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부장의 CSR 스토리] ‘H-온드림 오디션’ 탄생기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본사 사회문화팀으로 자리를 옮긴 2010년, ‘아쇼카 펠로우’에 대해 알게 됐다. 1980년 설립된 아쇼카재단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혁신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는데, 설립 이후 40년간 전 세계 82개국에서 3200여명의 아쇼카 펠로우를 선정했다. 특히 재단 설립자인 빌 드레이튼의 “사람을 통해 세상을 바꾼다”는 철학에 깊이 공감하게 됐다. 아쇼카 펠로우십은 내게 단순한 어워즈가 아닌 지속가능한 사회혁신을 위한 플랫폼이자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UC버클리 하스스쿨에서 주최하고 골드만삭스가 후원하는 글로벌 소셜벤처 경연대회 ‘GSVC(Global Social Venture Competition)’에도 흥미를 느꼈다. GSVC는 서류 심사, 국가별 예선, 본선 등 3개의 라운드로 구성돼 있다. 국가별 예선을 통과한 팀들이 UC버클리에 모여 최종 사업 발표를 하는 방식이다. 1위를 한 팀은 2만5000달러의 상금을 받게 되고, 그 외 본선에 진출한 10여개의 팀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아쇼카와 GSVC라는 선진적 플랫폼을 보며 국내 사회적경제 생태계에도 체인지메이커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 첫 시도가 2011년 11월 개최한 ‘경기인천 사회적기업 경진대회’였다. 우리 사회에 체인지메이커라 불릴 만한 청년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큰 기대 없이 시작한 행사였다. 그런데 경연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팀을 발견하게 됐다. 중·고등학생들의 진로에 관한 매거진을 제작하는 ‘MODU’라는 사회적기업이 1등을 했는데 서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 회사 대표였다. 본인이 지방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느꼈던 수도권 학생들과의 진로 교육 정보 격차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고 했다. 시상식 무대에 오른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공무원이 되거나 취업을 하는

[모두의 칼럼] 오래된 역설의 재발견

올해 노벨평화상을 UN산하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이 수상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1960년대 대한민국 보릿고개 시절을 살아온 세대들은 학교에서 나누어주던 옥수수죽 원조물자에서 WFP를 처음 만났던 기억이 남아있을 것이다. WFP는 그동안 지구촌의 기아퇴치를 위해 노력했고, 굶주림이 전쟁과 갈등의 무기로 사용되는 것을 막았으며, 이를 통해 평화를 견인해나가는 업적들을 이루어왔다. ‘제로헝거(Zero Hunger, 기아 없는 세상)’를 지향해 온 WFP는 1995년부터 북한 여성, 어린이,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 사업도 주도해왔다. 우리 정부는 물론 대한민국 무상원조 대표기관인 코이카(KOICA)도 WFP와 손을 잡고 다양한 지원을 함께해온 터라 그 기쁨도 남달랐다. 그렇다면 지구촌 전역이 코로나 팬데믹에 휩싸인 2020년. 왜 WFP가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 것일까? 재난이 일상화된 코로나 시대에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단어가 바로 ‘리질리언스(resilience)’다. 우리말로는 회복력, 회복탄력성, 복원력으로 번역된다. 한 국가와 공동체의 리질리언스는 가장 강한 부분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가장 취약한 부분 아래로부터 평가된다.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사회와 공동체의 민낯을 보게 했다. 사회의 맹점과 사각지대를 여지없이 드러내 주었다. 타인의 희생을 전제로 한 치열한 경제성장과 시장의 논리가 생명과 안전가치보다는 우선할 수 없음을 목도하면서 익숙했던 상식과 고정관념, 우선순위에 대해 근본적이고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경쟁에 맞선 협동. 이윤에 맞선 공공성. 지배에 맞선 연대. 경제를 통제하는 민주주의. 촘촘한 사회안전망과 튼실한 고용안전망을 짜는 일로부터 대한민국의 리질리언스를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재난에 맞서는 우리는 국가의 경계를 넘어 운명공동체가 됐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삶의 전제 조건들을

