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방] 여전히 천동설을 믿는 사람들

  “쇼하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CEO 제프 베이조스가 최근 사재를 털어 100억달러(약 12조300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못해 싸늘하다. 그는 이른바 ‘베이조스 지구 기금(Bezos Earth Fund)’이라는 걸 조성해 이 돈을 기후변화 대응에 쓰겠다고 밝혔다. 칭찬받아 마땅할 일인데 되레 욕을 먹는 이유는 아마존이 ‘기후위기 악당 기업’으로 명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사업과 배송 사업 등으로 전 세계 탄소배출량을 늘리는 데 큰 공(?)을 세우고 있다.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기업 운영 방식은 바꾸지 않고 기후변화 대응 기금을 만들겠다고 하니 거액을 내놓고도 좋은 소리를 못 듣는 것이다. 최근 SNS에서 번지고 있는 ‘나쁜 기업 사회공헌 활동 기금 거부 운동’도 흥미롭다. 국내 복지기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이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의 기부금은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릴레이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에 지목된 곳은 한국마사회다. 지난해 벌어진 문중원 기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 한국마사회의 사회공헌 활동 기부금을 거부하는 운동을 진행 중이다. 아마존도 그렇고, 나쁜 기업들의 보여주기식 사회공헌 활동에 큰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세상이 바뀐 걸 모르고 여전히 수익만을 쫓는 기업들은 투자도 받기 어려워졌다. 올 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앞으로 기업에 투자를 결정할 때 ‘기후변화’와 관련된 대응을 하고 있는지를 주요 지표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석탄화력 등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에 대한 투자금부터 빼겠다고 밝혔다. 물론, 블랙록이 환경을 위해서 이런 결정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석탄화력 산업의 경제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주민, 세금 꼬박꼬박 내고도 재난지원금은 못 받는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기도는 지급 기준에 ‘외국인 제외’ 서울은 한국 국적자의 가족까지 혜택 독일, 세금 내는 내·외국인에 지원금 포르투갈은 난민 포용, 한시 시민권도 지방자치법상 외국인도 주민에 포함 지원 대상 구분은 차별, 평등권 침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재난 지원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주 노동자를 포함한 대다수 외국인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재난지원금의 재원이 국민 세금이라서 원칙적으로 한국 국적자를 대상으로 지급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주민 지원 시민단체들은 체류 자격을 얻어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은 소득세와 지방세 등 세금을 꼬박꼬박 내면서도 차별받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일 이주공동행동 등 단체 62곳은 “난민 인정자, 인도적 체류자, 이주민 등을 재난지원금 정책에서 제외한 건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피청구인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서울시는 지난달 18일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긴급생활비 30만~5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수급권자와 차상위 계층 등 생활안정지원 대상자 외 주민에게도 생활안정급여를 지원해 복지 사각지대를 개선하고 지역 내 경제를 활성화하는 게 주요 목적이다. 경기도는 1300만 경기도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결정하면서 “기본소득의 이념에 맞게 소득과 연령에 관계없이 지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에 ‘외국인은 제외한다’고 명시한 점이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주민등록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결정하는데, 경기도는 아예 외국인을 배제했고 서울시의 경우 한국인 배우자가 있거나 한국인 자녀를 양육하는 등 한국 국적자와 가족 관계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긴급하게

[공변이 사는 法] “홀로 남겨진 발달장애인, ‘사회적 안전망’ 절실…후견인 필요해”

