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자원 나눠주는 인재 숲 만들 것”

[인터뷰] 장재연 숲과나눔 이사장 지난 4일 공식 출범 ‘숲과나눔’, SK하이닉스가 출연한 비영리 재단안전·보건·환경 인재 양성이 목표, 모든 곳서 독립돼야 신뢰받아  “인재를 키우는 건 나무를 키우는 것과 같아요. 혼자 우뚝 선 나무는 소용없죠. 다른 나무들과 어우러져 숲을 이뤄야 해요. 자신들이 가진 열매와 자원을 세상에 나눠줄 수 있는 울창한 ‘인재 숲’을 만드는 게 우리의 미션입니다.” 지난 16일 만난 재단법인 ‘숲과나눔’의 장재연(61) 이사장은 재단 이름에 담긴 뜻을 이렇게 풀이했다. 숲과나눔은 SK하이닉스가 350억원을 출연해 만든 비영리 공익재단이다. 지난 4일 정부 설립 허가증을 받았다. 이날이 재단의 공식 생일이 된 셈이다. 장재연 이사장은 “7월 4일은 7·4 남북 공동성명이 있던 날이고, 미국 독립기념일이기도 하다”면서 “뭔가 뜻깊은 나눔이 시작될 것 같은 예감”이라고 했다. “숲과나눔의 주요 목표는 안전·보건·환경(Safety·Health·Environment, 이하 ‘SHE’) 분야 인재 양성입니다. 현재 사무처를 운영할 핵심 직원 7명을 뽑았고, 사무실도 곧 완성됩니다. 50명 정도가 함께 모일 수 있는 큰 회의실도 만들었습니다. 수시로 토론과 포럼을 열어 아이디어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장 이사장은 “숲과나눔은 SK하이닉스가 설립했지만 재단의 의사 결정, 운영은 모두 외부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와 이사회가 맡는다”며 독립성을 강조했다. 재단이 기업이나 정부의 영향을 받게 되면 이리저리 휘둘리다 신뢰를 잃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재단은 기업과 분리돼야 합니다. 정부와 엮여서도 안 됩니다. 안전·환경·보건 분야는 특히 더 그렇다고 봐야죠.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환경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해보세요. 환경 분야의 재단이 그 기업과 연결돼 있다면

1903년 태동, 각종 규제 속 폭풍 성장… 제3섹터 걸어온 길

제3섹터 연대기 살펴보니    한국의 ‘제3섹터’는 수많은 법·제도와 함께 성장과 후퇴를 반복해왔다. 전통적으로 제3섹터는 비영리단체, NGO·NPO, 시민단체, 사립학교법인, 의료법인, 사회복지법인, 자활단체, 자원봉사단체,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공익 활동을 하는 법인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선 1900년대 초 다양한 형태의 비영리 조직이 등장하면서 제3섹터의 태동기를 열었다. 1903년 1세대 NGO로 꼽히는 ‘YMCA’가 직업교육·농촌운동·보이스카우트 등 시민운동을 주도했고, 1906년 최초의 민간 사회복지관인 ‘반열방’이 원산에 설립됐다. 1920년엔 국내 최초 협동조합인 ‘경성소비조합’과 ‘목포소비조합’이, 1939년엔 국내 최초 장학재단인 ‘양영재단’이 설립됐다. 그러나 1940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식민 정부 통제가 강화되면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협동조합이 모두 해체되기에 이른다. 광복 이후 전쟁고아 및 가족 해체 등 사회문제가 급증하면서 제3섹터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월드비전, 어린이재단 등 10곳 이상의 해외 원조 단체들이 한국에 들어왔고, 1949년엔 대한적십자사조직법이 제정돼 적십자 구호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 정부는 전쟁으로 인한 사회 혼란을 막고 재산권 보장을 위해 기부금품 모집을 금지하는 법(기부금품모집금지법)을 제정했다. 또한 정부의 한계를 보완하는 비영리 조직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이들을 관리 및 규제하는 규정이 잇따라 만들어졌다. 1960년 민법상 비영리 법인이 최초 규정돼 허가·감독·취소 사유 등이 정해졌고, 사립학교법(1963년)·사회복지사업법(1970년)·의료법(1973년) 등 특별법도 마련했다. 당시 재단법인을 설립해 조세를 포탈하는 사례가 늘면서 1975년 공익 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 ‘공익성’의 개념과 사업 영역, 조세 감면, 설립 취소 요건 등을 상세히 규정했다. 6월 항쟁과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1987년을 기점으로 제3섹터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경실련·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 등