[모두의 칼럼] 연휴가 끝나고 플라스틱이 남았다

긴 추석과 한글날 연휴가 끝났다. 팬데믹으로 가족 간 이동량이 줄었지만 선물 택배가 비대면의 아쉬움을 달래는 역할을 했다. 코로나19로 물동량이 증가한 상황에 연휴 간 온라인 소비가 더해져 택배 대란이 예상되고 있다. 택배 내용물은 대부분 플라스틱이다. 완충재부터 비닐커버, 상품포장지, 내용물까지 모조리 플라스틱 소재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년보다 약 16% 증가했다. 혹자는 철저한 플라스틱 분리수거가 해결책이라고 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열심히 분리수거한 플라스틱이 다시 이리저리 뒤섞여 수거되는 현장은 허탈감마저 들게 한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소재별로 분류되고 세척, 분쇄, 재성형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도 막대한 환경·비용 손실이 발생한다. 대부분 15단계 내외의 단계를 거치는데 소각·세척하는 과정에서 대기와 해양 오염을 일으킨다. 또 플라스틱을 분류하고, 운반,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 물류비 등의 총 비용은 재활용 플라스틱 판매 수입의 4배를 넘어선다. 현재 재활용 시스템으로는 지구 마을에 쌓이는 플라스틱 총량을 줄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플라스틱의 ‘생산 감량’이다. 애초부터 만들지 않으면 재활용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편리와 효율’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플라스틱의 역사를 과거로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거나 효율적으로 플라스틱 요소를 줄여나가는 것이 인류의 숙제가 됐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해결책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소비와 생산’의 연결고리 때문이다. 편리함과 저렴함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플라스틱 소비가 기업과 정책의 변화를 늦추고 있다. 2018년 아이쿱자연드림에 ‘김‘ 제품을 생산·공급하는 김공방 ‘수미김‘(괴산자연드림파크 소재)은 도시락 김에 들어간 플라스틱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부도덕한 경영? 비도덕적 경영?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지속가능경영,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고, 기업 내부에서도 지속가능경영 및 ESG 관련 조직을 갖추고 전문가를 채용하는 등 그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민연금은 내년부터 전체 운용자산 752조 2000억원 중 약 60%에 달하는 450조원에 대해 ESG 원칙을 적용해 투자키로 결정했다. 여러 자산운용사도 자체 ESG 평가 기준을 만들고 사회적 책임(CSR)을 잘 이행하는, 일명 ‘착한 기업’을 찾아 투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경영’을 산업계와 함께 고민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지난 7월 창립한 ‘대한민국 지속가능경영포럼’이 대표적이다. 그러면 지속가능경영, ESG등의 단어와 함께 등장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무엇일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체계적인 개념은 미국 경제학자인 하워드 보웬(Howard R. Bowen)이 1953년에 출판한 ‘비즈니스맨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전에도 기업가로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몇 가지 주장이 있었지만, 하워드 보웬으로부터 CSR의 개념이 정립됐다는 게 통설이다. 이후 다양한 개념으로 정의되던 CSR은 1979년 캐롤(Carroll. B. A)이 기업의 성과에 대해 작성한 아홉 페이지의 짧은 논문에서 구체적으로 정리됐다. 캐롤은 ‘사회적 책임’을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임의의 책임이라고 정의하며 CSR의 개념을 발전시켰지만, 마지막 ‘임의의 책임’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리고 1991년 마침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자선적 책임으로 재정의한 논문 ‘CSR의 피라미드’를 발표했다. 이 네 가지 요소를 이행하는 방식은 회사의 규모와 경영진의 철학, 기업

[모두의 칼럼] 인신매매 퇴치와 근절을 위해

2020년 한국에는 여전히 인신매매 피해자가 존재한다. 유엔이 2000년 채택하고 한국이 2015년 비준한 인신매매방지의정서에 따르면, 현대적 의미의 ‘인신매매’는 사람을 물건처럼 사고 파는 경우뿐 아니라 착취를 목적으로, 납치, 속임수 등 사람의 취약한 지위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모집, 운송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이 정의에 따라 사실상 노예상태에서 놓여 있었던 ‘염전 노예 사건’의 피해자는 물론이고, 여권과 통장을 압수당해 선상 생활을 벗어나지 못한 외국인 어선원들도 인신매매 피해자로 분류된다. 그 외에도 인신매매 피해가 가장 문제되는 집단 중 하나는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는 이주여성들이다. 이들은 무대에서 공연하리라는 기대를 갖고 ‘예술흥행비자’로 입국했지만, 실제로는 업주의 강압으로 유흥업소에서 성매매 등을 강요받는다. 이러한 사례는 1990년대말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발생해 왔다. 초기에는 러시아, 이후에는 주로 필리핀 국적 여성들이 예술흥행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후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몇 년 전부터는 관광비자로 입국해 마사지업소 등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태국 여성들의 숫자가 부쩍 증가하고 있다. 작년에는 여러 명의 브라질 여성들에게 ‘한국에서 연예인을 하게 해주겠다’라고 속여 한국에 입국하게 한 다음 성매매를 강요한 사례도 있었다. 국적이 달라도 피해사실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업주가 바로 인계해 여권을 압수하기도 하고, 자신이 출입국 공무원들과 친하고 지역의 ‘마피아’들과도 잘 아는 사이라 도망쳐도 소용 없다는 협박을 한다. 성매매를 직접적으로 강요하지 않더라도 비자를 받기 위해 많은 돈을 썼으니 빚을 빨리 갚아야 한다고 한다고 윽박지른다. 또 업주가 정한 일일 매출 기준을 채울 때까지 퇴근하지 말고 일하라는 식의 강압적인 분위기를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인류의 마지막 보험, 임팩트 비즈니스

