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재생, 길을 묻다] ③도시, 인문학과의 만남 건축가 승효상(67)은 도시재생을 ‘침술’로 표현한다. 그는 저서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에서 “외과 수술하듯 도시 전체를 바꾸는 마스터플랜보다 주변에 영향을 줘 전체적인 변화를 이끄는 도시 침술이 더 유용하다”고 썼다. 문제는 쇠퇴하는 도시들의 증상이 저마다 조금씩 다르고, 이에 따른 처방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문사철(문학·역사·철학)’로 대표되는 인문학을 제시한다. 도시재생을 할 때 단순히 기술적으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지역에 오랫동안 축적된 인문학적 가치를 발굴해 이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文學이 흐르는 골목 부천은 지난 2017년 동아시아 최초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될 만큼 문인들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현대시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인 정지용(1902~1950)이 대표적이다. 그의 고향은 충북 옥천이지만, 일제의 탄압으로 거처를 부천으로 옮겨 생활했다. 부천 최초의 교당인 소사성당은 정지용 시인이 손수 벽돌을 쌓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소설가 양귀자의 ‘원미동사람들’은 부천시 원미동에 사는 소시민의 다양한 일상을 11개 단편으로 담아낸 연작소설이다. 미국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펄 벅(1892~1973)은 1967년 부천에 복지 시설 소사희망원을 설립해 전쟁고아를 돌보기도 했다. 부천시는 지난해 지역 문인들의 발자취를 담은 ‘부천문학지도’를 제작해 이를 도시재생 사업의 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 정찬호 부천마을재생지원센터장은 “올해는 소사본동에 1㎞ 남짓한 산책로를 정지용 시인을 테마로 정비하고, 펄벅기념관이 있는 심곡본동에는 펄 벅 여사의 유산을 연계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문학을 테마로 도시의 문화 자산을 확보해 나가면 자연스레 유동 인구가 증가하고 지역 상권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