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동초 ‘잠원사랑’ 학교폭력예방 캠페인 “체육복 아직 안 빌려놨냐. 이 재수탱이야!”, “야, 빨리 좀 뛰어! 찌질해가지고…. 기어가냐?” 무리 지은 아이들의 앙칼진 목소리가 한 아이에게 집중된다. “쟤는 심부름 되게 좋아해” “그러니까 데리고라도 다니지.” 조롱과 비웃음 역시 그 아이를 향한다. 지난 4월 29일 열린 서울 신동초등학교 ‘잠원사랑’의 학교폭력예방 캠페인. 아이들은 ‘역할극’을 통해 왕따의 참상을 여과 없이 전했다. 비록 연기지만, 아이들이 쓰는 거친 말투에 놀란 반응을 보이는 학부모도 눈에 띄었다. 역할극 후 이어진 인터뷰 시간. 주현서(이하 신동초5)·김민경·김지원·김주원양이 참여한 3조는 새로 전학 온 아이가 겪는 왕따 이야기를 진솔하게 표현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왕따당하는 역할을 맡았던 김주원(11)양은 “속상하고 기분이 나빴어요”라고 했다. 사회를 맡은 학부모 이승신(40)씨가 “연기이고, 잠깐인데도 그래요?”라고 묻자 “네. 기분이 아주 더럽더라고요”라며 인상을 찌푸린다. 이에 승신씨가 아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주원이는 잠깐인데도 기분이 무척 나빴대요. 실제로 당하는 아이는 어떻겠어요. 아까 우리가 본 영상처럼 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죠.”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자원봉사단체 ‘잠원사랑’은 신동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과 학부모가 주축이 되어 만들었다. 시작은 의무감 때문이었다. 이승신씨는 “올해부터 초등학교에서도 의무적으로 외부 봉사활동(1년에 2시간)을 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갑작스러웠고, 아무런 정보도 없던 터라 엄마들 사이에서도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학부모 김정현(40)씨 역시 “막상 초등학생이 봉사활동을 하려고 보니, 할 만한 게 별로 없었어서 아이들이 참여하고 이해할 만한 수준의 아이디어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3월 말, 잠원사랑은 마침 ‘세계청소년자원봉사의 날’ 행사 소식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