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민주항쟁, 여성 투사들도 그곳에 있었다

1987년 6월, 전국이 민주화 열기로 들끓었다. 사람들은 끝도 없이 거리로 쏟아졌다. ‘호헌철폐, 독재타도’ ‘고문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등 슬로건을 내건 시민들은 밤이 깊어도 집에 갈 줄을 몰랐다. 차마 거리로 나오지 못한 사람은 창밖으로 휴지와 손수건을 던져 마음을 보탰고, 상인들은 장사도 접고 ‘민주화 투사’들을 응원했다. 최루탄 가스와 군인의 쇠 방패도 자유를 향한 시민의 열망을 이기지 못했다. 6월이 가기 전에 전두환 정권은 백기를 들었다. 시민의 힘으로 부패한 정권을 몰아낸 ‘6월 민주항쟁’은 우리 역사에 빛나는 순간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 찬란한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이들도 있다. 바로 ‘여성’이다. 1979년 1212사태를 시작으로 1987년 개헌에 이르기까지 민주화 역사에서 여성들은 배제됐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을 발굴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인다. 김은하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름없는 ‘시민’으로 남은 여성들의 희생과 용기가 있었기에 6월 민주항쟁의 빛나는 역사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권력의 성폭력에도 굴복하지 않은 여성들 1984년 9월 4일 전두환 정권을 규탄하는 시위에 참여한 경희대 여학생 3명이 청량리경찰서 전경들에게 알몸으로 성추행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여성단체들은 ‘여대생추행사건 대책협의회’를 구성해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연행된 여학생들을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추행한 데 대해서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성명을 냈다. 피해를 본 여대생들은 경찰의 회유와 협박 속에서도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렀다. 당대 여성이 결집하는 계기가 된 이 사건은 훗날 대학에서 총여학생회가 탄생하는 초석이 됐다. 시민단체들은 전두환 정권이 성폭력을 민주화

“남북 청년들 한 테이블에 앉는 날 기다려”

박석길 링크 한국지부장 인터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손을 맞잡았다.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노 딜(no deal)’ 정상회담 이후 얼어붙었던 미북 관계에 다시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도 개성공단 재가동 카드를 꺼내 들면서 남북 관계의 경색 국면을 풀어보겠다고 나섰다. 1953년 한국 전쟁 휴전 이후 66년간 지속한 강 대 강 대결 구도에 균열이 생긴 지금을 북한의 ‘장마당 세대’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장마당 세대는 북한판 ‘밀레니얼 세대’다. 1990년대 태어나 ‘고난의 행군’에서 겨우 살아남은 이들은 현재 북한 체제를 이끄는 주역으로 평가된다. 국가 배급망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경제 안에서 스스로 돈을 벌어 삶을 꾸리는 데 익숙하다. 북한을 벗어나 중국을 거쳐 한국과 미국으로 떠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처럼 자유를 갈망하는 장마당 세대의 도전을 돕는 단체가 있다. 국제 비영리단체 링크(LiNK·Liberty in North Korea)는 지난 2004년부터 1000명이 넘는 북한 주민의 탈북을 지원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소셜미디어로 알렸다. 재미교포들의 주도로 세워져 현재 미국과 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최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만난 박석길(35) 링크 한국지부장은 “북한 사회의 변화는 권력을 쥔 위로부터가 아니라 희망을 갈구하는 아래로부터 이뤄지고 있다”며 “김정은 정권은 감시와 억압으로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지만, 장마당 세대는 그 속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고 말했다. ‘자괴감’부터 느끼는 탈북자들에게 용기 심어주는 일 중요해 박 지부장은 한국계 영국인이다. 런던 정경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과정을 밟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인턴으로

‘창업’으로 제2의 인생 꿈꾸는 북한이탈주민들, ‘산 넘어 산’

