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언니, 형들이랑 놀자, 대학생 놀이시터 서비스 놀담

9살 지훈이(가명)는 토요일을 좋아한다. 지훈이가 좋아하는 놀이선생님을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놀이선생님을 만나면 좋아하는 축구도 하고 신나게 놀 수 있다. 지난주에는 함께 보고 싶었던 영화도 보고 사우나에 가서 서로 등도 밀어줬다. 마음껏 놀다 와서 지쳐 잠든 지훈이 얼굴을 볼 때마다 지훈이 엄마는 뿌듯하다. 아버지와 따로 사는 지훈이에게 든든한 아버지나 형 같은 존재가 필요할 것 같아 놀이선생님을 찾았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대학생 놀이선생님이 지훈이를 정말 자기 동생 대하듯 해줘서 기대 이상이다. 특히 엄마가 함께 해주기 힘든 몸 쓰는 놀이를 통해 지훈이가 건전하게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다. ◇ 놀담은 어떤 곳? 지훈이가 놀이선생님을 만나게 된 건 ‘놀담’을 통해서다. 놀담은 대학생 ‘놀이시터(playsitter)’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학부모와 놀이시터 아르바이트 대학생을 연결한다. 3살부터 10살까지 아이를 둔 학부모가 신청할 수 있다. 정해진 시간 동안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노는 게 놀담의 핵심. 특별한 ‘놀이 공식’이 정해진 게 아니다. 신나게 뛰어놀고 싶은 아이와는 놀이터에 가서 뛰어놀 수 있고, 책을 읽고 싶은 아이와는 옆에서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놀담을 만든 건 뜻밖에도 20대 대학생들. 지난해 3월, 문미성(24·사진) 놀담 대표를 포함한 대학생 3명이 시작한 소셜벤처다. 대학생인 그가 육아 관련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뭐였을까. “제가 13살 어린 여동생이 있어요. 부모님 두 분이 맞벌이를 하셔서 제가 동생을 거의 키우다시피 했죠. 하루는 놀이터에서 동생이랑 놀고 있는데 아이 어머님 한

휠체어 타고 스위스 산맥 오른 KBS 최초 여성장애인 앵커, “국내 어디든 휠체어로 갈 수 있도록”

홍서윤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 인터뷰   홍서윤(31)씨의 수식어는 여러 개다. KBS 최초의 여성 장애인 앵커, 문재인 정부 국민인수위원회 국민소통위원, 그리고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까지. 이중 그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단연 ‘장애인 여행가’다. 홍씨는 2014년 스위스를 시작으로, 한 달간 혼자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등 7개국을 여행했다. 기차와 유람선, 심지어 스위스 산맥까지 휠체어를 탄 채 직접 올랐다. 한국에서라면 꿈도 못 꿨을 일. 다시 한국에 돌아와 왠지 모를 우울감에 빠진 그녀를 움직인 건 한 가지 의문이었다. 이제 홍씨는 장애인뿐 아니라 누구든 ‘접근 가능한 여행(accessible travel)’을 연구한다. 늘 보호자를 동반해야 하고, 휠체어로 다닐 수 있는 여행지가 거의 없는 ‘장애인 여행 불모지’ 대한민국을 ‘무장애 여행지’로 바꿔보려 한다. 그녀가 말하는 여행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국민인수위 광화문 1번가의 해단식이 열린 지난 12일, 그녀를 광화문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났다.   ―광화문 1번가가 오늘 폐단식이네요. 국민소통위원으로 어떤 활동을 했나요. “지난 5월부터 50일 동안 국민에게 정책 제안을 받았고, 남은 50일은 제안해주신 정책들을 잘 분석하는 일을 해요. 저도 정책을 제안했고, 정책 제안을 망설이는 분들의 참여도 유도하고 열린포럼도 진행했죠. 시민이 원하는 정책과 정부가 원하는 정책, 그 중간에서 틈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고 보면 돼요.” ―직접 제안한 정책은 어떤 것이었나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정책’을 제안했어요. 우리나라는 모든 환경이 ‘신체가 건강한’ ‘성인 남성’ 위주로 만들어져 있어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도, 노인도, 어린이도, 여성도 많거든요. 그들을 고려해

