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아동 학대 예방은 어른들의 몫… ‘착한 신고’ 활성화에 앞장서야”

‘아동 학대 착한신고 캠페인’ 선포식… 김소현·손준호 부부 등 홍보대사 위촉 “우리 어른들은 아동 학대 예방이 모두의 책임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아동 학대 예방과 학대받는 아이들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결의합니다.”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 결연한 다짐이 울렸다. 오른손을 앞으로 향하고, 무대에 선 19명의 어른은 “내 자녀만이 아니라, 주변의 아이들, 우리의 아이들에게 학대가 없도록 늘 예의주시하고, 의심 시에는 기관에 즉시 신고하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읽어내려갔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위탁 운영하는 3개 민간단체(굿네이버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세이브더칠드런)가 공동 주관한 ‘아동 학대 착한신고 캠페인’ 선포식 현장이다. ‘착한신고 캠페인’은 민·관이 함께하는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이다. ‘아동 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및 ‘개정 아동복지법’의 시행을 앞두고, 아동 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오는 12월까지 진행될 이번 캠페인은 온·오프라인상의 활동을 통해 모든 국민이 아동 학대 신고 의무자라는 것을 알리고, 아동 학대 신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할 계획이다. 좀 더 손쉬운 아동 학대 신고를 위해, 아동 학대 예방을 위한 ‘착한신고’ 애플리케이션도 공개됐다. 앱을 내려받아 실행하면 아동 학대를 바로 신고할 수도 있고, 교육이나 학대 징후 발견 등에 대한 자료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선포식에서는 정부와 민간단체, 경찰, 부모, 의사, 간호사, 교사 등 각 신고 의무자 군을 대표하는 시민이 ‘착한신고 시민 홍보대사’로 선정됐다. 뮤지컬 배우 김소현·손준호 부부와 의사 여에스더·홍혜걸 부부는 국민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행사에는 보건복지부 장옥주 차관,

신고 폭증·예산 삭감·상담원 줄사표… 아동 학대 특례법, 왜 만들었나요

학대 받는 아동, 홀대 받는 보호기관 ‘아동학대는 범죄’란 취지로 특례법 시행… 신고 건수 늘었지만 상담원 수는 그대로 기관당 3억으로 하향 평준화된 예산… 지자체 1억 5000 이상 지원할 이유 없어져 ‘아동 학대는 더 이상 사소한 가정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범죄다. 이제 아동 학대 사건은 국가 공권력이 개입한다.’ 이런 취지를 담은 ‘아동 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 학대 특례법)이 29일 드디어 시행됐다. 울산 울주군 서현이 사건(작년 10월)과 칠곡 계모 사건(올 4월)으로 떠들썩한 지 반년 만이다. 아동 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5분 내 즉각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피해 아동과 학대자를 분리하고, 의료기관이나 보호시설로 데려가는 등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후 판사는 아동 학대자의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아동 학대로 중상해를 입혔거나 상습범에 대해서는 친권을 박탈할 수 있다. 가해자 형사처벌도 가능해졌다. 법 시행을 앞둔 지난 22일, 서울가정법원은 검·경, 지자체, 아동보호전문기관, 가정위탁센터, 국선 보조인 등 관계기관 간담회를 열었다. 법무부는 “사법기관이 아동 학대 가해자 처벌뿐만 아니라 피해 아동 보호에도 적극 나서게 됐다”라고 밝혔다. 과연 이제 우리나라의 아동 학대 문제는 해결의 첫 단추를 채운 것일까. 현장의 답은 “전혀 아니다”이다. ◇죽어나는 현장… “더 이상은 못 한다” “정부한테 한번 묻고 싶어요. 아동 학대 보호한다고 말은 해놓고 대체 뭘 하느냐고.”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현장 관계자 A씨의 말이다. 법 시행을 앞두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초비상이 걸렸다. 아동 학대 신고 건수가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⑦·끝 “가족 회복 공들이지 않고 신고 처리 급급한 한국… 40년 전 미국 보는 듯”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7·끝)미국의 사례로 살펴본 우리나라 아동보호 체계 개선 방향- 원혜연 한국심리극·예술치료연구소 소장 인터뷰  더나은미래는 지난 4월부터 ‘아동보호 예방 체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기획 시리즈를 연재했다. 전문가들은 “전국 51곳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 300여명이 아동보호에 관한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현 시스템이 아닌, 장기적인 시각으로 아동보호 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40년 전,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했던 미국은 어떨까. 1974년 미국에서 ‘아동학대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을 당시, 미국 또한 우리나라처럼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현장 조사와 상담을 함께 해왔다고 한다. 이 방식의 한계가 지적되면서, 차츰 지금의 아동보호 체계로 자리 잡았다. 숭실대 사회복지학 석사, 미국 뉴욕대 연극 치료 석사를 전공한 후, ‘뉴욕아동센터’ 아동학대 예방 프로그램에서 사회복지사로 5년간 근무한 원혜연(43) 현 한국심리극·예술치료연구소 소장을 만나 우리보다 앞서 같은 고민을 거쳐 간 미국의 아동보호 체계를 물었다.(‘뉴욕아동센터’는 1953년 설립된 비영리기관으로, 아동학대, 우울증, 약물중독 등에 대해 아동과 청소년 및 가족에게 심리치료, 약물검사 및 예방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사회복지 기관이다. 뉴욕시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편집자 ―미국의 ‘아동보호 체계’가 궁금하다. 어떤 구조로 아동학대 보호 및 사후 대처가 이뤄지나. “‘국가가 하는 역할’과 ‘민간기관이 하는 역할’이 철저히 분리돼 있다. 모든 아동학대 신고는 각 주·도시에 위치한 아동학대 관련 공공기관인 ‘아동보호국’(CPS·Child Protective Services)으로 보내진다. 아동보호국에서 현장조사를 하고 학대인지 아닌지, 예방조치가 필요한지를 결정한다. 가해자로부터 시급히 아동을 분리해야 하거나 가해자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⑥ 24세 상담원, 폭행 진술·폭언에 트라우마 “학대 부모와 아동의 삶, 제가 감당하긴 너무 버거워요”

