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능률교육’의 그 남자, 공교육 혁신에 뛰어들다

[Cover Story]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주위에서 좀 쉬라고 해요. 누구는 너무 소처럼 일한다고 하더라고. 근데 내가 소띠예요. 어쩔 수가 없어.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계속 하고 싶어요(웃음).” 이찬승(67)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이하 교바사)’ 대표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이찬승’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면? 예상이 맞다. 능률 VOCA, 리딩튜터 시리즈 등 ‘영어’하면 떠오르는 대표 교재를 줄줄이 출간한 능률교육의 그 이찬승이다. 연 매출 400억원대의 ‘잘나가던’ 기업을 운영해오던 이 기업가는 2009년 30년간 운영해오던 회사를 매각하고 돌연 교육 시민단체의 수장이 됐다. 국내 공교육의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뜻에서였다. 교육 시민단체의 대표가 된 지 7년째. 그는 “이제야 진정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았다”며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고 메모가 빼곡한 노트를 보여줬다. 지난 12일 서울 서교동 교바사 사무실에서 “한국 교육의 미래를 위해 여생을 바치겠다”며 제2의 인생을 다짐하는 머리 희끗희끗한 ‘청년(靑年)’을 마주했다. ◇바깥세상이 궁금했던 시골 소년, 영어에 빠지다 영어와 인연을 맺게 된 처음을 묻자 이 대표는 “이제 영어 이야기를 하면 생소하다”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1949년 경상북도 풍기에서 여섯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책 앞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이 노는 일”이었을 만큼 유난히 학구적이었다. 책밖에 모르던 시골 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은 게 또 하나 있다면 바로 바깥세상이었다. “참 힘들었던 시절이에요. 농사일을 거들고 학교 갔다 오면 소 먹이러 들로 나갔어요. 그러다 하늘에 비행기가 한 대

[공익, 직업의 세계] 韓 전자정부 체계를 개도국에… “UN의 일원으로서 자부심 느껴”②

공익, 직업의 세계 ② 유엔거버넌스센터 한국 직원 3인 “세계 각국의 장차관들과 이메일을 주고받고, 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눕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국제기구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죠.” 우리나라에 처음 세워진 유엔(UN) 산하기관은 어디일까? ‘유엔거버넌스센터(UN Project Office on Governance·UNPOG)’는 한국의 ‘전자정부’ 시스템을 전 세계 유엔 회원국에 전파하기 위해 2006년 처음 설립됐다. UNPOG의 한국인 직원 김진아(32) 홍보팀장, 서예진(29) 운영지원팀장, 윤창록(38) 역량개발팀장을 만났다.     이미지 크게보기지난해 11월 피지에서 개최된 ‘남태평양 SIDS(군소도서개발도상국) 전자정부 역량강화 워크숍’에 참여한 윤창록 팀장과 서예진 팀장(가운데). / UNPOG 제공―각자 맡은 업무에 대해 소개해 달라. 윤창록 역량개발팀장(이하 윤): UNP OG의 주 업무는 전자정부 정책 및 전략을 교육하고,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것이다. 각 국가의 행정 시스템은 공무원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서로 필요한 사람을 연결시켜주기도한다. 일명 ‘브리지 빌더(Bridge Builder)’다. 김진아 홍보팀장(이하 김): 홍보팀 업무는 민간 기업 홍보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프로젝트 결과물을 출판해 홍보하기도 한다. 외부 조직과의 소통도 홍보팀에서 담당한다. 서예진 운영지원팀장(이하 서): 유엔 산하 기구는 대부분의 의사 결정을 뉴욕 본부와 함께 진행해야 한다. 이때 UNP OG와 뉴욕본부 간 사업 이행에 필요한 각종 협의를 담당한다. ―업무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나. 윤: ‘유엔에 들어가려면 5개 국어는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스페인어 실력을 열심히 쌓았다. 하지만 막상 입사해보니 영어가 가장 중요했다. 미국 대학원에서 공공행정학까지 공부했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의 난이도다. 우리끼리는 ‘유엔 영어’라고 하는데, 어휘가