통일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총 3만2705명의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에 정착했다. 북한이탈주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1998년부터 지금까지 연평균 1557명이 북한을 떠나 한국에 왔다. 북한이탈주민이 낯선 한국땅에 적응하는 과정은 지난하다.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지만, 차별적인 시선과 문화적 차이로 어려움을 겪는다. 단순생산직 외에는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좌절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이 같은 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창업’에 도전하는 북한이탈주민이 늘고 있다. 늘어나는 북한이탈주민 창업 “남한 직장에 적응하기 어려워” 통일과나눔재단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680명이었던 창업자 수는 지난해 800명으로 늘었다. 한국에 사는 북한이탈주민 가운데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약 50%. 경제활동을 하는 북한이탈주민 100명 가운데 5명은 창업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직장생활에서 겪는 불평등은 북한이탈주민이 창업에 나서게 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통일부의 지난 2017년 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의 월평균 임금은 한국 근로자 평균임금의 3분의 2 수준인 160만원에 머물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이탈주민은 “같은 직장에서 일해도 북한과 남한의 사회적 지위 차이 때문에 대우가 좋지 않다”며 “탈북자라는 이유로 차별하는 일도 있어 갈등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성은 운송업, 여성은 서비스업 창업을 희망하는 북한이탈주민에게 무담보·무이자로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해주고, 사업이 안착할 수 있도록 인큐베이팅을 제공하는 열린나눔재단 메리스타트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은 성별에 따라 희망하는 창업 아이템이 확연하게 갈린다. 남성의 경우 운송업에 가장 많이 뛰어든다. 북한에서는 운전면허가 귀하다. 면허가 있다는 것은 지역과 지역을 오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면허 발급 자체를 잘 해주지 않는다.

흠집 있고 못생겨서 버려지던 시대는 갔다!…소비자 만날 기회 느는 ‘비규격품’ 농산물

“가정용 복숭아 시중가 30%에 판매합니다.” 복숭아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자 최근 들어 온라인 농산물 장터와 지역 커뮤니티 게시판에 ‘가정용’ 복숭아를 판매한다는 게시글이 하나 둘 올라오고 있다. ‘가정용’ 복숭아는 흠집이 있거나 색이나 모양이 고르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져 정상 유통이 불가능한 ‘비규격품’ 복숭아를 뜻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비규격품 농산물은 전체 물량의 10~20% 수준. 복숭아 100알을 수확하면 이 중 10~20알은 출하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aT관계자는 “비규격품 농산물은 맛이나 영양 측면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소비자들에게 ‘불량품’으로 인식돼 폐기되거나 헐값에 판매되는 등 유통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최근 이 같은 비규격품 농산물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공기관, 대형 할인점, 스타트업 등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마트는 판촉전 열고 스타트업은 가공식품 개발 지난 1월 aT는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 탐앤탐스와 ‘비규격품 딸기 유통활성화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그동안 비규격품 딸기를 규격품 가격의 20% 수준인 1kg당 2000원에 팔아야 했던 딸기 농가들은 탐앤탐스에 1kg당 3000원에 팔 수 있게 됐다. 농가는 비규격품의 판로 걱정을 더는 동시에 수입도 1.5배 늘고, 탐앤탐스는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딸기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비규격품 딸기 유통에 이어 aT는 여름 대표 과일 수박의 비규격품 유통 판로 개척에도 힘쓰고 있다. aT 관계자는 “수박 농가에 안정적으로 비규격품을 납품할 업체를 중개해주는 것과 더불어 포장재·홍보물 제작을 지원하거나 거래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등 비규격품 농산물 유통 활성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봉사활동도 트렌디한 ‘취미생활’될 수 있어요”…봉사활동 기획·운영 플랫폼 ‘서울케어즈’

‘청소 본능을 깨워보자’ ‘서울숲 갔다 성수 핫플 가자’ ‘처음인 사람도 3시간 만에 뚝딱’. 봉사활동과 참여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 ‘서울케어즈(Seoul Cares)’에는 이 같은 제목의 프로젝트들이 올라와 있다. 순서대로 골목 쓰레기 줍기, 서울숲 공원 가꾸기, 베이비박스에 놓인 아기를 위한 털모자 뜨기 봉사활동 프로젝트 제목들이다. 프로젝트에 봉사활동답지 않은 제목을 붙인 이유는 사람들이 ‘취미생활’ 하듯이 봉사활동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장승규(29) 서울케어즈 대표는 “사람들이 주말에 몇 시간 짬을 내 봉사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서울케어즈의 목표”라며 “주요 대상은 봉사활동 참여율이 낮은 20·30대 직장인이고, 운영진들이 주로 활동하는 서울시내 안에서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케어즈 플랫폼 자체도 운영진들에게는 일종의 취미 같은 봉사활동이다. 모두 직장생활을 하면서 퇴근 후나 휴일에 서울케어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2일 장 대표와 서울케어즈 창립멤버 김민경·송지연·오우택(이상 28)씨를 만나 서울케어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 년에 하루만 봉사활동 가자!” 서울케어즈는 장 대표가 미국 뉴욕의 지역 기반 봉사활동 플랫폼인 ‘뉴욕케어즈(New York Cares)’를 본떠 2017년 만들었다. 뉴욕케어즈는 뉴욕 시민이 일상에서 쉽게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매달 1500개가량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으며, 연간 참여자 수만 5만명에 이른다. 장 대표는 뉴욕에서 회계사로 일하며 뉴욕케어즈를 알게 됐다. 그는 “참여자가 각자 형편에 맞게 원하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뉴욕케어즈 모델을 우리나라 사정에 맞게 도입해서 지역 기반 봉사커뮤니티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본격적으로 서울케어즈 모델을 구상하기