대기업 오너 3세의 ‘사회 혁신’ 스토리

정경선 루트임팩트 창립자 인터뷰 지난 13일, 서울 성수동에 지상 8층, 지하 1층 규모의 코워킹(Co-working) 공간 헤이그라운드가 오픈했다. 깔끔하고 트렌디한 건물 외관이 눈에 먼저 띄지만, 이 공간이 완성되기까진 숨은 이야기들이 많다. 공간 기획·운영을 맡은 사단법인 루트임팩트는 올해로 설립 5년 된 신생 비영리단체다. 이 단체를 창립한 정경선(31·사진) 대표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손자다. 경영수업을 받는 대기업 오너 3,4세와 달리, 사회혁신에 매진해온 그의 실험은 대담하고도 파격적이다. 2014년에는 성수동에 ‘디웰(D-well)’이라는 체인지메이커 공동 주거 공간을 만들더니, 이번엔 500명이 함께 일하는 업무 공간도 현실화시켰다. ☞체인지메이커 업무공간 헤이그라운드가 궁금하시다면? 사실 코워킹 스페이스를 만들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2013년, 루트임팩트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허브 서울’이라는 60평 규모의 업무와 카페가 결합된 코워킹 공간을 만들었다. 허브 서울을 플랫폼으로 다양한 인재육성 사업을 벌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1년 만에 공간은 문을 닫았다.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기엔 다소 규모가 작았던 것이 패인(敗因)이었다. 그로부터 3년 반. 루트임팩트가 재도전해 완성한 공동 업무 공간은 1800평으로 ‘허브 서울’보다 30배가량 커졌다. 건물이 완성되기 전부터 20여 팀이 입주를 결정했다. ☞허브 서울 오픈 히스토리 읽기  “애초에 프로젝트 이름은 아스펜(aspen)이었어요. 아스펜이 사시나무인데, 뿌리에서 많은 줄기가 올라오거든요. 겉으로 보기엔 다른 나무인 것 같아도, 뿌리는 얽혀 있어요. 그런데 아스펜이라는 개념이 잘 와닿지 않았고, 좀 더 쉬운 이름으로 하자는 의견이 있었어요. 보편적인데다 응용하기 쉬운 단어를 찾다보니 땅이라는 개념의 ‘그라운드’가 있었어요. 거기에다 사람들이 편히 교류하고, 화목한 커뮤니티가

“낙후된 뒷골목을 예술과 혁신의 장으로”

미국 온라인 기업 재포스 CEO자문전략 ‘매기 수’ 인터뷰 “재포스에 변하지 않는 것은 딱 하나다. 계속해서 변한다는 사실이다.” 미국 온라인 기업 재포스(Zappos)의 CEO 자문전략인 매기 수<사진>의 말이다. 토니 셰이 재포스 CEO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하는 ‘다운타운 프로젝트’에 그가 합류한 건 2013년. 뉴욕 맥킨지 컨설턴트로 일했던 그는 토니 셰이의 책 ‘딜리버링 해피니스’ 북 토크에 갔다가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듣고 완전히 매혹돼 합류했다고 한다. 2015년부턴 자포스에도 합류했다. 그에게 재포스와 다운타운 프로젝트가 벌이는 실험에 대해 물었다. ◇자율성 부여하고, 행복을 배달하고… 재포스의 ‘조직’ 실험들 ㅡ재포스 CEO 토니 셰이(Tony Hsieh)가 쓴 책 ‘딜리버링 해피니스’에 보면, 재포스에선 ‘직원이 행복한 조직’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더라. 정말로 그런가.  “타투를 하거나 머리를 탈색하거나 책상을 마음대로 꾸며도 아무 문제 없다. 재포스에는 ‘조직의 핵심 원칙’은 있지만, 자잘한 규제는 없다. 가령, 출장 시 하루 숙박을 얼마 이하로 해야 하는지 정해진 규칙은 없다. 사람들은 ‘1000달러짜리에서 자면 어쩌려고 그러냐’며 놀라는데, 서로가 그렇지 않으리라는 신뢰에 기반한 문화다.” 그는 “재포스의 ’10가지 핵심 가치’가 재포스 문화의 정수(精髓)”라며 “이런 원칙을 정해놓고도 뭐가 있는지 모르고 먼지만 쌓인 곳들도 많은데, 자포스에선 조직의 사업과 관계 모두에서 10가지 핵심 가치가  반영 된다”고 했다.  재포스 문화의 10가지 핵심 가치 중 첫번째 원칙은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와우(wow)’하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의 경험을 선사한다”는 것. ‘고객과 직원에게 행복을 전달한다’는 자포스의 철학도 이 원칙에 기반한다. 솔직하고 열린 관계를 구축할 것,

