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라는 말 없어지도록… 많은 사람이 함께 나서주길”

아산미래포럼 지난 5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아산나눔재단,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기획한 ‘아산미래포럼-사각지대 청소년의 자립과 성장을 위한 민간부문의 솔루션 모색'(이하 아산미래포럼·사진) 콘퍼런스가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지난 6개월간 가정 외 보호·미혼모·탈북·장애·비행 청소년의 5개 분과에 선정된 학계 및 현장 전문가 36인이 총 25회의 좌담회를 통해 제작한 실태 조사 연구보고서와 컨설팅 리포트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정부, 학계, 기업,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했다. 아산나눔재단 정진홍 이사장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많은 분이 함께 ‘사각지대’라는 말이 없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정 외 보호 분과)는 “일반인들은 20대 후반~30대 초반 사이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하면서 자립을 하는데, 가정 외 보호 청소년은 18세가 되면 시설 또는 그룹홈에서 퇴소를 해야 한다”며 “아동복지사업도 지자체에서 재정을 담당하기에 지원의 수준이 일정치 않다”고 밝혔다. 최승희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미혼모 분과)는 “양육 의지를 보이는 청소년 미혼모의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양육에 대한 지식교육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탈북, 장애, 비행 분과의 발표가 이어졌다. 최재성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원장(탈북 분과)은 “국가 기관의 적응 교육이 끝난 후 탈북 청소년이 사회에 원만히 적응하도록 특화된 브리지(Bridge) 전문교육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수 한양사이버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장애 분과)는 완주군 장애인복지관의 사례를 들며 “발달장애인 학생들이 지역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장기적 전환서비스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비행 분과)는 “비행청소년의 사회복귀를 위해서는 쉼터와 보호관찰제도의

1주일에 1시간, 봉투 접는 직업교육… 장애 청소년은 꿈을 접어 버렸다

아산미래포럼 기획 시리즈 ⑤ 장애 청소년高校 3학년에 몰린 취업 교육 이수해도 회사선 사용 못해 2년 근속은 꿈에 나올 얘기장애인 개별 특성 고려없는 일반적 재취업 교육도 문제중학교 때부터 직업 실습하고 고용 지원으로 뒷받침해야 “저희가 도와드릴 부분은 없으니, 다른 부서에 전화해보세요.” 지난 3년간 조성진(23·가명)군의 어머니 박정숙(가명·49)씨가 취업 연결을 부탁할 때마다 시청 사회복지과로부터 나온 답변이다. 시청 내 다른 부서나 해당 지역 복지관에 도움을 요청해도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조군은 지적장애 1급 발달장애인이다. 3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에 수차례 실패해왔다. 2011년 우여곡절 끝에 한 공장에 취직했지만, 선임 작업자는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는 속도가 느리다’ ‘시킨 업무를 곧바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언을 일삼았다. 망치를 들고 “당장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적도 있다. 3개월 후, 회사가 ‘생산성을 맞출 수 없어 더 이상 장애인 고용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면서 조군은 실업자로 전락했다. 조군은 고등학교에서 직업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1년에 1~2회 정도 지역 카페나 작은 공장을 견학하는 현장학습 정도만 있었다. 어머니 박씨가 학교에 진로 상담과 취업 연결을 요청했지만, 담당 교사는 “우리가 알아봐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 하는 수 없이 3년 동안 자비를 들여 조군을 컴퓨터 학원에 보냈지만, 자격증 2개를 따는 데 그쳤고, 이 역시 취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현재 조군은 경기도 한 복지관에서 매월 교육비 7만5000원을 내고 부품 조립과 포장 업무를 배우고 있다. “3년이 지나면 복지관에서 나가야 합니다. 한 복지관에

