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후 위기 당사자는 청년들인데… 우리가 환경 문제에 목소리 내야죠”

[인터뷰] 김민 빅웨이브 대표 20대가 주축인 기후변화청년모임 누구나 자유롭게 활동하는 플랫폼 ‘보여주기식 간담회’ 그만해야 할 때 20대 청년들이 주축이 된 시민단체가 환경 운동 분야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이하 ‘빅웨이브’)가 그 주인공이다. 빅웨이브는 상근 활동가조차 없는 설립 4년 차 단체지만, 환경 관련 국내외 주요 행사에 빠지지 않고 초대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5)에서 한국 홍보관 참여 단체로 참가해 국제 사회 전문가들 앞에서 국내 기후변화 이슈를 알리기도 했다. 지난 10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난 김민(28) 빅웨이브 대표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가 유독 조용해서 ‘작은 목소리를 내자’며 친구들과 모임을 연 게 시작”이라며 “솔직히 이렇게 일이 커질지 몰랐다”며 웃었다. ”기후변화 스터디 모임을 2016년 열었을 때 멤버가 15명이었어요. 이후 1년도 안 돼 70명으로 참여자가 늘었죠. 그때 ‘기후변화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이렇게 많으니 할 수 있는 것도 많겠다’는 생각이 들어 빅웨이브를 설립하게 됐어요. 지금 회원은 320명이에요. 기후변화 해결에 의지를 가진 청년들이 우리의 핵심 자산입니다.” 빅웨이브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연구, 캠페인,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총 61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재생에너지 관련 국내 현장을 찾아가는 ‘청년 프론티어’, 아동·청소년 대상 생태 예술 교육 프로그램, 기후변화 관련 팟캐스트 ‘기.대.라.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빅웨이브는 우리 정부가 올해 말까지 UN에 제출해야 하는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구성하는 민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민 대표는 “모든 프로젝트는 회원들이 스스로 만들고 수행한다”며

“‘사회적 약자’ 대신 ‘사회적 소수자’로 불러주세요”

[인터뷰]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누구나 꽃처럼 존귀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김예원(38) 변호사의 말은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인생과 맞닿아 있다. 비영리 1인 법률사무소 ‘장애인권법센터’를 운영하는 그는 스스로 변호할 능력이 없는 사회적 소수자의 소송을 돕는다. 수임료는 받지 않는다. 소송뿐 아니라 장애인 등 소수자를 위한 정책 연구와 제도 개선 운동도 벌인다. 지난 7일 김예원 변호사를 만나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태어날 때 의료사고를 당해 한쪽 눈을 잃었어요. 하지만 제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니었어요. 학창시절 내내 공부도 잘했고 주변에서 장애인을 볼 기회도 별로 없어서 그때는 차별을 체감하지 못했거든요. 사법고시 합격 후 변호사로 일하면서 알게 됐어요. 우리 사회에 얼마나 거대한 차별이 존재하는지를요.”   변호가가 돼서 맡은 첫 사건이 2012년 발생한 ‘원주 귀래 사랑의집 사건’이었다. 정부 지원금을 타기 위해 스무명이 넘는 지적장애인을 입양한 한 남성이 이들을 폭행하고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시신까지 유기한 사건이다. 이듬해 ‘홍천 실로암 연못의집 사건’도 맡았다. 원장이 원생들의 장애인 연금과 기초생활수급비 등을 가로채 유흥비로 사용한 사건이다. “장애인 사건 변호를 맡으면서 슬픔보다는 황당함을 느꼈습니다. 피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수록 더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장애인,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침해 문제를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습니다.” 김 변호사가 변호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거나 피해 사실을 말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기후변화 대응은 ‘생존’의 문제”…환경 분야 인재도 육성해야

