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 믿고 해외봉사 갔는데… ‘불법 체류자’ 신세라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코이카가 운영하는 해외봉사단 ‘WFK’ 정부의 무상원조기금으로 활동하지만 위탁 운영하며 비자 관리까지 NGO에 네팔 등 개도국, NGO 비자 정책 ‘깐깐’ ‘편법적인’ 관광·학생 비자 받을 수밖에 봉사자들, 현지 단속 걸릴까 ‘전전긍긍’ “태극 마크 달고 봉사활동 하러 왔는데, 여기서 저는 정부 관계자를 보면 숨어야 하는 불법체류자였어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하 코이카)이 운영하는 봉사단 ‘월드프렌즈코리아(World Friends Korea·이하 WFK)’ 단원 자격으로 네팔에 있는 한국 NGO 사무소에 파견된 A씨는 “그 시간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현지 주민 수십명 앞에서 교육을 하다가도 “정부 사람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리면 옆 건물, 부엌 등으로 헐레벌떡 뛰어가 그들이 돌아갈 때까지 몸을 숨겨야 했다. A씨가 학생비자 소지자였기 때문이다. 네팔 정부는 외국인이 비자에 명시된 체류 목적 외 활동을 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A씨가 학생비자로 NGO 활동을 한다는 사실이 적발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벌금 부과는 물론 심한 경우 구금되거나 추방될 수도 있다. 네팔 정부의 단속이 잦아지자 A씨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현지의 한국인 사무소장에게 이런 심경을 호소하자 돌아온 대답은 “다음엔 더 빨리 숨으라”는 핀잔이었다. 최대 2년을 계획하고 네팔에 간 A씨는 결국 몇 달 만에 귀국했다. WFK 소속으로 해외로 봉사활동을 떠난 한국 청년들이 현지에서 비자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다. WFK는 정부의 무상원조기금으로 운영하는 해외봉사단을 통칭하는 브랜드명으로, 외교부 산하의 무상원조기관인 코이카가 총괄하고 있다.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NGO 활동을 하려면 ‘NGO비자’나 ‘취업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코이카가

문화 샘솟는 비옥한 땅 옥천, 지루할 틈 없답니다

[청년이 지역을 살린다] ③ 충북 옥천 문화기획사 ‘고래실’ 대전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충북 옥천군은 인구 5만의 소도시다. 옥천군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중 9000명이 20~30대 청년이지만, 실제로 옥천에 사는 청년 수는 훨씬 적다. 대부분 주소만 옥천에 등록해놓고 대도시로 떠났기 때문이다. 청년이 귀한 옥천에서 문화기획사 ‘고래실’은 보기 드물게 청년 직원이 많은 회사다. 이범석(47) 대표를 제외한 직원 8명 전부 20~30대다. 고래실 청년들은 매달 옥천 소식을 담은 잡지를 펴내고, 마을여행 코스를 짜고, 독서 모임과 전시회도 연다. 이 대표는 “옥천은 정지용 시인의 고향이자 동학농민운동과 3·1운동 등 역사가 깃든 흥미로운 지역”이라며 “지역 콘텐츠를 활용해 이런저런 일을 벌이며 옥천을 좀 더 시끌벅적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고래실은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을 거쳐 2017년 문을 열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지역 잡지 ‘월간 옥이네’ 발간이었다. 지역 명소와 향토 음식, 주민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월간 옥이네에서는 모두 기사감이 된다. 월간 옥이네 초대 편집장을 지낸 장재원(37)씨는 “옥천의 역사서를 만드는 마음으로 월간 옥이네를 발행해왔다”며 “월간 옥이네가 한 권 한 권 쌓이면 옥천의 역사도 축적되는 셈”이라고 했다. 2대 편집장을 맡은 박누리(34)씨는 “독자 중에 매달 두 권씩 사서 한 권은 보관용으로 따로 모으는 분도 있다”며 “옥천 하면 ‘월간 옥이네’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하다”고 했다. 폐허 상태로 방치된 막창 구이집을 카페로 고쳐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 수 있는 공간 ‘둠벙’도 열었다. 저렴한 가격에 음료와