“콤프마저 없으면 가게 문 닫아야 해요”…강원랜드 ‘콤프’에 울고웃는 주민들

지난 6월 27일 강원 정선군 고한읍에 위치한 구공탄시장.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연다는 알뜰 시장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로 시장 안은 텅 비어있었다. 상인들은 가게 안에서 TV를 보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 고한읍 옆에 있는 사북읍도 사정은 비슷하다. 과일가게 앞에 쌓아놓은 과일은 손님에게 팔려나가는 것보다 진열만 돼 있다가 상해 버리는 게 더 많을 정도다. 고한읍과 사북읍의 재래시장에서 손님이 사라졌다. 이곳에서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광경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시장에서 물건이 사고 팔린다면 십중팔구 강원랜드 하이원 포인트, 일명 ‘콤프’로 거래되는 경우다. 콤프는 카지노에서 고객 유치를 위해 무료로 숙식이나 교통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강원랜드에서는 카지노 고객이 이용 실적에 따라 받아가는 마일리지를 ‘하이원 포인트’라고 부르는데 이를 통칭 콤프라고 부른다. 원래는 하이원 직영 영업장 내에서만 콤프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2004년 강원랜드가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선·삼척·태백·영월 4개 시·군의 가맹점에서 콤프를 화폐처럼 쓸 수 있게 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제도가 시행된지 15년. 콤프는 지역 주민의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강원랜드와 가까이 있어 카지노 고객의 왕래가 잦은 사북·고한읍의 경우 지역경제가 콤프에 좌우된다고 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았다. “콤프가 마감되면 사람이 안 와요”…중순 넘어가면 발길 뚝 “콤프가 유일한 밥줄이 됐어요. 지역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물건을 못 사고 카지노 사람들은 콤프로만 물건을 사려고 하니까요. 콤프가 없으면 굶어야 해요.” 사북시장에서 닭집을 운영하는 이모(64) 씨는 “사북의 지역 경제가

함께 코딩하고 알고리즘 공부하며 IT업계 ‘우먼 파워’ 키운다

IT업계 여성 글로벌 네트워크 ‘위민후코드’ 서울 커뮤니티 지난 5월 25일 서울 강남구의 ‘구글캠퍼스서울’에 20~30대 여성 60여명이 모였다. IT업계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네트워크인 ‘위민후코드(Women Who Code, 이하 WWC)’ 서울 커뮤니티 발족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WWC는 IT업계 여성들이 서로 교류하며 업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결성된 글로벌 비영리 조직이다. 2011년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져 8년 만에 전 세계 20개국 60개 커뮤니티에 회원 약 19만명을 거느린 대규모 조직으로 성장했다. 발족식은 지난 5월에 치렀지만 WWC서울이 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2017년 서로 다른 IT기업에서 일하던 20대 여성 셋이 ‘서울에도 WWC 커뮤니티를 만들어보자’며 WWC본부에 메일을 보냈던 것이 계기가 됐다. 본부로부터 승낙 메일을 받고서 세 사람은 본격적으로 WWC서울 커뮤니티 만들기에 돌입했다. ‘IT업계 여성들의 일’을 주제로 한 커리어 세미나를 열고 국제 규모의 해커톤에 함께 참여하는 등 매달 다양한 행사를 열며 꾸준히 WWC서울을 알린 결과 1년 3개월 만에 회원 800여명을 모았다. 운영진도 창립멤버 3명에서 10명으로 늘었다. 지난달 23일 일반 회원으로 가입했다가 운영진에 합류한 김수정(28)·정유진(29)·조혜선(27)씨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나 WWC서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 사람은 현재 온라인 교육 플랫폼, 건강관리 앱 개발 스타트업, 블록체인 기술 기반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회원 주도 스터디·코딩 모임, 해외 커뮤니티와의 교류 통해 성장 WWC서울 커뮤니티 회원들의 주요 소통 플랫폼은 페이스북 그룹 페이지다. 스터디 팀원 모집 공고, 교육 프로그램 소식 등 매일 다양한 글이 업데이트된다. 김수정씨는 “운영진이

“5개월간 공익 현장 누비며 ‘소셜 에디터’로 거듭났습니다”