보험업에 종사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보험업’이라는 비즈니스가 어려서부터 내겐 무척 익숙했다. 자세한 사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만약 우리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그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안전망의 역할을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언뜻 보면 보험은 낭비처럼 보일 수 있다. 대한민국 운전자의 연평균 주행거리는 1만5000km. 주행거리당 교통사고 확률은 10만km당 1회 정도라고 한다. 확률상 6~7년에 한 번 정도 일어난다는 얘기다. 그조차 가벼운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 확률이라는 것 때문에 우리는 연간 수십만원, 혹은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보험료로 지급하고 있다. 확률의 함정 때문이다. 누군가는 100만km를 달려도 사고가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주행 10km 만에 대형 교통사고에 휩쓸릴 수 있다. 불필요한 비용이라 여겼던 보험이 그 어떤 것보다 간절해지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인류가 처한 상황이 딱 이렇다는 생각이 든다. 교통사고에 비유하자면 이렇다. 만취한 음주운전자가 폭우가 쏟아지는 산길 고속도로를 달리는 꼴이다.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전염병과 환경 파괴, 자원 고갈, 극단주의와 혐오주의 세력의 난립 등을 헤쳐나가야 한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에 ‘최적화 인류’라는 이름으로 글을 연재하게 된 건 이런 현실 인식 때문이다. 90년대, 심지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인류는 무한히 성장하는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지금은 생존을 위해 발전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다. 여태껏 지불하지 않았던 환경 비용과 사회 비용을 뒤늦게 어마어마한 ‘추가 비용’을 납부하면서 갚아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 200년간 반짝했던 성장과 번영의 서사는 끝났다. 이제는 우리 모두의 삶을 ‘최적화’해야 한다. 이번 연재를 통해 우리가 누리는 일상이 2050년까지 다음 한 세대에 걸쳐

[사회혁신발언대] 컴퓨터 없이 온라인 수업받는 아이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면서 저소득 가정의 온라인 학습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가정방문을 진행했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었던 두 아이가 있다. 영구 임대 아파트에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고등학생 민수(가명)와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의 일용직 수입이 전부인 고등학생 효진(가명)이. 민수는 싱어송라이터가 꿈이라고 했다. 싱어송라이터가 되어 자신이 만든 노래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효진이는 아름다운 집을 짓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수줍은 목소리로 꿈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보니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두 가정에는 컴퓨터가 없었다. 컴퓨터를 설치할 공간조차 없었다. 당장 먹고사는 일이 우선인 이 가정이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는 건 불가능해보였다. 코로나19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디지털 빈부격차‘라는 또 한 번의 좌절을 안겼다.     “제발 도와주세요. 아이가 죽을지도 몰라요.” 아프리카 기니 출신 하디아씨의 요청은 간절했다. 그는 2013년 남편과 한국으로 망명했다. 넷째를 임신한 하디아씨는 고혈압과 선천적인 뱃속 질환 때문에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을 해야 했다. 하지만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한 그에게 공공영역의 지원은 불가능했다. 비자가 없어 일용직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상황에서 출산이 임박해왔다. 산모와 아이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코로나19가 취약계층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다. 당장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이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우리(가정복지회)는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의 10%를 기부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찐기부야 챌린지’를 기획했다. 찐기부야 챌린지는 트로트 가수 영탁의 노래 ‘찐이야’에서 착안한 제목이었다. 취약계층의 일상 회복을 목표로 삼고 홍보를 시작했다. 스타와 팬이 함께하는

