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환경·인권 등 데이터 부실하면 투자 받기 어렵다

피터 웹스터 ‘아이리스’ 대표

“은행, 보험회사, 국민연금 등 내가 투자한 돈이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라.

피터 웹스터 ‘아이리스(Ethical Investment Research Service·이하 EIRIS)’ 대표<사진>는 30년 넘게 투자자들에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석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평가해온 전문가다. ‘영국 지속가능투자와 금융연합(UK Sustainable Investment and Finance Association)’의 임원을 20년간 맡았고, 2011년 영국 자산관리 및 투자자들로부터 ‘책임투자 자문위원회(The PRI Advisory Council)’ 이사로 선출돼 2년간 이끌었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아이리스는 매년 전 세계 4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ESG 평가를 하는 영국 최대 사회책임투자 리서치 기관으로, 고객사만 300곳이 넘는다. 지난 1월엔 프랑스 기업 신용평가기관인 ‘비제오(Vigeo)’와 합병해, 영국과 프랑스의 최대 ESG 리서치 기관으로 발돋움했다. 지난달 19, ‘제1회 도네이트 프록시(Donate Proxy) 포럼’ 기조 연설 차 방한한 그에게 전 세계 책임투자 트렌드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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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등 해외 투자자들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등 비재무적 성과를 보고 투자하는 것에 적극적이라고 들었다. 최근 트렌드는 어떠한가.

“최근 프랑스는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 등 모든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리스크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올해부터 시행된다. 앞으로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에너지 비용, 환경 정책을 가진 기업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2460억파운드(414조원가량)의 자산을 운용하는 영국 보험사인 아비바(AVIVA)는 환경보고서를 보유하지 않거나 내용이 부실한 350개 투자 기업의 연례보고서에 반대표를 던졌다. 환경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인권·노동·비리 등 ESG 평가 항목을 확장하고, 이사회 선출과 회계 감사 등에도 개입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은 지난 몇 년간 ESG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을 평가했는데, 최근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만큼 가치 있는 정보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직 사회책임투자(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다. 영국은 어떤 계기로 투자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나.

1980년대 남아공 인종분리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이 관련 기업에 불매운동을 벌였다. 이를 시작으로 투자자들은 담배, , 인권, 환경 등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산을 중단시킬 수 있는 이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광산 등 채굴 기업의 연간생산량을 분석해보니 물 문제, 인권 등 지역사회 갈등으로 수익성에 직접 타격을 미치는 사례가 속출했던 것이다. 최근 호주국립대가 인권·환경·지배구조 등 CSR 행보가 좋지 못하는 기업들의 향후 재무적 성과가 나쁠 것이라 전망했고, 투자자들이 그 정보를 바탕으로 주식을 처분했는데 실제 예상과 같은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UN PRI(책임투자원칙·ESG 이슈를 투자에 적극 반영하는 전 세계 투자자들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서명한 기업 숫자만 봐도 달라진 흐름을 볼 수 있다. 10년 전 20곳에서 현재 1500여개로 수직 상승했고,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만 62조원에 달한다.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이를 통해 기업이 변화되려면 선행 과제는 무엇일까.

“투명한 정보 공개가 첫째다. EU 500인 이상 고용 기업에 ESG 관련 정보를 의무 공시하도록 했고, 전 세계 투자자들은 정부 및 기업을 상대로 시의적절한 ESG 정보를 공개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최근 정보 대신 3년 전 환경 데이터를 공개하는 등 불투명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 영국에서 연금을 내는 수천 명이 설립한 단체 ‘쉐어액션(Share Action)’은 관련 기업에 환경·뇌물·지배구조 등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에선 올해 환경·사회적 의제에 관해 기업에 압력을 행사하는 프록시(Proxy) 활동을 통해 총 370개의 결의안이 제출됐다. 소비자가 바뀌면 기업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만난 CEO들이 ‘채용 전 고용 안전성, 승진 가능성을 먼저 묻던 이들이 이젠 인권 정책, 환경 전략을 묻는다’면서 이러한 압력을 체감한다더라. 내가 일할 기업이 좋은 기업인지 대중의 관심사가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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