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의 더 나은 미래, 우리가 만듭니다

시민 1000명 2억원 출자한 국내 최초 협동조합 동물병원 유기견을 장애인 반려견으로 견공 만드는 유기견 훈련센터 입양 인식 바꾸는 행사도 열려 “작년 11월에 힘들게 찾아낸 장소예요. 조합원들이 가정집 형태의 동물병원을 원했거든요. 사랑방처럼 드나들 수 있어야 하니까요.” ‘우리동물병원생명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우리동생조합) 김현주 사무국장이 옅은 아이보리색 건물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50평짜리 주택을 1층 동물병원, 2층 애견카페로 개조한 모습이다. 김 국장은 “카페에는 우리 조합원 한 명이 들어와 있다”고 했다. 지난 4일 개원한 이곳은 국내 최초로 시민이 출자해 만든 협동조합 동물병원이다.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건강하고 풍요롭게 살아가자’는 미션으로 2013년 5월 우리동생조합을 설립했는데, 현재까지 조합원 954명(동물조합원 1743마리)이 출자금 약 2억원을 모으며 동참했다. 별다른 홍보 없이 ‘알음알음’으로 얻어낸 성과다. 김 국장은 “어제도 주변에 사는 아주머니 한 분이 강아지와 함께 와서 조합원이 되는 등 주민들 관심이 생각보다 크다”고 했다. ◇의료생협처럼… 국내 최초 시민이 만든 동물병원 탄생하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고, 유기와 학대 등 동물복지 문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동물복지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자’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우리동생조합도 그중 하나다. “2012년 말에 마포구에 ‘의료생활협동조합’이 들어섰어요. 의사가 아니라 환자가 주인이 되는 병원에 대한 시민의 호응이 높았죠. 이후 ‘동물병원’도 그렇게 한번 만들어보자는 목소리가 나왔어요.” 김 국장의 설명이다. 특히 의료보험 체계가 없는 동물병원은 과잉 진료와 들쑥날쑥한 진료비에 대한 불평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었다. 마포 의료생협에 참여했던 협동조합 전문가를 시작으로 동물 애호가, 마을 활동가 등

“‘토이’를 만나고 딸아이 꿈도 수의사로 바뀌었죠”

안내견 후보 사회화 프로 ‘퍼피워킹’ 손지영씨 가족 시각장애인 안내견 후보 ‘토이’ 1년간 위탁 “가족간 대화 늘어… 장애인에 대한 시각도 변해” “빨리빨리!” 손지영(42·경기도 분당)씨의 말에 ‘토이(래브라도 리트리버·11개월)’가 ‘볼일’ 볼 채비를 한다. ‘빨리빨리’는 ‘이곳에서 배변을 하라’는 주인의 신호. 손씨는 “배변 훈련은 안내견이 되기 위한 기초적인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훈련”이라며 “이제 토이는 내 신호 없이는 아무리 급해도 참고 기다린다”며 기특해했다. 토이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지망생이다. 걸치고 있는 오렌지색 조끼에는 ‘안내견 공부 중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오는 9월이면, 안내견 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할 예정. 훈련을 통과해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개는 10마리 중 3마리 정도. 한 해 배출되는 안내견도 기껏해야 10마리 내외다. 바늘구멍 같은 관문을 뚫기 위해선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람과 친해지고, 사회에 적응해가는 ‘퍼피워킹(Puppy Walking)’도 그중 하나다. 퍼피워킹은 생후 7주 된 안내견 후보들이 일반 가정에 1년간 위탁돼 사회화를 체험하는 특별한 과정이다. 위탁을 맡는 가정을 ‘퍼피워커’라 부르는데, 모두 무보수 자원봉사로 이뤄진다. 하우종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과장은 “서울·수도권에 거주하며, 집에 사람이 상주하고, 다른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집은 퍼피워킹을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목나영 안내견학교 훈련사는 “품행·사회화·배변활동 등을 교육시켜야 하는데 초반에는 가정 내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야외 훈련이 많아진다”고 했다. 토이가 손씨 가정에 들어온 지 어느덧 9개월. 토이 역시 바깥 생활이 늘었다. “아파트에 큰 개를 들이다 보니, 처음엔 부담도 많이 됐어요. 엘리베이터에 ‘안내견이 되기 위해 훈련을 받는 강아지이니

[Cover Story] 반려동물 1000만 시대, 유기동물 보호소를 가다

“가족이 되고 싶어요” 주인 못찾거나 입양 안되면 안락사 한 해 유기동물 처리비용 100억원’유기견’ 편견에 입양도 꺼려 정부 지자체 보호소 90%가 위탁운영 전문성 떨어지는 사설보호소 난립 대규모 애견 번식장 90%가 무허가…싸게 분양받고 버리는 악순환 이어져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다. 국민 5명 중 1명은 동물과 함께 산다.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지 올해로 24년째요, ‘반려동물등록제’가 전면 시행된 지 3년째다. 국내에도 반려동물 복지가 정책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 해 8만 마리 이상 동물이 유기된다. 유기동물 입양과 안락사 등으로만 한해 100억원 이상이 든다. 전국 유기동물 보호소 368개는 제 역할을 못한다는 평가다. 일부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private animal shelter)는 법적 테두리 밖에서 불법 밀거래를 하기도 한다. ‘더나은미래’는 전국의 유기동물 보호소 4곳을 현장 르포 취재해 유기동물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여느 개들과는 조금 달랐다. 짖지도 반기지도 않았다. 진한 밤색 털에 하얀 콧잔등이 도드라졌던 ‘차돌이'(도사견·4년 추정)는 기운 없는 모습으로 견사(犬舍) 주변만 어슬렁거렸다. 왼쪽 허벅지 뒷부분엔 수술 흔적이 남아있다. “두 달 전 전라도 지역의 한 시(市)보호소에서 데려왔어요.” 이영숙 동물학대방지연합회 양주쉼터 소장이 말을 이었다. “다리에 종양도 있고, ‘심장사상충’도 있었지만 치료의 손길은 전혀 없었죠. 내버려뒀으면 안락사를 당했을 거예요.” 동물학대방지연합회는 유기동물을 구조·보호하고 입양으로 연결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1999년 처음 설립됐고, 2003년 경기도 양주에 터를 잡았다. 현재는 ‘차돌이’와 같은 동물 140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지난 1일 오후에 찾은 이곳은 울타리 설치가 한창이었다. “새 식구를 맞이할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