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글로벌 석유·가스 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 사이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는 회사를 그만두는 '기후퇴사' 현상이 번지고 있다. 사진은 석유 기업 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대화하는 모습. /셸
“기후 망치는 회사에서 일 못해”… 美·英서 번지는 ‘기후퇴사’

엑손모빌, 사상 최대 순익에도2년새 직원 1만명 대거 이탈온라인에 퇴사 후기 남기기도 최근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드인(LinkedIn)에는 퇴사자들의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독일에 사는 스테판 크루치나는 퇴사자들 중 하나다. 글로벌 석유 기업 셸(shell)에 재직 중이던 크루치나는 지난 6월 셸이 석유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파기하고 2035년까지 석유·가스 생산에 400억달러(약 54조13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을 때 사직서를 냈다. 이직 준비를 하던 것도 아니었다. 그는 링크드인에 “막대한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셸은 기후위기 대응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사회·환경적 책임보다도 단기 이익을 중시하는 것 같다”며 “이런 회사에서 더는 자랑스럽게 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글을 올렸다. 셸에서 11년간 근무한 캐롤라인 데넷도 링크드인에 사직 후기를 동영상을 올렸다. 데넷은 “회사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무시하고 있다”며 “화석연료 생산을 줄이지 않는 모습에 더는 참을 수 없다”고 했다. 그가 올린 영상은 1800회 이상 공유됐고, 약 1만7000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영상에는 응원 댓글도 1600여 개 달렸다.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는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하는 이른바 ‘기후퇴사(Climate Quitting)’ 현상이 글로벌 석유·가스 산업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BBC는 23일(현지 시각) 여론조사기관 슈퍼크리티클(SuperCritical)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설문에 참여한 영국 직장인 2000명 중 62%는 “기후위기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회사로 이직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71%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기업의 전망이 훨씬 더 밝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BBC는 “현재 직장을 다니는 이들, 특히 MZ세대는 공동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고 지속가능성이 높은 산업에 자신의

은행연합회는 15일 "향후 3년간 10조원 규모의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금융·보험사 기후공시, 구체적이지 않고 신뢰하기 어려워”

금융·보험사들의 기후공시가 체계적이지 않은 탓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3년 두 번째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금융회사의 ESG경영 및 기후공시 현황 분석’을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자료집은 김 의원이 올해 7월 민간 금융·보험회사를 대상으로 ESG경영과 기후공시의 세부적인 사항을 질의해 회신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조사 결과,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과 특수은행(농협)은 ESG경영과 기후공시에 대체로 적극적이지만, 지방은행과 외국계 시중은행은 다소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14개 주요 은행 가운데 TCFD, 탈석탄금융선언, 적도원칙(EP) 등 ESG 관련 국제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3곳 중 기후·환경 국제협약에 가입한 곳은 한곳도 없었다. 보험회사의 경우 하나 이상의 국제협약에 가입한 곳은 조사대상 41개사 중 15개사(36.6%)에 불과했다. 기후공시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대상 77개사 중 스코프1과 스코프2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결과를 공개한 곳은 37개사였다. 스코프1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에서만 연간 7000~1만t가량의 온실가스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사 중에는 삼성생명보험의 배출량이 지난해 기준 2만9694t으로 가장 많았다.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한다고 밝힌 금융사는 27곳, 이 중에서도 제3자 검증을 마친 회사는 절반에 못미치는 13곳에 불과했다. 이러한 탓에 그 수치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금융기관에서 가장 유의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스코프3”라며 “운용자산의 규모가 큰 금융회사라면 자산포트폴리오 배출량을 포함한 스코프3 배출량을 산출해 운용전략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아가 배출량뿐 아니라 배출량 산정 범위, 산정 방식 또는 준거 기준 등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행동주의 기업과 표면적 행동주의 기업

