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갈 곳 잃은 여행자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많은 시련을 주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궤멸적인 피해를 본 산업 중 하나가 여행·관광 산업이다. 2019년 전 세계 GDP의 10.4%를 차지하던 여행·관광 산업은 2020년 5.5%로 약 49.1%(약 4조5000억달러)나 감소했고, 관련 일자리도 18.5%가량 감소했다. 정부의 긴급 보조금을 가장 많이 수혈받은 업계 중 하나였는데도 이 정도라면 실제 여행·관광 업체 종사자들이 느낄 고통은 얼마큼인지 상상하기 힘들다. ‘무착륙 비행’이라는, 기후변화 시대에 상상하기 어려운 고탄소 배출 상품이 인기를 끈 것도 결국 이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리라.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코로나에 해외여행 욕구가 커진 고객들과, 당장 현금이 없어 피가 마르는 관광 업계와 항공 업계의 수요가 맞아 도착지도 없이 면세점 쇼핑과 비행만 하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이래저래 씁쓸하다. 설령 갈 곳이 없어도 훌쩍 떠나고 싶은 욕구를 지닌 인류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점점 발목이 묶일 미래에는 어떻게 될까. 여행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장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여행 산업을 위한 비영리 민간단체 ‘서스테이너블 트래블 인터내셔널(Sustainable Travel International)’에 따르면 관광 산업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를 차지하며, 그중 절반이 이동 수단에 의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이전까지 중국, 인도 등 최근 경제 성장이 가파른 국가의 해외여행 수요가 폭증하고, 저가 항공들이 대거 생겨나면서 1990년 5억t 수준의 항공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8년 10억4000만t이 돼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차치하더라도 관광은 해당 지역에 큰 사회적, 환경적 부담을 준다. 수용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인류에게 던져진 不和의 황금사과

어린 시절 열심히 읽던 그리스 신화 세계관의 시작은 바로 트로이 전쟁에 대해 다룬 ‘일리아스’였다. 올림푸스의 신들이 아카이아인과 트로이인들을 통해 대리전을 펼치는 이 중요한 이야기가 ‘에리스’라는, 그리스어로 ‘불화(不和)’를 뜻하는 여신에게서 시작됐다는 건 꽤나 흥미로운 포인트였다. 불화와 이간질의 여신인 에리스는 인간들뿐만 아니라 신들 사이도 이간질하며 불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이로 인해 벌어진 전쟁터를 전쟁의 신 ‘아레스’와 함께 누비며 자신이 일으킨 파괴의 흔적을 즐기는 존재로 묘사된다. 아마도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에리스가 열심히 가꾸는 ‘불화의 황금사과 과수원’쯤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19와 같은 글로벌 팬데믹, 시시각각 닥쳐오는 기후변화 등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는 문제가 산적한 상황인데도 인류는 대동단결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서로 갈라져 다투느라 여념이 없다. 이러한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극단주의다. 정치, 종교, 사회적 이슈 전반에 걸쳐 극단주의가 세계적으로 범람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극단주의는 자신이 믿는 이데올로기를 ‘극단적’으로 내세워 자신과 타인 모두의 이익을 짓밟는 비합리적 행동으로 치닫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었던 백인 우월주의 단체 프라우드보이스나 음모론을 신봉하는 큐어넌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현재 이러한 극단주의가 자라날 최적 상황이 조성됐다는 점이다. 2000년대 이후 자본의 세계화와 반복된 경제 위기는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한 국가들의 중산층을 붕괴시켰고, 빠른 속도로 양극화가 진행됐다. 실업률 증가, 정부 복지 재정 고갈은 일본·영국·미국 등 선진국들의 급격한 우경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또한 중국과 미국의 패권 정치와 아프리카,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한 대규모 난민

