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마을
수해로 터전 잃은지 한 달, 언제쯤 일상으로 돌아갈지…

[Cover Story] 구례 어느 농장주의 이야기 나는 김정현입니다. 나이는 스물아홉 살이고 전남 구례 양정마을에서 소를 키우고 있어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260두나 되는 소를 키우고 있었어요. 양정마을에서 소를 가장 많이 키우는 농가가 우리 집이었습니다. 그날, 끔찍한 물난리가 나기 전까지는요. 지난달 8일 새벽, 아버지와 나는 폭우로 불어나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근심에 잠겨 있었어요. 생전 처음 겪는 사나운 비에 우리 농장 근처에 있는 둑이 넘치기 직전이었어요. 섬진강댐과 주암댐을 방류한다는 안내문자가 왔고, 잠시 후 둑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렸어요. 아버지와 함께 농장으로 달려갔을 땐 이미 물이 무릎까지 들어와 있었어요. 소를 대피시키려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물은 허리까지 차올랐어요. 이러다 사람이 죽겠다 싶어 도망치듯 농장을 빠져나왔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 내려다보니 이미 축사 지붕이 물에 잠겨 있었어요. 우리 소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키우던 소 100두가 죽거나 유실됐어요. 어떤 놈은 지붕에 올라가 죽어 있었고, 어떤 놈은 축사 기둥 사이에 머리가 끼인 채 매달려 죽어 있었어요. 슬펐느냐고요?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나요. 여기저기 엉겨 있는 사체들을 확인하고 처리했던 닷새간의 기억. 그게 또렷하지가 않아요. 억지로 정신을 차린 건 살아남은 소 때문이에요. 임신한 소가 있었는데 물난리 겪고 바로 조산을 했어요. 쌍둥이가 태어났는데 가망이 없어 보였죠. 다행히 위기는 넘겼지만 여전히 허약해요. 다른 소들도 상태가 안 좋아요. 물에 빠졌다가 폐렴을 얻은 소도 있고, 외상이 심한 소도 있어요. 마을에서는 지금도 하루 두세 마리씩 소가 죽어나가고 있어요.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