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주는 아픔까지도 宿命으로 받아들인 그들

엄홍길 대장 특별 기고 네팔 지진 긴급구호 현장 ’20일간의 기록’ 카트만두 북동쪽 산간지대, 7.8도 지진 발생… 지진 피해 지역 산간 오지로 접근 어려워… 구호 단체, 구호품 나르기조차 힘든 상황 무너진 건물·학교, 사람들 기거할 곳 없어… 의료품만 아닌 천막·텐트 공급 가장 시급 네팔을 찾은 지 보름째, 네팔 대지진이 발생한 지 17일째 되던 5월 12일 오전. 최초 진앙지인 고르카 만드레 지역을 찾았다. 주민들에게 구호물자를 나눠주기 위해서였다. 산 아래 광활한 평지에 주민 2000여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트럭에서 쌀 포대를 내리려던 찰나 갑자기 주변이 술렁거렸다. ‘둥둥….’ 발끝부터 느껴지던 진동은 이내 ‘쿵쿵’으로 변했다. 외마디 비명이 쏟아졌다. ‘지진 노이로제’에 걸린 주민들은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또 왔다’는 걸 말이다. 수백명이 한꺼번에 주변 건물 없는 평지를 향해 내달렸다. 울부짖는 여인들도 있었다. 나도 따라 뛰었다. 수초 후 300m 옆의 산 한쪽 면 전체가 종잇장처럼 뒤틀리더니 거대한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귀를 찢는 굉음과 흙 폭풍에 주변은 금세 아수라장이 됐다. 순간 ‘이 사람들이 구호물자를 받으러 내려오지 않고 산속에 있었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하니 머리카락이 삐쭉 서는 공포감이 들었다. 에베레스트를 내 집처럼 드나들며 자연이 주는 공포를 여러 번 경험했었다. 1988년에는 산 정상에서 진도 6.6의 지진을 맞닥뜨린 적도 있다. 눈사태가 순식간에 주변 지형을 바꿔놓을 정도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12일 고르카 지역에서 맞은 두 번째 지진은 수십년간 산에서 느꼈던 공포를 새록새록 살아나게 했다. 대낮에 눈앞에서 맞는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