[아무튼 로컬] 로컬에 번지는 ‘크래프트’ 정신

로컬의 시대에 가장 도드라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크래프트(craft) 문화, 즉 필요한 것을 자신이 직접 손으로 만들거나 그렇게 만들어진 것을 소비하는 태도와 행동이다. 코로나 때문에 배달 음식이 대세를 이루는 것 같지만 다른 한편에선 공유 주방에 모여 함께 요리를 해 먹거나 집에서 유명 셰프를 흉내 내 음식을 만들고 인스타에 올리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직접 로스팅 한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을 해주지 않는 카페는 명함을 내밀기도 어려워졌다. 커피 도시 브랜드에 힘입어 힙한 로컬도시로 떠오르는 강릉은 인구 21만명의 소도시임에도 카페만 1000여개에 육박한다.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50개 남짓이던 국산 수제맥주 양조장은 2014년 주세법 개정 이후 두 배 이상 늘어났고 ‘강남페일에일’ ‘부산밀맥’ ‘버드나무브루어리’ 같은 로컬의 대표 브랜드도 생겨나고 있다. 서핑의 성지 양양에서는 스티로폼 대신 나무를 깎고 조립해 서프보드를 만드는 공방이 생겨났다. 원단을 끊어 재봉틀로 만든 수제 마스크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군산에서는 낡은 건물을 함께 고쳐서 공유 공간으로 만드는 DIT(Do It Together) 프로그램에 전국 청년들이 몰려들었다. 이런 흐름의 저변에는 대량 생산–대량 소비 체제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있다. 믿을 수 있고 취향에 맞는 것을 직접 만들어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실천이다. 브랜드 전문 잡지 ‘매거진B’는 로컬의 성지라 불리는 미국 포틀랜드를 ‘크래프트 비어와 커피, 오가닉 푸드와 아웃도어 제품으로 요약되는 크래프트맨십 문화를 글로벌 비즈니스로 키워낸 곳’으로 소개했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환경을 찾아 미국 전역에서 몰려든 창작자와 메이커들이 서로

[진실의 방] 소셜 임팩트 기업?

인터넷 검색을 하다 못 보던 용어를 발견했다. 소셜 임팩트 기업? 처음 보는 말인데 어딘지 익숙하다. 더 검색해봤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소셜 임팩트 기업 들을 모아 포럼을 만들겠다”는 선언을 한 모양이었다. 지난달 21일 서울 명동에서 ‘소셜 임팩트 포럼’ 창립식도 가졌다고 했다. 소셜 임팩트 기업. 직역하면 ‘사회적(social) 임팩트(impact)를 창출하는 기업’ 정도가 될 것 같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기업을 가리키는 용어로 이미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가 있다. 해외에서는 둘 다 ‘소셜 엔터프라이즈(Social Enterprise)’로 부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구분해서 쓴다. 정부의 인증을 받은 곳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지 않은 곳은 소셜벤처라고 부른다. 제도상의 이런 구분 때문에 기사를 쓸 때 설명이 길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비슷한 용어가 또 생겼다.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싶었다. 알아야 기사를 쓰든 뭘 하든 할 게 아닌가. 업계 전문가들에게 소셜 임팩트 기업에 대해 물었더니 “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다행히 김 전 부총리가 어느 인터뷰에서 직접 뜻을 설명해 놓은 게 있었다. “소셜 임팩트 기업은 사회적기업보다 차원이 높다. 정부 지원을 받아 장애인을 돕는게 사회적기업이라면, 소셜 임팩트 기업은 경제활동을 잘하면서 사회적 가치도 추구하는 기업이다.” 사회적기업이 들으면 좀 섭섭할 소리였다. 자활기업에서 출발한 사회적기업들 가운데 비즈니스가 약한 곳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차원이 낮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비즈니스가 약한 기업일수록 오히려 더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들 중에

