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겐 ‘나’를 들여다보는 학교가 필요합니다

사회적기업 ‘사람에게 배우는 학교’ ‘꿈 키우는 공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 15명 첫 제자, 전단 등 발로 뛰어 모집해 자기 일에 철학 있는 선배의 강연 듣고 토론하고 직접 직업 현장 찾아가기도 겁 없는 두 청춘 남녀가 거대 공교육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4년 전, 1인 시위로 임용고시 정책을 바꿔낸 ‘노량진녀’ 차영란(31)씨와 ’80만원으로 세계여행’의 저자 정상근(29)씨 이야기다. 이들이 만든 사회적기업 이름은 ‘사람에게 배우는 학교’다. 차영란씨는 원래 교사가 꿈이었다. 1인 시위까지 할 정도로 간절했던 교단이었지만, 현실과 이상 간의 괴리는 컸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교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수업에 들어가니, 아이들은 너무 무기력하고 학교는 학원이랑 다를 바가 없더라고요. 하고 싶은 걸 적어보라고 하면, 백지로 내는 애들이 대부분이에요. 제가 학교 다닐 때랑 바뀐 게 하나도 없었죠.”(차영란)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낸 차씨와 달리, 정상근씨를 키운 건 팔할이 길 위였다. “중학교 1학년 때, 부모님 응원에 힘입어 처음으로 전국 일주를 했거든요. ‘아들이 가출한 게 아니라 여행 중이니 만나면 가르침을 주시라’는 부모님 편지 한 통이랑 4만원이 전부였어요. 그게 제 인생을 바꿨죠. 그 뒤론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어요. 지적장애인 분들이 계시는 양계장에서도 생활해보고, 대학 들어오고 군대 제대하고 나선 있는 돈 전부 털어 세계여행 가고요. 이곳저곳 걸으면서, 여러 사람 만나면서 많이 배웠어요. 그러다 보니, ‘우리 부모님이 참 현명하셨구나’ 싶고 학생들이 안타깝더라고요. 20년 가까이 학교 다니는 동안, 오로지 ‘대학’만 보잖아요. 그게

[Cover Story] 영국 런던 예술가들의 화려한 부활

예술, 버려진 공간에 숨을 불어넣다 런던 폐공장 단지, 400명 예술가 작업실로 지역 공동체 위한 프로젝트 참여하면 일반 임대료보다 60% 저렴한 공간 제공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낡은 교회학교 범죄율 낮추고 약물중독자 치료 돕기도 서울 ‘홍대 앞’은 더 이상 예술가들의 놀이터가 아니다. 값비싼 임대료를 감당 못하는 예술가들은 점점 홍대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싸다는 영국의 수도 런던. 이곳의 예술가들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청년 사회적기업 ‘에이컴퍼니’와 함께 2014년 8월 14일부터 10박 11일 동안 런던 탐방에 나섰다. 에이컴퍼니는 대중에게 신진 작가의 예술작품을 알려 구매하도록 돕고, 이를 통해 신진 작가들의 자립 기반을 만드는 사회적기업이다. 또한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의 한 주택을 임대해 갤러리 ‘미나리하우스’도 운영하고 있다. 미나리하우스는 갤러리 겸 게스트하우스(여행자 숙소)로 운영되며, 작업 공간이 필요한 신진 작가에게 6개월간 무상으로 레지던스를 빌려주고 있다. 특히 이번 탐방은 미나리하우스의 런던점 진출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것. 이 사업은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한화생명이 후원하고, ㈔씨즈가 주최한 ‘씨커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청년들에게 국내외 사회적기업의 혁신 사례 탐방을 4년째 지원하고 있다. 편집자 주   ◇런던의 예술가들, 플라스틱 공장을 접수하다 서울 구로 공단 같았다. 런던 수도를 가로지르는 템스 강 남동쪽 해링턴 웨이(Harrington way)에 위치한 대규모 공장 단지는 끝이 안 보였다. 겉모습은 공장인데, 굴뚝 연기도 기계음도 없었다. 건물의 정체는 예술가 400여명의 작업실. 건축·회화·도예 등 같은 분야 예술작가들이 건물별로 입주해있고, 아트 카페, 프린트 스튜디오, 교육 공간,