8년 전 이맘때쯤, 글로벌 자동차기업 폭스바겐의 디젤차량에서 기준치 40배가 넘는 오염물질이 배출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임의로 조작된 프로그램에 의해 주행시험 중에만 오염 저감장치를 작동시켜 환경 기준을 충족하도록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처음에는 폭스바겐사 제품에서만 배기가스 조작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같은 그룹 산하의 고급 자동차 브랜드인 아우디에서도 동일한 방식의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큰 파장이 일었다. 배신감을 느끼게 했던 것은, 당시 폭스바겐은 자사의 ‘클린 디젤’ 차량이 가솔린 자동차보다 ‘더 깨끗하고 친환경적’이라며 거액을 들여 슈퍼볼 광고, 온라인 소셜 미디어 캠페인, 지면 광고 등을 포함한 세간의 이목을 끄는 대대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다국적 석유·가스 회사인 BP도 유사한 문제로 홍역을 치러야 했다. BP는 ‘Beyond Petroleum(석유를 넘어)’라는 슬로건을 사용하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지만, 여전히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가 압도적으로 많아, 워싱하는 기업으로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뿐 아니라, 페이스북, 아마존 등도 여러 친환경 약속을 내놓았지만 이와는 상반된 행동을 보이며, 에너지 소비와 데이터 센터의 환경적 영향을 축소하지 않고 물류 및 창고 작업자들의 근로 조건과 환경 영향에 대한 개선을 하지 않아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지속가능경영과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워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명품의 경우 가품, 일명 짝퉁이 더 많아지는 것처럼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며 가짜 ESG 경영이 더 많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 겉으로는 착한 척, 친환경적인

알렉스 에드먼스(왼쪽)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와 신현상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가 서울 중구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만나 ESG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비즈니스 파이를 키우는 방법… “기업의 존재 이유, ESG 관점에서 재정의해야”

[알렉스 에드먼스·신현상 대담] 혼란의 시대 ESG 전략을 말하다 ‘ESG의 종말(The end of ESG)’이 현실로 닥친 것일까. 5일(현지 시각) 글로벌 펀드 네트워크 칼라스톤(Calastone)에 따르면, 지난 4개월간 영국 투자자들이 ESG 펀드에서 인출한 자금 규모는 20억파운드(약 3조3540억원)에 달했다. 5~7월에 월평균 3억3000만파운드(약 5500억원)이 빠져나갔고, 지난달에만 9억5300만파운드(약 1조6000억원)를 매도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반(反)ESG 정서가 고조되면서 관련 펀드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초 논문을 통해 ‘ESG의 종말’을 예고한 알렉스 에드먼스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기업·투자자·학계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ESG에 관심을 보이면서 오히려 여러 오해와 혼란이 유발됐다”고 말했다. 그는 “ESG의 종말은 ESG 경영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며 “ESG가 더는 특별한 것이 아닌 세상이 됐기 때문에 기업들은 그저 일반적인 비즈니스 활동 속에서 ESG 경영을 이어나가면 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ESG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올초 국내 사회혁신 분야 대표 연구자로 꼽히는 신현상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와 에드먼스 교수를 서울 중구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만났다. -한국에서 개최된 ‘라이프이즈굿 어워드'(Life’s Good Award)에서 여러 사회혁신가들을 만났다고 들었습니다. 에드먼스=유독성 잔류물 없이 물에 녹는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한 ‘솔루텀’, 휴대용 담수화 장치를 제안한 ‘노나 테크놀로지’ 등 사회를 변화시킬 영향력이 있는 몇 가지 혁신적인 솔루션을 봤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불편을 해소하는 보조공학기기와 플랫폼을 제공하는 ‘닷(DOT)’이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닷은 이번 어워드에서 1등을 거머쥐기도 했죠. 전 세계적으로 2억8500만명의 시각장애인이 있는데, 대부분은 후천적 시각장애인입니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점자 읽는 법을 배우는 선천적 시각장애인과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기업과 사회] 소비자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20여 년 전 회사 동료가 비건 선언을 했다. 그때는 같이 갈 식당이 없었다. 식당에 가면 그는 밥과 야채 반찬만 먹어야 했다. 이제는 비건이 유행이다. 비건 식당뿐 아니라 비건 빵집, 비건 아이스크림 가게도 등장했다. 일반 식당도 비건 메뉴를 내놓고 있다. 우유와 버터가 없는 빵과 아이스크림. 그런데 맛도 좋다. 몇 년 전 국가인권위원회에 어느 군인이 진정을 제기했다. 군 식당에서 비건을 고려하지 않아 차별받고 있다는 취지였다. 흥미로운 이 사건은 국방부가 비건 메뉴를 개발하겠다고 답해 종결됐다. 우리나라 채식 인구는 약 250만명으로 전체의 3~4%로 추산된다. 관련 사업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한 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 채식을 하면 1년에 15그루의 나무를 심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채식을 하면 2050년까지 매년 약 80억t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무려 22%다. 소비가 환경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난 비건이 될 자신은 없다. 그래도 일주일에 하루는 고기를 먹지 않는 ‘간헐적 비건’이 될 용의는 있다. 소비자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다. 소비자가 없으면 기업은 존립할 수 없다. 기업의 이익은 모두 소비자에게서 나온다. 그럼 소비자가 기업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나쁜 기업에 혼쭐을 내고 착한 기업에 돈쭐을 내서 기업을 바꿀 수 있을까? ‘개념있는 소비’를 통해 환경을 살리고 기업이 인권을 존중할 수 있도록 추동할

