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인권단체 “장기 미등록 아동 체류 대책, 전면 보완해야”

이주인권단체가 국내에서 태어난 장기 미등록 이주 아동에게 체류 자격을 부여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전면적인 대책 보완을 요구했다. 이주배경아동청소년기본권향상을위한네트워크는 23일 성명서를 내고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지난 22일 보고한 업무 현황에 ‘국내 출생 장기 불법 체류 아동 대책’을 포함한 점을 환영하지만, 여전히 이주 아동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네트워크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사단법인 두루, 아시아의 창, 재단법인 동천 등 17곳으로 구성돼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만 19세 이하 미등록 외국인은 2017년 5279명에서 2020년 8466명으로 60.4% 대폭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미등록 외국인이 25만1041명에서 39만4897명으로 57.3% 증가한 비율보다 3.1%포인트 높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에는 “법무부가 체류 자격 부여 대상을 국내에서 출생한 아동으로 한정한 것이 문제”라며 “단순히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미 한국에서 오랜 기간 생활해 사회의 구성원이 된 다수의 아동이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근거가 불분명한 체류 자격 부여 기준도 문제 삼았다. 이들 단체는 “합리적인 근거나 기준 없이 15년이라는 긴 기간을 체류 자격 부여 요건으로 제시한 것도 우려된다”며 “앞서 같은 제도를 도입한 다른 국가의 사례를 보더라도 대체로 2~7년의 체류 기간을 자격 요건으로 제시하거나 국내 사회와의 통합 여부 등을 복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법무부가 제도를 한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점도 문제”라며 “아동 인권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을 통해 정책을 보완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강태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kite@chosun.com

불안정 속 고립까지… 미등록 이주 아동 심리적 문제 심각

불안정한 상황·사회적 고립이 원인 문제 지속되면 발달·성장에 악영향 ‘감사 지적’ 불이익에 지원 쉽지 않아 병원·아동센터 등 이용할 수 있어야 #1. 올해 일곱 살인 미등록 아동 A군. 부모나 친구를 깨물고, 때리고, 물건을 던지는 폭력 성향을 보여 얼마 전부터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심리전문가는 A군의 이상행동 원인이 성장 환경에 있다고 봤다. 미등록 이주민인 부모는 불안정한 신분으로 생계를 이어가느라 A군을 제대로 돌볼 수 없었다. A군은 혼자 집에 남기 일쑤였고, 훈육은 대부분 거친 체벌로 이뤄졌다. 가끔 ‘죽고 싶다’는 말도 한다. #2. 또 다른 미등록 아동 B양은 감정 표현을 극도로 꺼린다. 올해 여섯 살인 B양은 상담 교사가 불러도 반응이 없거나, ‘좋다’는 식의 반응만 반복한다. 자신의 감정이나 요구 사항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고, 친구나 선생님 등 타인과 관계 맺기도 거부한다. 부모와의 애착도 형성되지 못했다. B양 역시 부모의 불안정한 체류 자격과 어려운 경제적 상황 탓에 제대로 된 돌봄은 이뤄지지 못했다. 미등록 이주 가정의 돌봄 공백이 아동의 심리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아동의 정서적 안정에는 쾌적한 거주 환경, 양육자와의 애착 관계, 적절한 사회 활동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사회적 고립까지 겪는 미등록 아동들은 폭력성, 우울감, 사회성 부족 등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다. 올해로 5년째 미등록 이주 아동을 대상으로 심리 지원 활동을 해온 송정은 아트온어스 대표는 “미등록 아동은 보통의 취약 계층 아동에게서 나타나는 심리적 문제보다 더 심각한 증세를 보이는데 이는 이들이

‘사각지대의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아동

코로나 장기화로 고립 극심 부모는 생계 위해 일터로 육아는커녕 끼니 걱정해야 지역센터 대부분 문 닫아 비영리·소셜벤처가 나서 아이 돌봄이나 먹거리 지원 “노 머니, 노 푸드, 아이엠 베리 헝그리.(돈도, 음식도 없어 너무나 배가 고파요)” 경기 한 지역에서 이주민을 돕는 A씨는 몇 달 전 일을 잊지 못한다. 2~3개월 된 작은 아이를 안은 한 흑인 여성이 “며칠 동안 자신도, 아이도 굶었다”며 센터 문을 두드린 날이다. 미등록 상태로 한국에 사는 그는 일용직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왔는데 임신 중 코로나19가 퍼졌다고 했다. 건장한 이주민 남성도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상황에서 임신한 그에게 일을 주는 곳은 없었다. 이 와중에 출산하면서 수백만원 빚을 지게 돼 갓난아이와 함께 거리로 나앉게 됐다. 그나마 A씨를 찾아오는 경우는 운이 좋은 편이다. 현재 A씨가 돌보는 미등록 아동은 15명가량. 그는 “한 집에 갔더니 다섯 명이 넘는 아이가 불도 안 켠 작은 집에 옹기종기 모여서, 똥오줌을 싼 기저귀와 옷을 그대로 입고선 피부병에 걸려 몸을 벅벅 긁고 있었다”고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도움의 손길을 구하기도 어려운 미등록 아동의 고통이 장기화하고 있다. 돌봐줄 친지가 없어 평상시에도 어려움이 컸던 미등록 이주민의 육아가 이제는 끼니를 걱정하는 지경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출신 B씨는 “모텔 청소 일을 하는데 코로나19 이후 일거리가 있을 때만 가서 일을 해주는 식으로 바뀌었다”면서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알아보느라 아이를 볼 시간이 더 없다”고 했다. 이 와중에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누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나…미등록 이주노동자 사망 사건

서른 살 태국 청년이 ‘불법체류’ 단속에 쫓기다 지난달 24일 사망했다. 이름은 품 누 아누삭. 그가 한국 땅을 밟은 건 지난해 8월이다. 가족의 생계에 보탬이 되고자 지방의 공장을 전전한 지 1년 만에 벌어진 비극이다. 그의 죽음을 추모한 사람은 없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흔히 ‘불법 체류자’로 불리는 신분 탓이다. 아누삭의 장례는 사망 열흘 만인 지난 4일 태국에서 치러졌다. 본국의 부모는 막내아들을 데리러 올 형편이 못 됐고, 시신은 방부 처리돼 태국행 비행기 화물칸에 실렸다. 압착 종이로 짠 3만원짜리 관 앞에 어머니는 주저앉았다. 아누삭이 눈을 감은 지 보름이 지났지만, 죽음을 둘러싼 진실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쟁점은 단속반의 사망 책임 여부다. 단속에 나선 법무부 산하 부산출입국·외국인청(이하 부산출입국청)은 단속 당시 추격이나 신체적 접촉이 일절 없었다며 이번 사망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이주민지원단체들은 부산출입국청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건을 은폐·축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장 목격자인 동료 8명은 이미 본국으로 강제 추방당한 상황. 목격자는 사라졌고, 고인은 말이 없다. 엇갈린 진술… 태국 노동자 추락사 진실 공방 사건을 맡은 김해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아누삭은 단속이 있던 지난달 24일 오후 3시쯤 단속 현장 인근에서 사망했다. 부산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사인은 ‘장기 손상으로 인한 과다 출혈’이다. 부검의는 갈비뼈 3대가 부러질 정도로 강한 외부력이 있었으며, 외부 충격으로 인한 간 파열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11일 사건 현장을 찾았다. 도시 외곽에 자리 잡은 공장은 700㎡ 규모로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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