[공변이 사는 法] 배광열 변호사 성년후견 전문가로 2016년 ‘온율’ 합류 피후견인 재산·신상 보호 위해 노력 노인 인구 늘지만 전문 인력 턱없이 부족 “자기결정권 존중하는 것도 후견인 역할” “후견 제도를 둘러싼 부정적 이미지가 아직 많습니다. 후견이 고액 자산가의 재산 관리용이라는 선입견 탓에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후견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질 못하고 있어요. 보호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했는데 가족도 친족도 없이 혼자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들에게 남은 재산은 생존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에 많고 적음을 떠나 반드시 보호해야 합니다.” 공익사단법인 온율의 배광열(34) 변호사는 성년 후견 전문가다. 그는 보건복지부 발달장애인 공공후견 지원단과 한국치매협회 고령자치매후견센터에서 실무를 쌓고 지난 2016년에 온율에 합류해 후견인이 필요한 발달장애인과 치매 노인의 후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피후견인의 재산·신상 보호…자립 여건 조성하기도 후견인의 역할은 크게 재산 관리와 신상 보호 등 두 가지로 나뉜다. 발달장애인의 보호자가 사망하거나 독거노인이 치매에 걸려 판단 능력을 상실했을 때 이들의 재산과 신상을 보호하기 위해 후견인이 필요하다. 문제는 후견인으로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배광열 변호사는 지적장애 2급인 A씨의 후견 업무를 지난해부터 맡고 있다. A씨는 지난 2018년 가족이 뱀파이어라며 살해한 이른바 ‘인천 뱀파이어 사건’ 당사자다. “조현병을 앓던 오빠가 집에서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피후견인 A씨도 죽을 뻔한 사건입니다. 한 부모 가정이었는데 오빠는 구속되고 어머니는 사망한 거죠. 범죄 피해자 구조금 1억원과 상속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인천지검은 구조금을 지급하면서 조건 두 가지를 달았다. 후견임

[진실의 방] 흩어지면 데이터, 모이면 임팩트

중학교 때였다. 늦은 여름날, 학교에서 단체로 야영을 했다. 다른 건 다 잊어버렸는데 친구들과 운동장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같이 밤하늘을 올려다봤던 게 기억난다. 밤하늘을 그렇게 오래 바라본 건 처음이었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또렷해지던 별들. 어쩌다 별똥별이 떨어지면 친구들과 호들갑을 떨며 좋아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다시 밤하늘을 제대로 본 건 지난해 몽골 취재를 갔을 때였다. 저녁까지 비바람이 몰아쳐서 별 보긴 글렀구나 포기하고 있었는데, 거짓말처럼 구름이 걷히더니 까만 하늘 위로 별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밤하늘을 뒤덮은 별들을 보며 그저 작은 탄성만을 내뱉었다. 그때 알았다. 별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별을 보는 게 어렵다는 걸.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일행 중 한 분이 손가락으로 먼 하늘을 가리켰다. 북두칠성이 거기 있다고 했다. 찾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몽골의 북두칠성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또렷해서 단번에 국자 모양을 발견했다. ‘이번 건 좀 더 어려운 별자린데’라고 운을 떼더니 다른 곳을 가리켰다. 수많은 별이 정신없이 얽히고설킨 그곳을 한참 동안 헤맨 끝에 찾아냈다. 꼬리와 머리, 활짝 편 양 날개. ‘백조자리’였다. ‘코로나맵’ 서비스가 처음 나온 건 지난 1월 말이었다. 정부에서 내놓는 코로나19 확진자 데이터가 산발적이고 정돈되지 않아 시민의 불안감만 키우던 와중에, 한 대학생이 확진자 동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코로나맵을 만들어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 사람들의 제보 등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긁어모아 좌표를 찍고 그걸 선으로 이어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모두의법] “양육비 안 주는 부모들 명예보다 아동 생존권이 우선”

양육비 미지급은 단순한 민사채무와 달리 아동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이다. 임신, 출산, 육아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채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 한부모가정에서, 양육비 미지급은 사실상 아동의 생계수단을 박탈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규제는 매우 부실하다. 재판을 통해 판결을 받아도 재산은닉, 위장전입, 잠적 등의 방법으로 집행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무려 80%에 이르고 있다. 지난 1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해 온 사이트 ‘배드파더스’의 관계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해 화제를 모았다. 배드파더스는 제도가 미비한 가운데 생존권을 위협받는 아동들을 위해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사회운동을 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운동을 통해 양육비 미지급 실태와 부실한 규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양육비 관련 제도와 정책의 근본적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재단법인 동천의 변호사들을 포함한 12명의 변호사들은 이 사건을 공익사건으로 보고 피고인의 변호인으로 참여했다. 변호인단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여러 쟁점 가운데 특히 양육비 미지급 실태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지난 1월 14일에 이 사건의 국민참여재판 공판기일이 진행됐다.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소권 행사가 공소권 남용이라는 점 ▲피고인에게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므로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없다는 점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중심으로 다퉜다. 이 중 핵심 쟁점인 공익적 목적의 인정여부에 대해서는 검찰과 변호인단의 공방이 벌어졌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배드파더스 사건의 외양은 ‘아동의 생존권’과 ‘양육비 미지급자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법원마다 다른 결정

