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카드’는 나눔의 출발점… “작게나마 도움 된다면 행복”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을 나서니 멀리 남산을 등지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이 보였다. 남산 아래 첫 동네라는 용산 ‘해방촌’의 모습이다. 1945년 광복과 함께 해외에서 돌아온 사람들, 6·25전쟁이 끝나고 서울로 다시 온 피란민들과 북한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이주민들이 모였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곳에 오랫동안 주변 이웃을 돌보며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10년 넘게 결손가정 아이들과 독거노인을 돕고, 약사였던 경력을 살려 노숙인을 위한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선덕님(56·사진)씨다. 2004년부터는 아예 해방촌성당에서 사회복지 관련된 일을 전부 도맡아서 하고 있다. “1997년 지인이 고(故) 김수환 추기경님의 책을 선물했어요. ‘내 이웃을 버려둘 것인가’라는 그분의 말씀이 무척이나 와 닿았습니다.” 종교가 없던 선씨는 천주교 교리 공부를 시작했고, 이웃을 도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약국을 운영하느라 바빠 시간을 따로 내기는 어려웠다. 그때 운명처럼 뇌지주막이 파열되고 하던 약국을 접어야 했다. 건강은 다시 회복했지만, 그녀는 약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성당에서 하는 크고 작은 봉사활동을 몇 년 동안 했다. 하지만 좀 더 많은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을 모시고 찾았던 영등포 요셉의원에서 봉사활동자를 찾는다고 했다. 요셉의원은 주변의 노숙인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료진료를 하는 곳이다. 선씨는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의원의 정신에 감동받아 2000년부터 10년 동안 그곳에서 약사로 봉사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나눔 실천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신부님의 권유로 2001년에는 쪽방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