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新시장 모델 사람들 어깨를 스치지 않고선 지나치기도 힘든 좁은 시장통, 상인들 목청이 갈수록 높아졌다. “몸에 정말 좋은 미숫가루가 하나 남았어요!” “한 번밖에 안 입은 옷인데 싸게 드릴게~.” “액자 1000원! 피규어 500원!”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정릉시장’. 시장 아래 흐르는 정릉천(貞陵川)을 따라 길게 늘어져 있는 ‘개울장’의 풍경이다. 일종의 ‘시장 속 시장’ 개념인 개울장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토요장터(2·4주 토요일 개최)다. ‘서울형 신(新)시장 모델’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시가 침체돼 가는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진행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찾은 이곳은 시장이라기보단 커다란 문화 놀이터에 가까웠다. 개울가에 마련된 공연장에선 인디밴드 ‘마리슈’팀, 거리 공연을 주로 하는 재즈팀 ‘더 뉴 재즈밴드’ 등의 음악이 끊이질 않았다. 개울장 끝에 위치한 ‘개울놀이터’에선 튜브를 두른 아이들의 물놀이가 한창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파랑병원’이라고 이름 붙여진 부스. 파랑병원은 ‘병원놀이’를 콘셉트로,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춤과 노래, 상담 등을 통해 치료해 주는 예술 단체다. 시퍼런 눈 화장에 상·하의 모두 파랗게 차려입은 이들이 손님들을 맞았는데, 때론 익살스럽게, 때론 진지하게 처방전을 제시했다. 소심한 어린이가 오면 “간이 뻥튀기 돼서 엄청 커질 거야”라는 말과 함께 뻥튀기 한 봉지를 처방해주는 식이다. 파랑병원 관계자는 “기력이 떨어진 어르신에겐 시장 내 정육점에서 바꿀 수 있는 소꼬리 교환권을, 취업이 힘든 청년이 오면 치킨집에 가서 치킨과 맥주로 바꿀 수 있는 교환권을 준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장터의 가장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