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받은 문화예술 교육 삶 어딘가서 나를 지탱해줘

특별 기고 김중만 사진작가 놀라운 일이다. 전시회에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사진을 해본 적도 없다던 열일곱 살 예솔이(가명)의 사진에서 작가들의 그것과 다름없는 집중과 공감이 보였다. 돛 줄을 단단히 잡고 있는 밧줄 묶음 사진. “내가 흔들릴 때마다 잡아주시던 어머니 모습이 떠올랐다”고 했다. 예솔이는 국가에서 학비를 보조받으며, 어머니와 단둘이 어렵게 사는 아이다. 사진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두려움과 정면으로 마주 서고 스스로 상처를 털어낸 아이도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민석이(가명)는 “친구가 어두운 골목길에서 불량배에게 폭행당해 심하게 다친 걸 본 후 절대 골목길로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그 일 이후 말수가 줄었고 같은 반 친구들의 부당한 요구도 거절하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민석이는 어두운 골목길을 달리는 트럭을 정면에서 찍었다. ‘조심해’라는 표제를 붙인 사진 작품이 탄생했다. 그리고 민석이는 자신을 잘 표현하는 밝고 평범한 아이로 다시 돌아왔다. 예솔이와 민석이 같은 아이들을 만나고 그 변화들을 접할 수 있었던 건,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두산그룹에서 지원한 사회공헌 프로그램 ‘시간여행자’에서였다. 지난 2년 동안 ‘시간여행자’ 자문위원 역할을 하면서, 작은 기적을 많이 목격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극을 받을 기회가 없던 아이들이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자신을 재발견하고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나 또한 ‘시간여행자’에 참여한 아이들과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중학교 3학년 때 나는 우리나라를 떠나 아프리카로 이주했다. 의사인 아버지는 빈민국 의료지원을 위해 아프리카행을 택했던 것이다. 정글이 우거지고 야생동물이 뛰어다니는 아프리카는 없었다. 나무 한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