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초등학교 6학년 5반 학생들이 재난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의 법적 기반을 마련해달라는 청원 편지를 쓰고 있다. /월드비전
“난민 친구 돕는 법을 만들어주세요”… 초등생 청원편지 모아 국회로

월드비전 세계시민교육 현장청원 편지쓰기, 메타버스 활용 “우크라이나 전쟁, 튀르키예 지진이 먼 나라 이야기 같나요? 우리나라에서 재난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볼게요. 여러분은 하루아침에 집과 학교를 떠나야 하는 난민이 됐어요. 무엇을 챙길 건가요? 그리고 어디로, 어떻게 이동할 건가요?” 지난 7일 서울 금천구 독산초등학교 6학년 5반 교실에서는 특별한 수업이 진행됐다. 민수진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옹호실 과장의 질문에 학생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고 얘기를 시작했다. “깨끗한 물과 식량을 챙겨서 지하철역으로 도망칠 거예요.” “스마트폰이랑 충전기를 챙길 거예요.” “돈이랑 약, 담요를 챙겨야죠!” 이날 6학년 5반 학생 20명은 2교시부터 3교시까지 월드비전 세계시민교육에 참여했다. 세계시민교육은 정규 교과는 아니지만, 빈곤·인권·환경 등 글로벌 이슈를 알려주고 인류 보편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지식, 가치, 태도를 길러주는 교육이다. 학생들은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NGO·난민의 개념과 현재 난민들이 겪는 어려움,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 등을 학습했다. 이날 학생들은 월드비전이 제작한 메타버스 난민촌에서 구호물품을 찾고, 난민과 관련된 OX 퀴즈를 풀었다.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됐다는 설정의 메타버스 난민촌은 실제 재난 피해 현장과 흡사했다. 버려진 폭격기가 길바닥에 놓여 있었고, 허물어진 건물 근처에서 울고 있는 아동들이 종종 보였다. 학생들은 메타버스 내 캐릭터를 생성한 후 조를 꾸려 ▲플럼피넛(영양실조 치료식) ▲비상용 램프 ▲물 정수가루(더러운 물을 식수로 정화하는 가루) ▲담요 ▲위생용품 등 구호물품을 찾았다. 찾은 구호물품은 월드비전 사무실로 가져온 후 인도적지원이 필요한 이재민들에게 배분했다. 메타버스 난민촌은 난민캠프, 아동친화공간(CFS), 난민캠프 운동공간 등으로 조성됐다. 6학년 5반 학생들은 메타버스 난민촌을 돌아다니며 열악한

시리아 난민 아동 '마즌'과 '빌랄' 이야기
[르포] 시리아 난민 아동 ‘마즌’과 ‘빌랄’ 이야기

6월20일 ‘난민의 날’ 기획 “텐트촌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갈 때가 가장 좋아요. 작년에 4학년이었고, 원래는 이번에 5학년이 됐어야 하는데…. 지나가는 버스만 봐도 속상해서 눈물이 나요. 그러면 엄마도 울어요.” 지난 5월 31일(이하 현지 시각) 레바논의 베카(Bekaa)주. 시리아 난민들이 모여 사는 텐트촌에서 13살 마즌(Mazen)을 만났다. 수학을 좋아해서 수학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인 마즌은 올해부터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됐다. 한 살 아래 여동생 에흐다도 마찬가지다. 통학 교통비가 없어서 학교에 못 간다. 마즌의 엄마가 감자 농장에서 하루 10시간씩 일하고 받는 일당은 50센트(약 650원). 통학 버스비는 하루 20센트(약 250원)다.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이 12년째 이어지면서 난민 아동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전쟁은 끝날 기미가 없고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시리아 난민 문제가 ‘만성 재난’의 상태로 돌입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난민들을 받아준 레바논에도 문제가 생겼다. 레바논 인구는 약 600만명. 이 중 시리아 난민이 200만명이다.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난민을 포용한 레바논에 최악의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난민들의 상황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 5월 28일부터 6일간 월드비전과 함께 레바논 곳곳을 돌며 만성적·복합적 위기에 빠진 시리아 난민 아동 문제를 취재했다. 아무도 모른다 마즌 가족이 시리아 알레포를 탈출한 건 2012년이다. 사방에서 터지는 포탄들을 피해 어렵게 국경을 넘은 가족은 감자와 포도, 올리브가 생산되는 레바논의 대표적인 농업지대 베카에 도착했다. 마즌이 2살 때 일이다. 베카의 난민 대부분은 ‘ITS’(Informal Tented Settlements)라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레이 지역에 있는 난민 캠프 텐트에서 2년 6개월 간 살고 있는 10살 소녀 메크데스의 모습. /월드비전
월드비전 “폭력 경험한 난민 아동 전년比 41% 급증”

