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협동조합인 경우’ 한 줄 추가에 2년… 폐원 위기 유치원 살렸다

[법을 만드는 시민들] 꿈동산아이유치원사회적협동조합 서울 노원구에는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협동조합형 유치원이 있다. 지난 3월 문을 연 ‘꿈동산아이유치원사회적협동조합’이다. 2017년 7월 설립자의 사망으로 유치원이 폐원 위기에 처하자, 엄마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유치원 운영에 나섰다. 현재 학부모·교사 250여 명이 힘을 합쳐 유치원을 꾸려나가고 있다. 평범한 학부모였던 엄마들은 유치원을 지키려고 법까지 바꿨다. 우리나라 법은 유치원을 포함한 사학의 운영 자격을 해당 토지·건물의 소유주로 제한하고 있다. 꿈동산아이유치원은 이 법이 만들어지기 전인 1991년 공공기관 소유 토지·건물을 빌려 세워졌다. 이후 20년 넘게 잘 운영됐지만, 설립자가 사망하면서 존립 근거가 사라진 것이 문제였다. 폐원 유예 기간은 3개월. 엄마들은 자녀가 다닐 새 유치원을 알아보라는 통보를 받았다. 엄마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배움터이자 교사들의 일터를 지키겠다”며 법 개정에 돌입했다. ‘사학의 건물·토지는 설립·경영자의 소유여야 한다’고 명시한 법 규정에 ‘다만 설립 주체가 사회적협동조합인 경우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등이 소유한 건물·토지에서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다’는 한 줄이 추가되기까지 2년이 걸렸다. 엄마들, 유치원의 주인이 되기로 결심하다 “공무원들 만나서 가장 자주 들은 이야기가 ‘떼쓰지 마라’였어요. 말문이 막혔죠. 자식 키우는 엄마들이 얼마나 절박하면 가서 읍소했겠어요.” 지난 14일 협동조합 설립을 주도한 이지영(36) 이사장, 손순옥(39) 부이사장, 정수진(38) 감사를 만났다. 이 이사장은 지금도 2년 전 여름을 떠올리면 울분에 찬다고 했다. 폐원 통보를 받고 두 달 동안 교육부·서울시교육청·서울북부교육지원청 등을 수시로 찾아갔지만 “법대로 폐원하겠다”는 말밖에 들을 수 없었다. 이 이사장은 “원생만 262명이나 돼 도저히 주변 유치원에서 수용할 수

‘세상 모든 하준이’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유… “엄마니까”

[법을 만드는 시민들] ‘하준 엄마’ 고유미,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씨 경사진 주차장 차 미끄러짐 사고로 아들 잃어 국민청원·편지 호소에 정부가 대책 내놨지만 사고 후 지금까지 안전 시설 달라진 게 없어 ‘정치하는엄마들’과 힘 합쳐, 법안 통과 목표 “하늘에서 하준이와 다시 만나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너를 아프게 한 그런 일은 이제 일어나지 않는다고.” 자식을 먼저 보낸 슬픔에 머리가 하얗게 새버린 엄마는 아직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다고 했다. 혼자서 외롭게 시작한 싸움이었지만, 이제는 동지가 생겨 버틴다고 했다. ‘하준이 엄마’ 고유미(37)씨 이야기다. 고씨는 2년 전 차량 미끄러짐 사고로 다섯 살 최하준군을 잃었다. 그날 이후, 그는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그 사고로부터 다른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법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이유는 하나다. “엄마니까.” 고씨에게 힘이 돼 주는 사람도 엄마들이다.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고씨와 함께 입법 운동을 하고 있다. 지난 13일 고씨와 함께 만난 장하나(42)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말했다. “엄마 고유미, 엄마 장하나는 힘이 없어요. 하지만 ‘엄마들’이 뭉치면 다릅니다.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어요.” “같은 사고로 아이가 둘이나”… 엄마는 뭐라도 해보기로 했다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2017년 10월 1일 고씨는 남편과 하준군, 세 살배기 딸과 함께 서울랜드를 찾았다. 남편이 트렁크에서 카메라를 꺼내는 사이에 SUV 차량이 고씨와 하준군을 뒤에서 들이받았다. 추돌 차량의 운전석은 비어 있었다. 경사를 따라 수십m를 굴러 사람을 덮친 것이다. 이 사고로

“작은 힘 모아 바꾼 음주운전 처벌법… 창호 같은 비극 더는 없어야”

[법을 만드는 시민들]  ‘윤창호법’ 이끈 윤창호씨 친구들   시민의 힘으로 법을 만드는 ‘크라우드법 운동’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개인이나 단체가 법안을 만들어 여론을 형성하고 국회를 압박해 법을 바꾸는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과 지난달 25일, 두 번에 걸쳐 시행된 ‘윤창호법’이 대표적이다.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과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대폭 강화한 이 법은 평범한 대학생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지난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윤창호씨를 위해 친구들이 만든 법이다. 지난 3일 윤씨의 고향 부산에서 만난 김주환·예지희·이영광(이상 23)씨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법 없이도 살 사람’ 윤씨 기려 법 만든 친구들 “사고 나기 6개월 전쯤 창호랑 맥주를 한잔했어요. TV에서 뉴스가 나오는데 음주운전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이었죠. 창호가 화를 내더라고요. ‘술 먹고 운전대 잡을 생각 자체를 못하게 하려면 법부터 바꿔야 한다’면서요. ‘그래 맞아’ 하고 넘겼어요. 창호가 피해자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영광씨는 윤씨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도 이제는 법이 바뀌었으니 창호 같은 안타까운 사연들이 좀 줄지 않겠어요? 창호도 뿌듯해할 겁니다.” 윤씨는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이름을 딴 법안을 남겼다. 음주운전자의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높인 ‘제2 윤창호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다.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의 형량이 ‘1년 이상’에서 ‘무기 또는 3년 이상’으로 높아졌고, 면허정지 기준도 혈중 알코올 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됐다. 윤창호법을 이끌어낸 건 윤씨의 중·고등학교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