구글-루트임팩트, 취약계층 청년 일자리 창출 위한 디지털 실무 역량 강화 프로그램 운영

사단법인 루트임팩트와 구글코리아가 취약계층 청년 대상 디지털 실무 역량 강화 프로그램 ‘임팩트캠퍼스’를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교육과정은 디지털, 커리어 계발 등 관련 분야 전문 기업과 연계해 진행한다. IT인재양성 전문 기관인 코드스테이츠, 성인 대상 교육 기업 패스트캠퍼스, 코멘토 관계자들이 직접 강사로 나선다. 또한 커리어 소셜 플랫폼 원티드가 실무 역량 계발을 돕는다. 우수 참가자에게는 구글스타트업캠퍼스 출신 기업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회도 제공된다. 구글 직원들이 멘토로 참여하는 이력서 상담 및 모의 면접도 진행한다. 임팩트캠퍼스 디지털 관련 분야에 취업하고 싶은 취업준비생에게 정보보안, UI 개발 등 디지털 및 이력서 코칭, 모의 면접 등을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으로 구글코리아 내부 사회공헌 조직인 구글닷오알지가 후원하고 소셜벤처 지원 조직인 루트임팩트가 운영한다. 루트임팩트는 교육생의 절반 이상을 취약계층과 여성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는 “취업 시장에서 디지털 직무 수행 가능 인력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관련 교육이 꼭 필요해지고 있다”면서 “취약계층 임팩트캠퍼스는 참여자의 50%를 저소득층에서, 70%를 여성으로 선발할 것”이라고 했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코로나19가 몰고 온 고용 절벽의 가장 큰 피해자인 청년들의 커리어 개발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구글코리아는 임팩트커리어 프로그램 운영 목적으로 루트임팩트에 11억원을 기부했다. 임팩트캠퍼스는 내년 6월까지 진행되며 자세한 교육과정 확인과 참가 신청은 루트임팩트 홈페이지(www.rootimpact.org)에서 하면 된다. 강태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kite@chosun.com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팔열팔한지구(八熱八寒地球)

대부분의 종교는 사람들에게 선악을 가르치기 위해 각자의 문화권에서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누리는 ‘천국’과 가장 고통스러운 ‘지옥’의 모습을 상상했다. 흥미로운 것은 천국의 모습은 문화권별로 차이가 있는 데 비해, 지옥은 대부분 묘사가 겹친다는 것이다. 그곳은 불타거나, 얼어붙어 있는, 고통만이 존재하는 곳이다. 고대의 종교인들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에 신음하고 있는 오늘날 지구의 풍경을 보게 된다면, 아마도 종말이 다가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것 같다. 2020년은 지구 기온 사상 최고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 지역은 관측을 시작한 이후 2010년까지의 평균기온에 비해 2020년 기온이 2.2도나 높았다. 겨울철 온도가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는 시베리아 북동부 북극권 인접 지역 베르호얀스크는 6월 평균기온이 평소 20도에 불과한 곳이었으나 작년 6월에는 38도를 기록했다. 반면 올해 2월에는 30년 만의 최악의 한파가 미국 중부, 남부를 덮치면서 세계 최강 대국 미국에서 수도와 전기가 끊기고 석유 시설의 생산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시기보다 1.1도 이상 증가하면서 열대 폭풍의 빈도와 강도는 올라가고, 제트기류의 약화로 인해 극지방에 갇힌 차가운 공기 덩어리인 극소용돌이(Polar Vortex)가 남하하면서 폭한 사태를 발생, 전 세계적인 폭염과 가뭄, 그로 인한 산불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상기후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서서, 인류 사회에 실존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독일의 비영리 민간기후연구소 저먼워치는 21세기에 들어서 20년간 1만1000건이 넘는 이상기후가 발생했고 이로 인한 사망자가 47만5000명, 피해액은 2조5600억달러(약 28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역신의 시대

인류가 누리는 삶의 질을 드라마틱하게 개선한 것을 꼽자면, 무엇보다도 공중위생과 의료보건 영역일 것이다. ‘등불을 든 여인’ 나이팅게일이 이름을 남긴 것도 크림전쟁에서 위생정책 개선을 통해 부상병들의 사망률을 40%에서 2%로 감소시켰기 때문이고, 때만 되면 기승을 부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던 천연두, 장티푸스. 콜레라의 사망률을 급격히 낮춘 것은 백신과 항생제의 개발이었다. 아마도 인류는, 적어도 선진국이라고 할 만한 국가에서는 고령화와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인한 대사질환 증가 이외에는 의료보건 영역에서는 큰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만하고 있던 게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자만하던 인류에게 코로나19는 우리의 의료보건 대응 능력이 한참 부족하고, 앞으로 훨씬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함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최신 정보가 온 사방에 업데이트되고 있으니 굳이 다시 다루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인류는 역신이 날뛰는 시대로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대 이후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 신종 인플루엔자, 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 COVID-19 등 주요 신종 감염병만 30여개 이상 발견됐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정책동향에 따르면 한때 소멸했던 감염병이 새롭게 만연하거나 재출현하는 동향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인간의 행동과, 그 행동으로 인해 나타나는 기후변화의 결과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밀림 개발과 삼림 파괴로 인해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증가하고, 동물에게만 존재하던 새로운 감염병이 퍼지게 될 뿐 아니라, 대기 기온이 상승하고 그로 인한 기상 이변으로 질병을 매개하는 진드기와 모기가 증가하게 된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기상청의 예측대로 2040년 제주 해안의 겨울철 평균 기온이 섭씨