‘살 만한 곳’ 만들러 나섰으나… 인력관리·자금난에 울상

주거복지 분야 사회적기업들의 고민 취약계층 고용 할당 등 인력 구성에 골치 제도적 뒷받침 미비·더딘 행정 처리에 자금 계획 세우기도 어려운 현실 자기혁신·장기적인 공공 파트너십 필요 “우린 이제 사회적기업 안 합니다. 건설업과는 안 맞아요.” 지난 2010년 설립된 ㈜내일은 인테리어 시공업체다. 김은천 대표는 설립 초기부터 지역복지 시민단체인 ‘열린사회북부시민회’ 등에서 주거 개·보수 관련 봉사를 해오다, 아예 2012년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 인증까지 받았다. “좀 더 체계화된 봉사를 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올해 초 김 대표는 스스로 사회적기업을 포기하고 주식회사가 됐다. “이 분야에선 공공조달 일거리가 중요한데, 이를 수행하려면 공기관이 원하는 인력 구성을 해야 했어요. ‘취약 계층을 몇 명 이상 채용하면 일정량의 물량을 주는 식’이었죠. 그들을 뽑고, 교육과 훈련을 시켜 현장에 투입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오래가지도 않아요. 자세와 의지에서 문제를 보였죠. 업무 역량도 그렇고요. 건설업은 현장에서 융통성 있게 대처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그런 식으론 운영이 안 되겠다 싶었죠.” 그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억지로 하는 게 줄어서 마음이 편해졌다”며 “앞으로도 취약 계층을 고용하고 어려운 사람 돕는 일을 계속할 계획이지만, 회사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하지 의무적인 틀에 맞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절박함 해소하러 나선 기업들, 절박함에 빠지다 주거 환경을 개선하거나 낡은 마을을 되살리는 사회적기업이 국내에 등장하기 시작한 건 2008년 무렵. 문영록 한국주거복지협회 사무처장은 “기존 자활공동체가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기도 하고, 시민활동가들이 무너진 마을을 위해 뭉치기도 했다”고 했다. 이들의 미션은 ‘건설업을

[최태욱 기자의 ‘○○’] ‘옛것’을 매만지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고물(古物)’ 빌딩숲이 흉물로 보입니다. 휴가철이 다가오나 봅니다. 문득 이번 달 새로 개장했다는 리조트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경북 안동의 ‘고택(古宅)’ 리조트. 2012년 문화재 보존을 위해 설립된 사회적기업 ‘행복전통마을’이 유실 위기에 처한 문화재를 활용해 지었답니다. 옛것을 조물조물해 새 가치를 만드는 것, 사회적경제가 좋아하는 활동입니다. 2010년 말 등장한 ‘마인드디자인'(문화재청 예비 사회적기업)은 전통문화의 미학을 끄집어내 매력적인 상품으로 구현합니다. 목걸이, 팔찌, 손수건 같은 것입니다. 2012년 도봉구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수유화개’는 전통 수공예품의 가치를 새로이 느끼게 해줍니다. 공동체 복원을 위해 일하는 마을 기업들이 찾는 것도 사실 ‘옛것’입니다. ‘더불어 살던 동네 분위기’ 말입니다. 이를 위해 쓰러져가는 빈방을 마을 사랑방으로 바꾸고, 한데 모여 텃밭을 가꿉니다. 동네 엄마들은 돌아가면서 작은 카페 주인이 됩니다. 주스를 마시며 숙제를 하는 꼬마는 그 누구의 아이도 아닌, 마을의 자녀입니다. 전국 마을 기업 1000여 곳은 마치 고물상처럼 이젠 고물이 된 가치를 찾아 떠돕니다. ‘기능이 다했다’고 여겨지는 은퇴 어르신들은 어떻습니까. ‘인생 2막’이란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시니어의 재발견을 위한 노력이 활발합니다. 열정·노력에 적당한 운이 더해지면 빈병이 새 병 되는 ‘리사이클(Recycle)’이 아니라, ‘휘황찬란’ 유리 공예품이 되는 ‘업사이클(Upcycle)’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물을 ‘보물’로 만드는 묘약은 뭘까요. 어떤 걸 덧대야 시든 가치를 다시 활짝 피울 수 있을까요. 지난 2004년 알코올중독자를 중심으로 모인 경기도 안산의 한 재활사업단. 당장 할 수 있는 거라곤 파지나 공병을 줍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마저도 쉽지