흩어진 데이터 모아 사회 변화 도구 활용… 시민이 세상을 바꾼다

새로운 시민 운동 방식 ‘데이터 액티비즘’ 지난달 초 개설된 웹사이트 ‘노노재팬’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소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식품부터 자동차까지 일상 소비재 가운데 ‘메이드 인 재팬’인 것들을 소개하고 대체할 수 있는 국산제품도 제안한다. 노노재팬의 모든 데이터는 일반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은 것이다. 누구나 사이트에 새로운 일본 제품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고, 이미 등록된 제품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추가할 수 있다. 일본 제품 중에서도 노노재팬에 등록된 제품이 매출에 특히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데이터’가 시민사회의 새로운 활동 무기로 주목받고 있다. 노노재팬의 사례처럼 평범한 시민이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십시일반 모아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지식 자산으로 만들어내기도 하고, 시민단체가 데이터 활용 기술을 활용해 권력기관의 의도적인 정보 은폐와 왜곡 실태를 밝혀내는 일도 벌어진다. 이처럼 데이터를 사회 변화의 도구로 삼는 시민운동 방식을 ‘데이터 액티비즘(Data Activism)’이라 한다. 해킹 등 법에 저촉되는 방식은 동원하지 않고 공개된 데이터(open data)를 활용하거나 직접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데이터 액티비즘의 원칙이다. 케냐의 ‘우샤히디(Ushahidi) 프로젝트’는 데이터 액티비즘의 첫 사례로 꼽힌다. 이 프로젝트는 2008년 케냐 대통령 선거 후 벌어진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우샤히디는 스와힐리어로 ‘증거’란 뜻. 정부가 사건을 은폐·축소하고 있다고 느낀 케냐 사람들이 직접 사건 실태를 드러낼 증거 수집에 나서면서다. 시민들이 주변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 횟수와 사상자 수를 직접 조사해 자료를 넘기면 엔지니어들이 구글 지도 위에 빨간 불꽃으로

쓰레기로 보이세요? 누군가는 그냥 버리고, 누군가는 ‘돈’으로 씁니다

[더 나은 미래 위해, 기자가 해봤다] 쓰레기마트에서 쓰레기로 장보기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수상한 마트가 문을 열었다. 이름은 ‘쓰레기마트’. 이곳에선 빈 페트병과 캔이 곧 ‘돈’이다. 마트 안에 있는 자판기에 페트병과 캔을 넣으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전환된다. 크기와 종류 상관없이 페트병은 10포인트, 캔은 15포인트다. 각각 10원, 15원에 해당한다. 쓰레기마트는 페트병·캔 수거 자판기 ‘네프론’을 개발한 소셜벤처 ‘수퍼빈’이 세계자연기금(WWF) 한국지부, 한국코카콜라, TBWA코리아와 협력해 오는 9월 5일까지 운영하는 팝업 스토어다. 사람들에게 ‘쓰레기도 돈이 된다’는 것을 몸으로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해 자원 순환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것이 목표다. 판매 제품도 모두 환경을 고려해 구성됐다. 대나무로 만든 칫솔, 깨끗하게 세탁한 중고 의류, 페트병 재활용 섬유로 만든 가방, 천에 밀랍을 덧입혀 만든 친환경 랩 등이다. 모두 탐나는 물건이다. 그래서 직접 페트병과 캔을 모아 쓰레기마트에서 쇼핑을 해보기로 했다. 나흘 동안 퇴근길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 줍기)’을 하며 모은 페트병과 캔을 싸들고 지난 17일 쓰레기마트를 방문했다. 길에서 주운 페트병·캔 118개… 돈으로 바꾸니 1515원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페트병과 캔을 포인트로 바꿀 수 있는 자판기가 보였다. 김수지 수퍼빈 매니저가 다가와 “페트병 뚜껑과 라벨을 제거해달라”며 자판기 옆 ‘벗겼쓰존’으로 안내했다. 벗겼쓰존에는 뚜껑을 모으는 큰 병과 가위, 날이 C자형인 칼이 비치돼 있었다. 모아온 페트병들을 꺼내 하나하나 뚜껑을 제거하고 칼과 가위를 동원해 라벨을 떼기 시작했다. 한 번에 깨끗하게 제거되는 라벨이 있는가 하면, 잘 뜯어지지 않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랏일 하는 집배원, 나랏돈은 못 받는다

