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하는 제로웨이스트샵, 친환경 운동의 새로운 구심점 될까

지난 6월, 서울 천호동에 강동구 최초의 제로웨이스트샵 ‘송포어스’가 문을 열었다. 제로웨이스트샵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포장재 사용과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가게를 말한다. 송포어스 관계자는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 그런 물건을 살 수 있는 가게가 없어 직접 매장을 냈다”며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사기 위해 멀리 나가던 지역 주민들이 ‘우리 동네에 이런 가게가 생기니 아주 좋다’며 자주 찾는다”고 했다. 문을 연 지 3개월이 안 되는 신생 가게지만,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동네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오프라인 제로웨이스트샵은 동네 환경 운동 거점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제로웨이스트샵이 확산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제로웨이스트샵 ‘더피커’가 2016년에 문을 연 이후 송포어스(강동구)·알맹상점(마포구)·지구샵(동작구)·디어얼스(서대문구) 등이 대표적이다. 제로웨이스트 제품만 판매하는 가게도 있지만, 커피나 디저트를 판매하면서 제로웨이스트 방식을 지켜나가는 곳도 있다. 서울 연희동에 있는 카페 ‘보틀팩토리’가 대표적이다. 보틀팩토리는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는 등 쓰레기 배출량 제로를 원칙으로 하는 카페다. ‘모레상점’ 등 온라인 상점도 있지만, 오프라인 상점이 늘어난다는 점은 제로웨이스트샵만의 특징이다. 제로웨이스트샵의 주요 이용자들은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인데, 택배를 이용하면 운송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고 포장 쓰레기가 나온다는 점 때문에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공간은 지역 환경운동의 거점 역할도 하고 있다. 알맹상점은 지역 주민들로부터 재사용 가방이나 용기 등을 기부받아 담아갈 곳이 없는 다른 손님들이 사용하도록 한다. 가까이에 있는 망원시장을 활용해 ‘무포장 장보기’ 등 제로웨이스트

작은 손재주로 만든 큰 변화…장애인 삶 살피는 세심한 관심이 비결

대전 둔산동에 위치한 예비 사회적기업 ‘청각장애인 생애지원센터(이하 ‘청생원’)’가 작은 기술로 청각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청생원은 지난 2018년부터 청력 향상을 위한 수술인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앞둔 청각장애인에게 보조기기를 감싸는 뜨개커버와 고정핀을 제공하고 있다.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청각장애인의 마지막 희망으로 불리는 수술이다. 보청기를 사용해도 소리를 들을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청각장애를 가진 난청인들의 달팽이관에 인공 달팽이관을 심는 수술이다. 뜨개커버와 고정핀을 제공하는 것은 사소한 데서 나온 아이디어였지만, 청각장애인들의 호응은 뜨겁다. 지난 1일 화상으로 만난 조성연 청생원 대표는 “세심한 관심에서 만들어진다면 작은 기술로도 누군가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비용 비싸고 까다로운 인공와우 수술…작은 기술로 청각장애인 돕고파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청력이 아주 낮은 청각장애인에게 필요한 수술이면서도 수술비가 4000만원 이상의 고가라는 점, 평생에 한 번 밖에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청각장애인에게 ‘애증의 수술’로 불려 왔다. 인공와우는 내부에서 청신경을 자극하는 수용 자극기와 외부에서 소리를 받아들이는 마이크와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안테나가 있는 헤드피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신체 내·외부가 연결된 장치다 보니 관리도 까다로워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외부 헤드피스가 충격이나 습기로 고장이 나는 경우도 많고, 일반 회사에서 판매하는 단일 모양의 인공와우 커버가 두상에 맞지 않아 불편하다는 사람도 많았어요. 또, 헤드피스가 인체에 삽입된 인공 달팽이관과 붙어 있는데 이 두 개를 잇는 자석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떨어지지 않도록 머리카락에 붙이는 분실방지용 고정핀과 각자 두상에 맞추어 쓸 수 있는