대기업 계열사에서 사회적기업으로… “청소업은 하찮은 직종” 편견 바꾸는 이들

나는 르포기자다 (1) 홈클리닝 업체 ‘인스케어코어’ 2009년 ‘함께일하는세상’이 인수 직원 80여명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나 월 1억5000만원 적자 시달리기도 현재 본사 직원의 60%는 취약계층 “고객님, 저희가 소파 틈새를 청소하던 중 흰개미를 발견했습니다. 동물을 기르기 때문인 듯합니다. 우선 청소기로 다 빨아들였습니다만, 추후에 외부 업체를 불러 살균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48평 고급 아파트. 홈클리닝 전문업체 ‘인스케어코어’의 임유택 팀장이 집주인 최제희(80)씨를 찾아 집안 환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집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평소에 옷에 흰 물질이 묻어 있었는데 그게 흰개미일 줄 몰랐다”며 “가격이 조금 비싸도 신뢰감 있게 청소해주니 주변에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인스케어코어는 올해 22개 가맹점을 제외한 본사 매출만 10억원(예상)가량인 ‘알짜기업’이다. 월 최소 13만원을 내고 청소 관리를 받는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 수만 해도 1000명이 넘는다. 하지만 회사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특이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사회적기업의 계열사다. 이곳은 원래 웅진홈케어라는 대기업 계열사의 홈클리닝 사업부였지만 250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무너지기 직전까지 왔던 2009년, ‘함께일하는세상’이라는 청소용역 사회적기업에 전격 인수됐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청소업체가 사회적기업에 인수됐다는 사실로 회사 전체가 발칵 뒤집혔어요. ‘우리도 자활이나 청소 용역 업무를 맡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부터 ‘그래도 우선 1년은 지켜봐야지’ 등등 직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권기락 관리팀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인스케어코어에서 일한 터줏대감이다. 인수 당시, 함께일하는세상은 80여 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고용 승계하는 조건으로 웅진홈케어의 홈클리닝 사업부를 5000만원에

[최태욱 기자의 ‘○○’] 보여주기에 치중한 협동조합… 월드컵 축구 같은 결말 없기를

‘응원應援’ 우리의 월드컵은 ‘조기종영’했습니다. ‘새벽’응원도 끝났습니다. 밤잠과 맞바꾼 애국심. 결과는 초라합니다. 응원구호는 질타와 비난 구호로 바뀌었습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한 생태계와 시스템에 대한 응원보단, 4년에 한 번꼴로 외친 ‘대~한민국!’의 함성이 더 컸던 결과입니다. 지난 4년간 3번이나 감독이 바뀌며 우왕좌왕했던 대표팀. 진짜 응원은 그때 더 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최근 월드컵 열기 못지않은 게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입니다. 응원의 손길이 점점 거세집니다. 전국 15개의 사회적기업 중간지원기관이 올해부턴 협동조합까지 품어 안으며 컨설팅, 교육, 홍보 등을 돕습니다.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의 ‘유통사업단’이나 서울시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공공구매영업단’ 같은 것도 새로 생겨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제품의 판로 개척을 적극적으로 돕기도 합니다. 자율적으로 응원의 힘을 모은 곳도 있습니다. 공익활동가들의 처우 개선을 목표로 하는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나 ‘피플앤프로보노 사회적협동조합’ 같은 곳입니다. 양광석 피플앤프로보노 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은 “비즈니스에서 어려움을 겪는 협동조합들을 응원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재능기부자 풀(Pool)을 확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진행되는 등 여·야가 한목소리로 법제화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외로운 벌판에서 ‘악전고투’하던 1세대들 보기엔 ‘격세지감’이 생길 정도입니다. 분명히 응원 열기는 높고 제도도 많아졌는데, 사회적기업가들은 “정작 필요한 지원이 없다”고 말합니다. 전문가들은 “생태계와 시스템 구축보다 인건비 등 단기 성과(고용창출)가 눈에 보이는 지원 일색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오락가락 방향성도 문제랍니다. 협동조합 지원기관의 한 전문가는 “기획재정부에선 협동조합에 대한 직접 지원이 없다고 했는데, (소상공인전통시장진흥공단의) ‘소상공인협업화지원사업’에선 1년에 400억원 넘는 돈을 협동조합에 지원한다”며 “이로 인해 돈만 보고 덤비는 협동조합이 늘고, 지원