난민 아동이 겪는 아동 노동, 조혼, 기아 등 복합적 위기가 지난 3년간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드비전은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발간한 보고서 ‘보이지 않고 잊혀진(Invisible and forgotten)’을 통해 잊혀진 난민과 국내 이주 아동의 기아 등 위기와 폭력 수준이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지원은 부족하다고 경고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아프가니스탄, 브라질, 부르키나파소, 콜롬비아 등 18개국의 난민과 국내 실향민을 대상으로 조사가 실시됐다. 18개국 847가구를 대상으로 표본 추출을 혼합해 조사했으며 가구당 평균 6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아동에 대한 기아와 폭력이 급격히 증가했다. 폭력을 경험한 난민 아동은 올해 41%로 지난해(31%)에 비해 증가했다. 특히 기본적인 생필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빌려야 하는 가정이 2022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난민 캠프에서 지내는 아동은 다른 지역에 사는 아동에 비해 일할 가능성이 약 2.2배 높았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10가구 중 7가구는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녀의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가구는 지난해 31%에서 올해 11%로 약 19%p가 감소했다. 국가 별로 자녀를 교육할 수 없는 가정의 비율은 에티오피아(53%), 부르키나파소(52%), 아프가니스탄(43%)에서 가장 높았다.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니제르 가정의 각각 12%, 7%는 소득 감소에 대한 방법으로 조혼을 선택했다. 난민 아동이 겪는 영양실조 문제도 강조됐다. 강제 이주한 가정의 85%는 매일 필요한 영양분을 충족시킬 음식을 살 여유가 없었고, 82%의 가구가 빈곤에 대처하기 위해 식사의 양과 질을 모두

이집트 난민 당사자인 무삽 다르위시(왼쪽) 보조감독과 이새길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공보지원담당관이 영화 '도도무'에 대한 질의응답을 나누고 있다. 닐 조지 감독은 두바이에서 화상으로 참여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누구나 난민이 될 수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 온라인 영화제 개최

“간호사, 교사로 일하던, 평범한 사람들이 러시아 공습으로 하루아침에 난민이 됐습니다. 난민은 어디서든 생길 수 있고, 누구든 난민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삶도 전쟁으로 인해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도도무’의 닐 조지 감독이 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회 유엔난민기구 온라인 영화제’ 개최 기념 상영회에서 말했다. ‘도도무’는 폴란드 국경을 넘은 세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 이야기다. 지난해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와 닐 조지 감독이 협업해 제작했다. 다큐멘터리는 평범한 삶이 무너지던 첫 공습의 순간, 12시간 동안 만원 버스에 몸을 싣고 폴란드 국경을 넘은 피난의 여정 등을 난민 당사자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가 지난해 10월 폴란드에 방문해 이들을 직접 만났다. 난민이 트라우마를 견디며 그들을 환대해 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도 소개한다. 유엔난민기구는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온라인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타지에서 마주치는 희망’이라는 주제로 오는 23일까지 행사를 진행한다. 9일 영화제 개최 기념 상영회에는 난민을 지원하는 시민단체와 학계, 외교부 관계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다큐멘터리 상영 후 마련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닐 조지 감독은 “6년 전 난민에 관한 영화를 처음 제작할 때는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난민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인식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왜 사람이 관심을 갖지 않는지, 돕기 위해 나서지 않는지 화가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영화를 통해 더 많은

