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가 최근 ‘ESG’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반(反)ESG’ 정서가 형성되고 있다. 래리 핑크는 지난 6월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벌(Aspen Ideas Festival)에서 “ESG 담론이 개인의 정치에 이용되면서 사회가 양극화되는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부터 공개적으로 ESG 경영을 강조해온 그가 기존 노선을 벗어난 행보를 보이면서 미국에서는 반ESG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고, 유럽에서는 ESG 정책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지는 양상까지 나타났다. 반ESG 지지 세력은 화석연료·무기 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옹호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 같은 비재무적 요인보다 재무적 요인을 강조한다. 블랙록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CEO를 이사회에 합류시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기후위기 대응 활동이 축소될 것이란 비판 여론과 반ESG 움직임에도 지속가능경영의 본질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ESG, 美서 정치적 도구로 전락 미국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ESG 회의론이 크게 부상하고 있다. 반ESG 움직임을 주도하는 세력은 보수진영인 미국 공화당이다.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 공영방송 NPR과 여론조사업체 마리스트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원 80%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경제 활성화보다 중요하다”고 응답했지만, 공화당원의 72%는 “이상기후를 초래하더라도 경제 활성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외신을 종합하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전역에서 반ESG 법안 39개가 발의됐고, 주 정부 9곳에서 법안이 통과됐다. 반ESG 법안의 골자는 ESG 투자를 금지하고, 투자 대상에서 화석연료·총기 관련 기업을 배제하는 금융기관과는 거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민주당 강세인 미국 해안 지역에서는 ESG 활동을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