[사진설명] 미국 내 반ESG 공세를 주도하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AP 연합뉴스
ESG 유행 끝?… 美·EU 엇갈린 해석에도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가 최근 ‘ESG’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반(反)ESG’ 정서가 형성되고 있다. 래리 핑크는 지난 6월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벌(Aspen Ideas Festival)에서 “ESG 담론이 개인의 정치에 이용되면서 사회가 양극화되는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부터 공개적으로 ESG 경영을 강조해온 그가 기존 노선을 벗어난 행보를 보이면서 미국에서는 반ESG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고, 유럽에서는 ESG 정책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지는 양상까지 나타났다. 반ESG 지지 세력은 화석연료·무기 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옹호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 같은 비재무적 요인보다 재무적 요인을 강조한다. 블랙록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CEO를 이사회에 합류시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기후위기 대응 활동이 축소될 것이란 비판 여론과 반ESG 움직임에도 지속가능경영의 본질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ESG, 美서 정치적 도구로 전락 미국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ESG 회의론이 크게 부상하고 있다. 반ESG 움직임을 주도하는 세력은 보수진영인 미국 공화당이다.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 공영방송 NPR과 여론조사업체 마리스트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원 80%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경제 활성화보다 중요하다”고 응답했지만, 공화당원의 72%는 “이상기후를 초래하더라도 경제 활성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외신을 종합하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전역에서 반ESG 법안 39개가 발의됐고, 주 정부 9곳에서 법안이 통과됐다. 반ESG 법안의 골자는 ESG 투자를 금지하고, 투자 대상에서 화석연료·총기 관련 기업을 배제하는 금융기관과는 거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민주당 강세인 미국 해안 지역에서는 ESG 활동을 더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ESG, 산산조각이 나다

“더 이상 ESG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자 중 하나인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는 지난달 25일 아스펜 아이디어스 페스티벌 행사에서 ‘ESG’라는 용어가 정치적으로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로 쓰이는 등 오용되는 것에 대해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는 ESG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핑크가 보여준 행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어서 많은 화제가 됐다. 실제 핑크는 2018년 블랙록의 연차보고서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성과를 내며 환경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개적으로 ESG를 지지한 이후, 계속해서 기업에 ESG 이슈를 고려한 경영을 강조해 왔다. 나아가 2021년에는 기업들에 비즈니스 모델이 넷제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계획을 공개하도록 요청했다. 덕분에 작년 기준으로 미국 대기업의 82%가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등 많은 기업이 RE100과 같은 이니셔티브에 가입하며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핑크의 이번 발언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ESG를 반대하는 미국 공화당의 어느 의원은 최근 몇 년간 자산운용사가 좌파의 압력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주장하며, ESG 추세를 멈추려는 노력의 승리라고 했다. 또한 보수 성향의 주주들은 올 1월부터 5월 말까지 ESG를 반대하는 내용의 결의가 최근 3년간 400% 이상 증가하는 실적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전히 ESG에 관심을 보이는 곳도 많다. 한국의 경우 ESG 성과를 내는 기업에 금리를 우대하는 정책이 운영되고 있고, ESG 역량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공공과 대기업의 지원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다.