“일상에서 친환경을 실천합니다”…제로 웨이스터 라이프 3일 체험

 ‘제로 웨이스터’(zero waster)로 산다는 건 힘든 일이다. 제로 웨이스터의 사전적 정의는 폐기물 혹은 쓰레기를 전혀 만들지 않는 사람이다. 말처럼 쉽지 않다. 생산·소비 전반에 걸쳐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으려면 행동하기 전에 생각해야 한다. 주변에서 ‘별나다’ ‘구질구질하다’ ‘유난 떤다’ 등의 곱지 않은 시선 또한 견뎌야 한다. ‘지속 가능한 지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최근 몇 년 새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큰 주목을 받았다. 제로 웨이스트는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재활용폐기물 대란 등 사회 이슈와 맞물리며 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기자는 지속 가능한 미래 만들기에 동참하기 위해 직접 ‘제로 웨이스터’에 도전했다. 본격적인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시작하기에 앞서 스스로 기준들을 정했다. ▲친환경 교통수단 이용하기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잔반 남기지 않고 남을 시엔 다회용기에 담아오기 ▲그린피스 캠페인 ‘채소 한 끼, 최소 한 끼’ 실천하기 ▲사전에 쇼핑 리스트 작성하고 필요한 만큼만 구매해 낭비 방지하기 등이다. 체험은 8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진행됐다. 폭우 속 비건식당 찾아 헤매다 친구와 의절 위기 체험 첫째 날. 평소라면 버스나 택시로 금방 이동했을 3km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자동차 배기가스는 대기오염의 주요 오염원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승용차 4.5대에서 1년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없애기 위해서는 30년생 소나무가 가로·세로 100m 규모로 빽빽하게 채워진 숲이 필요하다. 기자는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선택했다. 소나무 한 그루를 생각하며 페달을 밟았다. 한낮의 더위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기상청은 발표한 이날 한낮 기온은 34도였다. 자동차

나무를 화분에 담다…‘이동식 나무’ 아이디어로 도심에 숲을 만든다

도심에 공원을 조성하는 일은 쉽지 않다. 건물이 구획에 따라 들어서 있고, 도로도 정비된 상태라 나무를 심을 공간이 없다. 가로수라도 몇 그루 심으려면 도로를 파내야 한다. 사회적기업 헤니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는 ‘이동식 나무’를 만들어 보급한다. 대형 화분에 나무를 심어놓은 형태라 설치가 간단하고 여기저기 옮길 수도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과 시청광장, 여의도 한강공원 등에서 볼 수 있다. 김대환 헤니 이사는 “도심에 녹지를 만들려면 토지를 확보하고 나무를 심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동식 나무를 활용하면 간단하게 ‘설치’만 하면 된다”고 했다. 화분에 담긴 나무, 도시 숲 조성도 쉽게 “우리나라에서 조경산업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88올림픽입니다. 올림픽을 기점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건설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조경 공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죠. 다양한 수목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지만, 조경수를 거래하는 중간 상인의 정보 독점으로 불공정한 거래가 만연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사이트를 구축해 농장주와 구매자에게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김대환 이사는 조경수 거래 플랫폼 ‘트리디비’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트리디비는 2001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된 온라인 나무 직거래 사이트로 조경수 생산, 관리, 유통에 필요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주목받았다. 최근 이동식 나무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사회적기업 헤니는 트리디비의 성공을 기반으로 설립된 기업이다. 헤니는 현재 SK임업과 손을 잡고 ‘이동식 나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18년 SK가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도시 숲을 만들기 위한 파트너를 찾았고, 헤니와 의기투합해 ‘모바일플랜터’라는 이름의 ‘이동식 나무’를 개발하게 됐다. 현재 모바일플랜터의 생산과 판매는 헤니가 도맡아

“장애인 근로자는 생산성 낮다고?…중증장애인 직원들이 매출 14배 끌어올렸습니다”

“산업계에는 중증장애인 고용에 대한 편견이 아직 만연합니다. 장애인 직원의 생산성이 낮다거나 기업 성장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요. 저는 이러한 편견들을 깨부숴 나가면서 직접 증명해 보이고 싶어요. 중증장애인 직원도 회사를 급성장시킬 역량이 있다는 걸요.” 노영주(34) 해오름장애인협회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6년간 중증장애인 고용비율 90%를 유지해왔다. 현재 직원 수는 45명. 이 가운데 중증장애인이 36명, 경증장애인과 취약계층 9명이다. 지난달 24일 만난 노영주 대표는 “장애인이 만드는 제품이라는 편견도 있지만, 그런 사회적 시선을 견디며 운영해온 결과, 회사는 꾸준히 성장 중”이라고 자랑했다. 매년 2배 성장기업의 비법은 ‘디테일’ 해오름장애인협회의 매출 그래프는 가파른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17년 3억원에 머물던 매출은 2018년 14억원, 2019년 23억원으로 매우 증가했다. 올해는 코로나 여파에도 이미 40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주력 사업은 CCTV와 구내방송시스템 보급이다.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을 해마다 성장하는 기업으로 키워내기까지 노영주 대표는 많은 고비를 넘어서야 했다. 그가 맞닥뜨린 가장 큰 고비는 제조업 특성상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근로자의 안전 문제였다. “장애인 근로자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 안전입니다. 기계를 만질 때 필요한 안전 장비에 대한 투자는 절대 아끼지 않아요. 이를테면 새로운 기계가 들어오면 작업 동선을 최대한 안전하게 설계한 후, 안전바 등 장비들을 설치하는 식이죠. 또 숙련된 관리자가 있어야만 기계 작동이 허락돼요.” 중증장애인 근로자가 겪는 불편에 따라 업무를 분담하는 일에도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전기배선제품의 경우 드라이버도 사용하고 납땜도 해야

