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부터 쿠바 음악까지… 숲 속 가득 울려퍼지네

미르숲 음악회 ‘bloombloom’ “간혹 주무시는 분들 계신데요. 잠이 오면 주무셔도 됩니다. 마음 편안하게 들어주세요.” 와하하 웃음이 터졌다. 곧 아름다운 기타 선율이 희미하게 안개 낀 호수 주변을 감쌌다.지난 9월 5일 충북 진천에서 열린 ‘bloombloom’ 현장이다. 미르숲은 현대모비스와 진천군, 자연환경국민신탁이 협력해 조성한 친환경 숲이다.푸른 용을 닮은 초평호를 등지고 마련된 공연장에서 ‘숲 속 여행에서 마주친 힐링’을 테마로 지난 5월부터 시민들을 위한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국악, 쿠바 음악, 하와이 음악 등 세계의 다양한 음악이 시민들을 찾아갔다. 이번 공연에는 가수 이상은씨가 ‘미르숲 속 비밀의 화원’이라는 주제로 무대에 올랐다. 굵은 빗줄기에도 서울, 여주, 군포, 부천 등 전국에서 200명이 넘는 관객들이 모였다.관객들이 박수를 치며 몸을 움직일 때마다 색색깔의 우산과 우비가 빗물에 반짝거렸다. 8세, 6세 자녀와 함께 찾은 한진숙(36·진천읍 성석리)씨는 “진천에서 공연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너무 좋다”며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어서 더 좋다”고 했다. 심영숙(39·경기도 안양)씨도 “삶의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에게 녹색 공간이 중요한데 멋진 자연 속에서 공연을 본다는 게 의미가 크다”고 했다. 미르숲 음악회’bloombloom’은 해마다 진행될 예정이다. 음악회의 주관을 맡은 장래주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예술키움본부장은 “내년부터는 공모를 통해 신진 예술가들을 선정할 예정”이라며 “예술가들에게는 새로운 공연 무대, 시민들에게는 고품격 문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0월 10일(토), 10월 24일(토)에도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잇는 목소리 되어 드립니다”

‘107 손말이음센터’ 체험 르포 병원 예약, 구인 구직 등 다양하게 이용 하루 이용 건수 2000건 웃돌아 헤드셋을 끼고 긴장할 틈도 없이 금세 이용자의 문의가 들어왔다.모니터 중앙에 뜬 ‘받기’ 버튼을 누르자 채팅창에 이용자가 접속했다는 공지가 떴다.’엄마에게 전화.’ 전화번호와 함께 여섯 글자가 하얀 채팅창을 채웠다.”안녕하십니까.107 손말이음센터 중계사 오민아입니다.따님의 요청으로 대신 전화드렸습니다.지금부터 중계를 시작하겠습니다.” “엄마 어디고” 모니터 속 글자가 기자의 목소리를 통해 어머니에게 전달됐다.”응 시장에 왔다.” 어머니의 구수한 사투리는 다시 문자로 변환돼 딸에게 전달됐다.그렇게 서로 위치를 확인한 모녀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연결을 마쳤다. 첫 중계가 끝나자마자 또 다른 이용자가 접속했다.이번엔 구직 문의다.알려준 전화번호로 “지금부터 청각장애인분이 문자로 전하는 내용을 그대로 중계해드리겠다”고 하자, 상대방이 당황한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청각장애인인데 구직 가능한가요?”→”이쪽 분야에서 일해 보셨나요?”→”일을 잘할 수 있어요”→”잘할 수 있는 것보다 경험이 중요한데, 이쪽에서 일해본 적 있나요” …. 결국 상대방은 “이쪽으로 전화해보라”며 회사 사장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잠시 후 연결된 사장과 통화. “구직 문의하시는 분이 청각장애인이어서 대신 전화드렸다”고 하자, 사장은 “뒈지려고”라며 욕설을 내뱉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지난 8일과 9일, 기자가 찾은 곳은 광화문 한국정보화진흥원 15층에 위치한 ‘107 손말이음센터’. 수화를 뜻하는 한글 ‘손말’과 양방향 소통을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이음’을 붙였다.전화 이용이 어려운 청각·언어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도록 수화나 문자 내용을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2005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하루 평균 이용 건수가 2000건을 웃돈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데, 병원

내일은 쉬는 날, 같이 봉사활동 갈래?