[인터뷰] 이지현 숲과나눔 사무처장 “환경 운동은 여유 있는 사람들이 하는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어요. 아직 전문가들의 영역이라는 인식도 있죠. 그렇게 해서는 세상이 바뀌지 않아요. 환경오염이 생존과 직결 문제라는 걸 인식하고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어야 해요.” 이지현(47) 숲과나눔 사무처장은 25년째 환경 운동을 지속해왔다. 그는 환경 운동의 핵심을 ‘생존’으로 꼽는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노동 운동이 대세였어요. 그땐 그게 생존의 문제였으니까요. 지금은 환경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운동이 단절되지 않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환경 분야 인재를 키워야 하는 거죠.” 환경과 생존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라온에서 만난 이지현 사무처장은 환경 문제에 관심 갖게 된 ‘날카로운 첫 기억’을 먼저 꺼냈다. “대학 다닐 때였어요. 우연한 기회로 환경운동연합에서 주관하는 여름캠프에 참여했는데, 공해 때문에 주민들이 집단 이주하는 마을을 찾아갔어요. 울산 온산읍 인근 공단에서 배출한 대기오염물질을 피해 사람들이 주거지를 옮겨야 했고, 온산초등학교는 폐교됐습니다. 그때 환경은 생존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환경운동을 시작한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환경운동가로 활동한 지 벌써 25년입니다. “환경은 다른 운동과 달리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습니다. 기후변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은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크게 느끼진 않는 것처럼요. 이 때문에 환경 문제는 사회인식뿐 아니라 후원금에서도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에도 환경운동 자체가 가지는 힘에 공감하고 꾸준히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 곁에 있었습니다.” ―기억나는 동료들이 있나요? “환경운동연합 소속일 때 ‘벌레먹은사과’라는 팀을 운영한 적이 있어요. 출산과 육아를 거치면서 먹는 것부터

“장애·인종·나이 상관없이 춤추며 ‘다르게, 함께’ 사는 사회 만들고파”

[우리사회 利주민] 문화예술단체 ‘쿨레칸’ 만든 임마누엘 사누 “춤은 우리가 가난한지 부자인지, 어떤 피부색을 가졌는지 모른다. 단지 지금 당신이 춤을 춘다는 사실만 안다.” 서울 당산동의 한 건물 지하 1층에 마련된 춤 연습실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이 글을 붙인 사람은 지난 2012년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무용수 임마누엘 사누(40)다. 그는 지난 2014년 한국인 동료와 함께 문화예술단체 ‘쿨레칸’을 세우고 부르키나파소 전통 춤 공연과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춤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2일 만난 사누는 쿨레칸을 단순한 ‘무용단’이 아닌 ‘공동체’라고 설명했다. “쿨레칸은 누구나 춤을 출 수 있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을 전달하는 공동체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수업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떠나고 싶었지만 떠날 수 없었던 나라 한국 그는 지난 2014년 불거진 ‘아프리카 출신 무용수 착취 사건’의 주인공이다. 그가 일하던 포천 아프리카 박물관이 부르키나파소에서 그를 포함한 무용수 12명을 데려와 착취한 사건이다. 박물관은 매월 월급 50만원을 지급하면서 그들을 매일 무대에 서게 했고, 어린이 체험 활동 강사 일까지 시켰다. 쥐가 나올 정도로 열악한 숙소를 제공하고, 항의하면 “아프리카 사람은 하루 1달러면 살지 않느냐”는 식으로 말하면서 여권까지 압수했다. 결국 언론 보도로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해결됐고, 그의 동료 대부분은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그는 한국에 남았다. “처음엔 저도 한국을 떠나고 싶었어요. 하지만 한국에 나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저를 도와주는 친구도 많았어요. 한국에 ‘만딩고 춤’을

“소셜섹터 커뮤니티 힘을 믿습니다”…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

“사회문제를 혁신적인 방법으로 변화시키는 체인지메이커들과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일방적으로 키워주는 느낌보다는, 커뮤니티 안에서 서로 협력하고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요.” 허재형(38) 루트임팩트 대표의 목표는 체인지메이커를 위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17년 서울 성수동에 소셜벤처 공유 오피스 ‘헤이그라운드’를 세우며 일대를 소셜벤처밸리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이곳에는 소셜벤처 71개사, 550명이 입주해 있다. 허 대표는 지난해 헤이그라운드 2호점(서울숲점)을 추가로 냈다. 지난달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헤이그라운드를 매개로 체인지메이커들이 사회에 더 많이 등장할 수 있게 돕고 싶다”고 했다. “커뮤니티의 힘을 믿습니다” ―공간에 집착한 이유가 있나요? “우리 사회는 워낙 좁고, 특히 소셜벤처 같은 특정 분야는 더 좁습니다. 네트워크가 없는 건 아니죠. 네트워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건 공간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은 언택트(untact) 얘기를 많이 하는데,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비롯된 관계의 힘을 믿어요. 헤이그라운드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축적한 신뢰는 쉽게 깨지지 않으니까요.” ―임대료를 내면 공간을 주는 기존 공유 오피스와 다른가요? “다르죠. 처음에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인데, 답은 어떤 회사를 입주시키느냐 였어요. 겉으로 보면 다른 공유 오피스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수도 있는데, 헤이그라운드는 사회적가치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어요. 그걸 입주사 선정에 적용하는 거예요. 입주사를 선발할 때 1차로 지원서류를 받고, 2차로 심층 인터뷰와 내부 심사를 해요.” ―입주하려면 면접을 봐야 한다고요? “채용 면접 보듯 꼼꼼하게 진행합니다. 서로 같은 마음을 가진