외로운 바둑의 길… 후배들이 재능기부로 세상과 함께했으면

바둑기사들의 재능기부 ‘다면기’ 참가… 바둑 국가대표 감독 유창혁 ‘프로바둑 기사와 마주 앉을 기회.’ 바둑 애호가들에게 이보다 더 큰 영광은 없다. 이를 통해 좋은 일까지 한다면 ‘금상첨화’다. 오는 15일 서울 왕십리 한국기원 대회장에서 개최되는 프로바둑 기사들의 ‘다면기’ 행사는 그런 취지로 마련됐다. ‘다면기’는 프로바둑 기사 한 명과 2인 이상의 바둑 애호가들이 대국을 벌이는 것. ㈔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이하 세스넷)가 주관하고, KB국민은행·외환은행 등이 후원하는 이번 행사엔 조훈현·유창혁·양재호 등 국내를 대표하는 프로기사 50명이 재능기부로 나서며, 100여명의 아마추어 바둑인들도 동참한다. 행사 참가비(1인 10만원)와 기업 후원금, 바둑기사들의 소장품 경매 수익 등은 모두 사회적기업 육성과 취약계층 지원사업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지난 3일 세계대회 그랜드슬램 달성자(4대 메이저대회 우승)이자 현 바둑 국가대표 감독을 맡고 있는 유창혁(48·사진) 9단을 만나 이번 행사의 의미를 물었다. ―프로바둑 기사들의 재능기부 활동이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2009년 ‘세스넷’이란 곳을 알게 되면서 첫 행사가 열렸는데, 올해 세 번째다. 바둑기사들은 바둑문화 보급과 사회공헌 차원에서 갖가지 봉사에 참가하는데, 대부분 개인적인 활동이고 일회성에 그쳤다. 바둑이 개인적인 경기다 보니 개인 성적이 우선시되고 단합은 부족한 면이 있다. 하지만 우리 바둑은 지금 변화를 필요로 한다. 중국에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위협받으며, 1000만명에 육박했던 바둑 인구가 절반으로 줄 만큼 관심도 떨어졌다. 이 행사는 개인이 아닌 단체의 자격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체계적이며 지속적으로 재능기부를 할 기회라는 점이 특별하다.” ―행사 수익금을 사회적기업에 지원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몇 차례 기부나 자선활동을 했었지만 늘

세계 3만5000㎞ 달려… 사회적기업의 희망을 만나다

임팩트 투자 전문가·인권 변호사 부부 1년간 만난 세계 20개국의 사회적기업가 100명 “기업 생태계, 나라마다 달랐지만 ‘개인적 동기’ 모두 가지고 있어 케냐의 공정거래·남아공 무료 대학… 지원 많아진 것에서 가능성 찾았죠” 1년 동안 아시아에서 아프리카까지 3만5000㎞를 돌며 세계 20개국 사회적기업가 100명을 만난 부부가 있다. 스타트업 기업의 성장을 돕는 ‘임팩트 투자(재무적 수익뿐 아니라 사회·환경적 가치를 고려해 투자)’ 전문가 스티븐 리(Steven Lee·37)씨와 유엔난민기구(UNHCR) 인권변호사 머라이어(Marije Mellegers·34)가 그 주인공이다. 2013년 4월 28일 동해항에서 시작한 여정은 러시아, 몽골을 거쳐 아프리카 최남단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마무리됐다. 1t짜리 트럭 지붕을 개조해 텐트를 부착하고, 비포장 도로에도 견딜 수 있는 강력한 바퀴를 장착했다. 대부분의 숙박 일정은 오토캠핑장 혹은 자연 속.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금융공사(IFC) 등 국제기구나 각 나라에서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협회의 추천을 받아 방문할 곳을 선정했고, 인터뷰한 사회적 기업가로부터 추천을 받기도 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막론하고 흔히 찾을 수 있는 사회적기업 모델은 ‘재활용 가게’였다. 하지만 사회적기업 생태계는 나라마다 달랐다. 아랍권에서는 ‘가난한 사람에겐 일보단 돈을 주는 것이 낫다’는 통념이 지배적이었고, 중앙아시아 국가 상당수는 독재 정치에 익숙해진 탓인지 ‘사회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답을 못하곤 했다. 케냐는 10년 전부터 이미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나라지만, 장벽은 여전했다. “비즈니스 인큐베이팅이 끝나고 사업자금을 찾으라고 하면 아주 쉽게 찾아요. 보조금(grant)이 대단히 많기 때문이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놔도 다시 보조금으로 돌아가는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기업가 정신이 중요한 이유다. 사회적기업가 100명에게서 발견된 공통