‘나눔 후 더 커진 삶’…FNC 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 인터뷰

FNC 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 작곡가 시절부터 아동 결연 시작… 현재는 73명 후원 중 소속 연예인·연습생 스케줄에 정기적 봉사활동 포함은 필수 사재 8억 들여 공익재단 설립 “학교 100개 세우기가 목표”   “친한 작곡가 형이 ‘너는 언제 밥벌이를 할래?’라고 했던 말이 기억나요.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돈을 제대로 못 벌었거든요. ‘어떻게 안 돼도 이렇게까지 안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상황이 길어지다 보니까 무엇이됐든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겠더라고요. 나눔도 그랬던 것 같아요. 돈은 없었지만, 기타 하나 들고 소년원 친구들을 섬기기 시작했죠.”    1999년 가수로 데뷔,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조성모와 정재욱이 성공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홀로 10년 가까이 무명생활을 보내야 했다. 한성호(43·사진) FNC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이야기다. 밴드 ‘더 넛츠(The Nuts)’의 대표곡 ‘잔소리’를 계기로 돌연 스타 작곡가가 된 그는 2006년 연예기획사를 설립하고, 이듬해 보이밴드 ‘FT아일랜드’를 제작해 큰 성공을 거뒀다. CNBLUE(씨엔블루), AOA 등 대형 아이돌을 차례로 선보이고 국민MC 유재석까지 한식구로 들였다. 지난해 한 대표는 가족과 함께 사재 8억원을 출연해 공익재단 ‘러브FNC’를 설립했다. 무명 가수가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 대표가 되기까지,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성공에 자만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1일 청담동 FNC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한 대표를 만나 그의 삶과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중을 위한 연예인, 나눔에 눈뜨다 2000년,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그는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앨범에 실패하고 실용음악학원 강사 자리를 전전할 때다. 깊은 신앙을 갖고 있던 어머니를 보며

웹툰 ‘단지’ 시즌2 시작… 이번 시즌엔 독자들도 함께 화내주길

웹툰 작가 ‘단지’ 인터뷰 “내 기억에 엄마는 항상 우는 나를 나무랐고, 오빠는 나를 조롱했다. 그것이 여러 번, 오랜 기간 반복됐다. (중략) 가끔 어깨를 크게 들썩일 때가 있었는데 아무도 ‘괜찮으냐’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내 감정이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다.”(웹툰 ‘단지’ 1부 13화 中) 엄마, 아빠, 오빠, 동생과 다르게 고양이 귀와 꼬리를 단 모습. 웹툰 속 소녀 ‘단지’는 가족과 함께 있을 때도 마치 혼자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넘어져서 다친 동생을 달랬을 뿐인데 엄마는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며 단지를 욕하고, 오빠가 단지에게 폭력을 휘둘러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리고 서른한 살이 된 단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 세상에 선보인다. 웹툰 작가 단지(필명∙31)의 경험을 담은 동명의 자전 웹툰 ‘단지’는 2015년 7월 연재를 시작해 연재가 종료된 지난해 12월까지 누적 조회 수 1만2000건을 돌파했다. 지난달 6일, 단지가 시즌2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그간 이메일과 SNS를 통해 독자들이 보내온 사연 500여 건을 만화로 재탄생시킨 것. 그녀는 왜 다시 펜을 잡았을까. 역삼동 레진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단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작품을 시작하고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아닐까 한다. 어떻게 ‘단지’를 시작하게 됐나. “원래 회사원의 일상을 담은 시트콤 형태의 웹툰을 연재할 생각이었다. 기획을 들고 당시 담당자를 찾아갔는데 ‘네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지 않아?’ 하더라. 그 질문이 계기가 됐다. ‘단지’는 늘 하고 싶었지만 마음속에만 담아뒀던 이야기다. 우연히 친구들에게 제 어린