트랜스젠더 여성 A씨는 지난 2015년 법원으로부터 성별 정정 허가를 받았다. 법원을 한차례 옮긴 끝에 얻어 낸 결과다. 처음 성별 정정을 신청했던 지방법원에서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성별 정정을 해주지 않았다. 재신청해 봤자 다시 기각될 게 뻔했기 때문에 A씨는 등록기준지를 옮겨 다른 법원에서 절차를 밟았다. 성별 정정은 가족관계등록부상 등록 기준지의 관할 법원에서 담당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신청한 법원은 A씨를 법적인 여성으로 허가했다. 같은 사례를 놓고도 법원이나 배당 판사의 재량에 따라 성별 정정 허가 신청의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 성별 정정에 대한 명시적인 법률이나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게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 2006년 6월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사상 첫 성별 정정 판단이 나온 뒤, 같은 해 9월6일 마련된 예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이 유일하다. 하급심 법원들은 성별 정정 요건을 명시한 예규에 근거해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예규에 명시된 요건을 법원이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례라도 결정이 달라지는 것이다. 성소수자 인권 단체에서는 이에 대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왔다. 사법부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일부 하급심에서 대법원 결정과 다른 이례적인 판단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다. 지난 2013년 서울서부지법은 외부 성기를 갖추지 않은 트랜스젠더 남성에게 성별 정정을 허가했다. 당시 재판부는 “어떤 사람을 남성이라고 판단함에 있어 의복, 두발 등 신체의 외관과 목소리, 행동거지 등이 남성적이면 FTM(여성에서 남성으로 성별 정정)이 외부 성기를 형성하지 아니했어도 남성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알립니다] ‘청년, 세상을 담다’ 11기 면접 대상자 발표

현대해상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시민이만드는생활정책연구원이 함께하는 소셜에디터 양성 아카데미 ‘청년 세상을 담다(청세담)’ 11기 서류전형 합격자를 발표합니다. ‘코로나19’ 추가 확산을 막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면접전형을 비롯한 전체 프로그램 일정이 연기됩니다. 면접전형은 오는 3월 12일(목) 오후 1시부터 7~8명씩 그룹을 나눠 30분간 진행됩니다. 지원자별 세부 면접 시간은 오는 3월 3일(화) 공지할 예정입니다.   ▲면접 일시: 3월 12일(목) 오후 1시부터 ▲면접 장소: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1길 40 조선일보씨스퀘어빌딩 1층 라온홀  ※면접대상자에게 개별문자 및 이메일을 보낼 예정입니다. 25일(화) 오후 5시까지 문자를 받지 못한 분들은 이메일(sh0519@chosun.com)이나 전화(02-724-7866)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면접 대상자 명단(이름/생년월일, 가나다 순) 강*연 980813 강*아 000211 고*은 970209 구*린 980619 기*진 991020 김*운 970111 김*은 980919 김*수 000215 김*연1 940622 김*연2 980814 김*현 971110 김*슬 950501 김*진 000223 김*미 970713 김*혜 970325 김*윤 010824 김*강 940428 김*윤 981120 김*영 950926 김*정 000114 김*중 940324 김*지 990801 김*정 970305 김*주 941017 노*지 000804 문*준 980616 박*경 950227 박*연 980330 박*지 990427 박*민 931225 박*민 950211 박*서 970504 백*영 000816 서*정 990901 성*의 930304 송*원 980922 시*혜 920107 신*인 981214 양*혜 991026 양*서 970602 오*주 980303 유*범 981026 윤*이 970306 이*정 950416 이*현 990521 이*기 910222 이*은 990104 이*정 970724 이*민 951030 이*원 010605 이*원 960720 이*은 991201 임*영 970609 임*빈 000727 장*원 930817 장*원 990119

[공변이 사는 法] “가족마저 등 돌린 ‘성 소수 청소년’의 든든한 ‘백’ 될래요”