튀르키예 지진, 진짜 구호는 이제부터다
튀르키예 지진, 진짜 구호는 이제부터다

[르포] 대지진 석 달, 튀르키예를 가다 지진 겪은 주민들우울증·불안 시달려 집·직장 잃고 물가도 올라경제적 어려움 가중 “지진 이전으로 회복하자”월드비전, 심리·생계 지원 깨진 콘크리트와 유리 조각들이 걸음을 디딜 때마다 발밑에서 잘그락거린다. 지난 2일(이하 현지 시각) 튀르키예 하타이주(州)의 ‘안타키아’ 지역. 붕괴된 건물 잔해 위로 정체 모를 ‘하얀 가루’가 뿌려져 있다. “석회 가루예요. 건물 아래 매몰된 시신이 부패하면서 나는 냄새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에서 뿌려놓은 겁니다. 냄새는 막을 수 있지만 모여드는 파리들을 막기는 어렵죠.” 손정은 한국월드비전 국제사업본부 대리(튀르키예월드비전 파견)가 말했다. 2월 6일 튀르키예를 강타한 규모 7.8(1차), 7.5(2차) 지진으로 5만여 명이 사망했다. 2만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초기 한 달간 진행된 ‘긴급구호’는 마무리됐지만, 더 큰 과제가 남아있다. 피해 주민의 삶을 지진 이전으로 ‘재건 복구’하는 일이다. 지난 1~5일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과 함께 튀르키예 피해 지역을 돌아봤다. 한반도 크기의 영토가 무너졌다 안타키아는 이번 지진으로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건축물의 87%가 무너져 거주 불능 상태가 된 ‘유령 도시’ 안타키아를 걸어서 이동했다. 바스러진 건물 잔해를 중장비로 밀어내는 ‘도시 청소’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유서프 튀르키예월드비전 총괄매니저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무너진 그대로였는데 얼마 전부터 잔해를 치운 곳들이 보이고 있다”면서 “재건을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1년 안에 복구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 NGO들은 복구에 최소 5년, 길게는 수십 년까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튀르키예

이집트인 샤메(50대·가명)씨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취재원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했다. 난민인권센터 관계자는 "신상이 드러날 경우 이집트 본국에 있는 가족이 박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韓 입국 10년째 난민 심사… 이집트 민주투사, 법무부청사 앞 단식농성

2011년 ‘아랍의봄’ 민주 시위 참여지명수배 피해 한국 찾은 이집트인 난민신청 10년째… 심사만 네 번째난민제도 부당함 알리려 단식농성 지난 4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 앞, 2평(약 6.6 ㎡) 남짓한 임시 천막에 이집트인 샤메(50대·가명)씨가 누워있었다. 단식 11일 차. 바닥에는 2ℓ짜리 생수통과 작은 소금통이 놓여 있었다. 그의 신분은 ‘난민 신청자’다. 샤메씨는 지난달 24일, 난민제도의 부당함에 항의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단식 농성을 택했다. “10년을 버텼습니다. 여기서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 이집트로 돌아가면 나는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말 겁니다.” 샤메씨는 농성 천막을 방문한 이집트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따금 힘에 부친 듯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면서 최루탄 가스를 들이마신 탓에 아직도 가끔 폐에 통증이 느껴진다”고 했다. 샤메씨가 한국에 들어온 건 2014년이다. 이집트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이유로 지명수배 명단에 오른 그는 그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시위에 참여했던 동료들은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거나, 체포돼 소식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취업 불가’ 도장 받은 날, 노숙이 시작됐다 샤메씨는 인쇄소에서 책을 찍어내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그러다 2011년 자유정의당에 가입해 반정부 운동에 뛰어들었다. 2013년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도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식량과 의료지원, 미디어 대응 업무를 맡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시위 과정에서 동료의 죽음을 여러 번 목격했다. 친구의 딸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함께 농성에 참여하던 친구도 샤메씨가 잠시 옷을 갈아입으러 간 사이 총탄을 피해지 못해 세상을 떠났다. 샤메씨는

