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듣기 어려운 젊은이들 목소리가 들려 반가운 마음에 나왔지요.” 경상북도 영주의 한 골목에서 만난 어르신의 말씀이었다. 무더운 날씨에도 집 밖으로 나와 길을 안내해 주시며 건네신 말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듣기 어려운 것’이 되어버린 현실, 그리고 그런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반가워하시는 어르신의 마음은 지역이 직면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대기업에서 정년 퇴직 후, 사회 혁신을 추구하는 회사에서 새로운 출발을 한 나에게 이번 원주-풍기-영주로 이어진 현장 탐방은 특별한 의미였다.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지방소멸’이라는 무거운 단어로 표현되는 현실이 아니라, 오히려 창조와 혁신이 살아 숨 쉬는 현장이었다. 영주도시재생센터 센터장의 말씀이 울림을 줬다. “지방소멸이라는 표현은 외부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가능하면 ‘소멸’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얼마나 서울 중심의 시각으로 지역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재래시장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오랜만에 젊은 사람들이 왔다며 반가워하는 상인들의 모습에서 지역 경제의 현실을 목격했다. 그들의 반가움 뒤에는 점점 줄어드는 젊은 고객들에 대한 아쉬움과 걱정이 숨어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달랐다. 원주의 ‘온세까세로’에서는 시니어와 청년이 함께 반죽을 빚으며 세대 간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었다. 풍기의 ‘디에스푸즈’ 젊은 대표는 아버지의 안정적인 농장을 물려받는 대신,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더 큰 비전을 택했다. 영주 기반 ‘남산선비마을’의 20대 대표는 청년들이 떠나는 마을에서 오히려 청년들이 찾아오는 마을을 만들고 있었다. 봉화의 ‘봉화새댁수리단’ 경력보유여성들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했다. 이들 모두는 지역의 제약을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