우본, 공무원이 운영하는 ‘정부 기업’ 형태 세금 대신 사업 수익으로 모든 비용 충당 인력 확충 위한 잉여금 남길 수 없는 구조 격무에 과로사 이어져도 정부는 나몰라라 집배원이 자꾸 죽는다. 지난달 19일 충남 당진우체국 소속 강길식(49) 집배원이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올해에만 9번째. 사인은 뇌출혈로, 과로사 가능성이 크다. 전국우정노동조합에 따르면, 강씨처럼 장시간 중노동으로 사망한 집배원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91명에 달한다. 노조는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에 정규직 집배원 증원을 꾸준히 요구해왔지만, 우본은 경영이 어렵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우본은 정부기관이면서 동시에 기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신분상 ‘공무원’인 집배원들의 임금도 세금이 아니라 자체 사업으로 벌어서 감당한다. 국고 지원 없이 벌어서 쓴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이중적 구조가 잇따른 집배원 사망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본, 공무원 조직인데 인건비는 자체 충당 우정사업은 우편, 우체국예금, 우체국보험 등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국민 공익사업이다. 정부가 관할하는 공익사업에는 이 밖에도 철도, 전기, 수도, 가스 사업 등이 있는데, 대부분 ‘공기업’ 형태로 운영된다. 그러나 우정사업을 하는 우본의 경우 공기업이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서 우본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기업’ 형태다. 즉 공무원들이 모여서 운영하는 기업인 셈이다. 우본은 보통의 정부 기관과 ‘회계’부터 다르다. 정부 기관은 국민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일반회계예산’으로 운영되지만, 우본은 세금이 아닌 사업 수익을 재원으로 하는 ‘특별회계예산’으로 꾸려진다. 즉 집배원 임금을 포함해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사업 수익으로 충당해야 한다. 노조의 인력 충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폭염 대책, 예방은 없고 사망 보상금만?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매년 급증함에 따라 지난해 정부가 홍수·지진·태풍 등과 함께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지정했다. 정부는 국가 차원의 폭염 피해 관리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설명하지만, 폭염 취약 지역을 관리하는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폭염 관리는 ‘예방’이 가장 중요한데, 정부 정책이 사후 대책에 치중돼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폭염이 자연재난으로 지정되면서 바뀐 점은 크게 세 가지다. ▲범부처 차원 폭염 대응 매뉴얼이 생겼다는 것 ▲폭염 때문에 사망할 경우 최대 1000만원의 피해 보상금이 지급된다는 것 ▲정부의 ‘재난 관리 기금’을 폭염 대응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올해 2월 완성한 ‘폭염 대응 매뉴얼’부터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매뉴얼에 따르면 폭염주의보가 발생할 경우 야외건설 노동자나 폭염 취약계층에 주의 문자를 보낸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기존의 재난문자 발송과 큰 차이가 없고 강제성도 없어 예방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매뉴얼에는 ‘질병관리본부가 폭염 취약계층 DB를 구축해야 한다’고 적혀 있지만 해당 기관에서는 “DB 구축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병원에서 폭염 환자 수, 연령대, 발견 지역 등의 정보를 질병관리본부에 넘기게 돼 있는데,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익명으로 자료를 제출하는 형식이라 정확한 DB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망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항목 역시 근본적인 폭염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재호 부경대학교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쪽방촌 어르신 등 취약 계층은 가족이 없는 경우도 많아 사망 보상금이 나와도 크게 의미가 없다”면서 “사망 보상금이 아니라 생전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별로 폭염으로 인한