보육원 나온 아이들 홀로 서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아산미래포럼 기획 시리즈 ④ 가정 외 보호 청소년시설에 10년 이상 머문 아동… 보호·의존에 익숙해져 현실감각·해결능력 결여퇴소 하자마자 퇴소정착금 순식간 다 쓰고 하층민으로 전락하기 일쑤계획 없이 대학 진학했다가 학업 놓치고 장학금도 끊겨“정착금, 자립용으로만 쓰고 3년간 사회 적응기 갖는 등 보호·관리 프로그램 필요” 정승진(23·서울 관악구)씨는 20세가 되던 해 1월 1일 보육원을 나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이었다. 14년 동안 단체생활을 하는 게 지긋지긋해 하루빨리 떠나고 싶었다. 자립정착지원금(양육시설이나 그룹홈에서 퇴소하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지자체별로 1인당 100만~500만원 상당을 지급)으로 받은 500만원 중 400만원은 누나와 함께 살 집의 보증금으로 보탰다. 신발 매장에서 일해 번 돈은 월세, 전기세, 생활비, 휴대전화료로 통장을 스쳐 지나갔다. 처음 시작하는 사회생활에 유흥비로 쓰는 돈도 만만치 않았다. 저축은 그림의 떡이었다. 지인에게 사기도 당해 모은 후원금을 모조리 날렸다. 정씨는 “가족이 없는 이들은 대부분 지지 기반이 약해 조금만 잘해줘도 사람들을 잘 믿는 편”이라고 했다. 현재 그는 심기일전해 독산동 한 의류 공장에서 일하며 창업 준비를 하고 있다. 신혜령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아동자립지원사업단장은 “퇴소 후 아동들은 모아놓은 돈을 그동안 자신을 보육원에 방치한 부모에게 줘 버리거나, 경제 관념이 부족해 본인의 생활 기반을 한순간에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 받는 것에 익숙해진 아이들, 현실 감각·문제 해결 능력 떨어지기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보육원 등 아동 양육 시설에 맡겨진 아동(18세 미만)은 2011년 1만5313명이다. 이와 비슷한 규모인 1만5486명은 대리 양육(조손 가정), 친인척 위탁, 일반 위탁 등의 형태로

[아산미래포럼 기획 시리즈] ③ 달라지고 싶어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다시 절망하는 아이들

아산미래포럼 기획 시리즈 ③ 비행 청소년국내 소년범 약 8만3000명 보호관찰 후 사회 복귀해도 변하지 않는 환경에 재탈선3명 중 1명 재범 저지르고 2057명은 전과 9범 넘기도비행 초기 즉각 대응하는 협의체 간 핫라인 갖추고가족 관계 회복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마련해야 진명철(가명·15·서울 서대문구)군은 작년 5월 처음 집을 나왔다. 틈만 나면 때리는 아빠가 싫어서였다. 첫 가출은 하루짜리였지만 곧 한 달이 되고, 6개월이 됐다. 또래와 어울리며 오토바이를 훔쳐 팔아 생활했다. 계속된 절도 행각 끝에 경찰에 붙잡혔고, 4호 처분(단기보호관찰 명령)을 받았다. 보호관찰 중이던 진군은 5개월 만에 학교와 사법 테두리를 벗어나 거리로 나섰고, 결국 ‘보호관찰 위반’으로 다시 판사 앞에 섰다. 진군은 현재 ‘살레시오청소년센터’에서 사회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이곳은 법원 소년부에서 6호 처분(아동복지시설 및 소년보호시설 위탁 명령)을 받은 아이들이 6개월 동안 거주하는 시설이다. 진군은 “이제 바뀌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백준식 살레시오 청소년센터 센터장은 “아이들이 이 안에서 학교로 돌아가려는 의지를 다지지만, 정작 상당수의 아이는 다시 (시설로) 되돌아오거나, 소년원 등 더 센 처분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 거리의 아이들, 브레이크 없는 비행의 길로… 국내의 소년(10~18세) 인구는 약 582만명. 이 중 약 8만3000명이 소년범으로 분류된다(2012, 통계청·대검찰청). 이는 사법 체계를 거친 아이들의 통계일 뿐, 발각된 적이 없거나, 비행 잠재력이 높은 아이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두 배 이상 높아진다. 소년범의 40% 이상이 절도, 장물 등 재산 관련 범죄다. 2012년 대검찰청 자료에