에마뉘엘 파베르 ISSB 의장 모습. /조선DB
2025년부터 ‘스코프3’ 공시 의무… 탄소배출의 재무 연관성 공개해야

앞으로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인 ‘스코프3’ 데이터를 기업 공시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기후 데이터가 재무상 어떻게 연관되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 26일(현지 시각)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의 국제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ISSB)는 ESG 정보 공시의 표준을 처음으로 확정했다. 개별 기업들이 탄소배출량을 자체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공개하지만, 보고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에 나온 새로운 공시 기준은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되고, 1년 유예기간을 거쳐 2025년부터 의무 적용된다. ISSB의 ESG 정보 공시 표준은 유럽 재무보고자문그룹(EFRAG),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시 기준과 더불어 전 세계 140개국 이상이 따르는 국제 표준이다. ISSB는 지난 2월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 정보 공개를 위한 일반 요건(S1)’과 ‘기후 관련 공개(S2)’ 안을 공개했다. 각 공개 안은 ▲지배구조 ▲전략 ▲위험 관리 ▲지표 및 목표 등 4개 영역으로 구성됐다. 이후 각국의 의견 수렴 단계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했다. 최종안에는 개발도상국, 소규모 기업이 구체적으로 정보 공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기업은 S1에 따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생산 설비로 발생할 각종 비용을 담아야 한다. 탄소 감축을 위한 실질적인 비용은 물론 기업 평판 하락과 같은 무형의 요소도 포함된다. S2의 경우 기업이 기후변화로 인해 직면한 위험과 기회에 대한 정보다. 기후변화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반대로 기업이 기후변화이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ISSB 기준 적용은 각국 정부의 판단에 달려있다. 다만 주요 20개국(G20)이 지지하고 있고,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의 승인을 받은 상황이라 무시하기는 어려운

서울 여의도에 있는 LG트윈타워 전경. /LG
LG전자, 협력사 ESG경영 지원에 1000억원 펀드 조성

LG전자가 협력사 ESG 경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ESG 펀드’를 신규 조성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ESG 펀드는 시중 은행과 예탁·출연금으로 조성됐다. LG전자는 “협력사 ESG 달성을 지원해 최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ESG 관련 법안 구체화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펀드는 협력사의 ▲탄소감축 및 저탄소 관련 신기술 개발 ▲재생에너지 전환 ▲에너지 저감에 필요한 설비 투자 등 공급망 단계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활용된다. 협력사는 ESG 펀드를 이용해 ESG 경영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감면 금리로 조달해 금융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 2010년부터 시중은행과 예탁·출연금으로 조성한 2000억원 규모 상생협력 펀드를 운영하며 저금리 대출을 지원한 바 있다. LG전자는 협력사에 ESG 관련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ESG 교육 및 인증 심사지원 ▲탄소저감 컨설팅 ▲탄소배출량 조사 등 협력사 ESG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협력사의 제조 경쟁력 강화도 지원한다. LG전자는 지난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와 공동 자금을 조성해 지난 4년간 200여 곳 협력사를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했다. 이번 재협약으로 2027년까지 심사를 거쳐 선정된 1·2차 협력사 50여 곳에 5년간 125억원을 지원한다. 지원금은 사업장 내 자동화 장비, 시스템 정보화 연동 등 스마트 공장 구축 활동에 사용된다. 왕철민 LG전자 글로벌오퍼레이션센터장 전무는 “협력사들의 ESG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금융 지원 활동을 지속하고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SK하이닉스는 13개 협력사의 사회적가치(SV) 측정 컨설팅을 진행했다.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협력사 13곳, 사회적가치 1조4700억원 창출