긴급 SOS부터 말벗까지…인공지능으로 노인 돌봄 공백 채운다

첨단 기술과 결합한 비대면 노인 돌봄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시범 사업으로 진행해온 ‘ICT 기반 노인 돌봄 사업’이 실제 위기상황에 처한 노인들의 목숨을 구하면서다. 정부는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을 접목한 노인 돌봄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하면서 대면 돌봄 서비스 공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독거노인의 외침에 AI가 응답했다 “아리아, 살려줘.” 인공지능 스피커를 향해 내뱉은 말 한마디가 목숨을 구했다. 지난 7월28일 오전 7시35분, 경남 의령군 부림면에 사는 A(82)씨는 새벽부터 고열과 답답함을 느끼다 다급하게 소리쳤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AI 스피커가 반응했다. A씨의 “살려줘”라는 음성을 인식한 AI는 부림면센터, 보안업체로 긴급 구조 문자를 발송했다. 보안업체의 신고로 119 구급대원들이 출동하면서 A씨는 위급한 상황을 넘기고 무사히 치료받을 수 있었다. 경남도는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AI 통합돌봄 서비스’를 지난해 11월부터 제공하고 있다. 가구마다 AI 스피커를 보급해 사회 안전망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됐다. AI 스피커에는 음성 인식을 통한 긴급구조서비스뿐 아니라 날씨, 생활·건강정보, 복약시간 알림, 음악듣기 등의 기능도 탑재됐다. 현재 창원시, 김해시, 의령군, 고성군 등 지역 1000가구에 시범적으로 보급했다. AI 통합돌봄 서비스는 보급 1년 만에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경남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I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한 사례 6건, 낙상·어지럼증으로 119 응급처치가 이뤄진 사례 2건, 자살 방지를 위해 긴급출동으로 연계된 사례 1건 등이 보고됐다. 경남도는 올해 하반기까지

사회적 가치를 게임 안에서 찾다…임팩트 게임의 세계

게임 콘텐츠에 사회적 가치를 도입하는 시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른바 ‘임팩트 게임’(Impact Game)이다.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와 게임(Game)을 결합시킨 신조어다. 플레이 자체만으로 이용자에게 사회적 메시지와 교감을 유도하기 위해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부터 사회적 메시지를 주제로 삼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사회 이슈를 게임으로 만들어 변화를 모색한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다만 교육, 건강 분야에 집중돼 대중들이 생각하는 전통적 게임의 개념과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 보니 흥행도 쉽지 않았다. 최근 국내에서 임팩트 게임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지난달 1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북미 최대 기능성게임 행사 ‘2020 G4C 페스티벌’에는 연해주 독립운동사를 다룬 스토리 게임 ‘MazM: 페치카’가 처음으로 소개됐다. 또 국내 기업이 세계 최초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가상현실(VR) 바리스타 직업훈련 게임 ‘버추얼 바리스타’를 선보이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게임 업계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 국내 게임 제작사 자라나는씨앗은 지난 7월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조명받지 못한 20세기 초 연해주 독립운동사를 녹여낸 모바일 게임을 내놨다. 게임명은 ‘MazM: 페치카’. 페치카(Печка)는 러시아식 난로를 뜻하는 단어로, 독립운동가 최재형(1860~1920) 선생의 별명이다. 특히 올해는 최재형 선생의 순국 100주년이기도 하다. 게임 업계에서 연해주 독립운동을 다룬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효택 자라나는씨앗 대표는 “겉핥기식 역사 콘텐츠로 남지 않기 위해 전문가의 검증을 바탕으로 스토리 라인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게임 제작에는 역사연구자 모임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가 참여해 게임 속 내용에 대한 철저한 고증 과정을 거쳤다. 게임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플레이된다. 주인공은 조국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연해주 지역