매달 15곳 돌아도 상법만 따지다 돌아와… 공공기관·사회적기업, 동행 가능한가

공공기관과 거래하는 사회적기업의 사정 작년 공공기관의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율 0.68% 기업이 직접 공공기관 찾아가도 형식적인 대응만… 구매담당 공무원에 인센티브·의무교육 강화해야 ‘0.68%’. 지난 한 해 국가기관, 지자체,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서 사회적기업 제품을 구매한 비율이다. 지난달 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3년 공공기관의 사회적 기업 제품 구매 실적’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총구매액은 2632억원으로 지난 2012년(1916억원)보다 37.3% 증가했지만 여전히 공공기관 경영평가 권고 기준(3%)을 크게 밑돈다. 대부분의 사회적기업에 판로 개척이 케케묵은 난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공기관들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지난해 공공기관과 거래 실적이 있는 사회적기업들에게 공공거래에 대한 ‘속내’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문 닫기 일보 직전에 살아났죠.” 광진구 구의동에 위치한 정립전자. 중증 장애인 160명이 일하는 사회적기업으로, ‘LED(Light Emitting Diode·발광다이오드)’ 등 전기·전자 제품을 생산한다. 2008년 경영이 악화돼 폐업 위기에 놓였지만, 현재는 안정 궤도에 들어섰다. 작년 매출은 약 230억원. 2009년과 비교하면 10배가 넘는다. 정립전자는 공기업들의 도움을 발판으로 올라섰다. 김현국 정립전자 대표는 “한국남부발전이 제품 개발비를 지원했고, 다른 발전사들도 꾸준히 제품을 구매해줘 경영에 안정성을 얻었다”고 했다. 사회적기업 중 유일하게 자사 브랜드 PC를 납품하는 ‘레드스톤 시스템’은 작년 매출 78억 중 90% 정도가 공공기관과의 거래 실적이다. 박치영 레드스톤 시스템 대표는 “지자체, 관공서, 공기업들을 찾아 전국을 돌며 얻어낸 성과”라며 “민간 시장을 뚫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회사 설립 단계부터 공공기관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는 작년 11월, 서울시로부터 서울 중랑구의 ‘시립중랑노인전문요양’을 위탁받았다.

[최태욱 기자의 ‘○○’] 한 달에 한 번, 비밀 상자를 열면 공정무역 상품이 주르르~

사회적기업 10곳 참여 ‘맺음꾸러미상자’ 매달 메뉴 조합 바뀌어 여는 재미 쏠쏠 지난 16일 강북구 번동의 한 골목길이 부산스럽다. 이영섭(39·온라인 유통업)씨의 사무실 이삿날이다. 이씨는 남겨진 책상, 의자, 소형 냉장고 등을 자활 공동체 ‘민들레가게’에 기증했다. “아깝잖아요. 주변에 이런 거 처분한다는 사람 만나면 꼭 얘기해줍니다.” 이씨가 트럭에 실리는 의자를 보며 말했다. 김지연 민들레가게 총괄팀장은 “신청하면 직접 수거하러 가는데, 하루 평균 3~5건 정도 된다”고 했다. 강북구에 이 같은 활동을 하는 업체는 민들레가게, 아름다운가게, 살림 등 7곳. 매장 수로 20여곳이나 된다. 지난해 이들이 뜻을 모았다. ‘강북자원순환네트워크’라는 협의체를 결성하고 ‘공공박스'(http://oobox.kr) 캠페인을 시작했다. 홈페이지에 온라인 기증 신청을 하면 요일별로 정해진 업체가 수거한다. 판매 수익금은 소외 이웃에게 연결한다. 이날 영섭씨의 손때가 묻은 물품들은 강북구 인수동 산자락에 있는 물류센터로 옮겨졌다. 30여평 공간 가장 안쪽엔 파란색 상자가 산처럼 쌓여 있다. ‘여름잠’에 들어간 겨울옷들이다. 복도에는 ‘출하 대기’ 중인 상자들이 가득했다. 오는 주말 강북자원순환네트워크가 주최하는 자선 바자회로 향할 예정이다. 옷 대신 ‘설렘’이 담긴 상자도 있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맺음사업단’의 도시형 꾸러미 상자다. “사회적기업이나 공정무역 제품들을 한 상자에 담아 기업에 장기 회원제 방식으로 납품하면 어떨까 생각했죠.” 임상엽 맺음사업단 매니저의 설명이다. 지난 5월 첫 번째 거래가 성사됐다. 오는 12월까지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에 꾸러미 상자를 납품하게 된 것. 이혜원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구매팀장은 “매주 월요일 임직원 250여명에게 간단한 아침을 대접하는 ‘위클리스낵’이란 행사를 하는데, 주로 대기업