“소셜섹터 종사자 번아웃 막는다”… 루트임팩트, 요가명상 프로그램 론칭

사회혁신가를 지원하는 비영리기관인 루트임팩트가 소셜섹터 종사자를 위한 치유 프로그램을 론칭한다. 루트임팩트는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과 함께 소셜벤처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요가·명상 등 치유 활동 프로그램 ‘디웰빙(D-Wellbeing)’을 시작한다고 3일 밝혔다. 디웰빙은 ▲요가 ▲명상 ▲마인드풀니스 등을 무료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 중 두 시즌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첫 시즌은 오는 28일부터 6월 17일까지 운영되며, 두 번째 시즌은 7월에 열린다. 유명 강사진으로 구성된 룰루레몬 앰베서더와 라이프쉐어, 웰리 관련 소셜벤처도 세션을 맡아 다양한 종류의 요가와 마음 치유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워킹맘, 창업가, 장애인 대상의 특별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해당 프로그램은 오는 4월부터 8월까지 각 4주간 세 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디웰빙은 룰루레몬의 사회공헌 프로젝트 ‘히어 투 비(Here to be)’ 일환으로 진행된다. 히어 투 비는 후원금과 요가 강의 제공 등으로 비영리단체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루트임팩트는 “소셜섹터 종사자들이 타인을 돕느라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한채 심각한 ‘번 아웃’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번 프로그램으로 소셜섹터 종사자들의 지친 마음과 몸을 치유하고 더불어 지속가능한 생태계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디웰빙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으로 진행되며, 세부 프로그램 확인과 참가 신청은 루트임팩트 홈페이지(rootimpact.org)에서 할 수 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멀지 않은 아틀란티스

현대 인류에게 지도란 20세기 중반 이후로 꽤나 안정적이었다. 아주 드물게 새로운 정부와 함께 국가명이 변경되는 사례가 있었지만, 그게 아닌 이상 국경선이나 대륙의 해안선 등은 매년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최근 주요 거점 도시가 낮은 해발고도에 있는 국가,즉 싱가포르·인도네시아·베트남 등이 큰 고민에 빠진 것은 이 ‘당연한 일’이 더는 당연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대한민국에도 위험한 상황임을 뜻한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과 그린란드의 빙하가 급속도로 녹으면서, 전체 담수의 75%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게다가 해온 자체가 상승하면서 부피가 커져 전 세계적인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NASA와 유럽 인공위성 데이터를 분석한 과학자들에 따르면,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연평균 2.5mm씩 상승하던 해수면은 2010년대 말에 연평균 3.4mm씩 상승하고 있다. 해빙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것을 고려해보면 앞으로 해수면 상승은 점점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 과학 비영리 단체인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이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게재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해수면이 10cm 상승할 때마다 해안 지역에 홍수와 범람이 일어날 확률이 2배씩 상승한다. 현재 추세대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이변이 악화하면, 2050년에는 아시아에서만 1억명 가까운 인구가 거주하는 지역이 매년 만성적인 침수 피해를 당하게 된다. 광저우·셴젠이 위치한 주강 삼각지 지역, 베트남 남부, 인도네시아 대부분의 거점 도시들, 방콕 등이 대표적인 피해 지역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고지대에 위치해 있지만, 이러한 침수 피해에서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공단들과

[소셜섹터가 바란다] “변질된 임팩트투자, 낡은 제도…2021년엔 달라지길”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체인지메이커 육성·지원 기관인 루트임팩트와 함께 지난 2일부터 일주일간 ’2020 소셜벤처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관련기사: 매출, 투자 유치, 사회적 가치 창출… 소셜벤처 65% “올해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올해 소셜벤처 대표나 사회적경제 관계자 등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소셜 섹터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제언이 나왔다. 이들의 답변은 제도적 장벽, 사회적가치보다 수익성에만 집중한 투자 행태 등 다양한 분야를 짚었지만 결국 사회적가치 창출이라는 소셜섹터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얘기로 모였다. 설문 응답자들의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  “미성년자 대상 비대면 실시간 화상수업은 ‘원격교습소’로 등록해야 할 수 있는데, 원격교습소는 제도상 VOD사업소를 지칭하고 있어 사업 허가를 받기 위해선 별도 사무실을 얻고 VOD용 영상 교재를 만들어야 하며, 시간제 요금도 공시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 교육은 ‘줌’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실시간으로 교사가 아동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식이라, 사무실을 얻거나 교재를 만들어야 사업 허가를 해주는 현행 제도와는 맞지 않는다. 실시간 비대면 교육 제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행 제도의 개선을 바란다”   권기효 멘토리 대표  “비대면 교육의 핵심은 온라인을 통한 양질의 교육 제공이다. 그러나 각급 학교에서는 실시간 비대면 교육보다는 녹화된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으로만 수업하다 보니 제대로 교육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교육 업체와 일을 할 때도 교육 철학이나 방향, 청소년의 성장에 대해서 논의하는 경우는 없고, 계약부터 성과 보고까지 전화나 메일로만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교육 격차가 심해지고

