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다는 착각 인간을 곤경에 빠뜨리는 건 무지(無知)일까,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일까. 인류학 박사인 저자는 기존의 사회 분석 도구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의 복합적인 원인을 포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렌즈가 더럽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저널리스트든 사회과학자든 타인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문화적 환경의 산물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하고, 게으른 짐작과 편견에 휩쓸리기 쉽다는 점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코로나 팬데믹, 금융위기 등 종잡을 수 없는 다양한 사건과 갈등이 전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인류학’이다. 사람들의 삶에 들어가 문화를 수용하고, 그 사회가 가진 맥락과 가치관을 이해했을 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복잡한 사회 문제를 풀기 위해 인류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권한다. 질리언 테트 지음, 문희경 옮김, 어크로스, 1만7800원, 344쪽 돌봄이 돌보는 세계 사회학자, 보건학자, 여성학자, 질병 당사자, 장애인 운동 활동가 등이 모였다. 돌봄을 둘러싼 분절적인 문제들을 연결해 다층적인 현실을 읽어내기 위해서다. 염윤선씨와 박목우씨는 질병 당사자로서의 경험을 거쳐 장애등급제와 정신의학 시스템의 한계를 짚는다. 장애인 운동 활동가 전근배씨는 ‘K-방역’이 장애인 돌봄에 실패한 이유를 밝힌다. 여성학자인 정희진씨는 보살핌의 가치가 젠더를 넘어선 인간의 조건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돌봄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한다. 독일에서 논의 중인 ‘돌봄 혁명’(한 사회의 무게중심을 이윤의 극대화가 아닌 인간의 필요와 돌봄으로 옮기고자 하는 논의)과 돌봄 노동자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