[공변이 사는 法] 송지은 변호사 작년 방문·전화 상담 400건메신저 대화 셀 수 없이 많아사회에선 혐오에 내몰리고쉼터 입소마저 거부당하기도 마음 상처 다독이는 게 우선청소년 제도 개정 힘 쏟을 것 약속 장소는 평범한 건물 앞이었다. 인터뷰이에게 전화를 걸어 어딘지 묻자 골목 안 사무실 주소를 알려줬다. 주소는 비공개. 간판도 없었다. 예약해야 방문할 수 있는 공간. 국내 유일의 청소년 성 소수자 위기 지원센터 ‘띵동’이다. 지난 17일 이곳에서 만난 송지은(33) 변호사는 청소년들의 법률 조력자이자 상담 지원팀장이다. 그는 “띵동은 청소년 성 소수자의 쉼터 역할을 하는 공간”이라며 “방문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주소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띵동의 문을 두드리는 청소년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에만 400건 넘는 방문·전화 상담이 이뤄졌다. 온라인 메신저로 주고받는 상담 건수는 셀 수 없을 정도다. “가정 폭력이 생각보다 많아요. 부모가 자녀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주로 발생해요. 대부분의 부모는 ‘네가 잘 몰라서 그런다’ ‘병원에 가보자’고 해요. 휴대전화를 빼앗거나 외출을 금지하기도 하죠.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도 많아요. 학교나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혐오도 견디기 어려운데, 믿고 사랑하는 가족마저 등을 돌리니 고통이 더 크죠.” 문제는 법적 대응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당해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송 변호사는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부모에게 폭행당해도 주변에 알리거나 경찰에 신고하려는 학생은 없다”며 “대부분 자기 자신을 탓하고 가족과 겪는 갈등을 털고 싶어 하기 때문에 참고 견딘다”고 했다. 사회적 냉대나 부모의 강압을 이겨내지 못한

[진실의 방] 잘 알지도 못하면서

  놀이기구 타는 걸 유독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그들이 ‘강추’하는 놀이기구 중 하나가 에버랜드의 ‘티-익스프레스’다. 예전에 에버랜드에 갔을 때 본 적은 있는데 타보진 못했다. 지옥에서나 들릴법한 비명이 나서 쳐다봤더니 거기서 나는 소리였다. 한번 타볼까 하다가 그 소리를 듣고 소름이 돋아서 관뒀던 기억이 난다. 티-익스프레스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시작된 지 햇수로 6년이 됐다. 2015년 5월, 이 놀이기구를 타려고 줄을 섰던 시각장애인들이 탑승을 제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스릴 레벨’이 높은 놀이기구 7종에 대해 시각장애인의 이용을 제한하는 ‘어트랙션 안전 가이드북’ 내용을 근거로 직원들이 탑승을 막아선 것이다. 공익인권변호사 모임인 ‘희망을만드는법’은 이를 장애인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탑승을 거부당한 시각장애인들을 대리해 손해배상과 가이드북 시정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했다. 에버랜드 측은 반사적 방어행동 속도가 느린 시각장애인이 고속으로 낙하하거나 360도 회전하는 놀이기구를 탔을 때 정상 시력을 가진 사람보다 충격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여러 안전상 이유를 들며 탑승 제한이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현장 검증’을 통해 티-익스프레스가 실제로 시각장애인에게 위험한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판사들도 검증에 동참했다.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놀이기구를 탔고 비상 탈출 과정에도 참여했다. 에버랜드의 주장과 달리 시각장애인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티-익스프레스를 즐겼고, 비상 상황을 가정한 탈출 과정에서도 정상적으로 대피했다. 신체적 충격을 측정한 결과에서도 차이가 없었다. 2018년 10월 재판부는 시각장애인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에버랜드 운영사인 삼성물산 측은 즉각 항소했다. 다툼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차별은 무지(無知)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이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몰제’ 코앞… 서울 면적 절반이나 되는 도시공원 사라진다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 토지주,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란 지자체가 도시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계획하고 개발을 제한한 토지가 20년 이상 방치될 경우 토지주에게 돌려주도록 한 제도다.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의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됐다고 해도 장기간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판결이 나온 이듬해 제도화됐다. 꼭 20년이 지난 오는 7월 1일부로 일몰 대상이 되는 도시공원은 전국에 1766곳. 면적을 다 합치면 서울시 절반에 달하는 363.6㎢나 된다. 시민단체들은 도시공원의 환경적·문화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국고를 투입해서라도 일몰 대상 지역을 모두 지킬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토지주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삽 한번 못 떠보고 재산세만 내온 땅을 이제 돌려 달라”고 외치고 있다. 도시공원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토지주의 재산권을 보호할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에 땅 주인은 한숨만 ‘공원부지 무단점용, 토지주는 피멍 든다.’ 지난 40여년간 서울 서초구 주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은 말죽거리근린공원에 최근 서울시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여러 개 나붙었다. 현수막을 내건 주체는 공원 땅을 나눠 가진 토지주들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말죽거리근린공원을 포함한 일몰 대상 도시공원(사유지)의 94.1%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묵은 갈등이 터져 나온 것이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법률에 따라 지자체가 지정할 수 있는 용도 구역의 한 종류다. 건축·용도변경·토지형질변경 등 개발이 금지돼 사실상 도시공원을 그대로 묶어두는 효과가 있다. 서울시는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으로 난개발이 이뤄지는 것을 막으려면 도시자연공원구역