“누구나 ‘고아’가 된다”…보호종료아동 위한 일자리·정서회복 동시에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은 만18세가 되면 사회로 나와야 합니다. 보호종료아동이죠. 이런 친구들이 기업에 연계돼 취업해도 보통 1~2주, 길어봤자 3개월 안에 그만둬요. 답답한 마음에 기업 대표님들과 아이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어요. 그때 알게 됐어요. 아이들에게는 일자리보다 ‘정서적 자립’이 필요하다는 걸요.” 김성민(36) 브라더스키퍼 대표는 보육원에서 자랐다. 그가 자랐던 보육원의 일상은 폭력과 굶주림이었고, 마음은 항상 외로웠다. 사회로 나온 그는 비영리단체에서 7년간 일하면서 보호종료아동을 도울 수 있는 기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교육 사업을 준비했지만,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었다. 우연히 실내조경 사업가의 도움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고, 2018년 브라더스키퍼를 설립했다. 브라더스키퍼는 건물 외벽이나 실내 벽면에 수직(垂直) 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보호종료아동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하고 정서적 자립을 돕기 위해 교육프로그램, 금융적 지원, 법률서비스 지원 등을 제공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 청춘작업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보육원 아이들을 도우려는 작은 바람으로 시작된 일이 이젠 그 친구들과 함께 이루고 싶은 꿈이 됐다”고 했다. 식물 가꾸는 조경사업, 마음의 상처 치유한다 1985년. 그가 보육원에 입소한 해다. 만 18세로 보육원을 퇴소하기까지 17년을 지냈지만, 시설에서의 기억은 아름답지 않다. “예전과 지금의 보육원 환경은 많은 변화가 있어요. 폭력 문화도 많이 사라졌고 입고 먹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없어요. 20년 전만 해도 10명 중 9명이 부모가 없었다면, 지금은 2명 정도밖에 안 됩니다. 부모가 있지만 시설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친구들이 그만큼 늘어난 거죠.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게 있어요. 아이들의

“‘사회적 약자’ 대신 ‘사회적 소수자’로 불러주세요”

[인터뷰]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누구나 꽃처럼 존귀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김예원(38) 변호사의 말은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인생과 맞닿아 있다. 비영리 1인 법률사무소 ‘장애인권법센터’를 운영하는 그는 스스로 변호할 능력이 없는 사회적 소수자의 소송을 돕는다. 수임료는 받지 않는다. 소송뿐 아니라 장애인 등 소수자를 위한 정책 연구와 제도 개선 운동도 벌인다. 지난 7일 김예원 변호사를 만나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태어날 때 의료사고를 당해 한쪽 눈을 잃었어요. 하지만 제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니었어요. 학창시절 내내 공부도 잘했고 주변에서 장애인을 볼 기회도 별로 없어서 그때는 차별을 체감하지 못했거든요. 사법고시 합격 후 변호사로 일하면서 알게 됐어요. 우리 사회에 얼마나 거대한 차별이 존재하는지를요.”   변호가가 돼서 맡은 첫 사건이 2012년 발생한 ‘원주 귀래 사랑의집 사건’이었다. 정부 지원금을 타기 위해 스무명이 넘는 지적장애인을 입양한 한 남성이 이들을 폭행하고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시신까지 유기한 사건이다. 이듬해 ‘홍천 실로암 연못의집 사건’도 맡았다. 원장이 원생들의 장애인 연금과 기초생활수급비 등을 가로채 유흥비로 사용한 사건이다. “장애인 사건 변호를 맡으면서 슬픔보다는 황당함을 느꼈습니다. 피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수록 더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장애인,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침해 문제를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습니다.” 김 변호사가 변호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거나 피해 사실을 말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기후변화 대응은 ‘생존’의 문제”…환경 분야 인재도 육성해야

[인터뷰] 이지현 숲과나눔 사무처장 “환경 운동은 여유 있는 사람들이 하는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어요. 아직 전문가들의 영역이라는 인식도 있죠. 그렇게 해서는 세상이 바뀌지 않아요. 환경오염이 생존과 직결 문제라는 걸 인식하고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어야 해요.” 이지현(47) 숲과나눔 사무처장은 25년째 환경 운동을 지속해왔다. 그는 환경 운동의 핵심을 ‘생존’으로 꼽는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노동 운동이 대세였어요. 그땐 그게 생존의 문제였으니까요. 지금은 환경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운동이 단절되지 않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환경 분야 인재를 키워야 하는 거죠.” 환경과 생존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라온에서 만난 이지현 사무처장은 환경 문제에 관심 갖게 된 ‘날카로운 첫 기억’을 먼저 꺼냈다. “대학 다닐 때였어요. 우연한 기회로 환경운동연합에서 주관하는 여름캠프에 참여했는데, 공해 때문에 주민들이 집단 이주하는 마을을 찾아갔어요. 울산 온산읍 인근 공단에서 배출한 대기오염물질을 피해 사람들이 주거지를 옮겨야 했고, 온산초등학교는 폐교됐습니다. 그때 환경은 생존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환경운동을 시작한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환경운동가로 활동한 지 벌써 25년입니다. “환경은 다른 운동과 달리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습니다. 기후변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은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크게 느끼진 않는 것처럼요. 이 때문에 환경 문제는 사회인식뿐 아니라 후원금에서도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에도 환경운동 자체가 가지는 힘에 공감하고 꾸준히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 곁에 있었습니다.” ―기억나는 동료들이 있나요? “환경운동연합 소속일 때 ‘벌레먹은사과’라는 팀을 운영한 적이 있어요. 출산과 육아를 거치면서 먹는 것부터