‘청년, 세상을 담다’ 10기 수료식 지난달 25일 서울 광화문 현대해상 사옥 10층 대회의실에서 ‘청년, 세상을 담다(이하 ‘청세담’)’ 10기 수료식이 열렸다. 청세담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현대해상이 지난 2014년부터 운영해온 소셜 에디터(social editor·공익 콘텐츠 전문가) 양성 과정이다. 기자, PD, 사회적기업가 등 언론이나 공익 분야 진출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현장 취재와 영상 제작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6년간 290여 명이 청세담의 커리큘럼을 수료했다. 이번 청세담 10기 수료생 26명은 지난 3월부터 5개월간 저널리즘과 공익 분야에 대한 교육을 받으며 공익 콘텐츠 전문가로서 역량을 키웠다. 비영리와 사회적경제 전문가로부터 현장 이야기를 전해듣고, 현직 기자와 PD의 멘토링을 받으며 다양한 공익 현장을 누볐다. 이날 수료식에서는 우수 수료생에 대한 시상식도 함께 진행됐다. 출석, 역량, 과제 등을 평가해 최우수상 1명, 우수상 2명, 장려상 3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이주미 청년기자는 “청세담 활동을 하면서 노동인권, 노인복지, 동물권 등 공익 분야에도 다양한 주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아이템 선정, 취재원 섭외, 현장 취재, 기사 작성 등 졸업 기사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많은 걸 배우고 익힐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황미은 CCO 현대해상 상무는 “청세담을 통해 청년들이 자신의 길을 찾았다는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수료생들이 앞으로 언론과 공익 분야를 움직이는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10기 수료생들이 작성한 졸업 기사는 더나은미래 지면과 홈페이지에 순차적으로 소개된다. 다음 기수인 청세담 11기는 내년 1월경 모집을 시작한다.  

“빈곤 여성들의 꿈과 희망을 잇다”…비영리단체 ‘아시아위민브릿지 두런두런’

‘빈곤은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빈곤국가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현상을 종합 분석한 ‘인간개발보고서’를 발표하며 선언한 말이다. UNDP에 따르면, 여성은 전 세계 노동력의 66%를 차지하지만, 이들의 수입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또 세계 절대빈곤 인구의 70%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성평등 없이는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s)를 이룰 수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기에 이르렀다. 성평등과 여성역량강화 자체가 빈곤 퇴치의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아시아위민브릿지 두런두런’은 여성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 여성들의 연대를 꾸리는 비영리단체다. 지난 2011년 출범 이후 아시아 개발도상국 여성의 빈곤해소와 권익 강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초대 이사장인 ‘여성계의 대모’ 고(故) 박영숙 여사의 뒤를 이어 현재 장필화(68)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단체를 이끌고 있다. 직업훈련 교육, 빈곤 여성 자립을 위한 ‘디딤돌’ “여성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려면 가장 먼저 경제적 자립이 우선입니다. 교육의 기회가 없었던 여성들에게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직업훈련이 필요한 이유죠.” 원선아 사무국장은 여성 직업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런두런의 직업훈련 사업은 지난 2012년 네팔을 시작으로 캄보디아, 라오스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교육 분야는 취업이나 창업에 바로 뛰어들 수 있는 미용, 제과·제빵 중심으로 이뤄진다. 최근 네팔에는 카페 문화가 형성되면서 제과·제빵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두런두런은 네팔 현지에 여성기술교육센터를 설치해 베이커리 교육, 마케팅 훈련, 빵 공장 운영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캄보디아에서는 마을 카페를 운영하며 베이커리 교육을 비롯해 마을텃밭운영, 젠더 교육 등 취약계층 여성을

“청년기본소득은 ‘뜨거운 감자’? 정책 실험으로 평가해보면 될 것”