[신현상의 임팩트 비즈니스] 임팩트 이코노미 시대가 왔다

세계적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McKinsey)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임팩트 이코노미(impact economy)’가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차원의 임팩트 이코노미는 2014년 50조 원 규모에서 2018년 250조 원 규모로 5배 성장했으며 그 성장세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 한다.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IN: 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는 최근 발간된 보고서에서 2019년 임팩트 이코노미의 규모를 480조 원대로 추정했다. 여기서 임팩트는 빈곤, 실업, 질병, 환경오염, 차별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함에 따라 사람들의 삶이 종전보다 개선되고 사회에 긍정적 변화(positive change)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임팩트 창출은 전통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공공섹터 및 비영리섹터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맥킨지는 왜 경제적 가치를 연상시키는 ‘이코노미’라는 단어를 굳이 가져다 붙인 것일까? 기존의 경제학에서는 이코노미의 3대 주체를 ‘소비자’ ‘기업’ ‘정부’로 본다. 소비자는 예산 제약(budget constraints) 하에서 개인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이것이 모여 시장 수요(market demand)를 이룬다. 기업은 자원 제약(resource constraints) 하에서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이것이 모여 시장 공급(market supply)을 이룬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균형 가격(equilibrium price)이 생성된다. 가격은 시장 구성원들의 최적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가능케 하여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말한 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의 역할을 한다. 시장경제는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며,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시장경제가 항상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독과점, 공공재, 외부효과 등의 문제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월간 성수동] 이번 정차할 곳은 성수동입니다

십수 년 전, 현장 연구를 위해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을 방문하고 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막 몸을 실었을 때다. 똑같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 한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어림잡아 100여 명쯤 되어 보이는 그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명찰을 목에 걸고 노란색 서류 봉투를 품고 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호기심이 일었다. 그들이 처음 비행기를 타보는 사람들임을 알아차리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무리 중 한 명인 40대 방글라데시 남성의 옆자리에 앉게 됐다. 세 아이의 아빠라는 그에게 비행기 좌석의 안전벨트 매는 법을 알려주다 대화가 이어졌다. 그가 두 손에 꼭 쥐고 있던 노란색 서류 봉투를 건넸다. 봉투 안의 서류를 확인하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들은 가족 품을 떠나 일자리가 있는 태국의 농장으로 향하던 방글라데시 농민이었다. 아주 오래전 일이 갑작스레 떠오른 것은 출근길 집을 나서기 전 마스크를 챙기면서였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서는 집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것도 금기시된 요즘, 다른 나라로 떠나는 일은 언감생심이다. 그러다가 집을 떠나야만 생존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로 생각이 이어졌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단절된 지금, 국경을 넘어야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던 그들은 어떻게 삶을 이어가고 있을까? 활기찬 목소리로 가득하던 카페도, 식당도, 공장도 문을 닫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프리랜서들은 사회 안전망에서 벗어나 불안한 삶을 산다. 가정이나 사무실을 방문해 일하던 사람들이 휴업 상태에 놓인 것도 수개월째다. 코로나가 확산과 소강, 그리고 다시 확산을 반복하는 사이 그간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
[모두의 칼럼] 조직 문화 설계, 가치 있는 경험 선사하라

어쩌다 창업을 하게 되셨어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럴 때마다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가 있었고 적당히 무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답하곤 한다. 진심이다. 만약 창업자의 일과 삶이 어떤 건지 미리 알았더라면 “창업? 패스!”를 외쳤을 것이다. 스스로 일은 꽤 잘한다고 자부했으니 ‘해오던 대로 하면 큰 문제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게 패착이었다. 창업 첫해, 나의 무식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대표라면 다음의 다섯 가지에 유능해야 함을 배우게 됐다. 첫째, 사업을 잘 벌이고 기회를 만들어 쟁취해야 한다. 둘째, 회사 살림을 꼼꼼히 해야 하며 셋째, 고유한 리더십을 활용해 팀 관리를 잘해야 한다. 넷째, 사업 초기엔 대표도 실무를 많이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삶을 건강하고 윤리적으로 살며 일과 삶을 서로 강화시켜야 한다. 창업자의 ‘기본 스펙’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일을 시작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해가 지날수록 방법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해도 해도 어렵고 정답이 없는 게 하나 있으니 바로 ‘조직 문화’다. 위커넥트는 소셜벤처나 스타트업에 필요한 인재를 연결하는 채용 컨설팅과 플랫폼을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수백 개 회사의 대표와 경영진을 만나 왔다. 한 가지 확실하게 느낀 건, 채용은 그저 시작일 뿐 구성원의 몰입과 근속, 조직 전체의 성과는 결국 조직 문화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가 언젠가 “문화에 비하면 전략은 아침 식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는데, 그만큼 조직 문화를 일궈가는 일은 무척 어렵고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조직 문화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