회사는 ‘판’ 깔고 직원은 ‘모험’… 새로운 일하기 방식에 눈길

합병한 ‘슬로워크’ 임의균·권오현 공동대표 인터뷰 디자인과 IT로 비영리·사회혁신 조직을 돕던 두 곳, 슬로워크와 UFO팩토리가 하나가 됐다. 합병 이름은 ‘슬로워크’. 2005년 문을 연 슬로워크는 10여 년간 월드비전, 유니세프, 세이브더칠드런, 아름다운가게 등 내로라하는 비영리 단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Identity) 작업을 함께 해왔다. UFO팩토리는 2013년부터 그린피스, 유네스코, 열정대학, 동그라미재단 등의 웹페이지를 개발하고 IT 솔루션을 제공해 왔다. 두 법인의 합병 소식은 ‘소셜섹터’에서 화제가 됐다. ‘새로운 일하기 방식’이 화제인 지금, 두 곳이 함께 그리는 그림은 무엇일까. 임의균·권오현 공동대표를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났다. ☞500명의 체인지메이커가 모인 공간, 헤이그라운드가 궁금하다면? ㅡ합병 소식에 관심이 높다. 두 조직을 합친 배경이 궁금하다. 임의균(이하 임)=시스(권오현 대표의 닉네임)님과는 원래 알던 사이다. 종종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두 조직이 해온 일도, 지향점도, 대표로서 고민도 비슷하더라. 합치면 시너지가 날 것 같았다. ‘에이전시’ 방식을 탈피해 새로운 모델을 찾는 실험이 필요하단 생각도 있었다. 제가 먼저 ‘합치면 어떻겠냐’고 운을 띄웠다(웃음). 권오현(이하 권)= UFO팩토리 3년을 해오면서 사회 혁신 영역에서 IT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걸 봤다. 그런데 혁신이든 임팩트든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일하는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어 줘야겠단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수익 구조나 규모에서 변화가 필요했는데, 합병으로 그 시기를 당길 수 있겠더라. 소셜 분야에 규모가 큰 조직이 많지 않은데, 규모에서 오는 임팩트와 상징성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4월, 슬로워크는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1년간 ‘온도를 맞추는’ 시기를 보낸 뒤였다. 슬로워크 이름은 가져가되,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어렵다는 혁신 대학”,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

미네르바 스쿨, 아시아 총괄디렉터 켄 로스 인터뷰 “커다란 교실에서 200명씩 듣는 강의, 비싼 등록금, 일방통행식 강의,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이론…. 세상은 변했는데 대학 모델만이 수백 년째 그대로다. 이 방식이 고장났다는 건 대학을 다닌 누구나 안다. 미네르바스쿨(Minerva School)은 망가진 교육 시스템에 새로운 해답을 던지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켄 로스<사진> 아시아 미네르바스쿨 총괄디렉터의 말이다. 미네르바스쿨은, 2012년 기존 대학 모델을 바꾸겠다며 만들어진 혁신 대학. ‘미래의 학교모델’,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어려운 스타트업 대학’으로 불리는 이 대학의 올해 초 입학 경쟁률은 무려 100대 1. 전 세계에서 쏟아진 2만1000명의 지원서 중 220명이 뽑혔다. 지난해 1만6000명의 학생이 지원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지원자도 5000명이 늘었다. 켄 로스 디렉터는 “우리는 굉장히 우수한 학생들만 선별적으로 뽑는다”고 강조했다. “우수한 학생에게 ‘높은 질’의 교육을 통해 임팩트를 만들어 하버드·예일 등을 포함한 교육업계 전반에 혁신을 가져오기 위해서”라는 것. 전 세계 날고 기는 ‘뛰어난’ 학생들만 뽑는다는 이곳엔 정해진 캠퍼스는 없다. 단, 입학생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고 3~6개월마다 머무는 국가를 바꾼다. 전 세계가, 이 대학의 캠퍼스이자 기숙사가 되는 셈이다. 미네르바스쿨에서 모든 수업은 온라인 자체 플랫폼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 모든 수업은 15명 내외의 소규모로 이뤄지다 보니, 하나의 국가나 고정된 캠퍼스에 머물지 않아도 동일한 양질의 수업을 이어가는 게 가능하다. 샌프란시스코, 런던,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거친 학생들이, 다음 학기는 한국의 서울에서 보내게 됐다.   “모든 수업은 미네르바 스쿨에서 자체 개발한 온라인 ‘액티브 러닝 포럼(Active Learning Forum)’이라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점자 메뉴판 도입을… 여고생 4인방의 빛나는 도전