SK하이닉스는 협력사에 대한 사회적가치(SV) 측정 컨설팅 성과를 6일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멤버사 최초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장비, 소재, 물류 등 13개 협력사에 대한 SV 측정 컨설팅을 진행했다. 협력사가 창출한 SV와 ESG 활동을 정량적으로 측정, 분석해 기업 활동의 효과를 인지하고 부족한 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13개사가 창출한 SV는 총 1조4698억원이다. 측정은 SK 그룹의 공통 기준에 따라 ▲고용·납세·배당 등 ‘경제 간접 분야’ ▲온실가스·폐기물·수자원 등 ‘환경 분야’ ▲노동 및 인권, 공정거래, 사회공헌 등 ‘사회 분야’ 세 카테고리로 진행됐다. SK하이닉스는 “온실가스 저감 등 환경 분야 중장기 목표를 구체적으로 수립하거나, 지역사회 이슈와 사회공헌 활동을 연계해 문제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이뤄지도록 했다”고 밝혔다. 정현재 SK하이닉스 PL은 “더 광범위한 대상에게 빠른 지원이 가능하도록 비대면 원격 컨설팅을 진행하고, SV 측정 로직과 데이터 작성 도구를 활용한 자가 진단·분석 기회를 제공하는 등 지원 노력을 다방면으로 이어가겠다”고 했다. 박철범 SK하이닉스 부사장(SV추진담당)은 “단순한 성과 측정을 넘어, 반도체 생태계 차원에서 사회적가치 창출과 ESG 경영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컨설팅을 더욱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기업과 사회] 누군가를 차별하는 비즈니스는 온당한가?

노인을 위한 금융은 없다. 어느 기사 제목이다. 은행 점포는 매년 300개씩 사라지는데 노인에게 인터넷 뱅킹이나 앱은 어렵다. 키오스크나 온라인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쇼핑하는 시대가 노인에겐 버겁다. 장애인은 소비자에서 소외된 지 오래다. 자필 서명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시각장애인의 대출이 거부된 일, 성인임에도 부모 동반을 요구하면서 발달장애인의 통신 가입을 거절한 사건이 여전히 뉴스에 오른다. 유아차를 끌고 버스를 타거나 편의점에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상버스라도 유아차를 위해 램프를 내려주지 않고, 편의점에는 경사로가 없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더 심각하다. 2020년 기준 7억3300만명은 전기 없이 살고 있다. 20억명에 달하는 인구가 대소변으로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한다. 기후변화로 물 부족은 심각해져 2050년에는 50억명이 물 부족을 겪을 것이라 한다(UN 세계 물 개발 보고서 2023). 약 2억5800만명의 아동이 학교에 다니지 못한다(유네스코 2020 세계 교육현황 보고서). 의료도 마찬가지다. 2020년 미국의 코로나19 사망률 차이를 분석한 연구를 보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히스패닉 남성그룹의 경우 백인 여성그룹에 비해 27.4배나 높은 수치의 사망률을 보였다. 기업은 상품과 서비스를 판다. 우린 이를 구매해 삶을 영위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소비에서 소외되고 있다. ESG는 소비자의 접근성(Accessibility)을 중요한 문제로 다루고 있다. 물과 전기, 가스, 통신과 같은 영역은 물론이고, 기업이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누구든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이, 장애, 성, 국적과 인종,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 EU의 소셜 택소노미에서도 재화 및 서비스에의 접근권을 중요한 기준으로 다루고 있다. 양질의

래리 핑크 블랙록 CEO. /조선DB
ESG 불붙인 래리 핑크 “ESG 용어 사용 전면 중단”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Larry Fink)가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비재무적 요소를 다루는 ESG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20년 연례 서한에서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에 따라 투자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ESG에 불을 붙였다. 26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래리 핑크는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벌(Aspen Ideas Festival)에서 “앞으로 정치화된 ESG 용어 사용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핑크는 블룸버그TV를 통해 “ESG 담론이 기업이 아닌 개인의 정치에 이용되면서 사회가 양극화되는데 일조했다며 ESG개념이 추해졌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공화당은 지난해 6월 블랙록이 ‘오크 자본주의(Woke Capitalism)’를 부추긴다며 비판했고, 민주당이 이를 옹호하면서 정치적 논쟁으로 번졌다. 오크 자본주의는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과 인종, 젠더 등 ESG 관련 이슈와 정치 현안에 관여해 진보적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정치적 압박 속에서 반(反) ESG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이달 2일 넷제로 보험 연합(NZIA)의 회원사 중 악사, 알리안츠, 뮌헨 등 15곳이 탈퇴하면서 보험사들이 ESG를 철회한 바 있다. 특히 블랙록은 공화당의 지지세가 강한 텍사스 지역에서 투자 보이콧을 당하기도 했다. 래리 핑크는 “ESG에 대한 블랙록의 입장은 바꾸지 않을 계획”이라며 “탈탄소화, 기업의 지배구조,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는 회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