[공익, 직업의 세계] “‘과학 선생님’ 대신 선택한 길… 매일 생명 구하는 보람 느끼며 바이러스와 싸워”①

국제백신연구소(IVI) 연구원  ‘더나은미래’는 공익 분야 직업의 세계를 취재하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첫회는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IVI)’ 연구원입니다. 편집자 “우리는 하나의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10년을 바칩니다.” 지난달 14일, 서울대학교 내에 위치한 ‘국제백신연구소(이하 IVI)’에서 만난 최정아(35·사진) 연구원의 말이다. 1997년 설립된 IVI는 대한민국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로, 개발도상국을 위해 백신을 개발 및 보급하는 일을 한다. IVI에는 현재 15개국에서 온 13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최정아 연구원도 성균관대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후 2011년 IVI에 입사했다. 당시 3곳의 대기업 연구소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지만, 연봉이 절반가량인 ‘IVI행’을 택했다. 그녀만뿐이 아니다. IVI에는 1명 모집에 평균 80여명이 지원할 정도로, 청년들의 관심은 뜨겁다. -왜 절반 연봉을 받는 IVI를 택했나. “‘과학 선생님’이 되라는 주위 권유 대신 ‘연구자’의 길을 택한 건, ‘인류가 살아가는 데 도움 되는 일을 할 기회가 더 많지 않을까’라는 큰 꿈에서였다. 하지만 여러 사기업 연구소 면접에 가보니, 기업 이윤과 공익의 절충조차 찾기 어렵다는 게 분명해지더라. 콜레라, 장티푸스 등 개발도상국에서 발병해 ‘돈이 안 된다’는 경제 논리에 밀려난 개발의 사각지대를 위해 일하는 IVI의 보람이 정말 커보였다. 지금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부터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를 막는 백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IVI 지원 당시 어떤 준비를 했나. “IVI는 ‘전문성을 가진 인재’ 선발에 초점을 둔다. 특히 프로젝트팀별로 인원을 채용해, 비교적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일을 할지 분명하다. 당시 팀 리더였던 박사님의 논문부터 최신 학회 발표까지 살피며 팀이

“이야기 담은 물건 팝니다” 에코백 300개 두시간에 동나

성수동 ‘서울숲마켓’ 가보니 지난 1일, 서울 성수동의 코워킹(Co-Work ing) 공간인 카우앤독(CoW&DoG)에서 ‘특별한’ 마켓이 열렸다. 소셜벤처 제품을 한곳에서 만나는 ‘서울숲마켓’이 주인공. 카우앤독·Sopoong(소풍)·루트임팩트(ROOT IM PACT)·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카카오, 쏘카의 후원으로 올해 2회째를 맞았다. 참여한 셀러는 총 45개팀. 육포나 식혜, 잼 등의 먹을거리에서부터 팔찌, 가방 등의 패션 소품, 업사이클링 제품 등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제품들이 쏟아졌다. “주로 온라인으로 판매가 되다 보니 판매자들끼리나 소비자와의 교류가 쉽지 않아요. 서로 연결하는 동시에 좋은 취지로 사업을 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질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 브랜드가 많다는 걸 알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서울숲마켓을 총괄한 이은진 카우앤독 매니저가 행사 취지를 소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방문객 선물용으로 준비한 300개의 에코백은 두 시간이 채 되기 전에 동났고, 움직이기 힘들 만큼 사람들로 북적였다. 점자를 새긴 디자인 소품을 판매하는 도트윈 박재성(23) 대표는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소비자에게 직접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고, 올 3월 위기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의류 브랜드 아코밋(Acomet)을 론칭한 온상현(21)대표는 “선배 소셜벤처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올해는 시민들이 체험하는 워크숍 프로그램이 추가됐다. 꽃을 통해 소외 계층의 자활을 돕는 ‘꽃그리다봄’은 꽃꽂이 클래스를, 폐자전거 부품으로 시계, 조명 등을 만드는 ‘리브리스’는 부품을 활용해 탁상, 벽시계를 만드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행사에 방문한 시민은 1000여명. 수원, 부천 등에서 일부러 찾아온 시민들도 늘었다. 박경태(32)씨는 ‘불룩한’ 에코백을 보여주며 “생필품과 부모님 선물 모두 서울숲마켓에서 마련했다”며 웃어 보였다. 서울숲마켓은