인화여고 학생들, 점자 메뉴판 프랜차이즈 카페 도입안 청원     고3의 여름. 대입 준비로 하루 꼬박 책과 씨름하는 이 때, 책 대신 피켓을 들고 거리를 나선 고3 수험생들이 있다. “시각장애인에게도 선택권이 있습니다.” “점자 메뉴판은 필요합니다!” 지난 5월 16일과 17일, 이들은 동인천역과 부평역, 인천 인화여고 인근에서 서명운동을 벌였다. 프랜차이즈 카페에 점자 메뉴판을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단 이틀만에 592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지난달 4일부터 2주 동안 온라인 서명운동도 벌여, 1000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얼마 뒤 국회로부터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다음달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들과 함께 점자메뉴판 도입을 위한 행사를 개최하겠다는 것. 지난 3월 시작해 장장 4개월에 걸친 프로젝트의 대단원이 화려하게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인화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채현아, 신승은, 이예진, 신현서 양. 어른도 해내기 힘든 일을 19살 여고생들이 해냈다. 이들을 지난 11일 서울 무교동 카페에서 만났다.    ◇떡볶이 먹다가 떠오른 궁금증에서 시작…“시각장애인들은 어떻게 주문을?”   지난 3월 말, 인화여고 4인방은 수업을 마친 뒤 학교 앞 분식집에 모였다. 사회문화 수업 수행평가 과제인 ‘사회에 필요한 정책 찾아 제안하기’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같은 조인 네 학생들은 어떤 정책을 제안할지 이리저리 고민했다. 하지만 마땅한 답이 나오지 않자 “일단 먹고 시작하자”며 메뉴판을 보았다. 그 순간 채현아(19)양의 머리에서 한 질문이 떠올랐다. ‘시각장애인들은 메뉴판을 못 보는데 어떻게 주문하지?’. 채양의 궁금증은 공감으로 이어졌고 이내 분식집은 활발한 토론장이 되었다. 인화여고 4인방의 ‘시각장애인용 점자

[시니어, 공익을 만나다]①“구호 활동가로 제2의 인생 맞이했어요”

‘시니어, 공익을 만나다’ 시리즈 첫 번째 편, 공익 활동가로 변신한 시니어들 유통 전문가에서 구호 활동가로 제2의 인생 맞은 김승수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 인터뷰     다국적 물류 회사에서 은퇴한 뒤, 국제의료봉사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가로 아프리카 파푸아뉴기니, 남수단, 우간다 등 해외 이곳저곳을 누비는 김승수(61)씨.  지난 4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서울 사무소에서 만난 그는 햇볕에 검게 그을린 얼굴로 기자를 맞이했다. “지난달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됐는데, 곧 에티오피아 사무소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올해 예순을 맞이한 그였지만, 열정만큼은 20대 청년 못지않았다.   ◇은퇴 후 신세계와 조우… 청년시절 꿈 되찾아줘   “다국적 유통회사인 TNT에서 영업, 마케팅 전문가로 20여년간 일했습니다. 규모도 크고 글로벌 기업이라 연봉도 높고 복지도 좋았는데, 나이가 드니 은근한 퇴직 압박은 물론 쳇바퀴처럼 도는 내 인생이 지루해서 2011년 퇴사했죠.”  정년 퇴직을 몇 년이나 남기고 내린 결정이었다. 가족과 지인들은 은퇴를 만류했지만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고, 문득 모험을 즐겼던 그의 청년시절이 떠올랐단다.  “동창들은 저 보고 성공했다고 해요. 좋은 직장에 화목한 가정… 그런데 스스로 만족이 안됐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경험하는 일을 즐겨 했어요. 대학에 입학하고 취업을 하면서 꿈을 한 켠으로 밀어두고 현실과 타협해야 했죠. 이제는 자식도 어느 정도 다 컸고, 큰 돈 들어갈 일이 많지 않으니 내가 원하는 걸 하고 싶었어요. 바로 ‘새로운 세상을 향한 모험’이요.” 퇴직 후