“작은 힘 모아 바꾼 음주운전 처벌법… 창호 같은 비극 더는 없어야”

[법을 만드는 시민들]  ‘윤창호법’ 이끈 윤창호씨 친구들   시민의 힘으로 법을 만드는 ‘크라우드법 운동’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개인이나 단체가 법안을 만들어 여론을 형성하고 국회를 압박해 법을 바꾸는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과 지난달 25일, 두 번에 걸쳐 시행된 ‘윤창호법’이 대표적이다.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과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대폭 강화한 이 법은 평범한 대학생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지난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윤창호씨를 위해 친구들이 만든 법이다. 지난 3일 윤씨의 고향 부산에서 만난 김주환·예지희·이영광(이상 23)씨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법 없이도 살 사람’ 윤씨 기려 법 만든 친구들 “사고 나기 6개월 전쯤 창호랑 맥주를 한잔했어요. TV에서 뉴스가 나오는데 음주운전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이었죠. 창호가 화를 내더라고요. ‘술 먹고 운전대 잡을 생각 자체를 못하게 하려면 법부터 바꿔야 한다’면서요. ‘그래 맞아’ 하고 넘겼어요. 창호가 피해자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영광씨는 윤씨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도 이제는 법이 바뀌었으니 창호 같은 안타까운 사연들이 좀 줄지 않겠어요? 창호도 뿌듯해할 겁니다.” 윤씨는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이름을 딴 법안을 남겼다. 음주운전자의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높인 ‘제2 윤창호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다.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의 형량이 ‘1년 이상’에서 ‘무기 또는 3년 이상’으로 높아졌고, 면허정지 기준도 혈중 알코올 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됐다. 윤창호법을 이끌어낸 건 윤씨의 중·고등학교와

반지하 버섯 농장, 동사무소 마을 공방… 버려진 빈집 빌려 고치니 ‘생산적 공간’으로 재탄생

[청년이 지역을 살린다] ②인천 ‘빈집은행’ 미추홀구 방치된 빈집 무상 임차, 수리해 쓰고 일정 기간 후 주인에 반환 집수리 기술 가르쳐 취업 연계… 빈집·청년 연결해 지역 재생 인천 미추홀구에 새로운 명물이 탄생했다. 이름하여 ‘인천 송이향 표고버섯’. 미추홀구 곳곳에 방치돼 있던 ‘반지하 공간’을 활용해 재배하는 버섯이다. 반지하는 햇빛이 잘 들지 않고 습기가 많아 버섯 재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췄다. 여기에 방수·단열 공사를 하고 환풍시설과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나니 반지하 셋방이 번듯한 ‘도시형 버섯 농장’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미추홀구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버섯 농장이 16곳 있다. 반지하 공간에서 버섯을 재배해보자는 아이디어는 ‘빈집은행’ 청년들에게서 나왔다. 빈집은행은 16년째 미추홀구에 살고 있는 최환(35) 빈집은행 대표가 2014년 지역 청년 5명과 함께 시작한 프로젝트다. 미추홀구의 버려진 빈집을 일정 기간 무상으로 빌려쓰는 대신 깨끗이 수리해 집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최 대표는 “미추홀구 일대는 1980년대만 해도 인천의 주요 상권이었지만 인천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빠르게 쇠락해 빈집이 많아졌다”며 “‘우리에게 주면 깨끗하게 고쳐서 잘 쓸 수 있을 텐데’ 하며 아쉬워하다가 집주인들을 설득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빈집은행 멤버들은 빈집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알아낸 집주인 주소로 무작정 찾아가 ‘빈집을 3년 또는 5년 동안 무상으로 빌려주면 깨끗하게 고쳐서 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어렵사리 빈집 10채를 확보했지만 수리할 기술이 없었다. 멤버들은 주택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집 수리 기술을 배워 손수 빈집들을 고쳐나갔다. 3개월 동안 3채를 고쳐 빈집은행