[아산미래포럼 기획 시리즈] ② “학교 다녀서 뭐해요? 수업은 못 알아듣고 애들은 간첩이냐고 놀리는데”

아산미래포럼 기획 시리즈 ② 탈북 청소년탈북 청소년 약 6220명 최근 4년간 6%가 학교 포기일반 학생 중도탈락률 6배··· 고학년일수록 비율도 늘어탈북 과정서 겪은 불안함도 학교생활 적응하는데 방해입국 초기에 소통 가르치고 일대일 교육으로 안정 도와야 “학교에 계속 다녀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려웠어요.” 김성민(가명·19)군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성민군은 지난해 10월,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수업 내용이 도무지 이해되질 않으니, 공부가 재미없었다. 학교에 가면 온종일 엎드려서 잠만 잤다. 수업 태도가 불량하다고 지적하는 교사와 싸운 적도 있다. 교내 ‘문제아’로 낙인찍힌 그가 자퇴하겠다고 말했을 때, 말리는 사람도 붙잡는 사람도 없었다. 중국, 몽골을 넘어 한국 땅에 들어온 지 벌써 10년째. 성민군은 북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 때 남한에 먼저 들어온 엄마를 따라 홀로 중국 국경 철조망을 넘었다. 어렵게 밟은 한국 땅. 그는 어눌한 말투 때문에 초등학교 내내 놀림을 당했다. 중학교 때는 “너 간첩 아니냐”며 시비를 거는 아이들을 흠씬 두들겨 팼다.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책상에 엎드려있는 시간은 늘기만 했다.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어요. 동급생들과 사용하는 언어도, 경험한 문화도 전혀 다르니 적응하기 어려웠어요. 저뿐만이 아니에요. 고1 때 같은 반에 북한에서 온 아이가 한 명 있었는데, ‘어딜 가도 손가락질당하는 것 같다’면서 힘들어했어요. 결국 괴롭힘만 당하다가 두 달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캐나다로 이민을 갔습니다.” 국내에 거주하는 북한 이탈 주민 수가 약 2만5000명을 넘어섰다. 그중 탈북 청소년(9~24세 이하)은 약 6220명으로

[아산미래포럼 기획 시리즈] ① 아이 키우려면 일해야 하는데… 생활도 취업도 힘들기만 하네요

아산미래포럼 기획 시리즈 ①미혼모 청소년2005년부터 5년 새 미혼모 수 26.6% 증가月 15만원 양육비마저도 만 24세 이하만 지원받아상처받은 청소년 미혼모 정서적 자립부터 돕고 제대로 된 진료 받도록 의료 제도도 개선해야 지난 8월,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아산나눔재단은 복합 장벽을 지닌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과 자립, 기여를 목표로 공동 기획 포럼인 ‘아산미래포럼’을 출범했다. 아산미래포럼은 오는 12월까지 탈북·장애·미혼모·비행·가정 외 보호 청소년 등 5개 분과별로 시급한 해결 과제 및 정책 제언, 민간 재원을 통한 사업 발굴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더나은미래는 5회에 걸쳐 분과별 핵심 과제에 대한 기획 시리즈를 보도한다. 그 첫 회는 ‘미혼모 청소년’ 문제다. 편집자 주 한국의 혼외 출생자가 약 1만명을 넘어섰다. 그중 미혼모 청소년(25세 이하)은 약 5500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2012년 통계청). 그러나 이들 중 취업 경험이 있는 미혼모 청소년은 25%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미혼모 청소년의 자립을 막는 사회의 장벽 때문이다. ◇ 양육·생계·취업…삼중고에 시달려 아이를 입양 보내지 않고 자신이 직접 키우는 ‘양육 미혼모’의 숫자는 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2005년 1968명이였던 양육 미혼모의 숫자는 2009년 2491명으로 5년 새 26.6% 증가했다. 미혼모 청소년들은 학업 중단, 자녀 양육 때문에 직업을 가지기 어렵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직업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미혼모 청소년의 숫자는 34.5%에 불과했고, 이 중 42%가 아이를 돌보느라 직업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혼모의 자녀를 돌봐주고 직업 훈련을 병행하는 지원책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