“‘마음’으로 세상 담겠습니다”…청세담 7기 6개월 대장정 마무리

소셜에디터스쿨 ‘청년, 세상을 담다’ 7기 수료식 “저에게 청세담은 책이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보게 해준 곳입니다. 청세담에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배워 돌아갑니다. 언제 어디서나 청세담이 가르쳐준 마음으로 세상을 담는 법을 기억하겠습니다.” (한승아·청세담 7기 최우수 수료) 지난 7일, 광화문 현대해상 사옥 10층 대회의실에서 ‘청년, 세상을 담다(이하 청세담)’ 7기 수료식이 열렸다. 청세담은 2014년부터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현대해상이 국내 최초로 영리와 비영리 분야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소셜에디터(공익 전문 저널리스트)’를 양성하기 위해 마련한 과정이다. 지금까지 2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 언론사를 포함한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 ‘공익 DNA’를 퍼뜨리는 역할을 해왔다. 4.36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26명 7기생들은 지난 6개월 동안 다양한 공익 현장을 취재해왔다. ‘대한민국 환경미화원의 24시 밀착취재’, ‘서울시 지하철 장애인 화장실 실태 점검’, ‘뮤지션들의 공정한 음원수익을 위해 활동하는 바름음원협동조합’ 등 청년기자 특유의 톡톡 튀는 아이템과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료생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나누며 격려한 현대해상 CCO 신대순 상무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단기적인 결과에 조급하지 않고 목표를 설정해 희망과 열정, 꿈을 가지고 부단히 연습하는 그릿(GRIT)”이라면서 “여러분도 새롭게 바뀐 세상에서 부단히 노력해 꿈을 마음껏 펼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청세담 과정을 통해 취업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계속됐다. 실제 수료생들은 조선일보, KBS, JTBC, 연합뉴스, 뉴시스 등 언론사를 비롯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네이버 해피빈 등 다양한 분야에 취업하고 있다. 박란희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이사(편집장)은 “청세담 선배들이 ‘청세담 덕분에 취업했다’, ‘청세담이

‘풀’만 먹인 소, 보셨나요?…‘풀로만 목장’ 조영현 대표

사람은 사람답게, 소는 소답게 동물복지는 결국 사람을 위한 것   소는 본래 풀을 먹는 동물이다. 1970년대 산업화로 농기계가 보급되면서 소는 더 이상 풀을 먹으며 일할 필요가 없어졌다. 예전 우리나라에선 소에게 줄 수 있는 사료가 없었다. 볏짚이 전부였다. 그래서 곡물과 배합사료를 수입해 먹이기 시작했다. 소를 빨리 키우고 쉽게 마블링을 하기 위해서였다.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소고기는 모두 배합사료로 키운 한우다. 풀 먹인 한우, 그 고유의 맛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보다 소가 더 많다는 전남 장흥. 이곳의 99%는 배합사료를 먹이는 공장식 소 사육을 한다. 그러나 ‘풀로만 목장’, 이곳은 예외다. 풀만 먹은 한우의 맛은 어떨지, 대체 뭐가 다른 것일지 풀로만 목장 조영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조영현 대표 부부는 2011년 귀농, 올해로 7년째 ‘풀로만 목장’을 경영하고 있다. 장흥까지 내려와 귀농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그는 서울에서 사료 원료를 수입해 국내에 파는 무역업을 했다고 한다. “30년 가까이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축협, 사료공장, 소 키우는 사람들이었다. 접대를 받을 때면 그 날의 가장 좋은 소고기를 먹었다. 미국을 30회, 중국을 80회 넘게 다니면서 하루 한 끼는 스테이크를 먹었다. 몇십 년 동안 좋다는 고기는 다 먹어봤지만 느낌이 없었다. 해외의 목축업을 보면서 보고 배운 것으로 ‘풀을 먹인 이런 소고기를 생산해주시오’라고 축산 농가들에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하기로 했다.”  “얘들아 밥 먹자.” 조영현 대표의 한 마디에 푸른 초원에 있던