[아동학대 예방체계, 이대로 괜찮은가] (6)현장 떠나는 아동보호상담원 “일단 나부터 살고 봐야겠다 싶어서 그만뒀어요. 계속하다간 제정신이 아닐 것 같아서….” 박지연(가명·26)씨는 지난달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떠났다. 입사 후 2년 4개월 만이었다. 2012년 3월, ‘아이들이 아주 좋아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는 박씨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들어갔다. 한 달간의 수습기간, 3주에 걸친 ‘100시간’ 교육을 받자마자 실전에 투입됐다. 24세 사회 초년생 앞에 ‘어마어마한 사례’들이 쏟아졌다. 의붓오빠에 의한 성 학대 사례, 심각한 정도의 신체 학대, 방임…. 더욱 힘든 건, 가해자들을 만나 학대를 조사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가해 의심자나 피해 아동과 어떻게 의사소통하는 게 맞는지, 내가 내리는 ‘학대’ 판정이 맞는지 틀린지 불안했어요. 3주간 받은 교육은 행정적인 법 체계나 DB 입력법을 익히는 것이 주였고요.” ‘자녀를 학대한 부모와 아이를 분리해야 한다’는 결정을 해야 하는 것도 감당하기 버거웠다. 박씨는 “사회복지사인 내가 한 아이의 인생을 결정한다는 게 무거웠다”고 했다. 분리하면 한 대로 “네가 가정을 파탄냈다”는 폭언과 협박이 따라왔고, 가정에서 보호하기로 결정하면 ‘혹시 아이가 잘못되는 건 아닐지’ 늘 불안했다. 2년 4개월 동안 담당했던 아동 학대 사례는 총 142건. 한 달에 새로운 학대 사건이 최소 6건 생겨난 셈이다. 부족한 인력, 야근은 당연지사였고, 주말에도 전화기를 잡고 동동거려야 했다. 새벽 2~3시에도 신고받아 나가는 일이 수두룩했다. 심리적 보상도 없었다. “아동 학대 사건에 개입을 잘해서 ‘우수 사례’라고 생각했던 게 딱 한 건이었거든요. 그런데 또 재신고가 들어오더라고요. 인력이 너무 부족하니 몸은