“필리핀 미혼모 홀로서기 돕자”… 분식집 연 대학생들

한양대 ‘카이나 식당’ 학부생 3명, 작년 필리핀에 식당 기획해 미혼모 등 저소득층 여성에 일자리 제공 2기들이 이어 받아 2호점도 준비 ‘착착’ 휴학 없이 ’15학점 장기 현장 실습’ 전환 필리핀 나가(Naga)시에 있는 아테네오대학교 캠퍼스에는 한국 음식인 떡볶이와 김밥, 라면 등을 파는 특별한 분식집이 있다. 식당 이름은 ‘카이나(Kaina)’. 필리핀에서 널리 쓰이는 타갈로그어로 ‘함께 밥 먹자’란 뜻이다. 카이나는 필리핀 미혼모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한양대학교 학부생들이 직접 기획해 만든 식당이다. 이재서(정책학과 4)·이승훈(정책학과 3)·최정석(파이낸스경영학과 4)씨가 1년 가까이 한국과 필리핀을 오가며 준비해 지난해 6월 개점했다. 한국 분식 메뉴를 파는 프랜차이즈 식당을 열어 필리핀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는 이들을 독립시켜 카이나 분점의 ‘사장님’으로 만들겠다는 게 목표였다. 세 사람은 한양대가 학생들의 글로벌 소셜벤처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한 ‘SVYE(소셜벤처 청년 교류 프로그램)’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사업 모델을 검증받았다. 교내 산학협력기금에서 1700만원을 지원받으며 가속도가 붙었다. 필리핀에서 구하기 어려운 한식 재료를 조달하는 것부터 현지인 입맛에 맞게 조리법을 개량하는 것까지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지만, 휴학을 하며 차근차근 준비한 끝에 식당을 오픈했다. 현재 카이나 식당에서는 대학교 인근 빈민촌인 마오그마 빌리지에 사는 ‘싱글맘’들이 김밥을 말고 라면을 끓인다. 하루 매출은 8000페소(약 16만원) 수준. 대부분의 메뉴가 60~80페소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하루 1000명가량이 카이나를 찾는 셈이다. 창립 멤버들은 식당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고 지난 2월 학교로 복귀했다. 이들의 뒤를 이어 김민지(관광학과 3), 김재경(경영학과 4), 이지윤·전륭(파이낸스경영학과

경영평가 대전환, 공기업들 ‘사회적 가치’ 내걸고 체질 개선 나섰다

공기업 경영평가 결과는? A등급 6곳… 토지주택공사, 사회적 가치 1위  대한석탄공사, 또 낙제점… 올해도 S등급 없어  가장 큰 성과 ‘일자리’… 35개 기업, 9070명 채용  채용·설비 투자 집중하다보니 사업성은 ‘하락’ 각 기관 성격 고려 못한 평가 기준은 개선돼야 공기업이 달라지고 있다. ‘생산성’이 아닌 ‘사회적 가치’를 최우선 목표로 재설정하고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일자리’ ‘안전’ ‘환경’ 등은 공기업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가 됐다. ‘포용국가’를 슬로건으로 내건 현 정부가 공기업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기업 경영의 패러다임 역시 수익성 중심에서 공공성 중심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는 우리나라 35개 공기업의 지난해 성과를 분석한 ‘2018 공기업 경영평가'(이하 공평) 결과를 지난 20일 발표했다. 이번 평가에서 공기업들의 명암을 가른 것도 사회적 가치였다. 100점 만점인 평가에서 사회적 가치 관련 배점만 30점에 달했다. ◇”사회적 가치 외면하면 좋은 평가 못 받는다” 공평은 공기업들을 S(탁월)·A(우수)·B(양호)·C(보통)·D(미흡)·E(아주 미흡)의 여섯 등급으로 분류한다. C등급 이상 받으면 성과급 등 인센티브가 주어지지만, E등급을 받거나 2년 연속으로 D등급을 받으면 기관장이 해임 건의 대상에 오르는 등 페널티를 받는다. 공기업 종사자 사이에서 공평이 ‘1년 농사’로 불리는 이유다. 올해 공평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항만공사·한국남부발전·한국수자원공사·한국중부발전 등 여섯 곳이 A등급을 받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사회적 가치 평가에서 전체 1위에 올랐다. 반면 대한석탄공사는 지난 평가에 이어 이번에도 E등급 낙제점을 받았다. 그랜드코리아레저·한국마사회·한국전력기술·한전KPS 등 4개 기업은 D등급에 머물렀다. S등급은 이번에도 없었다. 2012년도 평가부터 7년째 공석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83년

