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전국이 민주화 열기로 들끓었다. 사람들은 끝도 없이 거리로 쏟아졌다. ‘호헌철폐, 독재타도’ ‘고문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등 슬로건을 내건 시민들은 밤이 깊어도 집에 갈 줄을 몰랐다. 차마 거리로 나오지 못한 사람은 창밖으로 휴지와 손수건을 던져 마음을 보탰고, 상인들은 장사도 접고 ‘민주화 투사’들을 응원했다. 최루탄 가스와 군인의 쇠 방패도 자유를 향한 시민의 열망을 이기지 못했다. 6월이 가기 전에 전두환 정권은 백기를 들었다. 시민의 힘으로 부패한 정권을 몰아낸 ‘6월 민주항쟁’은 우리 역사에 빛나는 순간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 찬란한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이들도 있다. 바로 ‘여성’이다. 1979년 1212사태를 시작으로 1987년 개헌에 이르기까지 민주화 역사에서 여성들은 배제됐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을 발굴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인다. 김은하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름없는 ‘시민’으로 남은 여성들의 희생과 용기가 있었기에 6월 민주항쟁의 빛나는 역사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권력의 성폭력에도 굴복하지 않은 여성들 1984년 9월 4일 전두환 정권을 규탄하는 시위에 참여한 경희대 여학생 3명이 청량리경찰서 전경들에게 알몸으로 성추행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여성단체들은 ‘여대생추행사건 대책협의회’를 구성해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연행된 여학생들을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추행한 데 대해서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성명을 냈다. 피해를 본 여대생들은 경찰의 회유와 협박 속에서도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렀다. 당대 여성이 결집하는 계기가 된 이 사건은 훗날 대학에서 총여학생회가 탄생하는 초석이 됐다. 시민단체들은 전두환 정권이 성폭력을 민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