지난 2월 17일(현지 시각) 탄자니아 카술루 지역의 냐루구수 난민촌에서 난민들이 생필품을 배급받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탄자니아=김소희 해외통신원
[르포] 민주콩고 아이들 “난민촌 바깥 세상 보고 싶어요”

‘자원의 저주’ 민주콩고, 수십년째 내전 중난민 700만명,우간다·탄자니아 국경으로냐루구수 난민촌에만 1만3000명 정착 “집에 갑자기 들이닥친 정부 반군의 공격으로 할머니를 잃었습니다. 저 또한 한 팔을 잃고 불구가 됐어요. 국경을 넘는 과정에 군인에게 강간도 당했습니다. 저의 삶은 끔찍하고 고통스럽습니다.” 지난 2월17일 탄자니아 카술루 지역의 냐루구수(Nyarugusu) 난민촌을 방문한 기자에게 콩고민주공화국(DRC·이하 민주콩고) 북키부(North Kivu) 지역 출신의 무브와 나미가베 노엘라(18)씨는 말했다. 그는 지난 2021년 12월 27일 크리스마스 시즌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정부 반군의 가택 습격으로 유일한 보호자였던 할머니를 잃었다. 이듬해 8월 정부군과 반군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마을은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노엘라씨는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피난길은 험난했고 고단했다. 길가에서 오토바이를 얻어타고 하루를 꼬박 걸려 우간다 국경에 도착했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건 군인들이었다. 군인들은 여성인 노엘라씨에게 국경을 넘는 조건으로 성관계를 요구했다. 남성 오토바이 운전수는 그 자리에서 사살됐다. 우여곡절 끝에 우간다에 이어 탄자니아 국경을 넘었고 지난해 이곳에서 난민으로 인정 받았다.  노엘라씨는 “고향 사람들이 나를 계속해서 죽이려고 했기 때문에 최대한 먼 곳으로 도망쳐오고 싶었다”면서 “난민촌에 가족도 없이 혼자 머무르고 있어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언젠가 고향 사람들이 이곳에 넘어와 해코지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냐루구수 난민촌, 1996년 설립 이후 매년 난민 유입 더나은미래는 지난 2월 15일(현지 시각) 노엘라씨와 같은 민주콩고 내전 피해자들의 증언을 듣기 위해 세계적 인도주의 기구인 국제구조위원회(IRC)의 도움을 받아 냐루구수 난민촌을 찾았다. 2박3일간 머물며 민주콩고를 떠나온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냐루구수 난민촌은 1996년 설립

월드비전 ‘혹독한 추위 속의 난민’ 보고서. /월드비전
여성 난민에게 더 가혹한 겨울… 월드비전, ‘추위 속 난민’ 보고서 발간

들뜬 분위기의 연말이지만, 난민 여성 가구주와 이들 자녀는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제 활동이 어려워 난방용품도, 식량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월드비전은 27일 중동과 우크라이나 난민 여성 가장의 취약성에 대해 조사한 보고서 ‘혹독한 추위 속의 난민(Out in the Cold)’을 최근 발간했다고 밝혔다. 월드비전은 가구주의 성별이 해당 가족의 취약성을 어떻게 약화시키는지 조사하기 위해 초점 집단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리아, 아프가니스탄과 우크라이나에서 타국으로 피란을 떠나거나, 해당 국가 안에서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실향민 여성 가구주를 대상으로 했다. 여성 세대주 가정은 생필품과 난방용품의 가격 상승, 사회적 편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엘리노어 몬비엇 월드비전 중동·동유럽 지역 총괄책임자는 “중동에서는 특히 여성의 경제활동 자체가 문화적 규범에 맞지 않기 때문에 여성 가장이 소득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다”며 “난민 캠프나 폐쇄된 지역사회에서는 상황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들은 가정에서의 의무를 다하고 경제활동까지 하는 이중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비전은 여성이 가장 역할을 하는 가구들이 전례 없는 수준의 부채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미성년 자녀들을 아동 노동과 조혼 위험으로 내모는가 하면 음식 소비도 줄이고 있다. 극심한 한파 속에서 식량과 난방용품 중 하나를 택해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강도 점차 나빠진다. 아프가니스탄 바드기스 지역에 거주하는 한 실향민 여성은 “텐트가 낡아 전혀 단열이 되지 않는다”며 “지난해에도 실향민 캠프에서 아동 10명이 추위와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엘리노어 몬비엇 총괄책임자는