최영준 LAB2050 연구위원장 인터뷰 “청년은 독립을 추구하는 시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청년에게는 자율성이나 자유가 없죠. 청년기본소득은 모든 청년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해 스스로 인생을 계획할 기회를 주는 겁니다. 대신 지원금을 잘못 쓴 것에 대해선 그만큼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방식도 필요해요.” LAB2050 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영준(44)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청년기본소득 정책실험’의 설계자다. 그는 소득 수준과 취업 상태에 따라 제한을 두는 ‘청년수당’과 달리 조건 없이 모든 청년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원하는 청년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한다. 지난 3월 정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 도입 이후, 서울시의 청년수당, 경기도의 청년배당 도입으로 청년을 위한 보편복지제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최근 최 교수는 서울연구원과 함께 설계한 ‘청년기본소득 정책실험’을 서울시에 제안했다. 그는 “새로운 공공정책을 도입하기 전에는 항상 논란이 따른다”며 “국내에서는 아직 정책실험 자체가 낯설지만,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청년기본소득 실험, 현존하는 가장 엄격한 평가체계로 설계” 청년기본소득 정책실험은 과학적 실험설계로 만들어졌다. 실험설계는 의학분야에서 신약을 처치한 집단과 처치하지 않은 집단을 비교해 효과를 보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쓰인다. 공공정책 분야에서는 최근 핀란드, 프랑스, 미국 등에서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다. -청년기본소득 정책실험이 무엇인가? “모든 청년에게 일정한 지원금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는 게 얼마나 효과성이 있는지 평가하는 실험이다. 청년기본소득처럼 복지체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정책을 도입하면서 그 효과를 모호하게 둬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실험설계’이라는 현존하는 가장 엄격한 평가설계로 접근했다. 기존 ‘청년수당’의 경우 실험설계처럼 통제집단과

“중도입국청소년도 마음껏 ‘미래’ 그릴 수 있어야”

김수영 서울온드림교육센터장 인터뷰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하지만, 그 안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많은 ‘중도 입국청소년’이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외국에서 태어나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한국 땅에 던져진 아이들은 정체성에 심각한 혼란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아이들과는 출발선이 달라요.” 지난 7월 2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온드림교육센터에서 만난 김수영 센터장은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중도입국청소년은 부모의 이주와 동시에, 또는 시차를 두고 한국에 오게 된 외국 태생 청소년을 말한다. 나고 자란 국가와 딴판인 문화 때문에 혼란을 겪고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니어서 언어장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5년 9월 문을 연 서울온드림교육센터는 중도입국청소년의 한국 사회 적응을 돕는 기관이다. 수준별 한국어 교육을 제공하고 검정고시·귀화시험 등 학력 인정이나 국적 취득에 필요한 시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각종 문화체험 행사를 주관하고 상담·심리 치료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중도입국에 따른 혼란에 가족 내부 갈등 겹치기도 서울온드림교육센터는 서울에 있는 유일한 중도입국청소년 전문 지원기관이다. 한국인 배우자와 재혼해 이전 결혼에 의한 자녀를 데려온 경우 국제결혼가정의 자녀 가운데 부모의 본국에서 살다가 학령기에 입국한 경우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 후 일정기간이 지나고서 본국에 있는 자녀를 데려오는 경우 외국인과 결혼한 탈북여성이 제3국에서 출생한 자녀를 데려온 경우 등을 중도입국청소년으로 규정해 지원한다. 중도입국청소년들이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부모의 의지’로 한국에 오게 됐다는 점은 모두 같다고

“동물에게 선택권을 주는 동물원 만들자”…국내 최초 ‘AZA 인증’ 도전한 서울대공원 동물원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 랫서팬더가 한 손을 번쩍 들고 사육사를 바라본다. 사육사가 ‘하이파이브’하듯 손을 마주 댄다. 랫서팬더가 손을 거두고 다른 곳으로 움직인다. 사육사가 따라오지 않자 서운한지 흘끔흘끔 쳐다 본다. 눈치 빠른 사육사가 랫서팬더에게 다시 다가간다. 이렇게 반복하기를 몇번. 랫서팬더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하이파이브를 하고 자리를 떠난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는 동물이 ‘왕’이다. 좁은 공간에서 사육사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동물은 찾아볼 수 없다. 랫서팬더가 그랬듯, 움직이고 싶을 때 자유롭게 움직이고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가서 혼자 쉬기도 한다. 동물들은 모든 행동을 스스로 선택한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고 혼내지도 않는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국내 동물원 최초로 AZA(association of zoo and aquarium) 인증에 도전하고 있다. AZA 인증은 동물원 분야의 국제적 인증제도다. 동물복지, 보전과 과학연구, 생태교육, 안전훈련, 재정상태 등 동물원 운영체계 전반을 평가해 기준에 부합할 경우 인증을 해준다. 인증 효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5년마다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조사단이 서울대공원을 방문해 적합성 여부를 점검했고, 오는 9월 결과가 나온다. “진정한 동물복지는 본능에 따라 살게 하는 것” 지난 6월 28일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찾았다. 호랑이 사육장이 눈에 띄었다. 나무와 풀이 무성한 공간이 옆으로 쭉 이어지면서 꽤 넓게 펼쳐졌다. 호랑이는 개울 앞을 왔다갔다하며 끊임없이 움직였다. 서울대공원 김보숙 동물기획과 과장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공간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달라진 건 6년 전 사건 때문이다. 2013년 11월, 서울대공원의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