일상의 품으로 들어온 자원봉사 “화장실 공용이야? 안전 바는 있어? 문턱은 없니?” 김은지(23·사회복지사) ‘특별한 지도 그리기’ 서포터의 말에 아이 8명이 후다닥 화장실로 흩어졌다. 서울 영등포역에 위치한 장애인용 화장실 내부는 안에서 휠체어를 돌리기 어려울 만큼 좁고 답답했다. “여기 너무 좁다.” “휠체어가 들어가기 불편하겠다.” “아까는 문을 잡아당겨야 했는데 여기는 자동문이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화장실을 둘러본 아이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었다. 이어 김은지 서포터가 소감을 물었다. “이 근처에 장애인 친구들이 갈 수 있는 곳이 많이 없네요. 익숙하기만 한 우리 동네가 장애인 친구들에게는 엄청 불편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신여진(15·영원중 2년)양이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하성훈(15·영원중 2년)군도 “내가 땀 한 방울 생길 때 장애인분들은 열 방울이 생길 것 같다”며 거들었다. 지난달 15일,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에서 열린 밀알복지재단과 영원중학교(영등포구 소재)가 함께하는 ‘특별한 지도 그리기’ 활동 현장이다. 지하철역 주변과 역사 안을 돌아다니며 장애인이 갈 수 있는 카페와 식당, 화장실과 엘리베이터 위치를 조사하고 지도로 만드는 작업이다. 밀알복지재단은 2013년부터 특별한 지도 그리기 서포터즈와 함께 22개의 ‘장애인을 위한 서울 지하철역 지도’를 완성해오고 있는데, 올해 7월부터 영원중학교와 협약을 맺고 학교 주말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이다. 김태경(36) 학교사회복지사는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자원봉사이면서,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활동을 원했다”며 협력을 제안한 계기를 밝혔다. 조희정(15)양은 “나와 친구들이 하는 활동이 장애인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니 뿌듯하다”고 했다. 2년째 이 활동을 이어온 김은지 서포터는 “특별한 지도 그리기는 익숙한 공간을 새로운

포털 사이트에서 시작… 크라우드펀딩법 통과로 기부시장 더 활발해질 것

우리나라 온라인 모금의 역사 이달 6일 일명 ‘크라우드펀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온라인 모금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크라우드펀딩이란 온라인 등을 통해 대중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말한다. 앞서 우리나라의 온라인 모금을 주도해 온 것은 ‘네이버( www.naver.com )’와 ‘다음( www.daum.net )’ 두 포털사이트다. 두 사이트는 비영리단체의 사업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온라인 소액 모금을 집중 전개해왔다. 2005년 국내 최초 온라인 기부 포털로 문을 연 해피빈은 지난해 3월부터는 모바일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 10년간 해피빈을 통해 모금에 참여한 기부자는 1200만명, 누적 모금액은 510억원을 웃돈다. 다음은 온라인 청원 서비스 아고라에 모금 서비스를 붙여 운영하다가 2011년 4월 ‘희망해’라는 이름의 별도 사이트로 개편했다. 현재까지 790만명이 참여해 누적 모금액 100억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일부 포털사이트에 사용자가 집중되면서 모금 창구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했다. 네이트( www.nate.com )는 2014년 3월, 이용자 감소를 이유로 2005년 출범한 후원 플랫폼 ‘사이좋은세상’ 서비스를 종료했다.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크라우드펀딩법에 따르면 온라인 모금 주체와 대상이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개정안은 온라인 소액 크라우드펀딩 사업자 기준을 자본금 30억원 이상에서 5억원 이상으로 완화했다. 늘어난 투자 중개업자들이 최대 7억원까지 자유롭게 대중을 상대로 모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투자하는 사회혁신가나 소셜벤처도 온라인 모금 형태로 좀 더 쉽게 자본금을 마련하게 됐다. 국내 최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www.wadiz.kr)의 황인범 홍보 파트장은 “이제까지 소셜벤처들이 할 수 있었던 크라우드펀딩은 리워드(보상품) 중심의 소액 모금이었다”면서 “크라우드펀딩법 통과로 가능성