매출, 투자 유치, 사회적 가치 창출… 소셜벤처 65% “올해 성장했다”

더나은미래·루트임팩트 공동기획 2020년 소셜벤처 리포트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체인지메이커 육성·지원 기관인 루트임팩트와 함께 지난 2일부터 일주일간 ’2020 소셜벤처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코로나19가 덮친 가운데 대규모 임팩트투자 자금이 풀리고 정부와 지자체는 소셜벤처 키우기에 나서는 등 다사다난했던 올해 소셜벤처 생태계를 돌아보기 위해 마련한 설문조사다. 에누마, 그로잉맘, 동구밭 등 다양한 업종과 분야의 소셜벤처 65곳이 참여했다. 응답한 소셜벤처 과반 “올해 성장했다” 설문에 응한 소셜벤처 중 과반수인 65.6% 기업은 올해 자신들이 ‘성장했다’고 답했다. ‘전년과 비슷했다’고 답한 곳은 14.1% ‘다소 주춤했다’고 답한 곳은 20.3%였다. 응답 기업 중 약 80%가 ‘예년보다 나쁘지는 않았다’고 답한 셈이다. 성장을 이룬 분야를 묻는 질문에는 회사마다 다르게 답했다. 성장했다고 답한 기업 43곳 가운데 15곳(23.4%)은 ‘매출’ 분야 성장이 두드러졌다고 답했다. 그 외 ▲연구 개발(17.2%) ▲사회적 가치 창출(15.6%) ▲투자 유치(12.5%) ▲인지도, 마케팅(10.9%) ▲조직 문화(7.8%) ▲인재 유입(4.7%) 등에서 성장했다고 답했다. 매출 분야에서 성장했다고 밝힌 소셜벤처 대부분은 온라인 교육·돌봄 등 코로나19로 관심도가 높아진 업종이었다. 비대면 교육 기업인 에누마(아동용 교육 앱)와 퓨쳐스콜레(비대면 교육), 굿인포메이션(교육 교재 출판)은 “올해 비대면 교육 수요가 증가하면서 매출이 늘었다”고 답했다. 그로잉맘(온라인 육아 상담)과 째깍악어(시간제 돌봄)도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늘고 투자를 유치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직접 수혜를 보진 않았지만 장애인·주거·기후위기 등 사회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은 분야를 다루는 기업에선 투자 유치 기회를 얻었다는 답이 많았다. MGRV(공유 주거), 코액터스(청각장애인 기사 운행하는 택시)는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루트에너지(재생에너지 분야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악마는 맨투맨과 롱패딩을 입는다

개인적으로 ‘패션’은 내게 무척이나 험난한 영역이었다. 편하게 입는 것만 추구하던 내게 ‘전체적인 색상 톤은 통일하고 신발 같은 아이템으로 포인트를 줘야 한다’ ‘질 좋은 소재의 운동복으로 캐주얼하면서도 럭셔리한 느낌을 연출하라’ 등의 조언은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옷장을 갈아엎으며 진지하게 패션의 변화를 시도할 만큼 요즘 세상에서 ‘패션’이 갖는 위상은 전과 비교할 수 없다. 시장에 쏟아져나오는 신상품과 새로운 브랜드들, 그리고 그걸 선도적으로 골라내 멋진 스타일로 보여주는 SNS의 인플루언서들, 그들과 긴밀하게 협업하는 패션 커머스들은 ‘모두가 패션 리더’가 되는 유례없는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트렌드를 일 단위로 읽어내 생산-유통-판매에 반영하는 유니클로, 자라, H&M 등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의 폭발적인 성장과, 항상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수집욕을 자극하는 샤넬이나 LVMH 같은 기존 패션 왕국들의 끊임없는 변화는 ‘자산에 대한 투자’보다 ‘본인을 위한 소비’를 선호하는 밀레니얼과 Z 제너레이션의 성향과 맞물려 2019년 전 세계 총 규모 6723억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시장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화려한 색을 자랑하는 뱀이 독성이 강한 것처럼, 우리 모두를 아름답고 멋지게 만들어주는 패션 산업은 인류와 지구에 강력한 독성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인류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며, 매년 930억 큐빅미터라는 어마어마한 담수 자원을 소모한다. UN인권위에서 최소한의 인권을 위해 인당 연간 20큐빅미터 정도 물이 필요하다고 했던 걸 생각해보면, 우리는 패션업의 수자원 소모만 조금 줄여도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리는 11억명을 단숨에 구할 수 있는 셈이다. 패션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고기가 사라진 미래