“소셜섹터 커뮤니티 힘을 믿습니다”…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

“사회문제를 혁신적인 방법으로 변화시키는 체인지메이커들과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일방적으로 키워주는 느낌보다는, 커뮤니티 안에서 서로 협력하고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요.” 허재형(38) 루트임팩트 대표의 목표는 체인지메이커를 위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17년 서울 성수동에 소셜벤처 공유 오피스 ‘헤이그라운드’를 세우며 일대를 소셜벤처밸리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이곳에는 소셜벤처 71개사, 550명이 입주해 있다. 허 대표는 지난해 헤이그라운드 2호점(서울숲점)을 추가로 냈다. 지난달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헤이그라운드를 매개로 체인지메이커들이 사회에 더 많이 등장할 수 있게 돕고 싶다”고 했다. “커뮤니티의 힘을 믿습니다” ―공간에 집착한 이유가 있나요? “우리 사회는 워낙 좁고, 특히 소셜벤처 같은 특정 분야는 더 좁습니다. 네트워크가 없는 건 아니죠. 네트워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건 공간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은 언택트(untact) 얘기를 많이 하는데,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비롯된 관계의 힘을 믿어요. 헤이그라운드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축적한 신뢰는 쉽게 깨지지 않으니까요.” ―임대료를 내면 공간을 주는 기존 공유 오피스와 다른가요? “다르죠. 처음에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인데, 답은 어떤 회사를 입주시키느냐 였어요. 겉으로 보면 다른 공유 오피스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수도 있는데, 헤이그라운드는 사회적가치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어요. 그걸 입주사 선정에 적용하는 거예요. 입주사를 선발할 때 1차로 지원서류를 받고, 2차로 심층 인터뷰와 내부 심사를 해요.” ―입주하려면 면접을 봐야 한다고요? “채용 면접 보듯 꼼꼼하게 진행합니다. 서로 같은 마음을 가진

“주민이 꾸려가는 마을 가게로 진정한 시민자산화 모델 만들 것”

[인터뷰] 우영승 빌드 대표  “주민이 직접 소유하는 마을 가게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카페, 식당, 꽃집 등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는 거죠. 남녀노소는 물론 장애인·비장애인까지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을 통해 월곶지구를 ‘오래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빌드는 경기 시흥의 월곶지구 지역 재생을 목표로 지난 2016년 설립된 회사다. 사명(社名)에는 ‘작은 가게가 강한 지역사회를 만든다(Small businesses BUILD strong community)’는 뜻을 담았다. 빌드는 지역에 활기를 더하는 작은 가게들을 매년 한 곳씩 만들어왔다. 창업 첫 해에 오픈한 브런치 레스토랑 ‘바오스앤밥스’를 시작으로, 이듬해에는 책방이자 카페 겸 꽃집인 ‘월곶동책한송이’, 2018년에는 실내 놀이터인 ‘바이아이’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쿠킹 클래스와 식재료 판매 활동을 하는 ‘월곶식탁’을 선보였다.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우영승(28) 빌드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가게의 지분을 매각해 시민들이 소유·운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월곶지구를 ‘시민자산화의 성지(聖地)’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올해 창업 5년차가 된 빌드는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바오스앤밥스의 월평균 매출만 3000만원에 달하고, 월곶동책한송이는 2800만원가량 된다. 매장에서는 영업만 하지 않는다. 육아 여성을 위한 모임이나 프로그램 등 마을 사람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 공간으로도 쓰인다. “빌드의 사업 모델이 카페, 식당이다 보니 단순한 부동산 개발업자로 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빌드는 단순히 수익만 노리는 기업이 아니에요.  마을 활성화가 목적이라, 모든 매장을 남녀노소 누구나 방문할 수 있게 ‘예스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지속가능할 수준의 수익을 내면서,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