협동조합 창업교육 해주고 임직원엔 3%대 금리 대출… 진화하는 신협

지역 주민 신뢰 얻으려 다시 변하는 신협 협동조합 특례보증·1신협1협동조합 추진 신규조합 자금 부족 문제는 과제로 지적 “70년대 시골은 춘궁기를 버티기 위해 쌀을 빌렸죠. 50%의 고리(高利)였어요. 모두가 가난해졌죠. 그래서 동네 청년 24명이 800원씩(당시 8만원 정도의 가치) 거둬 제일 어려운 사람 먼저 빌려줬어요.” 1977년 4월 정식 인가를 받은 전남 ‘보성신협’이 탄생한 배경이다. 당시 기틀을 다졌던 이는 임정빈 현 동작신협 이사장. 임 이사장의 설명은 이어졌다. “점점 사람이 모이니 이자도 모였죠. 마을 사람들과 상의해 동네 화장실을 개량하고, 우수한 돼지 종자를 들여왔어요. 돼지가 많아져 파리가 들끓자 마을 소독도 했죠. 학생들이 통학하는 강가엔 다리를 놨고요. 이게 신협입니다. 다 함께 행복해지는 거죠.” 우리나라에 신용협동조합(이하 신협)이 생긴 건 1960년 5월 미국 메리가브리엘라 수녀가 만든 ‘성가신협’이 처음이다. 국내 최초의 민간 주도 비영리 금융협동조합이었다. 주주 이익이 아닌 상호 이익을 위한다는 게 은행과 달랐다. 1972년엔 신협특별법도 제정됐다. 현재 전국 935개의 신협이 580만명의 조합원과 57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4위, 아시아에선 가장 큰 규모다. 소상공인, 저신용 근로자, 지역 주민들이 주고객이다. 5년째 신협을 이용한다는 구자숙(62·서울 동작구)씨는 “(은행에 비해) 소액 대출이나 예금 문의를 훨씬 편하게 할 수 있고, 봄철 기생충 약이나 김장철 소금 같은 것들을 공동구매 해주기도 한다”고 했다. 법 제정 이후 규모가 커지긴 했지만 수많은 신협이 난립하면서 문제도 생겼다. 일부 임원들의 ‘돈놀이’ 창구가 되거나 ‘이율’만 좇는 조합원들도 늘었다. 본래 가치를 잃으니 경영도

눈 안보이면 춤출 수 없단 생각, 뒤집으니 희망이 보였다

명상舞 알리는 기업 ‘춤추는 헬렌켈러’ 눈감고 추는 즉흥무, 시각 장애인에 딱 장벽 뛰어넘는 다양한 직업 발굴이 목표 지난 11일 저녁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교회 세미나실. 단소, 꽹과리 등 국악으로 어우러진 한국의 가락이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하나, 둘, 셋.”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는 손을 두어 번 휘젓고, 빠르게 한 바퀴 턴을 했다. 그가 옆 여자의 어깨를 살짝 터치하며 순서를 알렸다. 머리를 곱게 묶은 여자는 오른손을 위로 둥그렇게 올리고, 바닥에서 살포시 뛰었다. 발레 동작과 비슷했다. 즉흥적인 몸짓이지만 음악과 묘하게 분위기가 맞았다. 두 남녀는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시종일관 눈을 감고 있었다. 유창호(23·시각장애 3급), 최희정(39·시각장애 1급)씨는 시각장애인 댄서다. ‘보이지 않는데 춤을 출 수 있을까.’ 예비 사회적기업인 ‘춤추는 헬렌켈러’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명상무(舞)’를 보급하는 단체다. 이날 연습에 매진하던 시각장애인 5명도 이달 말 ‘세종과 지화, 춤을 추다!’ 공연을 앞둔 명상무 수련생들이다. 명상무는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되 음악이나 연주에 맞추어 자신의 내면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춤이다. 정형화된 안무가 아닌 즉흥무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정안인(正眼人)들도 명상무를 출 때 눈에 까만 두건을 두른다. 시각장애인에게 명상무가 ‘잘 맞는 옷’인 이유다. 정찬후(43) 춤추는 헬렌켈러 대표는 명상무가 “맹인이 명인(名人)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년 넘게 호흡 명상과 명상무를 지도해온 정찬후 대표가 ‘시각장애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2009년 그는 석가탄신일 기념 공연에 참가했다가 시각장애인 자녀를 둔 한 어머니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