공간을 공유하라, 스페이스 클라우드 정수현 대표

‘비어있는 공간을 공유할 순 없을까.’ 차량 공유와 빈방 공유에 이어, 공간 공유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미션을 갖고 플랫폼을 만든 여성이 있다. 스페이스 클라우드 정수현(33) 대표가 주인공이다. 연습실, 회의실, 스터디룸, 카페, 비즈니스 센터 등 다양한 공간을 고객에게 유통중인 이 스타트업에, 지난해 네이버는 17억원을 투자했다. 네이버의 콘텐츠 검색이 연결된 후, 공간제공자(이하 호스트)는 1년 만에 1000개팀에서 3600개팀으로 늘었다. 초기 스타트업, 1인 기업,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소규모 프로젝트 그룹 등 4차 산업혁명 이후 곳곳에서 ‘일자리의 혁명’이 벌어지는 지금, 어쩌면 이 공간 공유는 그 혁명을 앞당기는 촉매제일 지도 모른다. 지난 2일, 서울 성수동 카우앤독에서 정수현 대표를 만났다.  -사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창업 및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는 청년 및 소규모팀에게 작업 공간은 늘 부족하다. 공간 자체가 없어서가 아니라 적정 비용으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다. 스타트업과 프리랜서가 늘어나는 일의 트렌드로 인해, 코워킹스페이스가 많이 늘었다. 이전에 북창동의 ‘스페이스노아’, 서울시와 ‘무중력지대’ 공간사업을 기획 및 운영했다. 3년 정도 넘게 공유공간을 직접 운영하니 2000명이 넘는 청년 회원들이 스터디, 파티, 모임, 프로젝트 등의 다양한 공간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공간 공유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흩어져 있는 공간들을 소개하고 예약도 받을 수 있는 컨셉으로 ‘스페이스 클라우드’를 론칭했다.”  그녀는 주변의 친한 친구들이 가진 공유 공간 13개를 소개하고 이를 연결시켜주면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원시적인 방법으로 메일로 주문을 받아 공간 운영자에게 넘긴 것이다. 6개월 만에 200개 공간이 동록됐고,

“우리나라에 비영리단체가 얼마나 있나요?” “NGO가 뭐예요?”… 궁금하면 읽어보세요

사단법인 ‘시민’ 청소년 위한 NGO 가이드북 인기  집필진 위정희 시민 이사 인터뷰   “우리나라에 비영리 단체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사단법인 ‘시민’ 이사이자 나눔국민운동본부 나눔교육센터장인 위정희(50) 이사가 청소년 나눔 교육을 할 때마다 던지는 질문이다. 위정희 이사는 “그동안 전국 곳곳 수십 차례 나눔 교육을 하러 다녔지만 1만개(2016년 기준)의 국내 NGO 중 5개 이상 말하는 청소년은 손에 꼽는다”고 말했다. 이것도 국제기구나 비영리활동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에 한해서다. NGO의 기본 개념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위 이사는 “비영리가 사회 어젠다(agenda) 세팅에 주요한 역할을 하기에 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면서도 “과중한 학업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비영리의 중요성만 강조하는 주입식 교육은 학업 부담을 늘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은 사단법인 ‘시민’이 ‘청소년을 위한 NGO 가이드북’(이하 가이드북)을 낸 계기가 됐다. 청소년들이 읽고 싶고, 탐구하고 싶은 쉽고 재미있는 교육서를 만들겠다는 것. “읽는 이가 부담을 느끼면 안됩니다. 비영리가 머리 아픈 학문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삶의 지혜로 받아들여져야죠.”(위정희 이사)  위정희 이사를 비롯한 김난희 스위치온 대표, 조철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외래교수, 천희 자원봉사이음 사무처장이 공동 필진으로 참여했다. 집필진은 2015년 겨울 기획을 시작해 지난해 10월 1000부를 출판했다. 우선 비영리 단체 중심으로 책을 배포하고 이후 개별 신청을 받아 개인에게 보냈다. 최근에는 펀딩을 통해 일반 사람들도 구매할 수 있도록 출판량을 늘릴 계획이다. 나눔교육 전도사이기도 한 위정희 이사를 최근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만나, 한국의 비영리 교육 현주소를 짚어봤다.   ◇청소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