[모두의법] 전염병과 국가의 보호의무

출근길 지하철을 타니 주변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도 보기 힘든 풍경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불러온 공포를 실감한다. 외부에서 오는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종종 ‘바깥’으로 인식되는 사람들에 대한 배타와 차별로 이어진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후진적인 중국의 식문화를 성토하는 글들이 가득하다. “NO CHINA”를 선언하며 중국인 출입을 막는 가게들도 생겨났다. 미지의 병에 대한 공포와 생존에 대한 갈망은 본능에 가깝다. 문제는 공포가 타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이어지는 기제다. 혐오 정서에 편승하고 부추기는 몇몇 언론의 모습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림동을 가보니 실로 위생상 문제가 많았다”는 ‘르포’ 기사가 버젓이 언론매체에 실리고 있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구성원들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존재 이유를 소환한다. 몇 년 전 메르스 방역의 실패는 지난 정권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는 근거 중 하나로 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즉흥적인 여론에 즉각 호응하는 것만이 국가의 보호의무일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불필요한 공포의 확산을 막고, 방역에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지금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국가 3부 기관 중 하나인 입법부의 모습은 어떠한가. 일부 국회의원은 혐오 여론에 재빨리 편승해 ‘중국인 입국 금지’ 법안을 발의했다. 2018년 제주도 내 예멘인 난민신청이 불러온 ‘법안 발의 러시’와 비슷한 행태다. 당시에도 ‘대중 추수주의’를 넘어 ‘혐오 추수주의’에 가까운 법안들이 우후죽순으로 발의됐다. 대부분 난민의 권리와 생존을 제한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에 올라간 법안은 전무하다. 이번 입국금지 법안 등도 혐오정서의 불쏘시개로

[키워드 브리핑] 그린스완(The green swan)

인류가 기후변화(Climate change)에 빠르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국가별 중앙은행의 협력기구인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20일 ‘기후변화 시대의 중앙은행과 금융안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는 자연생태계와 시민사회를 위협할 뿐 아니라 화폐와 금융의 안정성까지 흔들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IS는 기후변화로 인한 금융위기를 ‘그린스완(The green swan·녹색 백조)’이라는 용어로 규정하고 “국제 사회·경제시스템이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린스완은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전문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지난 2007년 제시한 이후 ‘불확실한 위험’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리 잡은 ‘블랙스완(The black swan)’을 변형한 것이다. 탈레브는 국제 금융위기를 몰고 온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설명하면서 블랙스완을 예로 들었다.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예측하기 어렵고 ▲일단 발생하면 시장에 극심한 영향을 미치며 ▲오직 사건이 발생한 뒤에만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IS는 그린스완은 블랙스완과 비슷하지만 ▲예측하기 어렵지만 미래에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는 확실성이 있고 ▲앞서 발생한 금융위기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BIS는 기후변화가 농산물과 에너지 자원의 급격한 가격 변동을 불러올 수 있고, 폭염으로 인한 근무시간 단축 등 인적 자원의 활용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로 인한 생산성 악화가 인플레이션·스테그플레이션 등을 유발해 국제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해수면 상승 ▲폭풍 ▲홍수 ▲폭염 등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자연현상이 잦아지면서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기관, 기업, 가정 등의 경제적 비용과 재정적 손실이 증가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