[기부 그 후] 한강에 나무를 심어 푸르게 푸르게

서울환경운동연합의 한강 나무심기 프로젝트   뜨거웠던 지난 여름을 기억하세요? ‘북극곰’의 일만 같았던 기후변화나 지구 온난화, 이제는 피부로 느껴질 만큼 성큼 다가왔습니다. 서울의 온도는 지난 80년간 꾸준히 상승세라고 하네요. 언제부턴가 미세먼지로 하늘도 말썽입니다. 화창한 날에도 파란 하늘 보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 입니다. 대기는 답답하고 온도는 오르기만 하는 지금, 도시에 사는 우리에게는 더 많은 ‘숲’이 필요합니다. 왜 숲일까요. 숲은 ‘공기청정기’ 입니다. 이산화항, 이산화질소, 오존이나 미세먼지는 흡수합니다. 이산화탄소는 흡수하고, 산소는 뿜어내죠. 기후도 적절하게 조절하는 역할도 합니다. 그런데 꼭 이런 수치 때문만은 아닙니다. 숲을 한번이라도 거닐었던 분들이라면, 숲 사이를 거니는 그 느낌, 잘 아실 겁니다. 특유의 피톤치트 향이 나고, 나무 사이로 파란 바람을 맞는 기분. 스트레스에도, 정서적으로도 숲 만한 치료제가 없답니다. 그런데, 갈 길은 멉니다. 우리나라, 인구 대부분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숲은 ‘너무도 먼 그대’ 입니다. 대한민국 평균 도시 숲 면적은 7.0㎡.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인 9.0㎡에도 못 미칩니다. 서울의 경우, 인구 1인당 도시 숲 면적은 4.0㎡에 불과합니다. 파리 13㎡, 뉴욕 23㎡, 런던 27㎡ 에 비하면 턱 없이 적은 면적이죠. ‘빌딩 숲’ 속에서 숨이 턱턱 막히는 이유입니다.   ◇“2012년부터 4만 그루, 이제 작은 숲으로 변화”   서울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연합), 도시에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기로 합니다. 2011년부터 녹지 조성 사업을 시작해 2012년부터는 시민, 기업과 함께 한강의 공터에 나무를 심었습니다. 매년 약 1000명의 시민들이 나무 심기에 참여한다고 하네요. 환경연합이

[파아란 하늘을 돌려줘-③] 미세먼지 없애는 것? 결국 ‘시민’의 힘

[파아란 하늘을 돌려줘-③]   미세먼지 정보 한눈에 보는 온라인 플랫폼 ‘미세먼지 안녕’ 환경 정책 캠페인 앞장서온 서울환경연합 활동가 인터뷰   오늘도 ‘나쁨.’ 현관문을 나서려던 당신은 스마트폰으로 오늘의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한다. 현재 수치는 60(㎍/㎥)으로 ‘보통’. 오후엔 ‘나쁨’ 수준이 되니 마스크를 챙기란다. KF 인증 마스크를 쓰고 집을 나서다 올려 본 하늘은 오늘도 역시 잿빛. 물 많이 마시고 마스크 쓰라는 정부의 행동요령만 지키고 있으면 되는 것일까. 미세먼지 없는 파아란 하늘을 되찾을 방법은 없을까. 미세먼지로 갑갑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곳이 생겼다. 시민단체 서울환경연합이 지난 3월 오픈한 온라인 플랫폼 ‘미세먼지 안녕’(http://byedust.net)이다. 미세먼지 안녕은 미세먼지의 문제점부터 개선 방안,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 이행 점검, 시민 실천 사항까지 망라한 국내 유일의 ‘미세먼지 플랫폼’. 여기엔 미세 먼지 정보와 함께 경유차 관리·차량 2부제·매연 차량 신고 등 실천 팁을 안내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의 미세 먼지 공약 분석은 물론, 시민들이 직접 미세 먼지에 대한 의견과 대안을 댓글과 영상으로 공유하는 창구도 마련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환경정책 이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점검, 평가하는 메뉴도 눈에 띈다. 개설 한 달 만에 입소문을 타고 1200여 명이 플랫폼을 찾아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13일, 미세먼지 안녕을 기획한 서울환경연합의 이민호 기후에너지부문 활동가와 신우용 활동국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미세먼지 정보 한데 모은 친절한 플랫폼   ㅡ ‘미세먼지 안녕’을 소개해 달라. “미세먼지 안녕은 미세먼지란 무엇인지, 왜 생겨나는지 등 각종