‘학교숲운동’ 20년… 나무도, 아이도 훌쩍 자랐습니다

화랑초 학교숲을 가보니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초등학교. 2교시를 마치는 종소리가 울리자 아이들이 교실 밖으로 우르르 뛰쳐나온다. 화랑초에만 있는 특별한 ‘중간 놀이’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달려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학교 건물 주변을 에워싼 숲속으로 흩어진다. 나비를 쫓아 숲길을 누비고, 돌멩이와 나뭇가지를 장난감 삼아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책을 읽고, 나무 그늘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 시간을 갖는다. 도심 속 학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 ‘화랑초 학교숲’에서 날마다 펼쳐지고 있다.   20년 맞은 ‘학교숲운동’… 묘목이 거목으로 화랑초 학교숲은 올해 20주년을 맞은 ‘학교숲운동’의 대표 성공 사례다. 학교숲운동은 이름 그대로 학교 안의 여유 공간이나 운동장 일부, 건물과 건물 사이 등 자투리땅에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산림청, 사단법인 생명의숲, 유한킴벌리 주도로 1999년 시작됐다.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자연을 접할 수 있는 학교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였다. 김재형 생명의숲 더불어숲팀장은 “자연과 접촉이 없는 아이들은 생태학적 지식은 물론 자연과 교감하는 감수성이 부족한 ‘생태맹’이 되기 쉽다”면서 “학교에 숲이 있으면 아이들이 등·하굣길이나 쉬는 시간에 일상적으로 자연을 접하며 자연스럽게 환경 친화적 태도를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입구 쪽 운동장 일부를 활용해 조성한 생태공원에서 출발한 화랑초 학교숲은 20년 동안 천천히 몸집을 불려 현재 3000㎡에 이르는 명실상부한 ‘숲’으로 성장했다. 전체 학교 부지 1만4000㎡의 20%를 웃도는 규모다. 학교숲의 가치를 체감하고서 학교 측이 꾸준히 숲을 가꿔온 결과다. 1999년 평교사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익 소송 위축시키는 ‘패소자부담주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지난 4월 25일 인천지방법원은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노숙 생활을 이어온 앙골라 출신 루렌도 가족이 난민 인정 심사를 요구한 행정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에서 승소한 피고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이다. 루렌도 가족은 즉각 항소하면서 재판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종 패소할 경우 상대방 변호사 보수를 포함해 수백만원에 이르는 소송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민사소송법 제98조에 따르면 소송 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패소자부담주의’다. 시민단체에서는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있는 원고가 공익 소송을 주저하게 되는 또 하나의 사례가 생겼다고 입을 모은다. 법조계에서도 소송의 성격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패소자부담원칙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해 말 ‘공익 소송 소송 비용 부담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당시 김현 협회장은 “패소자부담주의는 무분별한 소송 제기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공익 소송에서는 패소 시 소송 비용을 떠안는 문제로 항소를 포기하는 등 소송 시도 자체가 제한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비용 문제로 재판을 포기한 대표적인 사례는 ‘염전 노예 사건’ 피해자들이다. 지난 2015년 신안군 염전에서 임금 체납과 감금으로 혹사당한 지체장애인 8명은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월까지 이어진 3년 5개월의 싸움 끝에 대법원은 원고 승소를 확정했다. 국가로부터 위자료를 받게 된 피해자는 4명에 불과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원고 1명에 대해서만 일부 승소 판결을 냈고, 패소한 7명 가운데 4명은 항소를 포기했다. 상급심으로 갈수록 패소했을 때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