폴란드 남동부 국경도시 프셰미실 기차역에서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바닥에 누워 새우잠을 자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3일 기준 우크라이나 국외 피란민은 367만5000명이다. / AP 연합뉴스
국민 44% “난민 수용 해야”… 3년 전보다 12.4%p 증가

우리나라 국민의 44.1%는 난민을 받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부정 응답이 과반을 넘지만, 2019년 조사 결과(31.7%)와 비교하면 12.4%p나 급증한 결과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79세 미만 성인 남녀 5100명을 대상으로 올해 7월13일부터 43일간 진행됐다. 이번 조사에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 문항에 긍정 응답은 ‘매우 그렇다’는 6.6%, ‘대체로 그렇다’는 37.4%를 합쳐 총 44.1%로 나타났다. 반면 ‘별로 그렇지 않다’는 45.9%, ‘전혀 그렇지 않다’는 10.1%로 조사됐다. 문체부는 “2019년 같은 조사에서 긍정 응답 비율(31.7%)에 비해 12.4%p 증가한 수치로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한 인식 변화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라는 문항에서는 긍정 응답이 80.5%에 달했고, 부정 응답은 19.5%에 그쳤다. 이 역시 긍정 응답 비율이 2019년 조사 결과(71.9%)와 비교했을 때 8.6%p 상승했다. 정부에서 3년 주기로 실시하는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는 올해로 8번째다. 1996년도를 시작으로 2001년, 2006년, 2008년에 수행됐다. 이후 2013년부터는 3년마다 이뤄지고 있다.문체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같은 정보 또는 대상에 대해 시차를 두고 수집하는 시계열 조사에 해당한다”며 “다문화와 난민에 대한 문항은 자문위원의 조언에 따라 2019년부터 새로 추가된 설문”이라고 설명했다. 백지원 더나은미래 기자 100g1@chosun.com

대법원.
대법원 “법무부, 난민심사 기준 공개하라”

대법원이 법무부에 난민 심사 기준이 되는 지침 대부분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는 14일 사단법인 두루 최초록 변호사와 콩고 출신 난민 신청자 가족 6명이 법무부 장관과 인천공항출입국 외국인청장,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상고심 절차 특례법에 따라 대법원이 별도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원심 판결을 확정하는 제도다. 지난 2007년 대법원이 법무부에 난민인정 심사, 처우, 체류 지침을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법무부는 선별적으로 기준을 공개해 비판을 받았다. 이에 최초록 변호사는 2020년 7월 콩고 난민 신청자들과 “밀실 행정으로 이주·난민행정이 불투명하고 예측 가능성 없이 운영되고 있다”며 난민지침 전체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6월 2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난민 심사·처우·체류 지침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일부 내용은 공개될 경우 외교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하라고 했다. 비공개 범위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서울행정법원이 지정한 것보다 축소됐다. 하지만 법무부는 “법원이 공개하라고 한 지침 중 일부가 난민 심사 업무의 공정성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며 상고했다. 지난 3월에도 법무부는 ‘난민인정 심사·처우·체류 지침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법무부에 심사, 처우를 제외한 체류 지침 부분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법무부가 상고를 진행하지 않으면서 2심 판결이 확정됐다. <관련 기사 ‘난민 심사 지침’ 공개된다… 법무부 행정소송 상고 포기>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원심이 확정됨에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출입국관리법 63조 1항 위헌제청사건 공개변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 대심판정에 등장한 ‘쇠창살 그림’… 어린이 구금하는 출입국관리법 위헌성 공개변론