[2016 서울숲마켓] 성수동에서 일어난 작은 소란

지난 5월 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코워킹 스페이스 카우앤독에서 제2회 ‘서울숲마켓’이 열렸습니다. 소셜벤처 등 45개의 팀이 셀러로 참여해 ‘공익적’ 의미를 담은 특별한 제품들을 선보였습니다. 그 특별한 행사에 더나은미래가 빠질 수 있나요? 더나은미래 청년기자들이 담아온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1 김리은 청년기자가 담아온 현장 이야기이야기가 담긴 제품을 판매하는 ‘특별한’ 마켓 “무설탕인데 어쩜 이렇게 달아요?”“이거 살게요! 얼마예요?” “두 개 사면 1000원 깎아서 9000원에 드릴게요!” “이게 점자라고요? 어머 정말 예쁘다. 의미도 좋고요!”” 만남은 항상 소리와 함께 찾아온다. 발 디딜 틈이 좁아질수록 상인과 손님들의 목소리는 더욱 더 커졌다. 지난 1일, 서울 성수동의 코워킹공간인 카우앤독에서 ‘특별한’ 마켓이 열렸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카카오‧쏘카의 후원과 카우앤독‧Sopoong(소풍)‧루트임팩트‧조선일보 더나은미래의 공동 주최로 진행된 서울숲마켓이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은 소셜벤쳐들의 제품이 쏟아졌다. 현장은 손님 맞을 준비로 아침부터 분주했다. 책상과 테이블을 건물 양쪽으로 길게 배치하고, 테이블 위에는 색색깔의 식탁보가 깔렸다. 상품을 진열하기 위해서다. 제품이 담긴 상자를 든 사람들이 바쁘게 발길을 옮겼다. 브랜드 콘셉트 별로 구역을 나눠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오른쪽은 먹거리를 판매하는 셀러, 왼쪽에는 업사이클링 브랜드와 팔찌나 드림캐쳐 등의 패션소품과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셀러가 자리잡았다. 오전 11시, 마켓이 개장되자마자 시민들이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개정한 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100여명이 찾았고, 방문객 선물용으로 준비한 에코백 300개는 금새 바닥을 보였다. 문상진(34)씨는 ”조용하던 동네에 무슨 일인가 싶어 지나가다 들렀다”며 “신기하고 재미있는 제품이 많은 것 같다”는 말을 전한

태화 샘솟는집 30주년…법무법인·병원 등 취업률 52%

  아시아 최초 클럽하우스, 태화 샘솟는집회원 160여명 매일 출근해 지역 주민과 소통하나로마트·국립서울병원 등 협업 취업장 60여개… 무기 계약직 전환 사례도 있어   “처음엔 간판도 제대로 걸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우리 동네에 정신장애인이 160명이나 다니는 시설을 들일 수 있느냐’는 반응이었죠. 회원이 직접 갈비탕을 끓여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호기심에 찾아오는 주민에게는 시설을 소개했습니다. 첫 점심식사 자리 땐 한 분도 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멈추지 않았습니다. 부녀회·경찰서·교회 등에 공간을 빌려주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 강좌도 열고요. 30년이 지난 지금도 공동체와 접촉하는 과정을 계속 합니다. 알면 지식이 되지만, 모르면 두려움이 되니까요.” 서울 마포구 아현동 대형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에 세워진 정신장애인 사회 복귀시설 ‘태화 샘솟는집’ 문용훈(51) 관장의 말이다. 겉에서 보면 평범한 3층짜리 살구색 벽돌 건물. 화분과 그림으로 꾸며진 로비는 여느 회사 못지않고, 3층엔 커피숍과 풀로 꾸며진 야외 테라스까지 있다. 165명의 정신장애인 회원이 이곳에 등록해 출퇴근을 한다. 이곳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클럽하우스(지역 공동체 중심의 정신장애인 사회 복귀 시설)이기도 하다.  ◇해외서 배우고 간 아시아 최초의 ‘클럽하우스’ “여기가 제 자리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오른쪽 안내 데스크. 의자도 없이 전화기와 컴퓨터 한 대만 덩그러니 놓인 이곳이 문 관장의 집무 공간이다. 직원 26명을 위한 사무실이나 컴퓨터도 따로 없다. 책상부터 장부까지 모든 서류와 기자재를 직원과 정신장애인 회원이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다. 회원의 조건은 ‘정신질환을 갖고 있으며, 3개월 이상의 정신과 치료 이력이 있는 만