‘팀’ 꾸려 아동학대 판정·신고… 의사 개인 부담 줄어 신고 늘 것

아동학대 제도 개선 전문가 심포지엄 “의료인은 아동 학대 발견의 최전선에 있음에도 신고율이 너무 낮았다. 교육이 부족했던 것도 원인이지만 가족 반응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아이를 진료한 사람이 ‘의사 한 명’일 경우 누가 신고했는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병원마다 ‘학대아동보호팀’이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다. 모호한 사례가 있을 때 다 함께 검토를 하고, 신고를 할 때에도 팀을 통해 조처를 해 의사 개인이 판정하고 신고해야 하는 부담을 덜게 하면 신고율을 높일 수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열린 ‘아동학대 조기발견과 제도개선을 위한 전문가 심포지엄’. 대한소아응급의학회, 한국아동복지학회가 주관하고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소아과·응급의학과 의사, 아동 전문가 교수, 아동보호 전문기관 현장 및 정부 관계자 등이 처음으로 한데 모여 ‘체계적인 학대 아동 보호 체계’ 구축을 위한 각자의 역할을 논의한 자리였다. 곽영호 서울대 응급의학 전문의는 “미국에서는 학대아동보호팀장이 응급실에 상주해 아동 학대 여부를 바로 검토하고, 아동 학대 사망 사례를 보고하는 체계를 갖춰 18세 이하 아동의 죽음에 대해서는 원인을 검토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현재 62개 병원에서 ‘학대아동보호팀’을 두고 있지만, 절반 이상이 유명무실할뿐더러 ‘전담팀’ 역사가 20여년 된 서울대의 경우도 지원이 부족하고 훈련된 전문가가 부족해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학대를 당한 아동이 큰 병원을 찾는 일은 드문 데 반해 ‘학대아동보호팀’은 큰 대학병원 위주로 갖춰질 수밖에 없는 문제를 두고 ‘학대아동보호팀’이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정익중 아동복지학회 교수는 “시·군·구 차원, 최소한 한 개 이상의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⑤ ‘신고의무자’ 책임 묻기 전 예방 교육 먼저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5)신고의무자, 촘촘한 안전망 역할 하려면 ‘상세 불명의 두개골 내 손상’ ‘대퇴부 골절’ ‘양쪽 손·발 2도 화상’…. 지난해 10월 계모의 학대로 세상을 떠난 울주군 서현양의 병원 진단 기록이다. 여덟 살 아동이 “그냥 다쳤다”기엔 석연찮은 부분이 많았다. 불볕 더위에도 긴 소매 옷을 입고 등교했고, 육안으로 멍 자국이 보였으며, 잦은 결석이나 지각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초등학교 교사 2명, 병원 의사 2명, 간호사 1명, 학원장과 학원교사 2명 등 총 7명이 서현양의 학대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현행법상 모두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유치원집 및 학교 교사·의사 등 신고의무자들의 아동학대 신고율이 30%대에 그친다. 지난해 12월 3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 특례법)’과 개정된 아동복지법이 통과된 이후, 정부는 “신고의무자 역할을 강화시켰다”고 발표했다. 교사·의료인 등 22개이던 신고의무자 직군도 24개 직군 140만명으로 확대하고, 300만원이던 과태료도 500만원으로 올렸다. 과연 이 특례법이 시행되면 ‘제2의 서현이’는 주변 안전망을 통해 걸러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법안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3가지 맹점을 잘 극복해야 한다고”고 주장한다. ◇맹점 1. 신고의무자 증명 어떻게 할까… ‘몰랐다’고 하면 땡? “한번은 ‘어떤 집에서 부부 싸움을 심하게 해 아이들이 걱정된다’며 기관으로 신고가 들어왔다. 부모 모두 알코올 중독이었다. 현장에 가보니 엄마가 싸우면서 던진 유리병이 깨져,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여자아이의 팔뚝에 깊이 박혔다. 응급수술을 하러 병원에 가보니 둘째는 머리가 빡빡 밀려 있었고 초등학교

국고 지원·인력 확충 문제… 올해 안에 해결해야 희망이 보인다

51개 아동단체 공동 성명서 발표 지난 22일 굿네이버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세이브더칠드런을 비롯한 51개 아동단체가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지자체로 이양했던 아동학대 예방 및 보호 업무를 국가로 환수하고, 부족한 인프라를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는 것. 이 단체들은 성명서에서 “지역에 따라 아동 한 명당 학대 예방 예산이 5배 이상 차이가 난다”면서 “오는 9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이를 위한 정부의 추가 예산이 모두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아동학대 신고는 2012년 1만943건에서 2013년 1만3076건으로 증가했지만, 아동보호 전문 기관은 전국 50개, 상담원은 375명에 불과하다. 학대 피해 아동을 위한 전문 시설은 전국 36곳으로, 이중 심리치료 인력이 배치된 곳도 5곳뿐이다. 이에 단체들은 ▲아동보호와 학대 예방 업무를 국가 사무로 환수하고 국고 지원 ▲아동보호 전문 기관당 최소 15명 상담원 충원 및 아동보호 전문 기관 전국 100개소 확대 ▲학대 피해 아동 긴급 보호 여건 마련 및 치료 인력 배치 ▲아동보호 전문 기관에 법률 조력인과 전담 경찰관 배치 등을 올해 안에 시행해야 할 긴급 과제로 제시했다.