(사)푸른아시아, 28일 ‘석탄화력발전, 공적금융의 역할’ 국회세미나 개최

“국민연금이 우리 가족의 건강을 해치는 화력발전소 건설에 투자하는 것은 잘못됐다.” VS “공공의 목적을 위한 연기금이니 안정성과 수익성 있는 화력발전소 사업은 필요하다.” 국민연금은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해도될까. 아니면, 중단해야할까. 국민연금 운용 방안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석탄화력발전, 공적금융의 역할’ 세미나가 28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재훈 푸른아시아 수석전문위원이 ‘석탄화력발전 관련 국내외 현황과 과제’를, 김주진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대표가 ‘공적금융의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금융제공 현황과 과제’를 발표한다. 이재훈 푸른아시아 수석 전문위원은 발표문을 통해 “OECD 회원국 석탄소비가 12.2% 줄었지만 한국은 오히려 11.2% 늘어났다”면서 “특히 2013년 한국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2억4930만톤에 이른다”고 밝혔다. 사실 노르웨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수출신용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하였고, 국내에서도 국민연금 등 공적금융의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금융제공 중단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이다.  특히 이번 세미나에서는 관계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하여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공적금융의 투자에 대해 치열한 찬반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토론자로는 정태윤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김민수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대표, 김기범 경향신문 기자 등이 나선다. 이번 세미나는 사단법인 푸른아시아와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공동 주관하고, 조배숙 국회의원실 주최,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후원으로 진행된다. 

역사와 문화의 거리 西村, 공익으로 물들다

비영리단체들의 메카로 변신한 서촌에 가다 환경운동연합-아띠인력거 ‘미세먼지 캠페인’ 품애-네트워크 고리, 지역주민 위한 사업 등 주변에 NGO 많아 단체 홍보·협업 쉬워 관광객 늘어나며 모금·기부 증가… 임대료 상승에 원주민 이탈 우려도 인왕산 자락 아래로 옹기종기 모인 한옥집, 지붕 사이로 뒤엉킨 전깃줄, 좁은 골목길의 아기자기한 카페와 공방들…. 통인동·옥인동·필운동 등 경복궁의 서쪽에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마을, 서촌(西村) 풍경이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이 마을에 언젠가부터 비영리단체 사옥이 하나 둘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유니세프·아름다운재단·푸르메재단 등 유명 단체부터 이제 막 문을 연 국제구호·예술단체까지, 어느덧 수십 개의 공익단체가 골목마다 눈에 띌 정도다. 비영리 조직의 메카로 떠오른 서촌. 이유가 뭘까. “느린 호흡으로 보면, 이곳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지난 3일 만난 백시영 아띠인력거(지도 14) 공동대표는 건물 모퉁이를 돌 때마다 서촌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쉴 새 없이 풀어냈다. 시인 서정주가 머물면서 문학 동인지 ‘시인부락’을 탄생시킨 보안여관, 국내 최초 청각장애인 특수교육기관인 국립서울농학교, 영화 ‘효자동 이발사’의 소재가 된 형제이발관 등 골목마다 역사의 숨결이 묻어있었다. 오르막길을 따라 인력거를 끌던 백 공동대표는 “우리 동네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알리고 싶었다”면서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닦았다. 아띠인력거는 삼륜자전거로 서촌과 북촌 투어 및 해설을 진행(1시간에 2만5000원)하는 사회적기업으로, 2012년 설립됐다. 그는 “우리처럼 관광 및 교육적 콘텐츠를 활용하기 위해 이곳에 자리 잡은 단체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아름지기재단(지도 12)은 2013년 북촌에서 서촌으로 사옥을 옮겼다. 전통문화의 보존 및 현대화 교육 사업을 진행하는 단체 성격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