“외국인보호소에 있었던 아동들이 그린 그림입니다. 그림엔 나무도, 하늘도, 꽃도 없습니다. 쇠창살과 한 방에 가둬진 여러 사람의 모습밖에 없습니다.”(최초록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13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대형 스크린에 3장의 그림이 걸렸다. 헌법재판관 9명과 방청석을 메운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림으로 쏠렸다. 그림에는 어두운 표정을 한 다섯명의 사람들이 쇠창살 안에 갇혀 있고, 바깥에서 모자를 눌러쓴 사람들이 그들을 지켜보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스크린에 이 그림을 띄운 최 변호사는 “아이들에게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느냐고 물었더니 ‘자신이 볼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출입국관리법 63조 1항(이하 외국인보호제도)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공개 변론을 열었다. 헌법에 위반되는지 살피기에 앞서 참고인들의 진술을 직접 듣겠다는 취지다. 해당 조항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본국으로 즉시 송환할 수 없을 때 보호시설에 머무르게 규정하고 있다. 법 규정에 예외를 두지 않고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보호 대상자로 정하면서 아동·임산부·장애인도 보호시설에 수용될 수 있다는 게 쟁점이다. 외국인보호제도가 헌재 위헌심판에 오른 건 이번이 세 번째다. 헌법소원까지 포함하면 여섯 번째다. 지난 2012년 김종철 변호사가 제기한 헌법소원은 ‘청구인이 이미 보호소 밖으로 풀려났다’라는 이유로 각하됐고, 2016년과 2018년에도 모두 합헌 결정이 나왔다. 헌재가 변호인단과 법무부 관계자의 입장을 직접 청취하기 위해 공개 변론을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변호인단으로는 이상현·이한재·최초록 사단법인 두루, 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가 출석했고, 법무부 측은 서규영·류태경 정부법무공단 국가소송팀 변호사와 김완기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이민조사과장이 참고인으로 나섰다. 이번

27일 월드비전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난민들의 경제적 위기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월드비전 제공
월드비전 “우크라 사태 6개월, 난민들 경제적 위기 국면”

지난 2월 24일(현지 시각)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6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은 27일 일부 국가의 난민 지원 축소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난민들이 새로운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경고했다. 이날 월드비전이 공개한 우크라이나 긴급 수요 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실향민의 45%는 “내가 머물고 있는 도시에서 얼마나 더 지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주거 영역 설문에서 임대료를 지불한다고 응답한 실향민 비율은 25%였다. 나머지 37%는 집주인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으며, 25%는 학교·교회 등 국내 실향민 센터에서 지내는 것으로 집계됐다. 피난민 부모의 절반 이상은 일자리와 소득 부족을 주된 걱정거리로 꼽기도 했다. 엘리너 몬비엇 월드비전 중동·동유럽 대륙사무소 총책임자는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국과 인근 국가들이 여름 휴가철을 맞이하면서 실향민들이 무료로 지내오던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해변 도시의 숙박시설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며 “심지어 일부는 우크라이나로 귀환하고 있다는 보고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크라이나 내에는 630만명의 실향민이 있다”고 덧붙였다. 1일 우크라이나 난민 보호 클러스터(Cluster·업무 조정 네트워크)에 따르면, 난민들이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이유는 ▲고갈된 재정 ▲부정적인 고용 전망 ▲향수병 ▲언어 장벽 ▲사회적 지원으로부터 독립 등이다. 특히 난민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몬비엇 총책임자는 “난민들은 숙박비를 내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낀다”며 “적당한 가격의 임시 거주지를 찾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자국으로 돌아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월드비전은 전쟁 장기화로 인한 아동의 정신건강도 우려했다. 최근 국제월드비전이 발표한 ‘우크라이나 아동의 정신 건강 위기: 노 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