‘기부’라면 밤새워 이야기해도 모자라… 두 남자의 ‘나눔’ 스토리

더나은미래 창간 6주년 기념 ‘다시 만나고 싶은 나눔人’ 인터뷰일반 부문 1위 김종기 청예단 명예이사장셀러브리티 부문 1위가수 션 독일 소설가 한스 카로사(Hans Caro ssa·1878~1956)는 인생을 ‘만남의 연속’이라고 했습니다. 비록 지면을 통해서지만 더나은미래 독자들에게도 잊지 못할 만남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더나은미래는 창간 6주년을 기념해 독자 932명이 직접 뽑은 ‘다시 만나고 싶은 나눔人’을 인터뷰했습니다. 김종기 청예단 명예이사장(37.16%·346표, 일반 부문), 가수 션(32.22%·300표, 셀러브리티 부문)이 그 주인공입니다. 페이스북과 설문조사를 통해 접수된 독자들의 질문을 들고 이들을 찾아갔습니다. 편집자   ◇김종기 청예단 명예이사장 ―더나은미래 독자가 뽑은 ‘다시 만나고 싶은 나눔人’에 선정됐다.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아들의 자살이라는 고통을 겪고 만든 것이 청예단이다. 죄책감에 모든 것을 놓아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 대신 학교 폭력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내 십자가였기 때문이다. 처음 서너 명이 책상 한 개 두고 시작했던 청예단이지만 지금은 330명의 직원이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해 함께 뛰고 있다. 정부에서도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는 일인데, 20년 넘게 학교 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왔다는 것을 좋게 봐주신 듯하다.” ―더나은미래와 만나고 1년의 시간이 흘렀다.<2015년 2월 10일 더나은미래 D8면> 그간 청예단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오랜 기간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뛰다 보니 아이들의 인성에 주목하게 됐다. 청예단은 국방부와 협약을 맺고, 미래의 아버지인 군인에게 이해와 배려를 가르치는 인성 교육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로 했다. 대대별로 2박3일간 청예단의 인성 교육 전문가를 투입한다. 하반기에는 강북 삼성병원을 시작으로 ‘FC(Family Centered) LIFE’를 실시한다. 가정 내

[2016 서울숲마켓⑩] 나는 패션 생태계 치유사입니다

윤리적 패션 브랜드 오르그닷 “돈 많이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같이 가야 하잖아요.” ‘오르그닷’은 윤리적 패션을 지향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버려진 빈 페트병과 폐어망을 이용해 실을 뽑아내고, 무표백‧무형광 면으로 만든 옷, 가방, 앞치마 등을 판매한다. 올해로 8년째에 접어든 오르그닷의 목표는 간단하다. 만드는 사람들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 오르그닷 김방호 대표(사진)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신념 하나로 굵직한 국내 포털 회사를 뛰쳐나왔다. 그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윤리적 패 션’이란 단어에 대해 2가지로 정의했다. “하나는 노동, 다른 하나는 환경이에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을 존중하는게 우선이고, 그렇게 만든 물건이 최대한 지구 환경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패션 산업은 전 세계에서 식량 다음으로 큰 산업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지만, 환경 오염과 노동 착취도 심각했다. 그렇다면, 친환경 생산 활동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지 않을까. 오르그닷의 대표 제품은 바로 ‘무가공면’ 티셔츠이다. 탈색, 염색 등을 전혀 하지 않고 100% 면으로 만들었다. 단점이라면 아이보리색 하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입는 새하얀 옷들은 모두 형광증백제를 사용한 제품이다. 형광증백제는 장기간 인체에 사용될 경우 피부염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심하면 암까지 일으킬 수 있는 화학물질이다. 오르그닷에서만 판매하는 모든 제품은 건강과 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2013년 매출은 14억원. 홈페이지로 단체복 제작 의뢰를 받아 판매하는 것이 주된 사업이다.   최근에는 좀 더 본질적인 사회적 역할을 위해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Designers & Makers)’라는 사업을