“지구 위한 생각 이야기하면서 지구를 해칠 순 없죠”

친환경 FSC 인증 방식으로 책 펴낸 방송인 타일러 라쉬 “타협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미국 출신 타일러 라쉬(32)가 방송 데뷔 6년 만에 첫 단독 저서를 냈다. 책 제목은 ‘두 번째 지구는 없다’.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담아낸 책이다. 2014년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한국인보다 더 정확한 한국어로 촌철살인 코멘트를 날리던 그가 이제야 첫 책을 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동안 숱한 출판 제의를 받았지만 그가 내건 ‘특별한 조건’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콩기름 잉크와 친환경 인증 종이를 사용해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게 조건이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만난 타일러는 “이 조건을 받아주는 출판사를 찾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며 웃었다.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걸 좋아하는 제게 출판은 오랜 꿈이었지만, 욕심 때문에 스스로 세운 원칙을 무너뜨릴 순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결국 원하는 방식대로 책을 내게 됐죠. 출판했다는 사실보다 옳다고 믿은 걸 증명했고,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는 게 기뻐요. 제가 했으니 다른 작가들은 저보다 훨씬 쉽게 ‘친환경 인증 책’을 낼 수 있게 되겠죠.” 종합 출판사가 펴낸 국내 첫 FSC 인증 책 그의 책은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산림관리협의회) 인증을 받은 종이와 콩기름 잉크를 사용해 제작됐다. FSC는 국제적인 산림 보호 비영리단체로 인증을 까다롭게 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종이나 가구 등 제품 자체의 친환경 여부만 따지는 게 아니라 벌목 과정에서 원주민이나 노동자들을 착취하지 않았는지까지 평가한다. FSC 인증을 통과한 제품은 환경·사회·경제적

[공변이 사는 法] “정신장애인은 위험하다? 그저 도움이 좀 더 필요할 뿐”

사회적 혐오에 내몰려 병원·시설로… 정신장애인 외면하는 장애인복지법, 개정 절실 지역사회 속에서 어울려 살 수 있게 되길 바라 복지 사각지대 사라질 때까지 묵묵히 지원할 것 “정신장애인을 직접 보신 적 있나요? 많은 사람이 정신장애인을 다른 장애와 달리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직접 대면해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예요. 사회적 낙인과 혐오 정서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배제돼 있어요. 대부분 병원이나 시설로 밀어 넣는 상황인데, 그게 답은 아니죠.” 김도희(38) 변호사는 정신장애인을 ‘사각지대 속 사각지대’라고 표현했다. 이들을 7년째 지원하면서 느낀 점이다. 김 변호사처럼 정신장애인을 법률 지원하는 공익변호사는 국내에서도 손에 꼽는다. 그만큼 사안이 까다롭고 접근하기도 쉽지 않은 영역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서울복지재단에서 만난 김 변호사는 “모든 장애인이 복지와 의료의 경계에 있지만 유독 정신장애인만은 ‘병(病)’이라는 의료적 관점으로만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복지 서비스를 전혀 받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정신장애인이 위험하다는 건 편견” 정신장애는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하는 15개 장애 유형 중 하나다. 망상이나 환각, 강박 증세 등으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정신장애인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 서비스가 사실상 전혀 없다는 데 있다. “정신장애인들은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된 제도와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어요. 해당 법 15조에 정신장애인은 정신건강복지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제외할 수 있다고 돼 있거든요. 그런데 정신건강복지법에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라는 법률만 있고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은 마련돼 있지 않아요. 허울뿐인 법이죠. 결국 장애인복지법, 정신건강복지법 어디에서도 도움받지 못합니다.” 실제 정신장애인

“이동 약자 발목 잡는 건, 장애 아닌 사회적 무관심”