버려진 폐CD 모아모아… 85만 청주 시민 ‘꿈의 城’ 쌓다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쓸모 없어진 CD 활용, 시민들 꿈 적어 옛 담배공장 외벽 덮는 대형 프로젝트 “어디 버려지는 폐CD 없나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초대형 공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스탠딩 피플 이미정(41) 대표의 하루는 폐CD를 수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유리창이 깨진 청주의 옛 담배 공장을 새롭게 탈바꿈하기 위해서다. 올해 9회째를 맞는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9월 16일~10월 25일)에서는 옛 담배 공장인 연초제조창의 외벽을 시민의 꿈을 적은 폐CD로 덮는 초대형 공예 프로젝트 ’85만 청주의 꿈’이 진행된다. 옛 청주연초제조창은 1946년에 개설된 국내에서 가장 큰 담배 생산 부지다. 한때 청주 시민의 삶의 터전이었지만 2004년을 끝으로 잊혀졌다. “옛 연초제조창과 폐CD는 우리의 과거와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요. 이 존재들에 아름다움을 부여하면 어떨까 생각했죠.” 이 대표가 ’85만 청주의 꿈’ 취지를 소개했다. 현재까지 수거된 폐CD는 총 25만장. 가로 180m, 세로 30m 규모의 옛 연초제조창 외벽을 덮기 위해선 최대 40만장이 필요하다. 서울·경기·부산·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폐CD를 수거하고 있다. 국외에서의 참여도 활발하다. 일본·중국·미국·캐나다·러시아 등 9개국 24개 도시에서도 시민의 꿈이 적힌 폐CD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심밝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 홍보팀장은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폐CD를 매립·소각할 경우 환경에 유해하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끝나면 폐CD를 모두 수거해 물통이나 경찰용 방패 등으로 재활용할 예정”이라면서 “폐CD가 예술품으로, 다시 새로운 물건으로 재탄생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옛 연초제조창 역시 비엔날레가 끝난 후 공예 전시 및 교육이 이뤄지는 공예센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폐CD 수거

나무들의 치유공간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다

하남시 ‘나무고아원’ 르포 퇴출 위기 가로수용 버즘나무 700그루 옮겨온 게 계기 개원 후 전국서 기증 이어져… 2만 2000그루 공원으로 체험 학습, 가족 단위 방문객 증가… 시민 쉼터로 거듭 “살아난 게 기적인 녀석입니다.” 염규진 팀장(50·하남시 공원녹지과 공원관리팀)이 어른 키 두 배가 훌쩍 넘는 ‘수양버들’을 보며 말했다. 육중한 체구와 흐드러지게 풍성한 이파리로 공원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는 나무다.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흩날리는 버들잎이 마치 방문객을 환영하는 손길 같다. 하지만 불과 5년 전만 해도 고사(枯死) 직전의 상태였다고 한다. 염 팀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원래 하남시의 한 가로수였어요. 그런데 도로 확장 공사를 하며 상처 입고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죠. 줄기 곳곳에 구멍이 뚫리고 껍질은 새까맣게 변해 있더라고요.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파인 공간에 인공 수피(樹皮)를 붙여 치료하고…. 새 생명을 얻기까지 여러 차례 큰 수술을 거쳤죠.” 지난 15일 방문한 ‘나무고아원’. 경기 하남시 망월동에 있는 이곳은 나무들엔 ‘힐링’의 명소다. 토목공사, 건물 신축 등으로 버려질 위기에 처했거나 죽어가는 나무들을 모아 돌본다. 그래서인지 작고 비쩍 마른 나무나 지지대에 몸을 맡긴 나무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공원 관계자는 “옮긴 지 얼마 안 된 나무가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단단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배려”라면서 “저기 보이는 배나무, 뽕나무, 자두나무들도 처음에는 다 비슷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가리키는 곳에는 제법 탐스러운 열매까지 주렁주렁 매단 건강한 나무들이 꼿꼿이 서 있었다. “처음엔 허허벌판이었어요.”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