한국 맛집 탐방가들의 포스트에 언젠가부터 빈번하게 등장하는 식당들이 있다. 바로 ‘한우 오마카세’. 고급 스시집처럼 한우의 각종 특수 부위들을 다양한 양념과 곁들여 순서에 맞춰 서빙하는 초고급 고깃집이다. 저녁 한 끼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데도 문전성시인 걸 보면 그야말로 현대판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 할 수 있겠다. 한우 오마카세는 일부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한국인들이 고기를 좋아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기 무한 리필 뷔페들이 호황이고, 아이돌이 곱창을 먹는 장면이 TV를 타면서 한때 전국 곱창집이 사람들로 붐볐다. 바야흐로 ‘고기테리언’ 전성시대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자료에 따르면, 95년 한국인은 1인당 평균 6.72㎏의 소고기와 14.75㎏의 돼지고기, 5.98㎏의 닭고기를 먹었는데, 23년 후인 2018년에는 평균 12.7㎏의 소고기와 27㎏의 돼지고기, 14.1㎏의 닭고기를 먹었다고 한다. 거의 두 배에 가깝게 증가한 수치다. 한국인들의 식성은 이미 바뀌었고 앞으로 더 많은 고기를 찾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우리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고기 사랑이 큰 대가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축산업(사료 재배부터 육류 가공까지)의 탄소 배출은 전체 배출의 14.5%에 해당하며, 이는 에너지 섹터 다음으로 막대한 배출량이다. 지금도 남미에서는 소를 키우거나, 소를 먹이기 위한 목초지를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면적의 밀림을 불태우고 있고 이는 기후온난화를 부추기고 있다. 어디 이뿐일까. 더 저렴한 가격에 고기를 먹기 위해서 도입한 공장식 축산은 동물 복지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효율화를 위해 고안한 밀집 사육장. 그로 인해 벌어지는 폐사를 막기 위해 남용되는 항생제는 치명적인 인수 공통 감염병의 우려를 낳는다.

[2020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 ④한국과 아시아의 컬렉티브 임팩트를 이끌 인재 발굴

최근 소셜섹터는 인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소셜섹터 조직 간 공동 복지를 만드는 등 들어온 인재들을 위한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도 한창인데, 이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기업이나 협력체가 만들어질 정도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단법인 루트임팩트, 임팩트얼라이언스 등이다.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2020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의 마지막 세션에는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 이의헌 점프 대표, 김용근 포스코 기업시민실 리더, 류지은 사회적기업 연구자, 엄윤미 C프로그램 대표(모더레이터)가 참여해 컬렉티브 임팩트 분야를 이끌어갈 리더 발굴에 대한 열띤 논의를 이어갔다. 연사들은 “컬렉티브 임팩트는 조직 간 역할과 문화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한 협력에서 시작한다”는 데 동의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다른 조직의 문화나 언어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는 소셜섹터 진출을 희망하는 청년 교육 프로그램 ‘임팩트 베이스캠프’를 진행한 경험을 들었다. 그는 “소셜섹터의 협력은 각자가 일을 나눈 후 물리적으로 합쳐 결과물을 내는 게 아니라 가치관을 나누는 치열한 토론이 따르는 ‘화학적 협력’”이라면서 “이를 잘 해내기 위해서는 자기 관점이 뚜렷하면서도 영리·비영리를 비롯해 여러 조직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는 ‘경계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엄윤미 C프로그램 대표는 “타조직과 호흡 맞추는 게 쉽지 않지만, 다른 조직에서 일하는 동료와 교류할 수 있는 건 매우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의헌 점프 대표는 “컬렉티브 임팩트 등 새로운 트렌드가 나오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기본”이라고 했다. 이 대표 “임팩트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