지도 모르는 부모가 대부분이다. 기초보건위생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트하트재단은 단순히 비타민과 영양식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보건소 인력과 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실명예방 및 위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을 받은 이들은 학교와 마을로 돌아가, 안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발굴해 앙코르 어린이병원 안과 클리닉으로 보낸다. 최근 르은뻿이 안과 검진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하트하트재단이 꾸준히 진행해 온

[실명예방캠페인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 ①캄보디아서 백내장·사시<斜視> 치료… 안과 의술 전수도

하트하트재단 실명예방캠페인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 구리청과·코이카와 하트하트 재단이 힘 모아 아동실명예방 사업 펼쳐 안과클리닉 완공식 열어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실명과 저시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인구는 2억8500만명에 달합니다. 실명인구의 90%는 저개발국가에 살고 있는데, 그중 80%는 적절한 치료만 있으면 실명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눈의 가벼운 상처를 제때 치료하지 못하거나, 간단한 예방접종을 하지 못해 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가난과 질병은 고통 속에서 대물림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하트하트재단은 실명예방 캠페인,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를 진행합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빛을 찾은 아이들. 그 첫 번째 기적은 캄보디아에서 시작됩니다. 편집자주 “Open your Eyes(눈을 떠보세요)!” 열두 살 사탸(Satya)가 무겁게 내려앉은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린다. 수술 부위가 따끔거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검은 눈동자가 서서히 드러났다. 시력 측정을 마친 사탸가 만족스러운 듯 활짝 웃어 보인다. “학교 가면 친구들이 만날 놀렸어요. 사시에다가 눈도 잘 안 보인다고요. 이젠 저도 당당하게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됐어요. 너무 기뻐요.” 지난 3월 23일, 캄보디아 씨엠립(Siemreap)주 앙코르 어린이병원에서 안과 클리닉 완공식이 열렸다. 백내장, 녹내장, 사시 등 안질환을 앓는 아이들로 가득하던 캄보디아에 희망이 찾아왔다. 부모들은 아픈 아이를 데리고 꼬박 하루를 걸어왔다. 진료를 받기 위해 반나절을 기다려도 힘든 기색조차 없었다. 이제 곧 앞을 보게 될 거란 희망이 그들 얼굴에 가득했다. 이는 하트하트재단이 (주)구리청과와 함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글로벌 CSR 프로그램으로 아동실명예방사업을 진행한

“두 눈이 나으면 학교에 가서 마음 껏 책을 읽고 싶어요”

하트하트재단 캄보디아 실명 예방사업 현장 열두 살 ‘초이 쁘럭’ 다섯 살 때 백내장 앓아 치료비 없어 치료 못 받아 캄보디아 여성 대부분 풍진 등 예방주사 못 맞아 선천적 백내장 많이 앓아 1분에 1명씩 시력 잃어 벌판 위로 뿌연 모래 바람이 일었다. 뜨거운 햇살에 피부가 욱신거렸다. 캄보디아의 씨엠립(Siemreap)주에서 한 시간 떨어진 꼬스머 마을에 들어서자, 더위에 축 늘어진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흙먼지를 옷에 가득 묻힌 열두 살 초이 쁘럭(Choi Phruck)이 맨발로 뛰기 시작했다. 나무로 사방을 덧대어 만든 판잣집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쁘럭 엄마는 탁자 위에 가득한 먼지를 한참 동안 손으로 털어내더니, 고개를 돌려 미소를 건넸다. 낡은 의자에 걸터앉은 쁘럭은 눈을 계속 찡그렸다. 다섯 살 때 몸에 열이 나더니 갑자기 앞이 잘 안 보이기 시작했다. 눈을 크게 떠보고, 손으로 비벼도 봤다. 뿌옇게 흐려진 앞은 밝아지지 않았다. 후발백내장(수정체가 혼탁해져 앞이 잘 안 보이는 것)이었다. 3년 전부터는 학교에 가는 날보다 안 가는 날이 더 많아졌다. 그마저도 매번 엄마가 데려다 줘야 한다. 쁘럭은 “글씨를 읽을 수 없게 돼서 제일 속상해요”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캄보디아에는 쁘럭처럼 눈에 질병을 가진 아이들이 많다. 선천적 백내장은 물론 외상 등 후천적인 영향으로 한쪽 눈을 잃거나 약시(교정시력이 나오지 않는 상태)가 된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까운 곳에 병원이 없는 데다 치료비가 없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쁘럭네 가족은 총 8명이다.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