[레벨up로컬] ‘이유 사회적협동조합’ 양윤정·최재영 부부 장애인 콜택시 배차 ‘하늘의 별 따기’ 지체장애인 어머니 보고 사업 결심해 복지관 소유 장애인용 車 통합 관리 배차 효율 높여…내년 전국 확산 목표 모두가 이동할 수 있는 사회 만들고파 사회적협동조합 ‘이유’는 어머니의 한숨에서 시작됐다. 지체장애인인 어머니는 늘 “장애인 콜택시는 타기도 너무 어렵고 불편하다”고 하소연했다. 딸과 사위는 현실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 오후 8시에 차를 불렀는데 차가 다음 날 새벽 4시에 오기도 하고, 시 경계를 벗어날 때마다 새로운 택시를 잡아타야 해 부산에서 차로 15분 거리 울산에 가는 데 세 시간이나 걸렸다. 공무원을 찾아가 이런 상황을 설명해봤지만 “이 정도도 고마운 줄 알라”는 핀잔이 돌아왔다. 딸과 사위는 결국 회사를 차리기로 했다. 양윤정·최재영 부부는 하던 일을 접고 지난 2018년 10월 ‘이동 약자 승차 공유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부산 해운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만난 양윤정 이사장과 최재영 이사는 “사회적 약자에게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겠다는 뜻으로 협동조합 이름도 ‘이유’라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공유로 모두가 이동할 수 있는 세상 만든다 이들이 내건 모델은 ‘데이터 기반 승차 공유 플랫폼’이다. 구조는 단순하다. 지역 내 복지관 소속 장애인용 차량을 통합 관리해 차를 호출하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차량이 배차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양윤정 이사장은 “공공이 콜택시를 늘리고 배차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수십억원이 드니, 개별 장애인 복지기관이 소유한 장애인용 차량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애인 차량 한 대의 하루

“주민이 꾸려가는 마을 가게로 진정한 시민자산화 모델 만들 것”

[인터뷰] 우영승 빌드 대표  “주민이 직접 소유하는 마을 가게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카페, 식당, 꽃집 등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는 거죠. 남녀노소는 물론 장애인·비장애인까지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을 통해 월곶지구를 ‘오래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빌드는 경기 시흥의 월곶지구 지역 재생을 목표로 지난 2016년 설립된 회사다. 사명(社名)에는 ‘작은 가게가 강한 지역사회를 만든다(Small businesses BUILD strong community)’는 뜻을 담았다. 빌드는 지역에 활기를 더하는 작은 가게들을 매년 한 곳씩 만들어왔다. 창업 첫 해에 오픈한 브런치 레스토랑 ‘바오스앤밥스’를 시작으로, 이듬해에는 책방이자 카페 겸 꽃집인 ‘월곶동책한송이’, 2018년에는 실내 놀이터인 ‘바이아이’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쿠킹 클래스와 식재료 판매 활동을 하는 ‘월곶식탁’을 선보였다.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우영승(28) 빌드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가게의 지분을 매각해 시민들이 소유·운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월곶지구를 ‘시민자산화의 성지(聖地)’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올해 창업 5년차가 된 빌드는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바오스앤밥스의 월평균 매출만 3000만원에 달하고, 월곶동책한송이는 2800만원가량 된다. 매장에서는 영업만 하지 않는다. 육아 여성을 위한 모임이나 프로그램 등 마을 사람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 공간으로도 쓰인다. “빌드의 사업 모델이 카페, 식당이다 보니 단순한 부동산 개발업자로 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빌드는 단순히 수익만 노리는 기업이 아니에요.  마을 활성화가 목적이라, 모든 매장을 남녀노소 누구나 방문할 수 있게 ‘예스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지속가능할 수준의 수익을 내면서,

“부실한 월경 공교육…학교에서 정확한 지식과 정보 제공해야”

[인터뷰]  청소년 대상 월경 교육하는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생리대 종류랑 쓰는 방법은 유튜브로 봐요. 남한테 물어보는 게 부끄럽잖아요. 그냥 인터넷으로 알아보는 게 마음 편해요.” “할아버지랑 둘이 살아요. 한번은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받으려고 할아버지께 말씀드렸거든요. 근데 남 부끄럽게 뭘 그런 걸 동사무소 가서 신청하냐고, 단번에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생리를 부끄러워하고 숨겨야 하는 건가요?” 안현진(27) 여성환경연대 활동가가 여성 청소년 대상 월경 교육을 하면서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다. 2018년 수업을 시작하면서 여성환경연대가 만난 청소년은 현재까지 약 8500명. 하루에 2~3회씩 학교, 다문화센터,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안 활동가는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에서 여성환경연대 등 단체들과 함께 ‘서울특별시 어린이·청소년 인권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조례안에는 월경 공교육 확대와 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안 활동가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월경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가 여성 청소년에게 ‘월경혐오’로 이어지고 결국엔 ‘자기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학교에서 월경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제대로 가르쳐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재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매년 15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학생들에게 성교육을 해야 한다. 월경에 대한 내용도 성교육에 포함돼 있지만 분량이 적어 실용적인 내용을 다루기엔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여성환경연대와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가 지난 4월29일부터 5월24일까지 전국 914명 청소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6.7%(704명)가 ‘학교에서 월경용품 관련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거나 교육내용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월경 및 월경용품에 대한 정보를