학대받는 아동 놓고 중앙정부·지자체 책임 떠밀어

아동정책조정위원회, 6년 만에야… 돈줄 쥔 기재부 요지부동 보건복지부 종합 대책 발표했지만 예산 알맹이 빠져 있어 신고 의무자 교육·가해 부모 상담 민간 위탁 기관 부담만 가중 예산 지자체마다 들쑥날쑥 지방 이양 후 학대 아동 141명 사망 지난 2월 28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제5차 아동정책조정위원회’가 열렸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 번도 열리지 않은 회의였다. 2007년 제4차 위원회 이후 6년 만이었다. 이날 위원회에는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 이복실 여성가족부 차관, 서남수 교육부 장관 등 아동 관련 단체의 장관 및 아동 분야 민간 전문위원 10명이 참석했다. “아동학대 예방 및 보호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보자”는 자리였다. ‘예산’ 문제가 제기되자 자리는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민간위원 측에서 “(아동예산이) 지방으로 이양된 이후 지난 10년간 아동 141명이 학대로 숨졌다”며 “아동학대 사안의 경우 중앙으로 국고 환수해서 아동보호전문기관 개수도 늘리고 지원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기관당 3억원씩 최소 100곳 정도로 300억원의 국비를 아동학대 분야로 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현오석 기재부 장관은 “지방으로 이양했을 때는 다 이유가 있지 않았겠느냐”며 “아동이 학대로 사망한 수가 지방으로 이양해서 더 많은지 아닌지는 데이터를 갖고 와서 이야기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박하며 분위기가 싸늘해졌다고 한다. 2015년 ‘노인’과 ‘장애인’ 예산은 국고 사업으로 환수되는 데 반해 아동예산이 지자체 사업으로 남은 데 대한 이유를 묻자 현 장관은 “충북 음성에 있는 꽃동네는 전국에 있는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라 국고

[Cover Story]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① 아동학대 특례법, 이대로라면… 실효성 없는 법조문으로 끝날 가능성 크다

[아동학대 예방체계, 이대로 괜찮은가](1)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 전수조사 작년 12월, ‘아동학대 범죄 및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 특례법)이 제정됐다. 울산에서 계모의 학대로 갈비뼈 16대가 부러져 사망한 ‘울주군 서현이 사건’이 계기가 됐다. 2000년 아동학대 예방 사업이 시작된 지 13년간의 숙원 사업이 풀린 셈이다. 아동학대 사건에 개입할 법적 기반은 확보됐지만, 과연 대한민국 아동보호 체계는 바뀌게 될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오는 9월 아동학대 특례법 시행을 앞두고 아동학대 예방정책을 긴급 점검해봤다. 편집자 주 “사실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와 서현이를 돌봐주던 상담원, 많은 분에게 이 사건은 여전히 큰 아픔으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당시 서현이 사례 상담 팀장이었던 김지수(가명)씨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사건 발생 3년 전인 2011년 5월 13일, 포항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상담팀장으로 근무하던 김씨는 “동네 유치원에 다니는 한 아이의 몸에서 멍이 발견됐다”는 신고 전화를 받고 상담원 2명을 현장에 파견했다. 긴 옷 차림의 서현이 옷을 벗기자 발바닥, 배와 등에 심한 멍 자국이 발견됐다. “학대 행위자였던 박씨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자신의 행위가 학대인지는 몰랐다고 말했지만, 폭행 사실은 순순히 인정하면서 앞으로 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습니다.” 5일간 현장 조사와 면담을 마친 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체 회의를 소집해 서현이를 ‘원가정에서 보호하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서비스 개입을 진행하자’고 결정했다. 사례를 전담하는 상담원으로는 A씨가 선정됐다. “직접 현장조사를 했던 터라 서현이 사례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일을 하더라고요.” 이후 두 달 동안 가해자인 박씨(13회)와 친아버지(1회), 유치원 교사를

집에 가도 기다리는 건 남보다 못한 ‘학대 부모’