‘찰떡궁합’으로 나눔 한 길…권용석·노지향 부부

연극으로 치유 돕다… 노지향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공간-해(解)’ 대표 “도울 때 가장 즐겁다는 남편 권용석 변호사… 모금·이메일까지 직접 챙겨” 1997년부터 소년원 아이들·탈북자 등과 함께 ‘치유 연극’ 활동 참가자들, 자신의 이야기 대본 삼아 연기… 자존감 회복 도와 2009년엔 변호사 남편과 ㈔행복공장 설립해 소외계층 후원 “우리나라에 ‘치유 연극’을 도입, 10대 청소년부터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삶에 용기를 준 사람이 있다.” 지난달 비영리 전문가 100명이 아시아의 ‘숨은 영웅’을 발굴하기 위해 직접 기금을 조성해 만든,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APA·Asia Philanthropy Awards)’ 사무국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17장의 추천서가 도착했다. 김영욱 인천 숭의동본당 주임신부가 보낸 것이었다. 추천서엔 김영욱 신부가 20년 전에 본 일화가 담겨 있었다. “한 소년원생이 호송버스에서 내리는데 수갑에 묶인 채 교도관 여럿에 이끌려 내려왔어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아이의 수갑을 풀라고 한 건 바로 노지향 대표였죠. 한두 번 하고 말겠지 했는데, 퇴소 후에도 아이를 만나 챙기더라고요.” 주인공은 바로 노지향(55·사진)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공간-해(解)’ 대표다. 1997년부터 20년 가까이 소년원, 탈북자, 이주노동자, 기지촌 할머니 등 수천 명의 소외계층을 만나 연극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온 인물이다. 그녀는 ‘2016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에서 ‘올해의 여성 필란트로피스트’로 최종 선정됐다. 노 대표의 가장 열성팬이자 최대 스폰서는 바로 남편, 권용석(53)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다. 권 변호사 열아홉살 때 처음 만났다는 두 사람은 30년 넘게 ‘환상의 짝꿍’을 자랑한다. 부부는 2009년 함께 ‘㈔행복공장’이라는 비영리단체까지 설립, 나눔의 한

교육 콘텐츠 만들고, 시청자와 연탄봉사까지…유튜버 사회공헌

  유튜브스타 사회공헌 활동 눈길     고전 소설 ‘홍길동전’을 각색해 조선과 고려의 역사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한 ‘도길동의 고려여행’은 1인 창작자 도티(본명 나희선·30)가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통해 직접 만든 어린이 교육 동영상이다. ‘갓게임(GodGame·플레이어가 게임 내 세계를 창조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게임)’의 일종인 ‘마인크래프트’ 플레이 영상으로 79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도티는 지난해 ‘샌드박스 에듀케이션'(구독자 13만6000명)이라는 교육 채널을 신설했다. 어린이 독자들을 위해서다. 샌드박스 에듀케이션 채널에는 현재 ‘수학학습 상황극’ ‘구연동화’ ‘그림교실’ 등 90여 개의 교육 자료가 업로드돼 있다. 내용은 초등학교 교과를 중심으로 구성하고, 교육 전문기업 대교가 재능기부로 감수를 맡았다. “제 유튜브 채널에 ‘도티님 영상 보고 바로 학원 가야 해요’라는 댓글이 많이 달렸어요.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제 동영상을 보는데, 공부도 하고 게임도 보면 일석이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소 함께 활동하던 1인 창작자 5~6명에게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가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설득해 샌드박스 에듀케이션 채널을 만들었습니다.” 어린이 구독자를 위한 사회공헌에 뛰어든 채널은 이뿐만이 아니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구독자 78만명)의 캐리(본명 강혜진·27)와 캐빈(본명 강민석·28)은 지난해 뇌병변과 싸우고 있는 어린이 구독자를 위해 ‘비밀 동영상’을 선물한 것을 계기로 서울대 어린이병원, 용산 소화아동병원을 방문해 위문공연을 진행했다. 콘텐츠에 사용했던 장난감 100여 개도 기부했다. 1인 창작자의 나눔 활동은 더 많은 이의 참여를 유도한다. 44만 구독자를 보유한 울산큰고래(본명 박성주·25)는 지난해 12월, 사회복지 NGO 체인지메이커에 200만원을 기부하고 시청자 50여 명과 함께 연탄 배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