“코로나 사태, ‘인도주의’ 일깨운 계기로 삼아야”

[인터뷰]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 재난은 새로운 세상을 연다. 박경서(81)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배우고 또 배웠다”고 말했다. “이번에 확진 환자를 200명 가까이 받은 영주적십자병원 간호사들이 영상을 보내왔어요. 레벨D 방호복 탓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땀에 머리가 눌어붙었어요. 그런데도 ‘힘내자’면서 웃더군요. 우리 코로나 전사(戰士)에게 인도주의 정신을 배울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만난 박 회장은 “코로나 사태는 ‘나 혼자 잘 사는 시대는 끝났다’라는 걸 상징하는 사건”이라며 “역설적으로 이웃을 껴안고 보듬는 정신이 우리 사회에 살아 움직이는 걸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국내 1세대 인권전문가로 꼽힌다. 대한민국 초대 인권대사를 지냈고,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통일부 정책위원회 위원장, 경찰개혁위원회 초대위원장, 유엔 인권정책센터 이사장, 유엔 세계인권도시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인도주의(人道主義) ―코로나 사태가 막 터졌을 땐 어땠습니까? “재난이 터지면 누가 제일 빠르게 반응할까요? 정부? 시민사회? 아닙니다. 기업입니다. 중국 우한에서 신종 감염병이 번지니까 그곳에서 사업하는 국내 기업들이 제일 먼저 연락 왔어요. 이재민 긴급 지원해달라면서요. 적십자는 인도주의 정신으로 국제공조활동이 가능한 조직입니다. 곧장 중국적십자사 우한 지사에 전세기로 방역 물품을 보냈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엔 확진자가 거의 없을 때였거든요.” ―그러다 국내에서도 비상이 걸렸지요?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오고 사흘 뒤인 1월 23일 긴급구호팀을 꾸렸습니다. 저도 아시아 6국과 위기·재난 대응 노하우를 공유하는 해외 일정 중에 급히 귀국했고요. WHO에서 코로나19 비상사태 선포한 1월 31일을 기점으로 응급구호품을 긴급 지원하는 대응 활동을

“험난한 장애인 보조 기기 분야… 사회적 가치 품고 10년을 달리다”

[인터뷰] 장애인 이동 보조 기기 개발 오도영 ‘이지무브’ 대표 장애인 이동 보조 기기 개발·판매업은 일반적인 사업가들이 도전을 꺼리는 분야다. 시장 규모도 크지 않고 제품을 한번 산 고객은 최소 5년에서 10년은 사용하기 때문에 신규 구매도 많지 않은 편이다. 쉽지 않은 구조인 걸 알면서도 이 분야에 겁 없이 뛰어든 회사가 있다. 지난 2010년 설립된 사회적기업 ‘이지무브’다. “설립 당시 이미 두어 개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디자인과 품질은 30년 전 수준에 멈춰 있었죠. 소비자들은 제품에 문제가 있어도 A/S조차 제대로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이런 분야에 꼭 필요한 게 ‘사회적기업’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지난 9일 경기 안양 이지무브 사옥에서 만난 오도영(54) 대표는 “쉽지 않을 거란 예상은 했지만 정말 힘들어 때론 도망가고 싶었다”며 웃었다. “이 일이야말로 사회적기업 아니면 못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매달렸어요. 이윤이 크게 안 남는 일이라 사명감 없이는 하기 힘든 비즈니스죠. 10년을 했으니 이제는 도망가기에는 늦은 것 같고, 대신 더 멀리 나아가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웃음).” 소유와 경영의 분리, 대기업과 협력… 10년간의 실험 이지무브의 시작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밑그림은 ‘정부·지자체·기업·시민사회가 함께 만드는 사회적기업’이었다. 사회적기업이라는 개념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에 시작한 시도였지만 부침 속에서도 탄탄하게 사업을 설계해 갔다. 오 대표는 “사회적기업을 넘어 ‘완벽하게 공공성을 갖춘 기업’을 만들자는 게 목표였다”고 했다. 품질이 뛰어난 장애인 이동 보조 기기를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면서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