아동 재학대 원인과 해결책 문제는 부모 – 학대 행위 인정 않고 폭언·폭력·위협으로 일관… 치료·예방교육도 거부해 학대 부모 해결책은 – 50시간 상담받는 대만, 취업제한 5년 두는 미국 한국은 강제 조항 없어 지역 유관기관 뭉쳐… 교육·지원 역할해야 2008년,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학대 신고가 들어왔다. 부모가 자녀를 돌보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는 신고였다. 집안에는 각종 오물과 쓰레기가 가득 쌓여 악취가 진동했다. 이웃 주민들은 ‘쓰레기집’이라며 근처에 가길 꺼렸다. 아이들은 제대로 씻지 못해 온몸에서 냄새가 났다. 엄마는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아빠는 아이들의 끼니를 챙기지 않았고, 위생·학습 등에도 무관심했다. 오랜 방임 속에서 박인현(가명·17)군은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고, 박소현(가명·15)양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청소 서비스와 부모의 심리치료를 지원하려 했지만, 엄마는 “집안일에 간섭하지 말라”며 완강히 거부했다. 이듬해 사건이 발생했다. 이혼 후 박양을 키우게 된 엄마는 남자친구와 동거를 시작했다. 세 사람이 한 방에서 생활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동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환경’이라며 교육과 상담을 요청했지만, 엄마는 이를 거부했다. 2010년 박양은 엄마의 남자친구로부터 성 학대를 받았고, 지금까지도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다. 엄마가 박양의 심리 상태에 관심이 없고, 전문기관의 치료와 상담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으로 돌아가 학대받는 아이들 국내에는 박양처럼 아동 학대가 재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전국 45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 학대 신고 건수 중 재학대 신고는 2007년 957건에서 2011년 1325건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전체 1만건 중 13%가 넘는 수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현장조사와 상담을 끝낸 이후에 다시 신고된 아동

“학원 운영자·강사도 아동학대 신고해야”

장화정 관장 인터뷰 지난해 대검찰청에서 분석한 범죄 현황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지난 2002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2007년을 기점으로 무려 1000건을 넘어섰다. 아동·청소년과 범죄자가 서로 ‘아는 사이’거나 ‘가족 및 친척’ 관계에 있는 경우도 46.9%를 차지한다(2011년 여성가족부).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국내에 기형적으로 자리 잡은 아동 성범죄 문제를 지적하며 “최근 개정된 아동복지법이 잘 실행될 수 있도록 세밀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개정된 아동복지법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군을 12개에서 22개로 확대한 점이다. 초중등학교 교원·의료인·아동복지시설의 장에 한정됐던 신고 의무자군이 학원 운영자·강사, 의료기사, 건강가정지원센터·다문화가족지원센터·정신보건센터 관계자 등으로 대폭 늘어났다. 의무 위반자에겐 100만원의 과태료도 부과한다. 아동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이들의 아동 보호 역할이 강화된 것이다.” ―개정된 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한가. “아동 성범죄 가해자들의 교정·교화를 위한 치료와 교육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진 아동 성범죄자들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들이 치료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다. 이젠 5년 이상의 형벌을 받게 되기 때문에, 가해자들의 어린 시절 분석부터 일대일 치료, 집단치료 등 세밀화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아동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지역사회 내에서 서로 관심을 갖고, 함께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 통영 사건이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아이는 자장면 아저씨한테 ‘배고프다’고 문자를 보내거나, 마을을 혼자 돌아다니는 등 동네 어른들에게 관심을 호소했었다. 경남 지역에서 엄마들이 4명씩 조를 짜서 가가호호 방문하는 ‘마을지킴이’처럼

굿네이버스와 함께하는 아동권리교육③ “이런 상황에선 소리 질러”… 사례 들어 유괴 대처법 알려주세요

3. 건강한 몸과 마음 스스로 지키기 조선일보 공익섹션 더나은미래와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가 전개하는 세계시민교육 캠페인은 아동권리교육, 나눔교육, 부모교육으로 나뉘어 2011년 6월부터 12월까지 매 회 더나은미래 지면을 통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2010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는 지난 한 해 동안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아동 성학대의 사례 가운데 만 7세부터 12세 미만의 아동이 전체의 과반수 가량인 46.7%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성학대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특성이 있어 저학년 어린이들에 대한 예방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큽니다. 또한 성학대가 유인 행동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성학대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유괴 예방교육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성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어린이 스스로 자신의 몸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신체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성학대를 권리 침해로 인식해 위험 상황 발생 시 거부할 수 있고, 나아가 타인의 몸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하도록 해 주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아동 스스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특징을 인지하도록 해 줘야 합니다. 아동이 가해자를 통제하거나 식별하기는 어렵지만 가해자로부터 목표가 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만약 성학대가 발생할 경우 해당 상황을 조기에 종결하기 위해서는, 아동 스스로 학대의 상황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예방 교육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상황에 대한 인지가 가능한 아동이어야만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사람에게 성학대 사실을 알릴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동은 위험한 사람의 경우 외형적으로 일정한 특징을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